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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이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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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터널의 차가운 물살을 가르는 사냥개들의 울음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무겁게 울려 퍼졌다. 웅장한 수압과 한기가 한철가면의 틈새로 사정없이 밀려들었다. 왼쪽 허벅지의 검흔 자창에서 흘러나온 피가 물속에서 붉은 아지랑이를 그리며 퍼져 나갔다. 이대로 지상으로 올라간다면 피 냄새를 쫓는 사백의 검은 사냥개들에게 단숨에 포위당할 터였다.


‘여기서 지체할 순 없다.’


무진은 이 악물고 숨을 참았다. 단전 깊은 곳에서 만상도골공의 음기 진기를 미세하게 끌어올려 전신의 관절로 보냈다. 뼈마디가 흐물흐물해지는 축골술의 기이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무진은 스스로 갈비뼈와 어깨 관절을 비틀어 좁히며, 수중 터널 옆바닥에 뚫린 비좁은 폐수 배수구 구멍 속으로 소리 없이 기어 들어갔다. 오물과 썩은 물이 가득한 배수구 내부의 압박은 상상 초월이었지만, 무진은 묵영신법의 수중 기동을 응용해 마찰을 최소화하며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사냥개들이 수면 위를 맴돌며 미친 듯이 짖어대던 소리가 서서히 멀어졌다. 피 냄새의 근원을 잃어버린 사냥꾼 사백의 당혹스러운 외침이 물결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왔다. 무진은 지하 수로망을 타고 노비 처소의 더러운 오물 배출구까지 헤엄쳐 올라왔다. 온몸이 오물과 차가운 한기로 젖어 있었지만, 그는 소리 내어 기침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는 처소 구석의 썩은 짚더미 아래로 기어 들어가 젖은 야행복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품속에서 꺼낸, 독고염의 자색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비밀 서찰을 짚더미 깊숙한 곳에 숨겼다. 왼쪽 허벅지의 찢어진 상처는 굴러다니던 거친 삼베 조각을 찢어 단단히 묶어 지혈했다. 갈비뼈의 골절 통증이 숨을 쉴 때마다 욱신거렸지만, 무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낡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몸을 웅크렸다.


새벽빛이 철골굴의 좁은 창살 틈새로 스며들기도 전에, 쇠종 소리가 광산 전체를 찢어발기듯 울렸다.


뎅! 뎅! 뎅! 뎅!


“전원 기상! 제3채굴장의 모든 노비들은 광장으로 집결하라! 교관 백무가 실종되었다!”


하급 간수들의 거친 가죽 채찍 소리가 처소 문을 때렸다. 무진은 철가면의 좁은 틈새로 붉게 충혈된 눈을 빛내며, 세상에서 가장 나약하고 비굴한 노비 ‘쇠돌이’의 자세로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밖으로 기어 나갔다.


철골굴 중앙 광장은 얼음처럼 차가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수백 명의 노비들이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들 앞에는 철골굴의 총교관 강태성이 피빛 가죽 채찍인 혈룡편을 쥔 채 서 있었다. 그의 굳센 얼굴은 분노와 광증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오른팔인 백무가 간밤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그의 지배력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강태성의 매서운 안광이 꿇어앉은 노비들의 머리 위를 훑었다. 마침내 그의 발걸음이 무진의 앞에서 우뚝 멈췄다.


“쇠돌이.”


강태성의 쉰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백무가 간밤에 네놈의 처소 방향으로 순찰을 간 뒤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 새벽, 제3채굴장 지하 수중 터널 밑바닥에서 그의 차가운 시체가 인양되었지. 외상 하나 없는 완벽한 질식사라더군. 실족사라고?”


강태성이 허리를 숙여 무진의 한철가면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의 입에서 지독한 술 냄새와 피비린내가 풍겼다.


“하지만 내 눈은 못 속인다. 백무가 실족사할 만큼 나약한 무사가 아니라는 건 내가 가장 잘 알지. 네놈이 마공을 숨기고 백무를 암습한 것이냐, 아니면 뒤에 장로회의 다른 쥐새끼를 숨겨둔 것이냐?”


