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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갱도의 피눈물, 첫 번째 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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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공평하지 않았다. 서산령 흑철 광산의 밤은 세상의 그 어떤 심연보다도 깊고 탁했다. 석탄가루와 쳇가루가 뒤섞인 매캐한 바람이 폐부를 찌를 때마다, 강태벽은 발목에 채워진 흑철 쇠사슬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차갑고 둔탁한 쇳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우지 않도록, 그는 사슬의 마디마디를 조심스럽게 가죽 끈으로 옭아맨 채 어둠 속을 기어갔다.


간수들의 교대 시간은 정확히 삼경(三更). 만수가 일러준 대로 경비대의 순찰 동선이 가장 느슨해지는 찰나였다. 태벽은 몸을 낮추고 광산에서 가장 깊고 험하기로 소문난 ‘제9갱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수시로 낙석이 발생하고 유독 가스가 분출되어 간수들조차 접근을 꺼리는 버려진 구역이었다. 수련을 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무덤은 없었다.


제9갱도 깊숙한 공동(空洞)에 들어서자, 사방에서 축축한 습기와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방울이 이마를 적셨지만 태벽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품속에서 작은 도자기 단지 하나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둠 속에서도 은밀하게 검붉은 빛을 발하는 그것은 외가 비약, ‘철골고(鐵骨膏)’였다. 광산의 밀수 상인 조풍에게 목숨을 걸고 빼돌린 고순도 흑철석 원석을 넘겨주고 대가로 얻어낸 귀한 물건이었다. 일반인은 금 일백 냥을 주어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뼈의 밀도를 압축시키는 지독한 비약.


태벽은 단지의 뚜껑을 열었다. 타르처럼 끈적이고 금속성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검은 연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뼈마디가 찌릿하게 저려왔다. 철골고의 약효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 대가는 오직 지옥 같은 고통뿐이라는 철무진의 경고가 머릿속을 스쳤다.


‘뼈를 부러뜨리고, 그 미세한 균열 틈새에 약재를 직접 주입해야 한다.’


태벽은 천천히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가죽 바지를 걷어 올리자 깡마르고 상처투성이인 정강이가 드러났다. 가문에서 단전이 폐기당하던 날의 굴욕, 친부 강무현의 냉혹한 눈빛, 자신을 짐승처럼 짓밟던 이복형제 강지훈의 오만한 웃음소리가 어둠 속에서 환청처럼 맴돌았다.


“단전이 없다고 해서…… 평생 기어 다닐 줄 알았더냐.”


태벽의 이빨 사이로 피 섞인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한(恨)과 분노가 두려움을 집어삼켰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수련에 쓸 도구를 찾았다. 공동 한구석에 굴러다니는, 성인 머리통만 한 크기의 흑철 원석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무게는 족히 팔십 근은 훌륭히 넘을 법한, 날카롭고 무거운 광석이었다.


태벽은 바위를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흑철의 묵직한 질량이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그는 오른쪽 다리를 평평한 바위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무릎을 곧게 폈다. 바위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정강이뼈의 가장 취약한 중앙을 정확히 겨누도록 위치를 잡았다.


인간의 본능이 뇌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스스로의 육체를 파괴하려는 광기 어린 행동에 온 신경이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눈을 가렸다.


태벽은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철기단골공의 기초 구결 중 하나인 정신 제어법, ‘무통식(無痛式)’을 전개했다. 뇌로 가는 고통의 감각을 분노의 의지로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 심장박동이 기이할 정도로 느려졌고, 전신의 감각이 서서히 무뎌졌다. 하지만 이것은 고통을 완전히 없애주는 마법이 아니었다. 단지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 댐을 쌓아 둑을 막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우우웅——”


태벽의 폐부에서 무거운 호흡이 흘러나왔다. 그는 번뜩 눈을 떴다. 그의 안광에는 오직 지옥에서 기어 올라가 가문의 검들을 모조리 부러뜨리겠다는 처절한 살기만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바위를 내리쳤다.


콰직——! 우드득!


제9갱도의 적막을 깨부수는, 소름 끼치는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정강이뼈가 산산조각 나며 주저앉는 기괴한 소리였다. 날카로운 흑철 바위의 모서리가 가죽을 찢고 들어가 정강이 중앙의 뼈대를 완전히 짓개겨 놓았다. 부러진 뼛조각들이 살가죽을 뚫고 나올 듯 기이한 각도로 뒤틀렸다.


“끄으으으윽……!”


무통식의 제어벽이 단숨에 붕괴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물리적 충격과 고통이 해일처럼 온몸의 신경망을 타고 뇌로 역류했다. 태벽은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입술을 이빨로 물어뜯었다. 입안 가득 비린 핏물이 고였고, 턱이 사정없이 덜덜 떨렸다. 눈앞이 하얗게 멀어지며 기절할 것 같은 암흑이 찾아왔지만, 그는 혀를 깨물며 억지로 의식을 붙잡았다.


지금 기절하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부러진 뼈 세포가 야수골의 체질에 의해 제멋대로 붙어버리면 평생 다리를 쓰는 불구자가 될 터였다. 골든타임은 지금이었다.


태벽은 떨리는 손으로 철골고 단지를 움켜쥐었다. 손가락 끝으로 검고 끈적이는 연고를 한 웅큼 퍼내어, 찢어지고 피가 솟구치는 오른쪽 정강이의 상처 틈새로 사정없이 밀어 넣었다. 손가락이 부러진 뼛조각 사이의 벌어진 틈새를 직접 헤집고 들어갔다.


“아아아아아악——!”


결국 참지 못한 비명이 목구멍 안쪽에서 억눌린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터져 나왔다.


철골고의 약효가 골수와 반응하는 순간의 고통은 뼈가 부러지는 고통의 수십 배에 달했다. 상처 구멍 속으로 끓어오르는 용융된 쇳물을 그대로 부어 넣는 듯한 지독한 화끈거림이었다. 검은 연고가 상처 내부의 피와 섞이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한 열독 발작이 일어났다. 태벽의 전신 피부가 순식간에 검붉게 타오르며 미친 듯이 발열하기 시작했다. 이마의 핏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고, 전신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견뎌야 한다.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면 나는 평생 노예의 사슬을 차고 흙바닥을 기어 다니다 죽을 뿐이다.’


그는 으스러진 다리를 움켜쥔 채 바닥을 뒹굴었다. 뼈마디 속에서 철독과 약재가 융합되며 우드득거리는 기괴한 재생의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야수골의 기이한 생명력이 철골고의 성분을 흡수하며 부러진 뼈의 균형을 억지로 맞추어 가고 있었다. 전신이 땀과 피, 그리고 검은 약재로 범벅이 되어 걸레짝처럼 변해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극심한 발열과 통증이 서서히 잦아들며 뼈마디가 굳어가는 둔탁한 감각이 찾아왔다. 정강이뼈가 이전보다 비정상적으로 두껍고 단단하게 굳어지는 기틀이 마련되는 순간이었다.


태벽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차가운 갱도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어둠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단단하게 빛나고 있었다. 첫 번째 골절을 이겨내고, 철골의 싹을 틔운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뚝. 뚝. 축축한 동굴 천장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이질적인 소리가 섞여 들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누군가 젖은 흙바닥을 밟으며 제9갱도 안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은밀한 발소리였다. 태벽의 전신이 일순간 팽팽하게 긴장했다. 현재 그의 오른쪽 다리는 부러진 채 겨우 약효로 버티고 있어 기동이 불가능한 최악의 무방비 상태였다. 어둠 속에서 낯선 그림자가 천천히 태벽이 누워 있는 공동을 향해 좁혀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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