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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새끼의 도주, 무너지는 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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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도의 가슴뼈를 함몰시키고 그 악독한 심장을 격살한 주먹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연무장 바닥은 지배자의 죽음과 함께 완벽한 혼돈에 휩싸였다. 사방으로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는 경비 사병들의 비명과, 마침내 사슬을 풀고 해방의 함성을 지르는 노예들의 울부짖음이 뒤섞여 허공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강태벽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연무장 단상 뒤편, 절벽 위에 웅장하게 솟아오른 최현도의 저택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체내에 침투한 최현도의 화독(火毒) 내공이 한철천의 냉기와 격돌하며 그의 갈비뼈와 척추 사이에서 기이한 발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몸속이 용광로처럼 뜨거워졌다가도, 순간적으로 얼음 구덩이에 처박힌 듯 오한이 돋았다. 뼈마디가 시려오는 만성 관절통이 허벅지의 자상과 겹쳐 다리를 무겁게 짓눌렀지만, 태벽은 정신 제어법인 무통식(無痛式)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그 모든 감각을 지워버렸다.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사냥감을 향한 집요한 살기뿐이었다.


“태벽아!”


단상 위에서 결박을 풀고 내려온 칠성이 거구의 몸을 이끌고 태벽의 뒤를 따랐다. 그의 손에는 연무장 바닥에 버려져 있던 묵직한 흑철 곤봉이 쥐여 있었다.


“저택 안으로 숨어든 놈이 있다. 최현도의 책사, 임 서생이다.”


태벽의 갈라진 쇳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 쥐새끼가 제9갱도를 폭파해 우리 동료들을 생매장했다. 그놈의 뼈를 가루로 만들기 전에는 이 광산을 떠날 수 없다.”


그때 저택 정문 모퉁이에서 날랜 신형 하나가 소리 없이 다가왔다.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길고 날랜 사내, 철골동맹의 정찰 조장 삼식이었다. 삼식은 허리를 숙인 채 태벽에게 다급히 속삭였다.


“태벽 형! 임 서생 그 간사한 놈이 저택 안방 침대 밑 비밀 통로를 열고 지하로 내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놈의 품에 묵직한 가죽 장부와 주머니들이 가득했습니다. 분명 최현도의 비밀 금고인 ‘천금밀고(千金密고)’로 향한 것입니다!”


“길을 안내해라.”


태벽의 짧은 명령과 함께, 세 사람은 최현도의 저택 안으로 거침없이 들이닥쳤다.


화려한 비단 장막과 옥으로 치장된 저택 내부는 주인을 잃고 휑하니 비어 있었다. 삼식의 안내에 따라 침실로 들어선 태벽은 거대한 목조 침대를 한 손으로 밀쳐냈다. 수백 근에 달하는 침대가 태벽의 무식한 완력 앞에 굉음을 내며 벽면으로 처박혔다. 침대가 있던 자리 아래에는 어두컴컴한 지하 계단과 굳게 닫힌 흑철 문이 드러나 있었다.


“이 아래가 천금밀고입니다. 최현도가 평생 모은 은자와 가문의 비방들이 보관된 곳이지요.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형. 임 서생 그놈은 기관 장치를 다루는 데 귀신같은 놈입니다.”


삼식의 경고에도 태벽의 발걸음은 망설임이 없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강철처럼 무거워진 그의 신체가 지하 계단을 쿵, 쿵 흔들었다.


어둡고 축축한 지하 통로를 따라 내려가자, 마침내 세 겹의 거대한 흑철 빗장으로 굳게 잠긴 비밀 금고의 문이 나타났다. 문 너머에서는 무언가를 황급히 쓸어 담는 거친 숨소리와 금전이 부딪치는 쇳소리가 미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임 서생이었다.


“삼식, 문을 열어라.”


삼식이 품 안에서 만능 쇠철사 핀을 꺼내 들고 흑철 문의 자물쇠 구멍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긴 손가락이 기괴하게 움직이며 자물쇠 내부의 톱니를 건드렸다.


틱, 티딕.


“열렸습니다!”


삼식이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젖히는 찰나, 태벽의 안광이 번뜩였다.


“물러서라!”


태벽이 삼식의 어깨를 잡아 뒤로 거칠게 낚아챘다. 그와 동시에 흑철 문 틈새에서 기이한 기계음이 울렸다.


타타타타탕—!


