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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 뼈의 거인, 지옥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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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천의 차가운 물속에서 솟구쳐 오른 강태벽의 육신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피부 아래로 흐르는 검붉은 강철 무늬. 뼈마디가 맞물릴 때마다 서늘한 쇳소리가 동굴 내부를 메웠다.


‘철골조성(鐵骨造成).’


스스로 전신의 뼈를 부러뜨리고 만년현철의 골수를 융합한 끝에 도달한 외가무공의 경지. 그러나 기쁨을 느낄 여유는 없었다. 바위 균열을 타고 전도된 칠성과 아영의 비명이 그의 강철 뼈를 사정없이 때렸다. 지상 연무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뼈의 진동이 그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태벽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수만 톤의 낙석이 가로막은 제9갱도 최심부. 보통의 인간이라면 생매장당해 죽을 무덤이었으나, 이제 그의 주먹은 무쇠보다 단단했다.


태벽은 오른손 주먹을 꽉 쥐었다. 마칠과의 혈투로 가죽이 완전히 베여 허연 손가락 뼈가 노출되었던 오른손바닥은, 한철천의 혹한과 야수골(野獸骨)의 폭발적인 재생력 덕분에 흉터투성이인 강철 살가죽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천천히 다리를 굽혔다. 쩌적, 쩌적. 그가 디딘 대지가 수백 근으로 무거워진 그의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쪼개져 나갔다. 한철천의 냉독 탓에 무릎 관절을 찌르는 시린 관절통이 밀려왔지만, 무통식(無痛式)의 정신력 아래에서 그것은 복수심을 자극하는 차가운 자극에 불과했다.


“우드득!”


전신의 관절을 하나로 고정하는 폐골결을 전개하며, 태벽은 천장의 거대한 암반을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내공은 단 한 모금도 실리지 않은, 오직 압축된 골격의 질량과 야수 같은 완력만이 실린 무식한 일격이었다.


콰아아앙!


***


지상 연무장.


매서운 바람이 채찍처럼 살을 에는 서산령 흑철 광산의 지상 광장은 피비린내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쓸모없는 벌레 같은 노예 놈들. 감히 내 광산에서 폭동을 일으켜?”


화려한 가죽 외투를 걸친 거구의 사내, 광산주 최현도가 핏발 선 눈으로 연무장 단상 위에 서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거구의 노예 칠성이 쇠사슬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칠성의 등은 이미 사병들의 채찍질로 피떡이 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벙어리 침모 아영이 밧줄에 묶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비의 원수를 갚겠다며 내 아들 영민이를 죽인 그 개뼈다귀 놈은 이미 제9갱도 깊은 곳에서 화약에 타죽었다. 너희 놈들도 오늘 그놈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최현도가 사병에게 차갑게 손짓했다. 사병 한 명이 칠성의 목덜미에 차가운 참수도를 대었다. 아영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사병들의 거친 손길에 짓눌릴 뿐이었다. 철골동맹의 노예들은 절망 속에서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태벽이 죽었다는 소식은 그들의 투지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최현도가 잔인하게 미소 지으며 참수도를 쥔 사병에게 명령했다.


“베어라. 본보기로 삼아 광산의 기강을 바로잡겠다.”


사병이 칠성의 목을 베기 위해 참수도를 높이 들어 올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구—!


연무장 한가운데, 임 서생의 화약 폭파로 무너져 내려앉았던 제9갱도의 매몰지 지반이 기이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지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사정없이 흔들렸고, 단상 위의 최현도와 사병들이 균열에 휩쓸려 비틀거렸다.


“무슨 일이냐! 화약이 또 터진 것이냐?”


최현도가 소리쳤다. 하지만 화약의 유황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것은 화약의 폭발이 아니었다.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순수한 물리적인 충격파였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매몰지를 덮고 있던 수만 톤의 흙더미와 거대한 바위 파편들이 하늘을 향해 폭발하듯 비산했다. 사방으로 날아가는 돌더미들이 사병들의 갑옷을 때리며 연무장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욱한 먼지 구름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솟구쳐 올랐다.


“……!”


