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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의 역습, 탐욕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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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덜미가 조여오는 극심한 압박 속에서도, 태벽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컥…… 끄으윽……”


목가죽을 파고드는 흑철 채찍의 무쇠 가시들이 살을 찢고 경추를 압착해 들어왔다. 일류 고수의 화독(火毒) 내공이 채찍의 철선(鐵線)을 타고 태벽의 목덜미 뼈 속 깊은 곳으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뜨거운 불길이 혈관을 태우고 골수를 녹여버릴 듯 요동치는 격통. 일반적인 외공 무인이라면 목뼈가 수수깡처럼 부러지거나, 내공의 열기에 장기가 타들어 가 즉사했을 터였다.


하지만 태벽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이빨을 악물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정신 제어법인 무통식(無痛式)이 한계까지 가동되며 뇌로 향하는 고통의 감각을 강제로 차단하고 있었다.


‘우드득, 우두두둑!’


태벽의 목덜미 피부 아래에서 기이한 뼈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외가 방어 심법, 폐골결(閉骨結)이었다. 철골조성(鐵骨造成)을 거치며 무쇠처럼 단단하게 압축된 그의 경추 뼈마디들이 톱니바퀴처럼 톱니를 맞물리며 하나의 거대한 강철 빗장으로 변모했다. 뼈와 뼈가 완벽히 결착하여 최현도가 가하는 으스러뜨리는 압박을 물리적으로 지탱해 냈다.


“이, 이놈이……! 목이 어찌 이리 단단하단 말이냐!”


최현도가 경악에 찬 비명을 지르며 채찍 손잡이를 쥔 양손에 더욱 공력을 쏟아부었다. 푸르스름한 화독의 불꽃이 채찍을 타고 태벽의 목덜미를 더욱 강하게 휘감았다.


치이이이익!


태벽의 목덜미에서 자욱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전신 골격에 침투해 있던 한철천(寒鐵川)의 매서운 냉독과 최현도의 일류 화독이 그의 목뼈 안쪽에서 정면으로 충돌한 탓이었다. 극과 극의 온도가 뼈 속에서 격돌하며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려는 순간, 태벽은 온몸의 몸무게를 지면에 실었다. 수백 근에 달하는 강철 골격의 무게가 연무장 바닥을 짓눌렀다.


쾅!


태벽의 두 발이 석판 바닥을 뚫고 한 자 깊이로 박혔다. 흔들림 없는 완벽한 지지대. 다리뼈의 만성 관절통으로 인한 미세한 떨림조차 지면의 반동력으로 흡수해 버린 태벽이 마침내 움직였다.


“최현도. 네놈의 탐욕도, 그 채찍도 오늘이 끝이다.”


태벽의 갈라진 쇳소리가 연무장을 차갑게 얼려버렸다.


태벽은 양손을 번개처럼 치켜올렸다. 그의 주먹과 손목에는 피와 쇳가루로 얼룩진 검붉은 ‘철기 패왕 사슬’이 칭칭 감겨 있었다. 태벽은 허리를 축으로 전신 골격을 강하게 회전시켰다. 내공 한 모금 없는 순수한 육체의 회전력이 만드는 가공할 원심력이 주먹 사슬을 타고 폭발했다.


쉬이이이잉—!


태벽이 손목을 가볍게 비틀자, 주먹에 감겨 있던 흑철 쇠사슬의 끝자락이 뱀처럼 치솟으며 사납게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사슬은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태벽의 목덜미를 감고 있던 최현도의 흑철 채찍 줄을 정밀하게 휘감아 얽어매었다. 사슬의 거친 고리들이 채찍의 쇠가시들과 맞물리며 쩍쩍 소리를 냈다.


“무, 무슨 짓이냐!”


최현도가 당황하여 채찍을 회수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태벽의 주먹 사슬과 최현도의 흑철 채찍이 허공에서 타이트하게 결착되어 하나의 쇠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태벽은 왼손으로 사슬을 꽉 잡아당겨 채찍의 텐션을 고정했다. 그리고 오른손을 뻗어 결착된 채찍의 마디를 움켜쥐었다. 악력 단련법, 철포악(鐵骨惡)의 기예가 시동되는 순간이었다.


