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사냥개, 독사조의 집요한 추격
서산령의 거대한 흑철 성문이 무너지며 열린 자유의 길. 삼백 명의 노예들이 발목의 사슬을 깨부수며 흘린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삼림의 어둠을 가르고 들려온 기괴한 고주파의 나팔 소리가 계곡 전체를 사정없이 짓밟았다.
뿌우우우우우————!
그것은 짐승의 뼈를 깎아 만든 추격나팔 소리였다. 일반적인 군대의 나팔 소리와 달리, 고막을 찢을 듯 날카롭게 긁어대며 고주파의 진동을 유도하는 음산한 소리. 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해방의 희열에 젖어 함성을 지르던 삼백 명의 노예들이 일제히 얼어붙었다.
“이, 이 소리는…….”
칠성이 피떡이 된 등을 움켜쥔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삼림 경계선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부러진 곡괭이 자루가 미세하게 떨렸다.
“독사조(毒蛇組)다.”
태벽이 부러진 성문 잔해 위에서 백 근 무게의 대장간 망치를 고쳐 쥐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의 갈라진 쇳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최현도가 생전에 광산의 탈출자들을 전문적으로 사냥하기 위해 사전에 포섭해 두었다는 정예 추격 부대. 그들은 인간을 사냥감으로 여기며, 한 번 표적을 정하면 사지(死地) 끝까지 쫓아 숨통을 끊어놓는 잔혹한 살수들이었다.
스르릉, 툭.
태벽이 성문 잔해 아래로 발을 내디뎠다. 뼈 세포가 현철의 입자들과 융합되어 재생된 그의 신체는 이미 수백 근에 달하는 압도적인 질량을 지니고 있었다. 그 무거운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무너진 암반 조각들이 쩌적 소리를 내며 가루가 되었다.
태벽은 자신의 신체 상태를 빠르게 점검했다.
성문을 부수기 위해 전신 골격을 하나로 잠그는 철기돌(鐵器돌)을 시전했던 여파로 오른쪽 어깨 관절에 시큰한 아탈구 통증이 몰려오고 있었다. 게다가 한철천(寒鐵川)의 혹독한 냉독과 최현도가 남긴 화독의 잔재가 무릎 관절을 사정없이 찔러와 고질적인 만성 관절통이 다리를 무겁게 짓눌렀다. 오른손바닥은 단단한 흉터 가죽으로 재생되었으나, 방금 전 쇠사슬을 무리하게 휘두른 탓에 가죽 틈새로 붉은 피가 다시 배어 나와 사슬 고리를 적셨다.
하지만 태벽은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정신 제어법인 무통식(無痛式)이 그의 뇌로 가는 고통의 통로를 완벽히 차단하고 있었다. 마의 안감 속, 어깨뼈 부근에 새겨진 ‘노(奴)’ 자 낙인 흉터가 검붉은 빛을 발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것은 가문을 향한 복수심이자, 사냥개들을 모조리 찢어발기겠다는 야수 같은 투지의 발현이었다.
“용이, 칠성 형님. 노예들을 이끌고 삼림 우회로를 통해 후방의 독사 늪지(毒蛇 늪지) 방향으로 대피하시오.”
태벽이 차가운 안광을 삼림 속으로 던지며 명령했다.
“형님! 하지만 저놈들은 사냥개를 부리는 놈들입니다! 숲속에서 흩어지면 각개격파당할 뿐입니다!”
용이가 스승 철무진의 유품인 집게를 꽉 쥐며 소리쳤다.
“저놈들의 목표는 나요. 내가 직접 미끼가 되어 사냥개들의 후각과 살수들의 주의를 계곡 좁은 길목으로 유인하겠소. 숲의 빽빽한 나무줄기 사이에서는 대군이 움직이기 힘드니, 삼백 명의 노예들이 도망치기에는 우회로가 유일하오. 만수 영감, 노예들을 통솔해 주시오.”
등이 굽은 노련한 만수가 태벽의 의도를 즉각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벽 도련님의 판단이 옳소. 저놈들은 사냥개의 후각으로 우리를 쫓소. 도련님이 몸뚱이의 피비린내와 쇠사슬 소리로 적들을 유인하는 동안, 우리는 기척을 죽이고 늪지대를 돌아 도망쳐야 하오. 칠성, 어서 움직이세!”