최현도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먼지 구름을 찢고 걸어 나오는 사내. 상의가 갈갈이 찢겨 나가 웅장한 가슴팍이 완전히 드러난 강태벽이었다. 그의 어깨에는 ‘노(奴)’ 자 낙인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고, 검붉은 흑빛이 감도는 전신 피부 아래로 기이한 강철 무늬가 요동치고 있었다. 주먹에는 피 묻은 흑철 쇠사슬이 칭칭 감겨 있었다.


지옥의 밑바닥, 생매장의 무덤에서 살아 돌아온 무쇠 뼈의 거인이었다.


“괴, 괴물이다! 저놈이 어떻게 살아 있는 거냐!”


사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최현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빨을 갈았다. 죽은 줄 알았던 태벽이 이전보다 훨씬 더 거대한 기상으로 살아 돌아온 것이다.


“막아라! 저놈을 당장 찔러 죽여라!”


최현도의 서슬 퍼런 명령에 공포에 질려 있던 사병 수십 명이 군용 창을 앞세워 창진(槍陣)을 형성하고 태벽을 향해 돌격했다.


피싱!


그 와중에 사병 한 명이 쏜 노궁의 쇠화살이 태벽의 가슴 정중앙을 향해 날아와 꽂혔다.


퍽!


그러나 날카로운 화살촉은 태벽의 가슴 가죽을 뚫는 순간, 강철보다 단단한 갈비뼈에 정면으로 막혀 쩌적 소리를 내며 찌그러진 채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태벽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상처 하나 나지 않는 괴물 같은 맷집에 사병들의 전의가 순식간에 꺾였다.


“창을 찔러라! 물러서지 마라!”


사병들이 수십 자루의 창을 태벽의 전신을 향해 내찔렀다. 태벽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굳건하게 대지를 향해 오른발을 내디뎠다. 수백 근에 달하는 그의 무게가 오른발 끝에 실렸다.


쿵!


태벽이 다리뼈를 대지에 굴러 충격파를 방출하는 광역 제어기, ‘골진각(骨震脚)’을 시전했다.


콰콰콰콰쾅—!


태벽의 발끝에서 시작된 파멸적인 물리 진동파가 연무장 바닥의 석판들을 종잇장처럼 조각내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대지가 통째로 솟구치며 발생한 거대한 먼지 폭풍과 돌멩이들이 사병들의 전열을 향해 탄환처럼 날아갔다.


“크아아악!”


“으악! 다리가, 내 다리가!”


태벽을 향해 돌격하던 사병 수십 명이 진동파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사방으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들이 쥐고 있던 창대들은 산산조각이 났고, 무거운 쇠갑옷은 형체도 없이 찌그러져 살을 파고들었다. 단 한 번의 발구름으로 일류 사병들의 진형이 형체도 없이 붕괴했다. 사방에서 뼈가 부러지는 비명 소리가 연무장을 가득 메웠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오직 한 사람, 태벽만이 굳건히 서 있었다.


태벽은 어깨를 가볍게 돌렸다. 한철천의 냉독 탓에 뼈마디가 쑤시는 만성 관절통이 미세하게 전신을 자극했으나, 무통식의 정신력 아래에서 그것은 복수심을 자극하는 기분 좋은 통증에 불과했다.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주먹에 감긴 흑철 쇠사슬이 바닥을 쓸며 쩔렁이는 소리가 연무장을 지배하던 죽음의 공포를 단숨에 지워버렸다. 칠골동맹의 노예들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그들의 맹주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태벽아…… 살았구나……!”


칠성이 피 묻은 얼굴을 들고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아영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 없는 울음을 터뜨리며 태벽을 바라보았다.


태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서늘한 안광은 오직 단상 위의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최현도.


자신을 채찍질하고, 동료들을 매몰시키려 했던 광산의 사악한 지배자.


최현도는 죽은 줄 알았던 태벽이 거인 같은 기상으로 살아 돌아오자, 전신에 오한을 느끼며 경악했다. 그의 탐욕스러운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이빨을 악물며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가시 돋친 흑철 채찍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이 노예 놈이…… 감히 내 광산에서!”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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