가문의 척살령, 철검삼조의 기습
칠성의 비명 소리가 어둠을 가르자, 태벽은 침상 옆의 쇠사슬을 번개처럼 움켜잡았다.
아영이 공포로 하얗게 질린 채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태벽은 굳은살 박힌 투박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며 낮게 속삭였다.
"여기 숨어 있으시오. 결코 문을 열지 말고."
태벽은 바닥에 풀어놓았던 '철기 패왕 사슬'을 양 손목과 주먹에 빠른 속도로 감아올렸다. 가열의 부러진 붉은 채찍 성분과 용융 제련되어 검붉은 광택을 발하는 사슬이 쩔렁이며 차가운 마찰음을 냈다. 침상 옆에 기대어 있던 백 근 무게의 '철무진의 대장간 망치'를 오른손에 쥐자, 품속의 흑강 철편이 그의 강철 뼈마디와 반응하며 미세한 자력 진동을 일으켰다.
양 손목 관절의 미세 균열이 찌릿한 격통을 지르고, 무릎에는 한철천의 혹독한 한기가 스며들어 시린 관절통이 요동쳤지만, 태벽은 망설임 없이 '무통식(無痛式)'을 전개했다. 전신의 감각이 서서히 무뎌지며 이성이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어깨 가죽에 남은 조총 탄환의 화상 부위도 단단히 묶은 가죽 붕대 아래에서 조용히 숨을 죽였다.
쿵. 쿵.
수백 근에 달하는 강철 골격의 질량이 실린 발걸음이 흙방 바닥을 묵직하게 울렸다. 태벽이 처소 문을 열고 성채의 좁은 복도로 나섰을 때, 자욱한 화약 연기와 철기방 단원들의 다급한 호각 소리가 어둠 속에서 뒤엉켜 있었다.
복도 끝, 성채 외곽 순찰로와 연결되는 석조 회랑 바닥에 칠성이 쓰러져 있었다. 가슴팍이 예리한 검날에 깊게 찢겨 나가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선 두 개의 그림자.
정갈한 청엽검종(靑葉劍宗)의 청색 무복을 입고, 서리발 같은 푸른 검기(劍氣)를 뿜어내는 자객들. 바로 청엽검종 가주 강무현이 보낸 정예 자객단 '철검삼조'의 첫째 조대영(趙大英)과 둘째 조대성(趙大成)이었다.
"흐흐, 가문의 쓰레기 사생아 놈이 기어이 쥐구멍 같은 광산에서 살아 돌아와 이런 대장장이 요새에 숨어 있었군."
둘째 조대성이 유연하게 휘어지는 '백은연검'의 검날을 털어내며 비열하게 웃었다.
"가주님의 비자금 장부와 백옥 인장은 어디에 숨겼느냐? 천한 노예 낙인이 찍힌 목을 순순히 내놓는다면, 이 성채 안의 천한 놈들을 고통 없이 죽여주마."
태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마의 안감 속, 어깨뼈 부근에 새겨진 '노(奴)' 자 낙인 흉터가 그의 끓어오르는 적개심에 반응하듯 검붉은 빛을 발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단전이 파괴되어 내공은 한 모금도 쓸 수 없었지만, 그의 강철 뼈대는 분노로 팽팽하게 인장되어 있었다.
태벽은 주위를 훑었다. 성채의 복도는 폭이 채 다섯 걸음도 되지 않는 좁은 석조 회랑이었다. 넓은 개활지였다면 이류 극성의 고수들인 이들의 정교한 합격진(靑葉合擊陣)에 사방을 포위당해 치명상을 입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 좁은 복도라면 적들의 공격 각도는 정면으로 제한된다. 지형의 불리함을 오히려 전술적 우위로 바꾸는 신체적 계산이 그의 뇌리에서 차갑게 끝났다.
"대성아, 방심하지 마라. 이놈은 최현도와 집행관 강철웅을 맨손으로 죽인 괴물이다."
첫째 조대영이 차갑게 경고하며 장검을 비스듬히 치켜들었다.
스으으으—!
조대영과 조대성이 정교한 청엽합격진을 펼치며 장검과 연검에서 동시에 서리발 같은 푸른 검기를 뿜어냈다. 좁은 복도의 공기가 압축되며 날카로운 진동음이 벽면을 긁었다.