칠성은 이빨을 악물었으나, 태벽의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서 만나자, 아우야. 만약 네놈이 잘못된다면 내 이 광산을 통째로 다시 불태워버릴 테니.”
삼백 명의 노예들이 만수와 칠성의 지휘 아래, 쳇가루 날리는 관문 터를 벗어나 삼림 우측의 은밀한 우회로로 빠르게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태벽은 홀로 삼림 경계선에 섰다. 빽빽하게 우거진 고목나무들이 만들어낸 짙은 어둠이 삼림 내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햇빛조차 가로막힌 원시림의 공기는 눅눅하고 음산한 흙 냄새와 피비린내로 가득 차 있었다.
스르릉, 쩔렁.
태벽이 양 주먹에 감긴 검붉은 ‘철기 패왕 사슬’을 거칠게 흔들었다. 쇠사슬이 부딪치는 차갑고 묵직한 마찰음이 고요한 숲속의 정적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그는 일부러 허벅지의 창 자상에서 흘러내린 피를 바닥에 뚝뚝 떨어뜨리며 삼림 중앙 통로로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수백 근에 달하는 몸무게 탓에 그가 밟는 낙엽과 썩은 나뭇가지들이 콰작, 콰작 비정상적으로 무겁게 으스러지는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삼림 깊은 곳에서 다시 한번 추격나팔 소리가 울렸다.
뿌우우우우우————!
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나팔 소리와 함께, 빽빽한 나무줄기 사이로 바스락거리는 기분 나쁜 마찰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나뭇잎 사이로 번뜩이는 수십 개의 시뻘건 안광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독사조가 풀어놓은 훈련된 살인 사냥개들이었다. 일반적인 사냥개보다 두 배는 거대한 체구에, 멧돼지 같은 가죽을 덧댄 기형적인 괴수들. 그들의 입가에서는 침과 함께 지독한 피비린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스스스스스—!
갑자기 사방의 수풀이 찢어지며, 거대한 사냥개 세 마리가 도망치던 노예 행렬의 가장 후방에 있던 어린 노예 소년을 향해 맹렬하게 돌격해 왔다. 사냥개들의 이빨이 붉은 안광 속에서 번뜩였다.
“도망쳐!”
용이가 소리쳤으나, 공포에 질린 소년은 발이 묶여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내 영역이다.”
태벽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그의 거대한 신형이 허공을 갈랐다. 무릎의 관절통으로 인해 기민한 신법은 쓸 수 없었으나, 그의 강철 뼈대가 뿜어내는 순수한 도약력은 대지를 폭발시키듯 무거웠다.
태벽은 몸을 던져 소년의 앞을 가로막았다. 돌격해 오던 사냥개의 아가리가 태벽의 허벅지를 향해 덮쳐왔다.
태벽은 피하지 않았다. 대신 왼팔을 내뻗었다. 주먹에 감겨 있던 검붉은 쇠사슬이 뱀처럼 풀려나가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사슬포박(사슬포박)!
지이이이잉—!
무서운 속도로 회전한 쇠사슬이 돌격하던 사냥개의 목덜미를 정밀하게 휘감아 얽어매었다. 태벽은 사슬을 움켜쥔 왼손에 엄청난 악력을 실어 그대로 뒤로 잡아당겼다.
“부서져라.”
태벽이 왼팔을 크게 휘두르며 사슬에 묶인 사냥개의 거구를 그대로 옆의 거대한 참나무 둥치를 향해 내팽개쳤다.
콰아아앙!
둔탁한 폭음과 함께 사냥개의 두개골과 척추가 나무 둥치에 부딪치며 형체도 없이 으스러졌다. 단 한 방의 타격에 거대한 맹수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피떡이 된 채 바닥으로 뎅구렁 떨어졌다.
그 사이, 장도(張刀)가 벌목도를 치켜들고 다른 사냥개의 목을 베기 위해 도세를 전개했다. 야전도결(野戰刀訣)의 날카로운 호를 그리며 칼날이 내리뻗었다.
그러나 이곳은 빽빽한 고목들이 늘어선 원시림이었다. 사방으로 뻗어 나온 억센 나뭇가지들과 덩굴들이 장도의 벌목도 날을 사정없이 휘감아 가로막았다.
