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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거인의 손길과 야수골의 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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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득, 우드득.”


대장간 모퉁이의 눅눅한 가마적때기 위. 쳇가루와 녹슨 철비린내가 뒤섞인 어둠 속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살가죽 아래 묻혀 있던 뼈마디가 거친 손길에 눌려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


“이것 보아라. 겉은 깡마르고 가죽만 남았는데, 속뼈는 마치 단단한 차돌 같구나.”


양눈이 멀어 흉터로 가득한 늙은 대장장이, 철무진의 거대한 손가락이 강태벽의 어깨뼈를 짚어 내렸다. 그의 손은 평생 무쇠를 두드려 온 탓에 굳은살이 바위처럼 박혀 있었고, 그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완력은 내공이 없음에도 태벽의 신체를 완전히 구속하기에 충분했다.


“으윽……!”


태벽은 신음을 삼키며 몸을 뒤틀었다. 낮에 마두식에게 당한 채찍질로 등가죽이 걸레짝처럼 찢어진 상태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상처가 벌어져 붉은 피가 가마적때기를 적셨다. 하지만 철무진의 손아귀는 태벽의 어깨를 움켜쥔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굵직한 손가락들이 쇄골을 지나 척추뼈마디를 하나하나 정밀하게 짚어 내렸다.


“놓으시오…… 늙은이. 단전이 깨진 폐물 몸뚱이를 만져서 무엇 하겠다는 거요.”


태벽이 이악물고 쏘아붙였다. 목소리에는 세상에 대한 불신과 뼈저린 패배감이 서려 있었다. 청엽검종 가문에서 버림받은 날부터, 그는 자신의 육체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고 믿어왔다. 내공을 모을 단전이 파괴된 무인은 무림에서 가축보다 못한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철무진은 태벽의 거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헛허 웃으며 손가락 끝에 힘을 주었다. 손끝이 태벽의 등 뒤 척추뼈를 강하게 누르자, 태벽의 전신에서 기이한 뼈 울림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단전이 깨진 것이 무슨 대수냐. 네 몸뚱이 안에는 명문 세가 놈들이 평생을 가도 가지지 못할 진짜 보물이 숨겨져 있거늘.”


“보물……? 나 같은 폐물에게 무슨 보물이 있다는 말이오.”


태벽이 냉소했다.


철무진은 손을 거두고, 허리를 펴며 태벽을 내려다보았다. 비록 양눈은 멀어 초점 없는 눈동자였지만, 그의 얼굴에서 풍기는 기상은 대장간의 뜨거운 용광로보다 더 웅장했다.


“야수골(野獸骨). 들어본 적이 있느냐?”


“야수골……?”


“그래. 뼈의 골밀도가 일반인보다 세 배 이상 단단하여, 물리적인 타격에 엄청난 복원력을 보이는 타고난 야수의 뼈대지. 보통 놈들은 뼈가 부러지면 평생 불구로 살아가거나 약해지지만, 이 야수골을 타고난 자는 다르다. 극심한 생명의 위기 속에서 뼈 세포가 폭발적으로 증식하여, 부러진 자리를 이전보다 몇 배는 더 두껍고 단단하게 붙여버리지. 마치 뜨거운 화로에서 두들겨 맞을수록 단단해지는 무쇠처럼 말이다.”


철무진의 목소리가 어두운 움막 안을 묵직하게 울렸다. 태벽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마두식에게 그렇게 가혹한 매질을 당하고도, 쇠사슬의 그 무거운 무게를 견디며 기어이 두 발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자신의 뼈 속에 숨겨진 체질 때문이었단 말인가.


하지만 이내 태벽의 눈에 다시 어두운 빛이 감돌았다.