금고 내부 문턱에 장치되어 있던 독침 사출기가 가동되며, 어둠 속에서 푸른 독을 바른 수십 자루의 예리한 비침(飛針)들이 폭풍처럼 쏟아져 나왔다.


삼식이 뒤로 넘어지며 간신히 화를 피했으나, 미처 피하지 못한 그의 오른손 손가락 끝이 튀어 나간 바늘 끝에 살짝 긁혀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윽!”


삼식이 신음을 삼키는 사이, 쏟아지는 독침 무리의 정면을 막아선 것은 태벽이었다.


태벽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가슴에 엮어 만든 투박한 ‘철골 흉갑(鐵骨 胸甲)’을 앞으로 내밀며 양팔을 교차해 얼굴을 가렸다. 외가 방어 기예, 폐골갑(閉骨甲)이었다.


깡! 깡! 까가가강—!


푸른 독침들이 태벽의 철골 흉갑과 강철 같은 팔뚝 뼈에 부딪쳐 불꽃을 튕기며 무참히 꺾여 나갔다. 뼈 속에 융합된 만년현철의 경도가 독침의 물리적인 침투력을 완벽하게 차단한 것이다. 독액이 그의 피부에 닿았으나, 이미 쇳가루와 비약으로 다져진 강철 피부는 독소를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흘려보냈다.


어둠 속에서 독침을 튕겨내며 묵묵히 걸어 들어오는 태벽의 실루엣은, 인간이 아닌 거대한 무쇠 괴물의 형상과도 같았다.


“히, 이익! 괴물 같은 놈! 분명 생매장당해 죽었을 놈이 어찌……!”


금고 최심부, 은상자 뒤에 숨어 있던 임 서생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그의 하얗게 분을 바른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고, 염소수염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임 서생은 황급히 바닥에 설치된 또 다른 구리 스위치를 밟았다.


쿠구구구! 쾅!


태벽의 머리 위 천장이 갈라지며, 족히 오백 근은 됨 직한 거대한 낙석 바위가 그의 머리 위로 수직 낙하했다. 비밀 금고를 설계할 때 침입자를 압사시키기 위해 장치해 둔 최후의 기관이었다.


“태벽아! 피해라!”


뒤에서 칠성이 경악하여 외쳤다.


하지만 태벽은 굳건히 서 있었다. 다리의 관절통과 화독의 열기로 인해 기민하게 피할 수 없다면, 오직 자신의 단단한 뼈대로 그 무게를 깨부수면 그만이었다.


태벽은 오른발로 지하 석판 바닥을 강하게 디뎠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바닥이 한 자 깊이로 꺼지며 고정되었다. 그는 전신 골격을 일체화하여 쐐기처럼 단단하게 잠그는 신법, 철기돌(鐵器突)의 기예를 전개했다.


태벽은 양손의 쇠사슬을 주먹에 꽉 쥐며,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거대한 낙석을 향해 정면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기초 타격기 철기타(鐵器打)에 뼈의 탄성을 실은 단골경(斷骨勁)의 충격파가 더해졌다.


‘우드득, 콰아아앙—!’


용광로가 터지는 듯한 폭음이 밀실을 흔들었다.


태벽의 무쇠 주먹이 낙하하던 오백 근의 바위 중앙을 정면으로 관통했다. 주먹이 닿는 순간 폭발한 단골경의 진동 충격파가 바위 내부의 결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거대한 낙석 바위는 태벽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수천 개의 돌가루와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자욱한 돌가루 먼지 속에서, 태벽의 검붉은 흑빛 안광이 임 서생의 심장을 꿰뚫을 듯 번뜩였다.


“이, 이게 무슨…… 주먹 하나로 바위를 깨부순단 말이냐……!”


임 서생은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 그는 소매 속에 숨겨둔 비장의 무기인 독침 사출기를 치켜들려 했다.


그러나 태벽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태벽은 몸무게의 질량을 실어 한 걸음에 단상을 뛰어넘었다. 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임 서생의 눈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끄악!”


태벽은 왼손을 뻗어 임 서생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을 향해 사정없이 메쳐버렸다.


쿵—!


지하 금고의 석판 바닥이 갈라지며 임 서생의 입에서 한 바가지의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척추뼈가 비명을 지르며 어긋나는 소리가 밀실에 울렸다. 임 서생은 품에 안고 있던 금고의 가죽 장부와 은자 주머니들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고통에 겨워 허우적거렸다.


