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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기적, 야수골의 폭발적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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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은 무겁고 차가웠다. 그것은 단순히 빛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수만 톤의 흙과 돌덩이가 숨구멍마저 틀어막은 채 육체를 짓누르는 거대한 질량의 압박이었다.


서산령 흑철 광산 지하 제9굴 최심부 붕괴지.


강태벽은 무너져 내린 암반의 무덤 한가운데에 처박혀 있었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커녕, 손가락 마디 하나 까딱할 여유조차 없었다. 천장이 요동치며 쏟아진 거대 낙석들을 등으로 정면에서 받아낸 대가는 참혹했다.


등가죽은 찢겨 나가 용암처럼 뜨거운 피가 흘렀고, 척추는 가혹한 충격을 이기지 못해 기이한 각도로 꺾여 내려앉아 있었다. 부러진 갈비뼈 여러 대가 폐부를 깊숙이 찔러 숨을 쉴 때마다 목구멍에서 검붉은 핏방울이 거품과 함께 울컥 쏟아져 나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깊이 밀어 넣었어야 했는데.’


의식이 흐려지는 암흑 속에서 태벽은 아영과 칠성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지막 순간, 자신의 전신 관절을 잠그는 폐골결(閉骨結)의 완력을 쥐어짜 그들을 안전한 바위 틈새 공동으로 밀쳐 넣었던 기억이 파편처럼 스쳤다. 동료들은 살았다. 그 사실 하나만이 절망의 심연에서 태벽의 이성을 붙잡아두는 유일한 사슬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질식사할 것이 자명했다. 폐가 조각나 호흡이 불가능했고, 기도는 이미 피떡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이류 도객 마칠과의 사투에서 뼈가 노출되었던 오른손바닥은 무너진 돌더미에 한 번 더 압착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으스러져 있었다. 내공이 단 한 모금도 없는 순수 외가 무인의 육체로서는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치명상이었다.


그때였다.


마의 안감 속 깊은 곳, 태벽의 가슴팍에 밀착되어 있던 차가운 물체가 기이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한철천의 얼음물 속에서 수거했던 검은 철판 비기(무극철판)였다.


우우우웅——!


그것은 단순한 쇳덩이가 아니었다. 철판 비기에서 미세하지만 극도로 날카로운 푸른 자력(磁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푸른 자력은 태벽이 그동안 밤마다 다리를 부러뜨리며 뼈 속 깊숙이 주입해 왔던 철골고(鐵骨膏)의 무쇠 성분과 무서운 공명을 일으켰다.


태벽의 조각난 골격들이 푸른 자력의 파동을 받아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진동은 태벽의 체내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던, 친모에게서 물려받은 고대 부족의 기이한 혈통적 비밀을 강제로 흔들어 깨웠다.


그것은 바로 야수골(野獸骨)이었다.


극심한 생명의 위기, 육체가 완벽히 붕괴하는 사지(死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야수골의 생명력이 폭발적으로 증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내공의 기적과 같은 부드러운 치유가 아니었다. 뼈 세포가 비정상적인 속도로 스스로를 복제하고 팽창하며 조각난 골격을 억지로 이어 붙이는, 기괴하고 야만적인 생물학적 폭주였다.


우드득! 우두두둑!


살가죽 안쪽에서 뼈들이 서로 맞물리며 기어 다니는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부러진 갈비뼈 조각들이 자력을 따라 제자리를 찾아가며 폐를 찌르고 있던 날카로운 뼛조각들을 억지로 뽑아내었다. 으스러진 척추 뼈마디들이 스스로 팽창하며 주저앉았던 마디를 들어 올렸다.


“아…… 으으윽!”


태벽의 입에서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비명이 새어 나왔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격통이었다. 뼈가 스스로 부러지는 고통보다, 부러진 수백 개의 뼈 조각이 제멋대로 증식하며 살을 찢고 들어가 다시 결합하는 고통이 수십 배는 더 끔찍했다. 골수가 불타는 용광로처럼 뜨겁게 끓어올랐고, 전신의 신경망이 일시에 타들어 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정신이 붕괴하기 직전, 태벽은 이빨을 악물며 정신 제어법인 ‘무통식(無痛式)’을 극한으로 전개했다.


뇌로 향하는 모든 감각의 통로를 분노의 의지로 일시적으로 틀어막았다. 전신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차가운 살기가 머릿속을 지배하자, 폭포처럼 밀려들던 격통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무통식은 고통의 신호를 잠시 지연시킬 뿐, 육체가 겪는 파괴적 제련의 실체를 없애주지는 못했다. 이마와 등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쇳가루 섞인 흙더미를 시커넓게 적셨다.


우두득, 콰직!


오른쪽 어깨 관절이 어긋난 채 기이한 형태로 고정되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태벽의 머릿속에 과거 광산 내부의 야수 같은 간수들을 치료하던 돌팔이 의원, 약손 사부의 거친 목소리가 환청처럼 울렸다.


