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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발, 생매장당한 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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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무겁고 축축했다. 사방을 가로막은 철문 너머로, 도화선이 타들어 가는 지독한 불꽃 냄새가 암흑 속에 번져가기 시작했다.


제9갱도 최하단 공동. 삼백 명의 노예들이 밝힌 횃불 불빛이 좁은 동굴 벽면을 따라 불안하게 흔들렸다. 등 뒤에서 내려앉은 거대한 흑철 빗장 성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완벽한 감금이었다.


태벽은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 마칠의 귀두도를 맨손으로 잡았을 때 찢겨 나간 손바닥의 삼베 붕대 틈새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가죽 가죽이 베여 허연 손가락 뼈마디가 노출된 중상은 가벼운 움직임에도 영혼을 찌르는 격통을 선사했다. 내공이 없는 태벽의 육체는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허벅지의 창 자상과 뼈마디가 시려오는 만성 관절통까지 더해져 전신이 무거운 납 덩어리 같았다.


“태벽아! 이 문이 열리지 않는다! 완전히 밖에서 빗장을 걸어 잠갔어!”


칠성이 거대한 체구로 철문을 들이받으며 울부짖었다. 쾅, 쾅 하는 무거운 타격음이 동굴 안에 메아리쳤지만, 두꺼운 무쇠 철문은 먼지만 털어낼 뿐이었다.


태벽은 대답 대신 코를 킁킁거렸다. 동굴 내부에 가득한 흙먼지 사이로, 지독하게 달콤하고 매캐한 냄새가 폐부를 찔렀다. 유황과 숯가루, 그리고 질산이 뒤섞인 냄새. 화약이었다.


‘돌이의 말이 맞았다.’


태벽의 뇌리에 돌이가 숨 가쁘게 전했던 경고가 스쳤다. 삼수의 방에서 발견되었다던 검은 종이 재 흔적. 삼수는 임 서생의 밀서를 읽고 태워버린 뒤, 무기고라는 가짜 정보로 동맹의 주력을 이 깊은 제9갱도로 유인한 것이다. 물증이 없어 반신반의하며 도박을 걸었던 대가는 참혹했다.


“임 나리! 임 서생 나리! 저도 안에 있습니다! 아직 못 나갔단 말입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갱도 구석에서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죽 간수복을 입은 삼수였다. 놈은 자신이 탈출할 비밀 통로마저 임 서생이 미리 바위로 막아버렸음을 깨닫고 미친 듯이 철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임 서생에게 삼수는 사냥개들을 가둘 미끼에 불과했다. 이용 가치가 끝나자 가차 없이 소모품처럼 버려진 것이다.


“삼수 이 쥐새끼가……!”


칠성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곡괭이를 치켜들고 삼수에게 다가갔다. 삼수는 공포에 질려 바닥을 기며 목숨을 구걸했다.


그때였다.


치이이이익——


동굴 천장과 벽면 틈새에 묻혀 있던 도화선들이 일제히 타들어 가는 소리가 암흑 속에서 기분 나쁘게 울려 퍼졌다. 붉은 불꽃이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어둠을 밝혔다. 갱도 벽면 틈새마다 빽빽하게 박혀 있는 화약 상자들이 그 기괴한 불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두 엎드려!”


태벽이 쇳소리 섞인 목소리로 포효했다.


그 순간, 태벽의 옆에서 작고 가냘픈 손 하나가 그의 피 묻은 왼손을 꼭 쥐었다. 벙어리 침모 아영이었다. 그녀는 태벽의 오른손 중상이 걱정되어 약초 주머니를 든 채 은밀히 무리를 따라왔던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그녀의 맑은 눈망울에는 공포 대신, 태벽과 끝을 함께하겠다는 깊은 배려와 애정이 담겨 있었다.


콰아아아앙——!


첫 번째 폭발이 제9갱도 입구에서 터졌다. 대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붉은 화염의 폭풍이 좁은 회랑을 타고 해일처럼 밀려들어 왔다. 화약의 압도적인 물리적 파괴력 앞에 삼백 명의 노예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뜨거운 열풍이 순식간에 동굴 안의 산소를 집어삼켰고, 화염이 사방을 집어삼켰다.


태벽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신 제어법인 ‘무통각 임계(無痛覺 臨界)’를 발동했다. 전신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혹독한 살기가 그의 심장을 얼려버렸다. 허연 뼈가 드러난 오른손바닥의 격통도, 허벅지의 자상도, 타들어 가는 화염의 열기도 순간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영아!”


태벽은 몸을 날려 아영을 자신의 장대한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전신의 근육과 뼈대를 웅크려 그녀를 화염 폭풍으로부터 완벽히 차단했다. 뜨거운 불길이 태벽의 등을 쓸고 지나가며 마의를 태우고 살가죽을 그슬렸지만, 그는 단단한 무쇠 골격으로 그 충격을 묵묵히 버텨냈다.


콰쾅! 쾅! 콰콰콰쾅!


연쇄 폭발이 갱도 전체를 짓밟았다. 천장이 요동치며 수만 톤의 암반이 쪼개지는 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갱도를 지탱하던 목조 지지대들이 부러져 나갔고, 거대한 돌덩이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칠성 형! 피해!”


뿌연 흙먼지 속에서 태벽의 안광이 번뜩였다. 철문 앞에서 탈출구를 찾던 칠성의 머리 위로, 성인 몸통만 한 거대한 천장 바위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칠성은 폭음과 먼지 때문에 위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태벽은 아영을 바닥의 안전한 바위 틈새 공동으로 밀어 넣은 뒤, 부상당한 허벅지의 통증을 무시하고 대지를 박차고 도약했다. 오른손의 뼈 노출 중상 때문에 망치를 쥘 수 없었기에, 그는 자신의 몸뚱이 자체를 무기로 삼았다.


태벽은 전신 골격을 하나로 단단히 잠그는 방어 심법 ‘폐골결(閉骨結)’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피부 아래 요골과 척골, 척추와 갈비뼈가 하나의 강철 판처럼 맞물리며 기괴한 뼈 마찰음을 냈다.


쿠웅——!


태벽은 칠성의 몸을 밀쳐내며, 떨어지는 거대한 낙석을 자신의 등으로 정면에서 받아냈다. 삼류 무사의 검날보다 무거운 수천 근의 질량이 그의 어깨와 척추를 강타했다.


우드득, 콰직!


태벽의 전신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처절한 파열음이 일었다. 아무리 단골 초기 경지의 무쇠 골격을 지녔다 한들, 무너져 내리는 광산의 질량을 맨몸으로 이겨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척추가 내려앉고 갈비뼈 여러 대가 부러져 허파를 찔렀다. 입 안에서 검붉은 피가 폭포처럼 울컥 쏟아져 나왔.


“태, 태벽아——!”


밀쳐진 칠성이 먼지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지만, 거대한 붕괴의 파도는 멈추지 않았다.


“어서…… 안으로 가시오……!”


태벽은 마지막 완력을 쥐어짜 칠성을 아영이 피신한 바위 틈새 공동 쪽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은 쏟아져 내리는 낙석의 무덤을 향해 등을 돌렸다.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인간 방패가 된 것이다.


천지가 무너지는 굉음과 함께 암흑 속에 갇힌 태벽. 전신의 뼈가 조각나 숨조차 쉬어지지 않는 절망 속에서, 그의 어깨 낙인이 붉게 달아오르는데…….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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