무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벙어리 노비처럼 몸을 덜덜 떨며 바닥에 머리를 찧을 뿐이었다. 하지만 가면 속 무진의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 강태성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하고 있었다. 강태성의 오른쪽 손목 근육이 미세하게 수축하고 있었다. 채찍을 휘두르거나 주먹을 뻗기 직전의 전형적인 기혈 흐름이었다.


“말을 못 하는 벙어리라면, 몸뚱이로 실토하게 만들어주마. 끌고 가라! 지하 고문실로!”


강태성의 포효와 함께 교관들이 무진의 쇠사슬을 잡아챘다. 무진은 무력하게 끌려가는 척하며, 속으로는 이 지옥 같은 고문실에서 벌어질 사투를 대비해 전신의 기혈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지하 고문실은 사방이 두꺼운 흑석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의 어떤 소리도 새어 나가지 않는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벽에는 핏물이 말라붙은 무거운 쇠사슬들이 기괴하게 걸려 있었고, 중앙에는 고문용 목재 틀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강태성은 무진을 쇠사슬에 묶지도 않은 채, 고문실 바닥 한가운데로 거칠게 내던졌다. 그리고 벽에 걸려 있던 자신의 진짜 무기, 거대하고 투박한 참마도(斬馬刀)를 거칠게 뽑아 들었다. 넓적한 대도 날이 횃불을 받아 핏빛 광채를 반사했다.


“여기는 장로들의 밀정도, 교주의 눈길도 닿지 않는 곳이다.”


강태성이 참마도를 바닥에 쓸며 천천히 다가왔다. 쇳소리가 고문실 전체를 소름 끼치게 울렸다.


“네놈의 단전이 정말 파괴된 쓰레기인지, 아니면 교묘한 기만술로 우리를 속이고 있는 가짜 소교주 대역인지…… 이 칼로 직접 확인해 주마.”


강태성이 전신의 내력을 폭발시켰다. 그의 몸 주변으로 피비린내 나는 자색 기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사파의 독문 무공인 수라참도법(修羅斬魂)의 기운이었다. 그 압도적인 살기와 위압감에 고문실 벽에 걸린 쇠사슬들이 미친 듯이 흔들리며 쟁쟁거렸다.


스우우우!


강태성이 참마도를 가볍게 휘두르자, 대도 끝에서 날카로운 자색 도강(刀罡)이 뿜어져 나와 무진의 바로 옆 고문용 목재 틀을 일도양단했다. 콰르릉 소리와 함께 거대한 목재가 먼지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일류 초입의 절정에 달한 파괴력이었다.


무진은 가면 안쪽에서 정안 시전(靜眼 施展)을 단행했다. 안구 주변의 기혈로 내력을 극한으로 집중시키자, 뇌가 터질 듯한 과부하와 함께 시야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정안의 실명 부작용으로 인해 왼쪽 눈의 시야가 순식간에 암전되며 일시적인 실명 상태에 빠졌지만, 오른쪽 눈동자만큼은 강태성의 전신 기혈 흐름을 바둑판의 선처럼 정밀하게 포착해 냈다.


‘강태성의 수라참도법은 거친 살기에 의존한다. 도법을 전개할 때 그의 어깨와 손목 관절 사이에 미세한 무게중심의 정지가 발생한다. 그 찰나가 맹점이다.’


“죽어라, 가짜 놈!”


강태성이 참마도를 크게 휘두르며 쇄도했다. 수라참도법의 첫 번째 살수 초식인 ‘수라참혼(修羅斬魂)’이었다. 피비린내 나는 자색 도광이 무진의 목덜미를 향해 횡으로 거세게 베어 왔다.


무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축골술(縮骨術)을 시전해 척추 마디마디를 순식간에 아래로 압축하며 몸의 높이를 반으로 줄였다.


쉬이이익!


참마도의 대도 날이 무진의 머리 위 허공을 종이 한 장 차이로 가르고 지나갔다. 검풍이 한철가면의 표면을 때리며 찌르르한 진동을 남겼다.


