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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을 부수고, 성문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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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식어버린 손은 대장간의 꺼져가는 화로만큼이나 차가웠다.


강태벽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오른손에는 철무진이 평생 쇠를 두드리며 한을 불어넣었던 백 근 무게의 대장간 망치가 쥐여 있었다. 망치를 움켜쥔 손가락 뼈마디가 삐걱거리며 무거운 마찰음을 냈다.


그 순간, 태벽의 품속 깊은 곳, 마의 안감에 숨겨둔 기이한 흑강 철편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철편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한 자력이 대장간 망치의 무쇠 성분, 그리고 태벽의 뼈 속에 녹아든 현철의 기운과 만나며 눈이 시릴 정도의 푸른 공명을 일으켰다. 태벽의 감겨진 안광 사이로 푸르스름한 안광이 미세하게 뿜어져 나왔다.


단전이 파괴되어 단 한 모금의 내공도 쓸 수 없는 육체였지만, 뼈와 무쇠가 공명하며 만들어내는 물리적인 자력의 힘은 태벽의 전신 골격을 쐐기처럼 단단하게 묶어 세웠다.


“태벽 형…….”


옆에서 오열하던 용이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태벽을 올려다보았다. 태벽은 말없이 스승의 시신을 대장간 안쪽, 가장 깊고 조용한 모루 뒤편에 눕혔다. 그리고 어깨에 백 근의 무쇠 망치를 짊어졌다. 망치의 무게가 그의 뼈대를 짓눌렀지만, 철골조성(鐵骨造成)을 완성한 태벽의 척추는 단 일 푼의 흔들림도 없이 그 무게를 지탱해 냈다.


“용이 너는 여기 남아라. 곧 이곳은 피바람이 불 터이니.”


“아닙니다, 형! 저도 가겠습니다. 스승님의 복수를…… 저 위선적인 놈들의 칼날을 부러뜨리는 것을 제 눈으로 봐야겠습니다!”


우직한 젊은 대장장이의 눈에 서린 결연함에 태벽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벽은 대장간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대지가 쿵, 쿵 무겁게 울렸다. 뼈 세포가 현철의 미세한 입자들과 결합하여 재생된 탓에 그의 몸무게는 이미 일반 성인의 수 배에 달하는 수백 근의 질량을 지니고 있었다. 어깨에 새겨진 ‘노(奴)’ 자 낙인 흉터가 그의 끓어오르는 복수심에 반응하듯 검붉은 빛을 발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철천의 혹독한 냉독과 최현도가 남긴 화독의 잔재가 무릎 관절을 사정없이 찔러와 만성 관절통이 도졌지만, 태벽은 무통식(無痛式)으로 그 고통을 이성 아래로 억눌렀다.


대장간 뒤편의 숲을 빠져나오자, 칠성과 만수가 이끄는 삼백 명의 노예 군단이 흑철 곡괭이와 쇠사슬을 쥔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죽음을 각오한 투지가 일렁이고 있었다.


“태벽아!”


칠성이 거구의 몸을 이끌고 다가와 태벽의 어깨를 꽉 잡았다.


“가열의 잔당들이 마지막 출구인 서산령 관문을 걸어 잠갔다. 그곳만 돌파하면…… 마침내 이 지옥 같은 광산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낼 수 있다.”


“가자. 오늘, 우리를 묶었던 저 문을 부수고 나간다.”


태벽의 차갑고 서늘한 명령과 함께, 삼백 명의 노예들이 거대한 해일처럼 서산령 관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서산령 관문(西山嶺 關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이에 거대한 흑철 보강 성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성벽 위에는 패퇴하여 피투성이가 된 경비대장 가열과 그의 광산 경비대 잔당 수십 명이 이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시퍼런 화살촉이 달린 대형 노궁(弩弓)과 조총이 쥐여 있었다.


“이 천한 노예 놈들! 감히 반란을 일으키고도 살아 돌아갈 줄 알았더냐!”


성벽 위에서 가열이 광기 어린 목소리로 포효했다.