태벽은 백 근 무게의 대장간 망치를 어깨에 걸머쥐고, 왼손의 철기 패왕 사슬을 팽팽하게 당겨 잡았다.
"가문의 개들이…… 너무 짖는군."
태벽의 갈라진 쇳소리가 떨어짐과 동시에, 조대영의 장검이 번개처럼 출수되었다.
푸른 검기가 사나운 바람 소리를 내며 태벽의 안면을 향해 쇄도했다. 태벽은 피하지 않았다. 무릎의 관절통으로 기민한 회피는 불가능했다. 그는 왼손의 쇠사슬을 넓게 휘둘러 날아오는 검기의 궤적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깡—————!
쇠사슬의 압도적인 질량과 회전력이 푸른 검기와 충돌하며 사방으로 불꽃이 비산했다. 묵직한 타격음이 좁은 석조 벽면을 때리며 쩌적거리는 균열을 일으켰다. 검기에 실린 삼류 극성의 발경이 태벽의 손목 뼈를 타고 흘러들었으나, 태벽은 전신 골격을 잠그는 '폐골결'로 그 충격을 대지바닥으로 흘려보냈다.
그 틈을 타 둘째 조대성이 몸을 낮추며 파고들었다. 그의 백은연검이 뱀처럼 구부러지며 태벽의 가장 취약한 부위인 무릎 관절을 집요하게 찔러 들어왔다.
태벽은 오른손의 대장간 망치를 휘둘러 조대성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그러나 조대성은 바람처럼 빠른 신법을 구사하는 일류급 쾌검의 달인이었다. 조대성이 신형을 기이하게 비틀어 망치의 궤적을 피했다.
콰아아앙!
백 근 무게의 망치가 허공을 가르고 성채의 단단한 석조 벽면을 직격했다. 벽면이 형체도 없이 바스러지며 거대한 흙먼지와 돌더미가 쏟아져 내렸다. 요새의 목조 지지대 일부가 파손되며 천장에서 먼지가 비 오듯 떨어졌다.
"느리다, 무식한 뼈다귀 놈!"
조대성이 실소하며 연검의 끝을 비틀어 태벽의 허벅지와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서걱!
태벽의 마의가 찢어지며 허벅지와 옆구리에 붉은 선혈이 배어 나왔다. 날카로운 검상이 새겨졌으나 태벽은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무통식의 마비 상태가 고통을 차단한 채, 그의 뇌는 오직 적의 다음 초식만을 계산하고 있었다.
태벽은 한 걸음 물러서며 좁은 복도 벽면에 등을 밀착시켰다. 좁은 벽을 등지자 조대성과 조대영이 양방향에서 협격할 수 있는 공간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적들은 이제 오직 일렬로 서서 정면으로만 그를 공격해야 했다.
조대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태벽의 신체적 제약과 부상을 간파하고, 단숨에 숨통을 끊기 위해 가문의 비전 초식인 '낙화검(落花劍)'을 전개했다.
검 끝이 수십 개의 푸른 꽃잎처럼 흩어지며 태벽의 목덜미와 가슴팍을 향해 사납게 날아들었다.
태벽은 왼팔과 오른팔을 교차하여 가슴 앞을 가로막았다. 외가 방어 기예, 폐골갑(閉骨甲)이었다. 요골과 척골이 단단하게 맞물리며 피부 아래에서 무쇠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퍼어억! 깡!
조대영의 검끝이 태벽의 폐골갑에 부딪쳐 튕겨 나갔다. 살가죽이 찢어지며 피가 흘렀지만, 강철처럼 제련된 팔뼈는 검기에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 기괴한 뼈다귀는 대체……!"
조대영이 경악하며 검을 거두려던 찰나, 둘째 조대성이 그의 어깨를 짚고 도약하며 공중에서 연검을 내리뻗었다. 검날이 유연하게 휘어지며 태벽의 폐골갑 틈새를 뚫고 가슴 심장부를 향해 쾌검으로 쇄도했다.
피할 공간도, 망치를 휘둘러 쳐낼 시간도 없었다. 양 손목의 미세 균열이 비명을 지르며 어깨 관절의 피로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러나 태벽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조대영의 장검이 태벽의 가슴팍을 향해 쾌검으로 날아드는 순간, 태벽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관절을 기이하게 꺾어 검날을 품 안으로 받아들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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