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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폭(暴撲), 도련님의 머리를 깨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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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피빅!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노궁의 시위가 풀렸다. 좁고 매캐한 노예 막사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살벌한 쇳가루 냄새로 가득 찼다. 도성에서 최영민을 호위하기 위해 파견된 정예 사병들의 손끝은 가차 없었다. 시퍼렇게 독을 바른 철촉 화살 다섯 대가 강태벽의 심장과 목덜미를 겨냥하고 쏘아져 들어왔다.


“태벽 형!”


바닥에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던 돌이가 비명을 질렀고, 머리채를 잡힌 채 옷자락이 찢겨 나갔던 아영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강태벽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한철천의 혹독한 얼음물 속에서 뼈를 담금질한 이후, 그의 정강이와 무릎뼈에는 지독한 만성 관절통이 고질병처럼 새겨져 있었다. 지금도 습한 막사 바닥의 기운 때문에 무릎뼈가 송곳으로 찌르듯 쑤셔왔다. 격렬하게 몸을 피해 신법을 펼치기에는 관절의 후유증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짓밟는다.


태벽은 주먹에 칭칭 감긴 무겁고 녹슨 흑철 쇠사슬을 가슴 앞으로 교차했다. 전신의 관절과 뼈마디를 유기적으로 맞물려 고정하는 외가 방어 기예, 폐골갑(閉骨甲)이었다.


‘우드득, 우두두둑!’


그의 누더기 마의 아래에서 기괴한 뼈 울림 소리가 울렸다. 정강이부터 척추, 그리고 양팔의 뼈마디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무쇠 빗장처럼 굳건하게 맞물려 잠겼다. 단골 초기 극성에 도달하여 일반 청동의 경도를 초월한 강태벽의 무쇠 골격이 방패가 되어 전면을 가로막았다.


깡! 까강!


믿을 수 없는 금속성 마찰음이 막사 안을 강타했다. 노궁에서 발사된 철촉 화살들이 태벽의 팔뚝 뼈와 늑골 부위에 명중하는 순간, 살가죽을 뚫고 들어가던 화살촉이 딱딱한 무쇠 뼈대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리고 기이하게 구겨지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살가죽이 찢겨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태벽의 단단한 골격은 긁힌 상처조차 입지 않았다. 화살에 실린 삼류 수준의 발경은 뼈마디의 진동을 통해 대지로 고스란히 흘러내려 소멸했다.


“이, 이게 무슨……!”


시위를 당겼던 사병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철제 갑옷조차 뚫어버리는 정예 노궁의 화살을 맨몸뚱이 하나로 튕겨내는 인간이라니. 그것도 단전이 폐기되어 기(氣)를 한 모금도 쓰지 못하는 노예 놈이 말이다.


“괴물이다! 저놈, 인간이 아니다!”


사병 한 명이 공포에 질려 외치며 허리춤의 철검을 뽑아 들었다. 옆에 있던 다른 사병은 태벽의 허점을 노리고 뒤로 우회하여 날카로운 군용 창으로 그의 허벅지를 찔러 들어왔다.


푸학!


창날이 태벽의 허벅지 살을 뚫고 들어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창끝이 허벅지 뼈에 닿는 순간, 쇠와 무쇠가 부딪치는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창대가 쩌적 갈라지며 부러져 나갔다. 태벽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뇌로 가는 모든 고통을 분노의 의지로 차단하는 무통식(無痛式) 상태였기에, 허벅지에 가해진 자창은 그저 차가운 자극에 불과했다. 다만 무리하게 뼈를 잠근 탓에 전신 골격에서 미세한 발열통이 일어났을 뿐이다.


태벽은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주먹에 감긴 흑철 쇠사슬이 대지바닥을 쓸며 쩔렁이는 소리가 막사 안의 정적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흙바닥에 그의Abnormally 무거운 체중이 실려 깊은 발자국이 패였다.


“도, 도련님! 피하십시오! 이놈 기괴합니다!”


사병들이 최영민의 앞을 가로막으며 철검을 휘둘렀다. 태벽은 주먹에 감긴 사슬을 넓게 휘둘러 사병들의 검날을 정면으로 받아내어 튕겨냈다. 쇠사슬의 원심력과 압도적인 질량이 허공을 가르자, 사병들의 손목 뼈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꺾이며 검을 떨어뜨렸다.


“비켜라.”


태벽의 목소리는 한철천의 얼음물보다 더 차가웠다. 그의 양안은 오직 아영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최영민만을 꿰뚫고 있었다. 분노로 인해 그의 어깨에 새겨진 ‘노(奴)’ 자 낙인 흉터가 검붉은 빛을 띠며 요동쳤다.


최영민은 술기운이 단숨에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눈앞에 서 있는 깡마르고 상처투성이인 사내가 더 이상 자신이 채찍질하며 비웃던 천한 노예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을 찢어발기기 위해 지옥의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야수였다.


“이, 이 천한 노예 놈이 감히 누구 앞을 막아서는 거냐!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청엽검종의 가문이자 이 광산의 소공자다!”


최영민은 공포를 감추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허리춤에서 보석이 박힌 금장 장도를 뽑아 들었다. 도성에서 배운 나약한 풍류권법의 기틀을 억지로 쥐어짜며, 장도에 삼류 수준의 미세한 내공 기운을 실어 태벽의 목덜미를 향해 사납게 휘둘렀다.