“최현도 나리께서 도성에 지원을 요청하셨다! 청엽검종의 검사들이 당도하기 전에 네놈들의 목을 모조리 베어 성벽에 걸어두겠다! 쏘아라!”


가열의 명령과 함께, 성벽 위에서 수십 자루의 대형 노궁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피싱! 핏! 피싱!


공기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날카로운 철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단숨에 고슴도치가 되어 즉사할 가공할 포화였다. 뒤따르던 노예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려 했다.


“내 뒤로 물러서라!”


태벽이 포효하며 선봉으로 나섰다. 그는 어깨에 매고 있던 대장간 망치를 바닥에 내려놓고, 양 손목과 주먹에 감긴 ‘철기 패왕 사슬’을 팽팽하게 당겨 쥐었다.


태벽은 허리를 축으로 전신 골격을 폭발적으로 회전시키며 주먹을 휘둘렀다.


지이이이잉—!


검붉은 쇠사슬이 허공에서 거대한 원을 그리며 무서운 속도로 회전했다. 쇠사슬이 만들어낸 철벽의 방어막이 날아오는 철화살들을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깡! 깡! 카강!


귀를 찢을 듯한 금속성 파열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쇠사슬의 압도적인 질량과 회전력에 부딪친 철화살들이 마디마디가 꺾이고 구겨진 채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단 한 발의 화살도 태벽의 철벽을 뚫지 못했다.


“조총 사수들은 무엇을 하느냐! 화약을 아끼지 말고 저 괴물 놈을 날려버려라!”


가열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성벽 위에서 사병들이 조총의 방화쇠를 당겼다.


쿠우웅! 쾅!


자욱한 화약 연기와 함께 불꽃을 품은 탄환들이 태벽의 가슴과 어깨를 향해 쏘아져 들어왔다. 태벽은 피하지 않았다. 수백 근에 달하는 그의 신체는 회피보다 정면 돌파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태벽은 양팔을 교차하여 가슴을 가로막았다. 외가 방어 기예, 폐골갑(閉骨甲)이었다.


요골과 척골이 기이한 마찰음을 내며 단단하게 맞물렸다. 철골조성을 완성한 그의 뼈대는 이미 제국의 흑강 방패보다 견고했다.


퍼어억! 퍽!


탄환들이 태벽의 팔뚝과 가슴에 직격했다. 살가죽이 찢어지며 시뻘건 피가 튀었지만, 탄환들은 그의 강철 같은 골격을 뚫지 못하고 찌그러진 채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무통식 상태의 태벽은 단 일 보의 멈춤도 없이 묵묵히 성문을 향해 전진했다. 그 거인 같은 기상에 성벽 위의 사병들이 공포에 질려 뒤로 주춤거렸다.


“이, 이게 무슨 괴물이란 말이냐……! 내공도 없는 놈이 조총 탄환을 맨몸으로 막아내다니!”


가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 사이, 거구의 칠성이 흑철 곡괭이를 치켜들고 성문의 거대한 자물쇠를 향해 돌진했다.


“내가 이 문을 부수겠다!”


칠성이 온 힘을 다해 곡괭이로 성문의 무쇠 빗장을 내리쳤다.


깡————!


그러나 굉음과 함께 곡괭이 자루가 쩌적 갈라지며 부러져 나갔고, 칠성의 거구는 반동에 밀려 뒤로 자빠졌다. 성문의 두꺼운 흑철 보강재에는 단 한 줄기의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안 된다! 너무 단단해! 이건 인간의 힘으로 부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칠성이 부러진 곡괭이를 바라보며 절망적으로 외쳤다. 삼백 명의 노예들의 얼굴에 다시 한번 짙은 절망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성문 위에서는 가열의 사병들이 다시 노궁의 시위를 당기며 비열하게 웃고 있었다.


태벽이 성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의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대지가 쿵, 쿵 흔들렸다.


태벽은 손목의 사슬을 고쳐 감으며 성문의 거대한 흑철 지지대를 바라보았다. 그의 품속에 보관된 흑강 철편이 그의 강철 뼈마디와 함께 맹렬하게 진동하며 푸른 안광을 발산했다. 스승 철무진의 유언이 그의 귓가를 때렸다.


