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현철 맥과의 조우, 철골의 각성
지하의 침묵은 지상의 그것과 달랐다. 무너진 제9갱도 아래, 수만 톤의 암반이 태고의 비밀을 덮어버린 공동(空洞)은 오직 차가운 쇠비린내와 정적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쿠구구구…….
머리 위 저 멀리서 지반이 미세하게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강태벽에게는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는 지금 대지바닥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전신을 으스러뜨렸던 낙석의 압박에서 벗어나 아래쪽 균열로 몸을 던진 대가는 가혹했다.
야수골(野獸骨)의 기적적인 재생력 덕분에 조각났던 뼈마디들은 어떻게든 이어 붙었으나, 급조된 골격은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특히 가열의 채찍에 찢겼던 등가죽과 사병들의 창 끝에 꿰뚫렸던 허벅지 자상은 한철천의 혹한에 얼어붙어 겨우 지혈된 상태였다.
“하아…… 하아……”
태벽이 숨을 내쉴 때마다 차가운 백색 김이 뿜어져 나왔다. 내공이 단 한 모금도 없는 순수 외가 무인의 육체. 만약 그에게 야수골의 기이한 혈통과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는 독기가 없었다면, 이미 이 차가운 지하 바닥에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갔을 터였다.
그때, 품 안이 기이하게 뜨거워졌다.
마의 안감 깊숙이 숨겨두었던 검은 철판 비기, 즉 무극철판(無極鐵板)이 태벽의 가슴뼈와 반응하며 웅웅거리는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푸른 안개가 낮게 깔린 지하 공동의 중앙에 우뚝 솟은 석조 제단—지하 고대 제련단(地下 古代 製鍊壇)에서 강력한 자력(磁力)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지이이이잉!
그것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무쇠 손이 태벽의 몸속을 헤집는 듯한 기이한 감각이었다. 태벽이 그동안 정강이와 팔뚝을 돌로 내리쳐 부러뜨리고 그 틈새에 발라왔던 철골고(鐵骨膏)의 무쇠 성분들이 제단의 자력선과 격렬하게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으윽……!”
태벽의 뼈마디가 자력에 이끌려 사정없이 뒤틀렸다. 어깨에 새겨진 ‘노(奴)’ 자 낙인 흉터가 검붉은 빛을 발산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문이 자신을 짐승처럼 버렸던 기억, 친부 강무현의 차가운 눈빛이 뇌리를 스치자 태벽의 눈에 지독한 살기가 서렸다.
태벽은 피투성이가 된 왼손 손가락으로 거친 바닥을 짚고 천천히 기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전신의 뼈들이 삐걱거리며 끔찍한 관절통을 유발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제단 너머, 절벽 벽면에서 어둠을 가르고 흘러나오는 기이한 빛줄기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것은 검은색이었다. 그러나 빛나고 있었다.
벽면의 거대한 균열 사이로, 제국에서도 발견된 적 없다는 순도 백 퍼센트의 전설적인 기금, 만년현철 광맥(萬年玄鐵 鑛脈)이 그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광맥의 표면에서는 액체 금속과 같은 검은 골수가 마치 살아 숨 쉬는 야수의 핏줄처럼 느릿하게 꿈틀거리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만년현철 원석(萬年玄鐵 原石)의 실체였다.
그 전설적인 기금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력과 금속 열독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반적인 내가 무사라면 그 독기에 단전이 폭발해 즉사했을 터였으나, 단전이 파괴되어 기운이 전혀 없는 태벽의 육체는 오히려 그 자력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단전이 없는 자…… 육신을 그릇으로 삼아 천지를 담으라.”
태벽은 제단 주변의 비석에 새겨진 기괴한 고대 무늬를 무극철판과 대조하며 나지막이 구결을 읊조렸다. 그것은 고대 외가 문파의 선조들이 남긴 철기단골공(鐵器斷骨功)의 상급 구결이자, 신체를 강철의 무기로 제련하는 현철융골(玄鐵融骨)의 비법이었다.
위쪽은 수만 톤의 낙석으로 막혔다. 임 서생과 최현도는 자신이 죽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이 사지(死地)를 뚫고 올라가 그들의 머리를 깨부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완벽한 강철 뼈를 완성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태벽은 주저 없이 고대 제련단 위로 기어 올라갔다.
쿵!
제단의 중앙에 몸을 얹는 순간, 사방의 비석에서 푸른 자력선이 번개처럼 뿜어져 나와 태벽의 사지를 대지에 묶어버렸다. 보이지 않는 자력의 쇠사슬이 그의 무쇠 골격을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아아아악!”
무통식으로도 차단할 수 없는 극심한 비명이 태벽의 목구멍을 찢고 나왔다.
만년현철 광맥에서 흘러나온 검은 액체 금속의 기운이 푸른 자력을 타고 태벽의 찢어진 피부 틈새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섭씨 수천 도의 용광로 쇳물을 뼈 속에 직접 주입하는 것과 같은 극독이자 격통이었다.
검은 현철의 기운이 태벽의 오른손바닥 으스러진 뼈 사이로 스며들었다. 재생 중이던 골 세포들이 현철의 고밀도 분자와 부딪치며 기이한 연금술적 결합을 일으켰다. 뼈가 단단한 무쇠의 성질을 띠며 검붉은 빛으로 변해갔고, 골밀도가 무한히 압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제단의 자력선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리며, 태벽의 가슴을 지탱하던 갈비뼈들이 심장 방향으로 꺾여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뼛조각 끝이 심장 박동을 누르는 순간, 태벽의 눈앞이 번개 맞은 듯 하얗게 바래졌다. 이대로 뼈가 어긋난 채 현철과 융합되어 굳어버린다면 즉사할 것이 자명했다.
태벽은 이빨을 악물었다. 피가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으스러진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자력의 억압을 뚫기 위해 전신의 근육을 쥐어짜자, 피부 아래의 뼈들이 우드득 비명을 질렀다. 태벽은 자신의 오른손 손가락을 가슴팍의 찢어진 가죽 틈새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심장을 향해 파고들던 갈비뼈를 맨손으로 움켜잡았다.
콰직! 우드득!
“으어어어어!”
태벽은 스스로 자신의 갈비뼈를 바깥쪽으로 강제로 wrench해 정렬을 맞추었다. 뼈와 뼈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상상 초월의 고통 속에서, 태벽의 야수골 세포들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며 갈비뼈의 정렬된 틈새를 무섭게 감싸 안았다. 그와 동시에 만년현철의 검은 기운이 그 결합 부위를 철옹성처럼 도금해 버렸다.
전신의 뼈가 서서히 인간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었다. 골격의 무게가 수십 배로 증가하며 태벽의 체중은 수백 근으로 무거워졌다. 전신의 피부 아래로 강철과 같은 기이한 흑빛의 무늬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뼈와 금속의 융합이 성공적으로 끝나며, 태벽은 골격이 무쇠의 성질을 완전히 띠게 되는 철골조성(鐵骨造成)의 위대한 경지에 도달했다.
그러나 기쁨은 짧았다.
현철 융합의 대가로 골수 깊은 곳에서 제어되지 않은 치명적인 열독 발작(熱毒 發作)이 일어난 것이다. 전신의 피가 끓어오르고, 장기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뼈 속의 열기를 당장 식히지 못한다면, 완성된 철골 안에서 육신이 숯덩이가 되어 사멸할 위기였다.
태벽의 전신에서 기이한 흑빛의 안광이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그의 시선이 제단 아래쪽, 만년 한기가 서린 어두운 지하 계곡으로 향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