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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의 도화선, 광산의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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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의 두개골이 바스러지며 뇌수와 선혈이 바닥에 흩뿌려진 직후, 서산령 흑철 광산의 제9구역 노예 막사에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이 찾아왔다.


매캐한 탄가루와 비린내 나는 피안개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삼백 명의 노예들은 넋이 나간 눈으로 강태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태벽의 발목에 채워진 무거운 흑철 족쇄, 그리고 최영민의 붉은 피로 축축하게 젖어 쩔렁이는 손목의 쇠사슬이었다.


평생 동안 자신들을 개돼지처럼 짓밟고 채찍질하던 광산주의 소공자가, 단전 한 줌 없는 노예의 주먹 한 방에 허무하게 대가리가 깨져 죽었다.


그 압도적인 물리적 사실이 노예들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공포는 아주 잠깐이었다. 이내 그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억눌려 있던 수십 년의 한(恨)이 뜨거운 열기가 되어 솟구치기 시작했다.


“도, 도련님이 죽었다!”


“태벽이가…… 태벽이가 저 악마 놈의 대가리를 깨부쉈다!”


낮은 웅성거림은 순식간에 노예 막사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해방의 폭호(爆呼)로 번져나갔다. 삼백 명의 노예들이 일제히 발목의 사슬을 흔들며 울부짖는 소리는 지옥 같던 서산령의 계곡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태벽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환호하는 노예들 사이에서 천천히 오른발을 내딛었다. 순간, 무릎과 정강이뼈 깊은 곳에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격통이 뇌리를 찔렀다. 한철천의 얼음물 속에 몸을 던져 열독을 식혔던 담금질의 후유증, 만성 관절통이 비가 내릴 듯 습한 아침 공기와 반응하여 다리를 쑤셔대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 전 사병의 창날에 찔린 허벅지의 자상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려 누더기 바지를 적셨다.


태벽은 이빨을 악물며 뇌로 가는 통증을 억지로 차단하는 무통식(無痛式)을 전개했다. 겉으로는 단 한 모금의 신음조차 내지 않았지만, 그의 전신 뼈마디는 삐걱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형…… 다리가……”


돌이가 겁에 질린 눈으로 태벽의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아영 역시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였기에, 다급한 손짓으로 태벽의 상처를 가리키며 눈물을 글썽였다. 태벽은 왼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시간이 없다.”


태벽의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최영민이 죽은 이상, 최현도와 경비대 놈들이 이 사실을 아는 건 시간문제다. 그놈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조총과 노궁을 들고 오면 우리는 꼼짝없이 몰살당한다. 칠성 형, 만수 영감.”


태벽의 부름에 칠성이 장대한 거구를 이끌고 앞으로 나섰고, 등이 굽은 만수가 영악한 눈빛을 빛내며 다가왔다.


“말해라, 태벽아. 이제 내 목숨은 네 것이다. 어디를 부수면 되느냐?”


칠성이 침을 퉤 뱉으며 흑철 곡괭이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경비실(경비실)이다. 그곳을 기습해 무기고를 장악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철제 무기가 필요하다. 맨손으로는 관군의 쇠갑옷을 뚫을 수 없다.”


만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가리켰다.


“태벽 도련님의 말이 맞소. 경비실 전방 초소에는 사병 삼십 명이 교대로 근무하오. 그놈들이 최영민의 죽음으로 패닉에 빠진 지금이 유일한 기회요. 사병들이 지휘 계통을 회복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무기고를 털어야 하오.”


“가자.”


태벽의 짧은 명령과 함께, 철골동맹의 무장 봉기가 거대한 파도처럼 시작되었다.


태벽은 다리의 통증을 무시한 채 선봉에 서서 달렸다. 그의 뒤를 따라 칠성과 삼백 명의 노예들이 녹슨 곡괭이와 쇠사슬을 치켜들고 경비실을 향해 돌진했다. 쳇가루가 자욱한 광산의 흙바닥 위로 수백 개의 발자국이 거칠게 패였다. 어깨에 새겨진 ‘노(奴)’ 자 낙인 흉터가 태벽의 움직임에 따라 검붉은 빛을 발산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 무슨 소리냐? 노예 막사 방향에서 왜 이리 시끄러운 소리가——”


경비실 전방 초소를 지키던 간수 사병들이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노예 군단을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최영민의 즉사 현장을 목격하고 도망친 사병들이 이미 경비실 내부로 들이닥쳐 패닉을 전염시킨 상태였다.


“폭동이다! 노예 놈들이 도련님을 죽였다!”


“미쳤구나! 당장 노궁을 준비해라! 일제 사격하라!”


초소의 사병들이 당황하여 성벽 위로 기어올라 노궁의 시위를 당겼다. 지휘관이 없는 상태에서 자행된 패닉 사격이었다. 수십 자루의 예리한 철촉 화살들이 허공을 가르며 태벽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태벽아! 조심해라!”


뒤따르던 칠성이 소리쳤다.


태벽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는 주먹에 감긴 무거운 흑철 쇠사슬을 양팔로 넓게 교차하며 원심력을 극대화했다.


깡! 깡! 콰아앙!


무자비한 금속성 마찰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태벽은 내공 한 줌 없이, 오직 단골 초기 경지의 압도적인 골밀도와 주먹 사슬의 질량만으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물리적으로 쳐냈다. 화살의 충격파가 팔뼈를 흔들었지만, 뼈마디를 잠그는 폐골갑의 경지가 충격을 지면으로 고스란히 흘려보냈다. 화살촉이 찌그러지며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말도 안 돼! 화살을 맨몸으로 쳐내며 뛰어온다!”