오른손바닥 가죽이 찢어져 허연 손가락 뼈가 비쳐 보이던 상처는 야수골의 생명력과 담금질을 거치며 검붉은 흉터 가죽으로 단단하게 재생되어 있었다. 태벽은 그 무쇠 같은 손가락으로 흑철 채찍의 단단한 마디를 정면으로 움켜잡았다.


지이이잉!


태벽의 손가락 뼈마디가 미세하게 공명하며 가공할 악력을 뿜어냈다. 뼈 속에 융합된 현철의 경도가 최현도가 자랑하는 가문 하사의 보검보다 더 무겁고 단단하게 찌그러뜨리는 힘으로 변모했다.


쩍! 쩌저적!


“아, 안 된다! 내 채찍이……!”


최현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일류 내공의 방어막이 씌워진 흑철 채찍의 마디마디가, 태벽의 무식한 손아귀 힘 앞에 맥없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쇠가 부서지고 강철 마디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연무장 전체에 소름 끼치도록 울려 퍼졌다.


콰드득! 쾅!


마침내 최현도의 흑철 채찍이 버티지 못하고 수십 개의 고철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채찍에 실려 있던 최현도의 푸른 내공 기운이 허공에서 허무하게 비산하여 사라졌다. 무기를 잃은 최현도는 그 반동으로 비틀거리며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섰다.


“컥! 끄으으……”


최현도는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채찍 손잡이만 덜렁 남은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가문에서 하사받은 최고의 병기가, 내공 한 줌 없는 노예 놈의 맨손 악력에 형체도 없이 박살 난 것이다. 공포가 최현도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 단상 너머 저택 방향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발목은 이미 움직이지 않았다.


태벽이 채찍을 으스러뜨리는 동시에, 왼손의 쇠사슬을 채찍처럼 내뻗어 최현도의 발목을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던 것이다. 사슬포박(사슬포박)의 기예였다.


“어디를 가려는 거냐, 최현도.”


태벽이 사슬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수백 근의 무게를 지닌 태벽의 완력이 사슬을 타고 전도되자, 최현도의 거구는 낙엽처럼 끌려와 연무장 바닥에 처박혔다.


쿵!


“끄학!”


최현도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의 먼지를 뒤집어썼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최현도는 아들을 잃은 분노와 생존 본능을 쥐어짜며 마지막 발악을 시도했다. 그는 바닥을 짚고 일어나며 전신의 내공을 오른주먹에 집중시켰다. 이류 극성, 일류의 타격력에 필적하는 화독의 붉은 기운이 그의 주먹 위로 화염처럼 타올랐다.


“이 괴물 놈! 죽어라—!”


최현도가 절규하며 태벽의 가슴을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그의 주먹 끝에서 화염성 내경(內勁)이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태벽은 피하지 않았다. 도망칠 길을 잃은 사냥감의 마지막 발악을, 그는 오직 자신의 단단한 뼈대로 짓밟아버리기로 결심했다.


태벽은 오른발로 대지를 강하게 디뎠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연무장 석판이 사방으로 쪼개지며 가루가 되었다. 대지를 디딘 다리뼈의 반동력이 그의 척추를 거쳐 오른어깨로 고스란히 전도되었다.


태벽은 주먹에 감긴 사슬을 꽉 쥐며 정권을 내질렀다. 기초 타격기, 철기타(鐵器打)였다. 동시에 그의 뼈마디 속에서 압축되어 있던 탄성이 폭발하듯 방출되는 내경 파괴기, 단골경(斷骨勁)이 발동되었다.


‘우드득, 쩌어어엉—!’


태벽의 팔뼈 전체가 활시위처럼 수축했다가 순간적으로 팽창하며 물리적인 충격파를 배가시켰다. 내공의 화려함은 없었다. 오직 무거운 질량과 강철 같은 골격의 경도가 만드는, 대지를 뒤흔드는 묵직한 타격음만이 존재했다.


콰아아아앙—!


두 주먹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격돌했다.


그 순간, 연무장 전체에 귀를 찢는 듯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최현도의 주먹을 감싸고 있던 붉은 화독 내공의 장벽이, 태벽의 무식한 강철 주먹 앞에 유리창처럼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물리적인 질량과 타격의 법칙이 보이지 않는 기의 힘을 압도한 것이다.