하지만 태벽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아영이 묶어준 가죽 붕대가 감긴 왼손바닥을 그대로 뻗었다. 손가락 뼈의 골밀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바위조차 으스러뜨리는 아귀힘의 기예, 철포악(鐵포악)이었다.


카가강!


예리하게 날이 선 금장 장도의 칼날이 태벽의 왼손바닥에 정면으로 잡혔다. 칼날이 가죽 붕대를 찢고 살가죽을 파고들어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태벽의 손가락 뼈는 칼날을 단단히 움켜쥔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최영민의 장도에 실려 있던 미약한 내공은 태벽의 무쇠 손아귀 힘에 눌려 허무하게 산산조각 났다.


“어, 어째서 칼날이 들어가지 않는 거지……? 내공도 없는 놈이 대체 어떻게!”


최영민이 경악하며 검을 빼내려 했으나, 태벽의 손아귀는 거대한 무쇠 바이스처럼 칼날을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태벽은 차가운 안광으로 최영민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손가락 힘을 주었다.


쩌적, 쩌적!


금장 장도의 명검 칼날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유리창이 깨지듯 수십 개의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보석이 박힌 검자루만 쥔 채 최영민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네놈이 자랑하는 혈통과 가문의 힘이 겨우 이 정도냐.”


태벽의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최영민의 귓전을 때렸다.


태벽은 오른손 주먹을 뒤로 젖혔다. 주먹에 감긴 녹슨 흑철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의 어깨 관절과 팔꿈치 뼈가 순간적으로 수축했다가 폭발적인 탄성을 뿜어내는 외가 발경의 극의, 단골경(斷骨勁)이 꿈틀거렸다. 뼈가 부러졌다 붙으며 형성된 기괴한 근골의 탄성이 오른팔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강철 투석기처럼 만들었다.


“죽어라.”


태벽의 오른주먹이 최영민의 안면을 향해 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주먹에 감긴 사슬의 무게와 단골경의 파괴적인 탄성이 결합된 일격, 철기타(鐵器打)였다.


최영민은 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태벽의 주먹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질량의 풍압이 그의 호흡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콰아아앙——!


두개골이 바스러지는 끔찍한 파열음이 막사 내부를 찢어발겼다.


태벽의 사슬 감긴 주먹이 최영민의 안면 중앙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타격이 가해지는 순간, 최영민의 코뼈가 형체도 없이 으스러지며 안쪽으로 함몰되었고, 이어 안구 주변의 안와골과 이마의 전두골이 연쇄적으로 조각나며 내려앉았다. 뼈가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는 마치 무거운 마차가 잘 익은 수박을 밟고 지나갈 때 나는 소리와 같았다.


“끄어어억……!”


최영민은 비명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의 머리가 기이한 각도로 뒤로 꺾였고, 입과 코, 귀에서 시뻘건 선혈과 뇌수가 뒤섞인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단골경의 충격파는 최영민의 두개골을 관통하여 목뼈까지 연쇄적으로 부러뜨려 놓았다.


쿵!


최영민의 장대한 몸뚱이가 뒤로 날아가 막사의 거친 목조 기둥에 처박혔다. 기둥이 쩌적 갈라지며 먼지가 쏟아졌고, 최영민은 바닥으로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그의 얼굴은 더 이상 사람의 형상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초점 없는 눈동자는 허공을 응시한 채 굳어버렸다. 즉사였다.


도성에서 온 오만한 소공자이자, 노예들을 가축처럼 죽여대던 최영민의 목숨이 단 한 방의 주먹끝에 허무하게 끊어졌다.


막사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한 침묵에 휩싸였다.


남아 있던 사병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참상을 보며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들이 신봉하던 명문가의 무학도, 화려한 보검도, 단전 없는 노예의 투박한 강철 주먹 앞에서는 그저 한낱 유리조각에 불과했다.


“도, 도련님이 죽었다……!”


“괴물이다! 도망쳐!”


사병들이 무기를 내던지며 비명을 지르고 막사 밖으로 패닉 상태가 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태벽은 그들을 쫓지 않았다. 무리하게 단골경과 폐골갑을 연동한 탓에 온몸의 뼈마디에서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발열통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으스러진 관절을 붙잡고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그 어느 때보다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태벽은 천천히 몸을 돌려 바닥에 쓰러진 아영을 일으켜 세웠다. 아영은 눈물이 범벅이 된 채 태벽의 피 묻은 주먹 사슬을 말없이 어루만졌다. 돌이 역시 칠성의 부축을 받으며 비틀거리고 일어섰다. 막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삼백 명의 노예들이 부서진 문틈 사이로 최영민의 시신을 목격하고는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그들의 눈에 서린 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그것은 평생 자신들을 얽매고 있던 사슬을 끊어낼 수 있다는 거대한 희망의 불꽃이었다.


태벽은 최영민의 피로 검붉게 물든 오른손의 흑철 쇠사슬을 하늘을 향해 천천히 치켜들었다. 쇠사슬이 쩔렁이며 내는 묵직한 소리가 광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더 이상 짐승이 아니다.”


태벽의 선언과 함께, 막사를 가득 메운 삼백 명의 노예들이 일제히 발목의 사슬을 흔들며 대지를 뒤흔드는 폭동의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서산령 흑철 광산의 지옥 같은 지배 체제가 무너지는 대폭동의 서막이 마침내 올랐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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