“그래봤자 결국 외가(外家)의 잡술일 뿐이오. 내공이 없으면 아무리 뼈가 단단한들 명문 정파의 예리한 검기(劍氣) 한 자락에 두 동강이 날 뿐이지. 무림의 지배자들은 보이지 않는 기(氣)의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오. 단전이 파괴된 나 같은 평범한 놈은 평생 그들의 발밑에서 기어 다닐 수밖에 없단 말이오!”


가문에서 들어온 가스라이팅과 가혹한 현실이 태벽의 머릿속을 짓눌렀다. 친부인 강무현의 서리발 같은 안광, 자신에게 침을 뱉던 이복형제 강지훈의 오만한 미소. 그 모든 위선적인 명문 세가의 무인들은 내공의 힘으로 태벽을 짓밟았었다.


그 순간, 철무진이 껄껄거리며 광소했다. 그의 웃음소리에는 뼈에 사무친 비장함과 조롱이 섞여 있었다.


“내공? 기의 힘? 하하하! 하찮은 바람 장난에 불과한 것을 천하의 진리라 믿는구나! 검기란 그저 공기를 압축한 물리적 충격파에 불과하다. 맨몸으로 맞으면 내장이 터지겠지만, 그 검기를 받아낼 만큼 단단한 질량과 경도를 가진 강철 뼈대가 있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철무진이 천천히 대장간 중앙의 모루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집게로 벌갛게 달아오른 무쇠 주먹만 한 철괴를 꺼내 모루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백 근은 족히 넘을 법한 거대한 무쇠 망치를 들어 올렸다.


“잘 보아라, 소년아. 세상의 정직한 법칙을.”


철무진이 망치를 내리쳤다.


쾅——!


대장간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붉은 불꽃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어둠을 찰나의 순간 밝혀냈다. 벌겋게 달아올랐던 무쇠 철괴는 단 한 방의 타격에 절반 크기로 압축되며 찌그러졌다.


“쇠를 두드리는 것은 기가 아니다. 오직 정직한 질량과 타격의 물리 법칙이지. 인체 역시 마찬가지다. 네 단전이 파괴되어 기를 담을 그릇이 없다면, 전신의 골격을 그릇으로 삼으면 된다. 스스로 뼈를 부러뜨리고, 그 미세한 균열 틈새로 철의 기운과 외가 비약을 주입하여 뼈 자체를 강철로 도금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너에게 전수하고자 하는 외가극의, 철기단골공(鐵器斷骨功)이다.”


철기단골공.


그 이름이 태벽의 심장을 관통했다. 뼈를 부수고 강철을 융합하는 무공. 편리한 내공 수련을 전면 부정하고, 오직 물리적인 등가교환과 상상 초월의 고통을 통해서만 강해지는 처절한 무학의 실체였다.


철무진은 품속에서 때 묻고 낡은 가죽 비급 한 권을 꺼내 태벽의 앞에 던졌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비급의 표지에는 거친 서체로 ‘철기단골공’이라 적혀 있었다.


“이 무공은 하늘이 내린 재능 따위는 요구하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 뼈가 으스러지는 지옥 같은 고통을 견뎌낼 독기와 불굴의 의지만이 통행증이지. 자신을 버린 가문과 위선적인 명문 정파 무림을 무너뜨리고 싶으냐? 그렇다면 이 비급을 펼쳐라.”


태벽은 침을 삼키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손끝이 거친 가죽 표지에 닿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 이것은 단전 없는 평범한 인간이 세상의 정점에 설 수 있음을 증명할 유일한 동줄이었다.


태벽은 조심스럽게 비급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먼지 섞인 낡은 종이 냄새와 함께, 붉은 먹으로 쓰여진 첫 구절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철기(鐵器)의 몸을 얻고자 하는 자여, 먼저 스스로 자신의 다리뼈를 가차 없이 부러뜨려라. 뼈가 조각난 그 처절한 틈새에만 강철의 기운이 깃들 것이니.]


태벽의 안광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강해지기 위해 가장 먼저 치러야 할 대가는, 다름 아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려야 한다는 끔찍한 조건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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