피해 냄과 동시에, 무진의 오른손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고문용 철필(鐵筆)을 낚아챘다. 굵고 뾰족한 무쇠 정이었다. 무진은 만상도골공(萬象盜骨功)의 역천 구결을 단전에서 폭발시켰다. 방금 전 정안으로 훔쳐보았던 강태성의 수라참혼의 궤적, 그의 손목 뒤틀림과 어깨 근육의 수축 각도가 무진의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재구성되었다.


‘수라참혼은 이렇게 꺾어 찌른다!’


무진은 손에 쥔 철필을 거대한 대도처럼 쥐고, 강태성이 방금 시전했던 수라참혼의 궤적을 고스란히 역용하여 앞으로 짓쳐 나갔다. 무공을 도적질하여 방출하는 기괴한 모사의 안개가 철필 끝에서 푸르스름하게 일어났다.


슈아아악!


“이, 이 초식은……!?”


강태성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뒤집혔다. 눈앞의 비천한 노비 쇠돌이가 자신의 독문 무공인 수라참혼의 완벽한 궤적을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초식의 맹점인 오른쪽 손목 사각지대를 정확히 파고드는 궤적이었다.


푸욱!


철필 끝이 강태성의 오른쪽 손목 관절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뼈와 살이 뚫리는 기분 나쁜 파열음과 함께 붉은 선혈이 고문실 바닥으로 비산했다. 강태성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손목에서 힘이 빠지며 거대한 참마도가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으나, 그는 이 악물고 내력을 끌어올려 대도를 고쳐 쥐었다.


“이 괴물 같은 놈이…… 감히 내 무공을 훔쳐 써!?”


강태성의 얼굴이 수치심과 광증으로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왼손으로 손목의 혈도를 눌러 지혈한 뒤, 전신의 공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고문실 바닥의 단단한 석판들이 그의 패도적인 흑풍진기에 의해 우두둑 소리를 내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무진은 두 번째 초식을 모사하려 단전의 음기를 쥐어짜냈다. 그러나 일류 고수의 내력을 억지로 복사해 뿜어낸 후폭풍은 잔인했다. 단전 내부에서 이종 진기가 충돌하며 오른쪽 어깨뼈가 기괴한 소리와 함께 뚝 탈골되어 뒤로 크게 튕겨 나갔다. 극심한 작열통이 전신을 덮쳤다.


“크윽……!”


무진은 바닥을 구르며 쓰러졌다. 오른쪽 팔이 흐느적거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왼손을 뻗어 자신의 오른쪽 어깨 관절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골절 복구술(骨折 復舊術)을 시전해, 어긋난 뼈마디를 한 번에 강하게 밀어 넣었다.


우두둑!


뼈가 맞춰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전신이 쇼크사할 듯한 고통이 뇌리를 때렸지만, 무진은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다. 철가면 뒤의 붉은 눈동자는 오직 눈앞의 적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진은 왼손으로 다시 녹슨 무쇠 정을 단단히 움켜쥐며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일어섰다.


강태성은 찢어진 손목에서 흐르는 피를 핥으며, 고문실의 육중한 철문으로 걸어가 쇠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철컥하는 소리가 고문실 내부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완벽한 고립이자, 단 한 명만이 살아서 나갈 수 있는 사지(死地)가 완성된 것이다.


“생사결(生死決)이다, 가짜 놈아.”


강태성이 참마도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빛 수라강기가 폭발하듯 팽창하며 고문실 바닥의 단단한 돌판들을 사방으로 산산조각 내기 시작했다. 깨진 돌가루들이 폭풍처럼 휘날리는 어둠 속에서, 강태성의 거대한 칼날이 무진의 정수리를 향해 마지막 사천채찍검법의 파멸적인 일격을 가해 왔다.


무진은 한쪽 눈이 먼 절망적인 시야 속에서도, 손에 쥔 녹슨 광산 정을 대도처럼 치켜들었다. 그리고 훔쳐 배운 수라참도법의 모든 궤적을 철필 끝에 실어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무진이 손에 쥔 녹슨 광산 정을 대도처럼 휘두르며 강태성의 독문 초식을 완벽하게 되받아치자, 고문실 전체에 쇠 부딪히는 굉음이 울려 퍼지는데……!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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