‘사슬을 끊고…… 천하로 나아가라…….’


태벽은 전신의 관절과 뼈마디를 하나로 잠그기 시작했다. 어깨부터 갈비뼈, 척추에서 골반,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이어지는 모든 강철 골격을 단 일 푼의 유격도 없는 하나의 단단한 쐐기처럼 일체화시켰다.


외가 신법이자 돌격 파괴기, 철기돌(鐵器鐵)이었다.


“우우웅——”


태벽의 폐부에서 용광로의 풀무질 같은 무거운 호흡이 흘러나왔다. 그의 전신 피부 아래 새겨진 강철 무늬가 검붉은 빛을 발하며 요동쳤다. 수백 근에 달하는 그의 신체 질량 전체가 하나의 파괴적인 에너지가 되어 응축되었다.


“부서져라.”


태벽이 대지를 박찼다.


콰구구구국!


그가 디딘 바닥의 석판들이 사정없이 깨져나가며 흙먼지가 폭발하듯 비산했다. 태벽의 거대한 신형이 마치 지옥에서 쏘아 올려진 무쇠 포탄처럼 성문을 향해 직선으로 돌진했다.


성벽 위의 가열이 경악하여 소리쳤다.


“막아라! 쏴라! 저놈을 멈춰라!”


그러나 이미 늦었다. 태벽의 신형은 화살과 탄환의 폭풍을 정면으로 뚫고, 오직 물리적인 질량과 속도의 극의를 실은 채 성문의 중앙 빗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태벽이 오른쪽 어깨와 주먹을 앞으로 내밀며 성문의 흑철 지지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서산령 계곡 전체를 뒤흔드는 파멸적인 폭음이 일어났다.


충격파가 연무장과 절벽 사방을 뒤흔들며 거대한 먼지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성문을 지탱하던 양쪽 절벽의 암반들이 쩌적 쪼개지며 거대한 돌더미들이 무너져 내렸다.


그 압도적인 질량의 충격력 앞에, 십 인치 두께의 거대한 흑철 성문 빗장이 비명을 지르며 뒤틀렸고, 이내 쩌억 갈라지며 공중으로 날아갔다. 굳게 닫혀 있던 두꺼운 흑철 성문이 정면으로 뜯겨 나가며 먼지 구름 속에서 무참히 붕괴했다.


성문이 가루가 되며 무너져 내렸다.


자욱한 흙먼지 너머로, 수년간 그들을 가로막고 있던 지옥의 장벽이 사라지고 푸른 대지와 눈부신 아침 햇살이 성문 터를 가득 메우며 쏟아져 들어왔다.


“성문이…… 성문이 열렸다!”


칠성이 먼지투성이가 된 얼굴로 성문 터를 바라보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삼백 명의 노예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바닥에 구르는 곡괭이와 망치를 들어 자신들의 발목을 수년간 구속하고 있던 녹슨 쇠사슬을 스스로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챙강! 챙! 챙강!


쇠사슬이 끊어지는 청명한 소리가 서산령 계곡을 가득 메웠다. 그것은 지옥 같은 착취의 종말이자, 진정한 사슬 해방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노예들은 눈물을 흘리며 자유의 대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태벽은 부러진 성문의 잔해 위에 굳건히 서서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무리한 철기돌 시전의 여파로 그의 오른쪽 어깨 관절에 극심한 충격 피로가 몰려왔고,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맑게 빛나고 있었다.


마침내 서산령의 지옥이 무너졌다.


태벽이 스승의 무거운 망치를 다시 치켜들고 자유의 대지로 첫발을 내딛으려던 바로 그 순간.


서산령을 둘러싼 울창하고 어두운 외곽 삼림 깊은 곳에서, 기괴하고 음산한 고주파의 나팔 소리가 계곡 전체를 타고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뿌우우우우우————!


그것은 사냥감의 숨통을 끊기 전, 사냥꾼들이 불어대는 뼈 나팔 소리였다. 동시에 빽빽한 나무줄기 사이로 수십 마리 맹수들의 굶주린 안광과 함께, 음산한 살기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아서기 시작하는데.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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