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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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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콰르릉!


고문실의 두꺼운 흑석 벽이 비명을 지르며 진동했다. 무진의 왼손에 쥐인 녹슨 광산 정이 강태성의 거대한 참마도와 맞부딪치는 순간, 사방으로 맹렬한 불꽃이 튀어 오르며 무진의 차가운 철가면 표면을 붉게 물들였다.


“크으윽……!”


철가면 안쪽에서 무진의 이가 부러질 듯 맞물렸다. 일류 초입에 도달한 강태성의 패도적인 흑풍진기는 무공이 미약한 이류 수준의 무진이 정면으로 받아내기에는 태산과도 같은 무게였다. 충돌의 여파가 왼팔을 타고 그대로 척추로 들이쳤다. 이미 어긋나 있던 오른쪽 어깨 관절이 다시 한번 비틀리며 비명을 질렀고, 무엇보다 오른손 목의 인대가She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뇌리를 찔렀다.


파스스스.


무진의 손에 쥐여 있던 녹슨 광산 정에 미세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내력의 격차가 불러온 물리적인 한계였다. 이대로 3합을 더 버틴다면 무쇠 정은 물론이고 무진의 왼팔 뼈마디까지 가루가 될 판이었다. 강태성은 손목에 철필을 맞은 자상을 입고도 광증에 눈이 멀어 참마도를 더 강하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내 초식을 흉내 내!? 죽여라! 네놈의 뼈와 살을 다 갈아 마셔주마!”


강태성의 우렁찬 고함과 함께 참마도 끝에서 자색 도강이 한층 더 짙게 타올랐다.


무진은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정안(靜眼)을 시전한 오른쪽 눈동자가 강태성의 뒤틀린 어깨 근육과 고문실 벽면의 균열을 빠르게 훑었다. 이곳 고문실은 제3채굴장의 가장 약한 암반 지대와 얇은 돌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었다. 스승 독고충에게 배웠던 지하 통로의 구조가 머릿속에서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정면 대결은 자살이다. 벽을 무너뜨려 제3채굴장으로 유인한다.’


결심이 선 순간, 무진은 전신의 힘을 빼며 몸을 뒤로 눕혔다.


강태성의 참마도가 무진의 가슴팍을 가르며 내려앉는 찰나의 순간, 무진은 전신의 관절을 유연하게 탈골시키듯 흐물거리며 타격의 궤적을 비껴냈다. 충격 흡수(衝擊 吸收)의 극의였다. 참마도의 패도적인 도강이 무진의 가슴팍을 때리는 순간, 무진은 그 충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지 않고 몸을 활처럼 뒤로 휘며 그 반동을 이용해 뒤편의 흑석 벽을 향해 스스로의 몸을 강하게 던졌다.


콰아아앙!


무진의 등짝이 흑석 벽에 부딪히며 거대한 충격음이 울렸다. 충격 흡수로 흘려보낸 강태성의 내력이 무진의 몸을 매개로 하여 이미 균열이 가 있던 돌벽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쿠르릉, 쾅!


두꺼운 돌벽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며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벽 너머로 자욱한 흑철 먼지와 함께 제3채굴장의 어둡고 습한 냉기가 밀려들었다. 무진은 허물어지는 돌더미 사이로 몸을 굴려 제3채굴장의 깊은 광도 안으로 빠르게 신형을 감추었다.


“쿨럭……!”


돌바닥을 구른 무진의 입에서 검붉은 선혈이 울컥 쏟아졌다. 충격을 흘려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갈비뼈 부근의 미세 골절이 더 깊어지며 허파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오른쪽 팔은 인대가 파열되어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묵영보의 구결을 떠올리며 발소리를 죽인 채 어둠이 짙게 깔린 채굴장 안쪽, 가장 낡고 무너질 위험이 높은 지지대 구역으로 필사적으로 기어갔다.


“어디로 도망치느냐, 이 비천한 노비 놈아!”


뒤편에서 벽 잔해를 부수며 강태성이 쫓아왔다. 그의 손목에서는 여전히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의 전신을 감싼 자색 기류는 더욱 사납게 날뛰고 있었다. 강태성은 이성을 잃은 야수처럼 참마도를 휘두르며 제3채굴장의 천장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콰르릉! 쾅! 쾅!


참마도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거대한 낙석들이 빗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천장을 받치고 있던 낡은 목조 지지대들이 굉음을 지르며 부러져 나갔다. 자욱한 먼지가 무진의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았지만, 무진은 정안을 가동해 떨어지는 바위들의 궤적을 찰나의 순간마다 포착해 냈다.


그는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 표면을 딛고 가볍게 뛰어오르며 강태성이 날리는 패도적인 참격의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회피했다. 어둠 속에서 무진의 신형이 유령처럼 허공을 건너뛰었다.


“죽어라!”


강태성이 무진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공중을 향해 참마도를 세로로 강하게 내리쳤다. 자색의 거대한 검강이 무진의 가슴을 향해 짓쳐 들었다. 피할 곳이 없는 공중이었다.


무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피하는 대신 전신의 관절을 스스로 어긋나게 하며 타격이 가해지는 가슴뼈 부위를 뒤로 쑥 빼냈다.


콰웅!


강태성의 도강이 무진의 가슴팍에 직격했다. 가슴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무진의 전신이 뒤로 폭풍처럼 튕겨 나갔다. 하지만 무진은 공중에서 회전하며 그 충격 에너지를 고스란히 자신의 신형에 담았다. 그리고 자신이 목표로 했던, 제3채굴장을 지탱하는 가장 거대하고 낡은 핵심 목조 지지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빠드득, 콰아아앙!