쩌적!
“Damn 그것이……!”
장도의 칼날이 두꺼운 나무줄기에 걸려 일시적으로 멈춘 순간, 영악한 사냥개 한 마리가 그의 허점을 노리고 목덜미를 향해 사납게 날아올랐다. 장도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비켜라!”
태벽이 장도의 멱살을 잡아 뒤로 던져버림과 동시에, 자신의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사냥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태벽의 어깨 가죽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살가죽이 찢어지며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사냥개의 이빨은 태벽의 강철 같은 어깨뼈에 닿는 순간 깡! 하는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더 이상 파고들지 못했다. 철골조성을 완성한 그의 뼈대는 짐승의 악력 따위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무쇠 그 자체였다.
태벽은 무통식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사냥개의 머리통을 정면으로 움켜잡았다.
철포악(鐵骨惡)!
지이이잉—!
손가락 뼈마디가 미세하게 공명하며 가공할 아귀힘을 방출했다. 태벽의 손가락들이 사냥개의 단단한 두개골을 파고들어가 쩌적 소리를 내며 으스러뜨렸다. 사냥개가 단 한 마디의 단말마와 함께 뇌수가 터진 채 바닥으로 늘어졌다.
바로 그 순간, 숲속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살기가 폭발했다.
나뭇잎 사이로 소리 없이 은신해 있던 독사조의 정예 살수들이 태벽의 허점을 노리고 일제히 기습을 감행한 것이다.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독기를 품은 수십 자루의 독침(毒針)과 날카로운 비수들이 태벽의 안면과 심장을 향해 빗발치듯 쏘아져 들어왔다.
피싱! 핏! 피싱!
“태벽아, 위험해!”
뒤에서 칠성이 소리쳤다.
태벽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양팔을 교차하여 자신의 가슴과 심장 부위를 가로막았다. 외가 방어 기예, 폐골갑(閉骨甲)이었다. 동시에 그의 가슴을 보호하고 있던 투박한 철골 흉갑(鐵骨 胸甲)이 어둠 속에서 푸른 자력 공명을 일으켰다.
깡! 카강! 깡!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금속 파열음이 숲속을 가득 메웠다. 살수들이 날린 독침과 비수들이 태벽의 철골 흉갑과 강철 같은 팔뚝 뼈에 부딪쳐 마디마디가 뒤틀리고 부러진 채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단 한 자루의 암기도 그의 철벽 같은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그러나 기습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삼림 좌측과 우측의 넓은 공터 너머로, 독사조 조장(독사조 조장)이 이끄는 기마대 무리가 덩굴을 헤치며 나타났다. 늑대 가죽을 두르고 가죽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조장은 기마의 기동성을 활용해 태벽 일행의 퇴로를 차단하며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천한 노예 놈이 최현도 나리를 죽이고 성문까지 부쉈다더니, 과연 기괴한 뼈다귀를 지녔구나.”
독사조 조장이 늑대 가죽 아래로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추격나팔을 다시 한번 길게 불었다.
뿌우우우우우————!
나팔 소리와 함께, 숲속의 어둠이 더욱 짙어지는 듯한 기괴한 이명이 태벽의 귓가를 사정없이 때렸다. 사냥개들의 굶주린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포위하듯 좁혀왔다.
그 혼란한 어둠 속에서, 소리도 기척도 없는 치명적인 일격이 날아들었다.
쉭—!
극도로 얇고 날카로운 독침 한 자루와 pitch-black 단검이 태벽의 방어망 틈새를 비껴가며, 경비를 서던 칠성의 오른쪽 어깨 가죽을 정면으로 스쳐 지나갔다.
“으윽……!”
칠성이 짧은 신음과 함께 뒤로 주춤거렸다. 그의 어깨 상처 부위가 순식간에 검붉게 변하며, 지독한 마비 독소가 그의 전신 혈맥을 타고 스며들기 시작했다. 칠성의 안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하며 무릎을 꿇으려 했다.
어둠 속에서 사냥개들의 시뻘건 안광이 칠성의 목덜미를 향해 일제히 좁혀오기 시작했다. 태벽은 스승의 백 근 망치를 치켜세우며, 검붉게 타오르는 안광으로 삼림의 짙은 암흑을 사정없이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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