사병들이 경악하며 노궁을 재장전하려던 찰나, 태벽의 뒤에서 칠성이 웅장하게 쏘아져 나왔다.


“이 개새끼들아! 대장간 형님이 주신 곡괭이 맛을 봐라!”


칠성은 선천적인 신력(神力)을 발휘하여 초소의 두꺼운 목조 정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쾅! 하는 폭음과 함께 정문의 빗장이 부러지며 나무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칠성의 육탄 돌격에 정문이 완전히 파괴되자, 노예들이 함성을 지르며 경비실 내부로 들이닥쳤다.


그러나 경비실 내부의 사병들은 만만한 잔챙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일류급 무사는 아니었으나, 군문에서 훈련받은 조직적인 정예병들이었다.


“당황하지 마라! 방패를 짜라! 통로를 막아라!”


경비실 안쪽의 넓은 통로에서 사병 수십 명이 대형 무쇠 방패를 맞물려 견고한 철벽 방어 진형을 구축했다. 틈새로 날카로운 강창들이 삐져나와 노예들을 위협했다.


“죽어라, 폭도 놈들!”


급조한 곡괭이와 나무 몽둥이를 든 노예 몇 명이 방패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쩌적! 쾅!


곡괭이 자루가 무쇠 방패의 단단한 경도를 이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부러져 나갔다. 방패 틈새로 뿜어져 나온 사병들의 날카로운 창격에 노예 두 명이 어깨와 가슴을 찔려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기습의 이점을 살려 초반 우세를 점했던 철골동맹이, 경비대의 조직적인 방패 진형에 가로막혀 진격을 멈춘 것이다.


“뒤로 물러서지 마라! 창을 더 내밀어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방패 뒤의 조장이 소리치며 전열을 압박했다. 좁은 통로에서 방패벽에 막히면 뒤따르던 삼백 명의 노예들은 좁은 공간에 갇혀 화살과 창의 표적이 될 터였다.


태벽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주먹을 감싸 쥔 쇠사슬 틈새로, 최영민의 검날을 움켜쥐었을 때 찢어졌던 손바닥의 가죽 상처에서 붉은 피가 다시 배어 나왔다. 사슬의 거친 무쇠 고리가 살가죽을 쓸어내릴 때마다 뼈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마찰열과 통증이 일었으나, 태벽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칠성의 어깨를 짚고 앞으로 나섰다.


“칠성 형, 방패의 연결 고리를 봐라. 내가 틈을 열 테니 몸으로 밀어붙여라.”


“알았다, 태벽아!”


태벽은 오른발을 뒤로 크게 뺐다. 허벅지의 자상에서 찌릿한 격통이 일었지만, 그는 단골경(斷骨勁)의 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몸의 근육을 수축시켰다. 뼈가 부러졌다 붙으며 단단해진 그의 어깨와 팔꿈치 관절이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쇠사슬을 칭칭 감은 그의 오른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직선으로 내뻗어졌다.


“철기타(鐵器打)!”


내공 한 줌 없는, 오직 수십 근의 사슬 무게와 뼈의 탄성 질량만을 실은 무식한 정권 지르기였다.


콰아아앙——!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태벽의 사슬 주먹이 경비병들의 중앙 무쇠 방패를 정면으로 타격했다.


충격파가 방패 표면을 타고 흐르며 쩌적 소리와 함께 무쇠 방패의 중앙이 형체도 없이 찌그러졌다. 방패를 지탱하고 있던 사병 두 명의 손목과 어깨 뼈가 태벽의 주먹에 실린 압도적인 질량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우드득 소리를 내며 박살 났다. 사병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고, 단단하던 방패벽 진형의 중앙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밀어라!”


태벽의 지시에 칠성이 거구의 몸을 던져 틈새를 들이받았다. 쾅! 하는 충격과 함께 방패벽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며 사병들이 바닥으로 자빠졌다.


“들어가라! 무기를 빼앗아라!”


만수의 외침에 노예들이 자빠진 사병들을 향해 달려들어 그들의 검과 창을 빼앗기 시작했다. 전방 초소의 무기고 입구까지 단 몇 걸음만이 남은 상황이었다. 승기가 철골동맹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는 듯했다.


바로 그 순간.


통로 깊숙한 안쪽, 본진 무기고로 향하는 어두운 회랑 너머에서 음산하고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터벅. 터벅.


쇠가 부딪치는 소리도, 노예들의 함성 소리도 아니었다. 그것은 듣는 이의 심장을 옥죄는 가혹한 살기(殺氣)의 발소리였다.


통로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회랑의 어둠 속에서 붉은 얼굴에 멧돼지 같은 풍모를 지닌 장대한 거구의 사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가시가 돋친 굵고 붉은 가죽 채찍이 들려 있었고, 전신에는 단단한 무쇠 가죽 갑옷이 입혀져 있었다.


경비대장 가열(가열)이었다.


그의 뒤로 철제 갑옷과 정예 병기로 무장한 가열 직속의 정예 사병 수십 명이 칼날을 번뜩이며 통로를 겹겹이 포위해 들어왔다.


가열의 매서운 눈동자가 바닥에 뒹구는 사병들과, 주먹에 피 묻은 사슬을 감은 채 서 있는 강태벽의 얼굴을 향해 무섭게 내리꽂혔다. 채찍 끝에서 삼류 극성의 붉은 내공 기운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경비실을 완벽히 장악하고 무기고를 차지하려던 찰나, 서산령 광산의 실질적인 무력의 벽이자 태벽의 등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남겼던 원수, 경비대장 가열이 정예 사병들을 이끌고 통로를 완전히 가로막아선 것이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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