“아…… 아아아!”


최현도의 이빨 사이로 처참한 비명이 새어 나왔다.


태벽의 주먹에 실린 단골경의 가공할 충격파가 최현도의 주먹을 거쳐 팔뚝으로 고스란히 전도되었다. 최현도의 요골과 척골이 차례로 쩌적 갈라지며 피부를 뚫고 솟구쳤고, 어깨 관절이 통째로 탈골되며 으스러졌다.


하지만 태벽의 주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현도의 팔뼈를 연쇄적으로 박살 낸 태벽의 무쇠 주먹은, 그대로 전진하여 최현도의 가슴팍에 정면으로 꽂혔다.


퍽—!


최현도가 착용하고 있던 두꺼운 가죽 갑옷과 강철 흉갑이, 태벽의 사슬 감긴 주먹 아래에서 종잇장처럼 무참히 구겨지며 함몰되었다.


우드득, 콰드득!


흉갑 안쪽의 갈비뼈 전체가 통째로 주저앉으며 심장을 압착하는 소름 끼치는 파열음이 연무장을 메웠다. 단골경의 충격파가 최현도의 폐부와 대동맥을 관통하여 내부의 장기를 완벽히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컥…… 끄으……”


최현도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허공을 헤맸다. 그의 입가에서 검붉은 선혈과 함께 으스러진 내장의 파편들이 쏟아져 내렸다. 평생을 군림하며 노예들의 고혈을 짜내어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렸던 지배자의 눈에, 마침내 탐욕의 종말을 알리는 깊은 절망과 공포가 새겨졌다.


스르륵.


태벽이 주먹을 거두자, 최현도의 거구는 힘없이 연무장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몸은 더 이상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서산령 흑철 광산의 절대적인 지배자이자, 태벽의 다리뼈를 고의로 부러뜨려 지옥으로 던져 넣었던 원수, 최현도가 완벽히 절명한 것이다.


연무장 전체에 차가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수백 명의 경비 사병들은 자신들의 수장이 단 한 방의 주먹에 가슴뼈가 함몰되어 죽어가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 사시나무 떨듯 떨며 자리에 얼어붙었다.


“나, 나리가…… 죽었다……”


“괴물이다…… 저놈은 사람이 아니야!”


사병들의 손에서 철검과 노궁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쇳소리를 냈다. 지휘관을 잃은 군대는 더 이상 군대가 아니었다. 사병들은 무기를 버린 채 비명을 지르며 저택 외곽과 관문 방향으로 패닉에 빠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연무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단상 위, 결박되어 있던 칠성이 쇠사슬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포효했다.


“와아아아아! 태벽이가 최현도의 머리를 깨부셌다! 우리가 이겼다!”


삼백 명의 노예들이 일제히 쇠사슬을 흔들며 폭동의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연무장 전체가 해방의 열기로 뜨겁게 끓어올랐다. 아영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피투성이가 된 채 굳건히 서 있는 태벽의 웅장한 등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태벽은 피와 먼지로 얼룩진 오른손의 쇠사슬 주먹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손등 가죽이 찢어져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의 강철 뼈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숨을 들이쉬었다. 최현도의 화독 내공이 침투했던 목덜미와 옆구리에서 미세한 발열통이 일어났으나, 뼈 속 깊은 곳의 한철천 냉기가 그 열독을 빠르게 억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태벽은 승리의 기쁨에 취하지 않았다. 그의 예리한 안광이 최현도의 사체를 지나, 연무장 뒤편 절벽 위에 우뚝 솟은 화려한 기와 저택을 향해 고정되었다.


아직 단죄해야 할 쥐새끼가 남아 있었다.


갱도를 폭파하여 자신과 동료들을 생매장하려 했던 음흉한 책사, 임 서생(임 서생).


태벽은 임 서생이 최현도의 저택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 금고, ‘최현도의 천금밀고’로 도망쳐 가문의 추악한 거래 문서와 은자를 챙기려 하고 있음을 뼈의 진동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태벽은 피 묻은 쇠사슬을 움켜쥔 채, 최현도의 저택 지하 금고로 통하는 어두운 통로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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