태벽은 임 서생의 가슴 위에 무거운 발을 올려놓았다. 수백 근에 달하는 강철 골격의 무게가 가슴을 짓누르자, 임 서생은 숨을 쉬지 못하고 컥컥거렸다.


“임 서생.”


태벽의 목소리는 지하 깊은 곳의 냉천수보다 더 차가웠다.


“네놈이 제9갱도를 폭파했을 때, 그 안에서 죽어간 내 동료 노예들의 비명 소리를 들었느냐. 무너지는 돌더미 속에서 뼈가 으스러지며 죽어간 이들의 원혼이 지금 내 주먹에 깃들어 있다.”


“사, 살려다오……! 내가 한 것이 아니다! 모두 최현도 나리가 시킨 일이다! 내게는 돈이 있다! 이 금고 안의 은자를 모두 너에게 주마! 그러니 목숨만은……!”


임 서생은 창백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구걸했다. 그러나 그의 오른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소매 안쪽의 독침 사출기 끈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마지막 기습을 노리는 쥐새끼의 졸렬한 발악이었다.


태벽은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눈에 냉혹한 살기가 스쳤다.


“더러운 손버릇이군.”


태벽은 오른손을 뻗어 임 서생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 뼈마디를 정면으로 움켜쥐었다. 직접 처단기, 골쇄수(骨碎手)의 기예가 가동되었다.


지이이잉!


태벽의 손가락 뼈마디가 공명하며 가공할 아귀힘을 뿜어냈다.


“아, 아악! 아아아악!”


소름 끼치는 뼈 파열음과 함께, 임 서생의 오른손가락 다섯 마디 전체가 연쇄적으로 으스러지며 진흙처럼 뭉개졌다. 소매 속에 숨겨져 있던 구리 독침 사출기가 찌그러져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태벽의 단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임 서생의 양 무릎 관절을 차례로 움켜쥐었다.


콰직! 콰드득!


“아아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가—!”


임 서생의 비명 소리가 천금밀고의 흑철 벽면에 부딪쳐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그의 단단했던 무릎뼈가 태벽의 무식한 골쇄수 아래에서 가루가 되어 으스러졌다. 사지 관절이 완전히 파괴되어 영구적인 불구가 된 책사는, 이제 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기어 다닐 수밖에 없는 처참한 몰골로 전락했다.


갱도 붕괴 사고로 죽어간 수많은 노예 동료들의 원혼을 향한, 처절하고 정직한 물리적 단죄였다.


임 서생은 전신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거품을 물며 바닥에 쓰러져 덜덜 떨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책사로서의 음흉한 지략도, 비열한 미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눈앞의 무쇠 거인을 향한 극도의 공포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태벽은 피 묻은 손을 마의 자락에 대충 문질러 닦았다.


그 비명 소리를 뒤로한 채, 삼식은 금고 구석에 놓여 있던 최현도의 철제 상자들을 조심스럽게 수색하기 시작했다. 자물쇠 해제의 달인답게, 삼식의 긴 손가락이 상자의 비밀 홈을 정밀하게 더듬었다.


달칵.


상자의 이중 바닥이 열리며 기이한 마찰음이 들렸다. 삼식은 그 안쪽 비밀 Compartment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태벽 형! 이것을 보십시오!”


삼식이 상자 깊숙한 곳에서 꺼내 올린 것은 두 가지 물건이었다.


하나는 일반적인 철기보다 수십 배는 더 무겁고, 검붉은 빛을 은은하게 발산하는 기이한 흑강 철편(黑鋼 鐵片) 조각이었다. 철편을 쥐는 것만으로도 태벽의 뼈 속에 주입된 만년현철 맥의 기운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강렬한 자력 공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교하게 깎인 백옥의 표면에 푸른 잎사귀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청엽검종 가문의 비밀 인장(가문의 비밀 인장)이었다.


삼식은 그 두 보물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태벽에게 내밀었다.


태벽은 백옥 인장 표면에 새겨진 푸른 잎사귀 문양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자신을 짐승처럼 멸시하고 단전을 폐해 이 지옥 같은 광산으로 팔아넘겼던 가주 강무현과 청엽검종의 상징.


그 차가운 인장을 손에 쥐는 순간, 태벽의 어깨에 새겨진 ‘노(奴)’ 자 낙인 흉터가 검붉은 빛을 발하며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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