무진의 몸이 지지대에 부딪히는 순간, 충격 흡수로 담아두었던 강태성의 폭발적인 내력이 지지대의 중심부에 그대로 작렬했다. 이미 썩어 들어가던 거대한 기둥이 비명을 지르며 반으로 쪼개졌다.


그것은 붕괴의 시작이었다.


쿠구구구구구!


제3채굴장의 천장 전체가 흔들리며 거대한 한철 암반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광산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압도적인 파멸의 소음이 고문실과 채굴장을 가득 메웠다.


“이, 이놈이……!”


강태성은 그제야 무진의 의도를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그의 머리 위로 집채만 한 흑철 바위들이 쏟아졌다. 강태성은 참마도를 휘둘러 낙석들을 부수려 했으나, 사방에서 가해지는 물리적인 압도적 무게 앞에서는 일류 무사의 강기조차 무력했다.


쾅! 콰아앙!


거대한 한철 암반 하나가 강태성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강태성이 간신히 몸을 비틀어 머리는 피했으나, 떨어진 바위는 그의 오른쪽 다리를 그대로 짓눌러 뭉개버렸다.


“아아아악!”


지옥 같은 비명이 채굴장에 울려 퍼졌다. 단단한 한철 바위 밑에 다리가 깔린 강태성은 움직이지 못한 채 피를 토했다. 그의 참마도가 손에서 떨어져 멀리 굴러갔다.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천장의 무너짐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찰나, 먼지 구덩이 속에서 소리 없이 기어 나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무진이었다.


그의 오른쪽 어깨는 짓눌려 깊은 골절상을 입었고, 오른손 목은 인대가 완전히 파열되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전신이 상처투성이였지만, 무진의 오른쪽 눈동자만큼은 어둠 속에서 야수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묵영보를 시전하며 지면과의 마찰음을 완전히 지운 채, 다리가 묶인 강태성을 향해 유령처럼 다가갔다.


사각, 사각.


먼지 밟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기괴한 발걸음.


강태성은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며 다가오는 무진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극단적인 공포가 서렸다.


“네, 네놈…… 정체가 대체 무엇이냐…… 노비 놈이 이럴 수는 없다…….”


무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강태성의 코앞까지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왼손 끝에 푸르스름한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밤마다 묵혼 동굴에서, 그리고 방금 전 고문실에서 강태성의 어깨 근육 움직임을 정안으로 포착해 완벽하게 훔쳐낸 수라참도법의 궤적이었다.


“가라.”


철가면 뒤에서 쇳소리 섞인 무진의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쉬아아악!


무진의 왼손 날이 수라참도법의 살수 궤적을 그리며 강태성의 목덜미를 강타했다.


우두둑!


강태성의 목뼈가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경추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단 한 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철골굴의 폭군이자 총교관이었던 강태성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빠르게 사라졌다. 그의 고개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무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강태성의 시체 옆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어댔고 전신의 상처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이 죽음을 완벽한 사고사 혹은 자살로 위장해야만 장로회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무진은 강태성의 허리에 감겨 있던 쇠 가시가 박힌 핏빛 가죽 채찍, ‘철골 채찍’을 풀었다. 그리고 그의 목에 채찍을 단단히 올가미처럼 둘렀다. 채찍의 반대쪽 끝을 무너진 천장의 날카로운 흑철 대들보 틈새에 단단히 옭아맸다. 강태성이 광산 붕괴의 혼란 속에서 무너지는 돌더미를 피하려다 자신의 채찍에 목이 감겨 질식사한 것처럼, 혹은 절망 속에서 스스로 목을 매단 것처럼 완벽한 완전범죄의 무대를 연출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순간, 무진은 강태성의 시체 품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 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촉감이 닿았다.


꺼내어 보니, 기괴하게 뒤틀린 문양이 새겨진 흑철 열쇠였다.


마침내 손에 넣은, 가면을 완전히 해제할 수 있는 진짜 ‘한철 열쇠’였다.


무진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열쇠를 들어 자신의 오른쪽 귀밑 부분에 위치한 미세한 흑철 홈에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딱.


열쇠가 홈에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갔다. 무진은 떨리는 숨을 들이쉬며 열쇠를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렸다.


끼이이이익-


가면 내부의 미세한 기어와 태엽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기괴한 쇳소리가 무진의 귓가를 울렸다. 안면 경혈을 깊숙이 관통하고 있던 미세한 가시 침들이 부드럽게 뒤로 후퇴하는 느낌이 전해졌다. 살가죽을 옥죄던 차가운 철의 압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철컥!


마침내 한철가면이 기괴한 쇳소리를 내며 반으로 갈라져 무진의 안면에서 완전히 분리되었다.


툭, 데구르르.


차가운 무쇠 가면이 흙바닥으로 떨어져 굴렀다. 17년 평생 그의 얼굴을 감옥처럼 가두고 있던 족쇄가 벗겨진 순간이었다. 차가운 광산의 밤바람과 흑철 먼지가 상처투성이인 무진의 맨얼굴 피부에 직접 닿았다. 쓰라렸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감각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찰나였다.


쿠구구구구!


채굴장의 천장이 다시 한번 거대하게 흔들리며, 이전보다 수십 배는 더 큰 흑철 암반들이 무진의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자욱한 먼지가 무진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고, 출구는 이미 무너진 돌더미에 막혀 보이지 않았다. 산소가 급격히 고갈되며 숨이 막혀오는 암흑 속에서 무진의 신형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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