- 야, 이 독종 놈아! 뼈가 붙을 때는 무조건 관절의 수평과 어깨의 정렬을 맞춰야 한다! 뼈 세포가 미쳐 날뛰는 야수골 체질이라도, 뼈마디가 어긋난 채 굳어버리면 평생 팔 한 번 못 쓰는 불구자가 되는 게야! 재생이 시작될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절을 제대로 맞춰라!


태벽은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았다. 으스러져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 대신, 간신히 틈새를 확보한 왼손을 뻗었다. 왼손 손바닥 역시 상처투성이였지만, 손가락 뼈의 밀도만큼은 단골 초기 수련으로 단단해진 상태였다.


태벽은 왼손으로 자신의 어긋난 오른쪽 어깨 관절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몸을 비틀어 무너진 바위 벽면에 어깨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콰직!


“하아아아아아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목구멍에서 뜨거운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어깨 관절이 억지로 뼈 구멍 속으로 맞춰 들어가며 제자리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야수골의 폭발적인 재생 세포들이 견관절 주위를 무섭게 감싸 안으며 고정하기 시작했다. 오른손바닥의 노출되었던 손가락 뼈들 역시 으스러진 파편들이 자력의 정렬을 따라 촘촘하게 결합하며 두껍고 투박한 강철 주먹의 기틀을 다시 세웠다.


수천 번 부러지고 다시 붙는 과정에서 태벽의 영혼은 갈가리 찢겨 나갔다. 전신의 살가죽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미세하게 터져 피가 흘렀지만, 그의 피부 아래에 자리 잡은 골격만큼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껍고 무거운 밀도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정강이와 척추, 갈비뼈에 이르기까지 검붉은 무쇠 성분이 골수 깊숙이 스며들어 단단한 각질처럼 뼈대를 도금해 가고 있었다. 단골 초기 경지의 파괴를 딛고 일어선, 진정한 신체 변혁의 시작이었다.


‘공기가…… 부족하다.’


재생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태벽은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수만 톤의 낙석 아래는 산소가 완전히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재생된 무쇠 뼈대를 안고 그대로 질식사할 판이었다.


그때, 으스러진 바닥 틈새 아래쪽에서 미세하지만 뼈마디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하 깊은 곳에 또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위쪽은 수만 톤의 암반으로 막혀 수색조차 불가능했기에, 살기 위해서는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다.


태벽은 오른손을 뻗어 바닥의 바위 틈새를 짚었다.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손가락 끝에서 피가 흘렀지만, 뼈 세포가 폭발적으로 결합한 손가락의 악력은 이미 바위 모서리를 으스러뜨릴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태벽은 턱과 팔꿈치, 그리고 으스러진 돌덩이를 움켜잡는 왼손의 힘만으로 지반이 낮은 아래쪽 균열을 향해 몸을 밀어 넣었다. 기어가는 매 순간마다 정강이의 검붉은 켈로이드 흉터가 바위에 쓸려 피가 터졌고, 척추 뼈마디가 삐걱거리며 극심한 마찰통을 유발했다. 하지만 태벽은 단 한 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살아서…… 살아서 기어 나가 저 위선자들의 목을 부러뜨리겠다.’


가문이 자신을 버렸던 기억, 스승 철무진이 쇠를 두드리며 구결을 읊조리던 모습, 자신을 위해 울어주던 아영의 눈물이 어둠 속에서 등불처럼 그의 이성을 인도했다.


지반의 균열이 점점 넓어졌다. 바위들이 부서져 내리는 소리가 아래쪽에서 메아리쳐 들려왔다. 태벽은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짓누르던 거대 낙석의 틈새를 빠져나와 아래쪽의 어두운 구멍 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스으으으으——


몸이 허공을 날아 아래로 추락했다.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태벽의 무거운 신형이 차가운 대지 위로 굴러떨어졌다. 전신의 뼈마디가 비정상적인 무게를 지탱하며 묵직한 울림을 냈다.


태벽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의 어깨에 새겨진 ‘노(奴)’ 자 낙인 흉터가 검붉은 핏빛으로 발열하며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곳의 공기는 광산 특유의 탁한 유황 냄새 대신, 기이할 정도로 서늘하고 맑은 철비린내를 품고 있었다.


태벽이 먼지 묻은 눈을 들어 전방을 바라보았다.


푸른 안개가 대지바닥을 쓸며 낮게 깔려 있는 기이한 지하 공동(空洞)이었다. 그리고 그 안개의 장막 너머, 깎아지른 절벽 아래쪽에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듯한 거대하고 웅장한 석조 제단이 우뚝 솟아 있었다. 제단의 주변에는 기괴한 무늬와 고대 외가 무공의 흔적으로 보이는 비석들이 마치 호위 무사처럼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태벽의 몸속에 있는 무쇠 골격이 제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지의 자력을 받아 맹렬하게 공명하며 울리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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