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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리는 뱀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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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무선의 투박한 손길이 한철가면의 귀밑 자물쇠를 단단히 죄며 물러났다. 동틀 녘의 서늘한 바람이 채굴장 초소의 틈새를 타고 불어왔을 때, 늙은 대장장이는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가면 내부에 이식된 미세한 가시 침과 안전장치의 감각이 뺨의 상처를 자극하며 지독한 이물감을 만들어냈다. 무진은 입안에 고인 핏물을 삼키며 하루를 시작했다. 지옥 같은 철골굴의 하루는 늘 채찍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법이었다.


낮이 되자 철골굴 연무장은 뜨거운 열기와 자욱한 흑철 먼지로 가득 찼다. 노비들은 가혹한 노역으로 등이 굽은 채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 다니는 한 사내가 있었다. 철골굴의 총교관, 강태성이었다. 그의 얼굴은 온통 흉터로 가득했고, 허리춤에는 한철 가시가 박힌 핏빛 가죽 채찍 ‘혈룡편’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강태성의 매서운 눈빛은 노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뱀처럼 훑어내리고 있었다.


강태성의 발걸음이 무진의 앞에서 멈추었다. 철가면의 좁은 눈 틈새 너머로 강태성의 굳센 얼굴이 다가왔다.


“쇠돌이.”


강태성이 나직하게 불렀다. 그의 목소리에는 뼈를 깎는 듯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네놈의 걸음걸이와 미세한 호흡 간격이 간밤에 묘하게 변했구나. 어깨의 중심이 미세하게 어긋나 있어. 뼈마디의 정렬 상태가 마치 무공을 익힌 자처럼 정교해진 느낌이란 말이지.”


강태성의 의심은 집요했다. 무진이 소교주의 대역으로 발탁된 이후, 그는 줄곧 무진의 단전이 정말로 파괴되었는지 의심하고 있었다.


스스슥.


강태성의 어깨 근육이 수축하는 궤적이 무진의 정안(靜眼)에 포착되었다. 무진은 본능적으로 전신의 긴장을 풀었다. 지금 내력을 드러내면 단전이 멀쩡하다는 사실이 발각되고, 그 즉시 자신과 누이 무희의 목숨은 날아갈 터였다.


콰아앙!


강태성이 갑자기 손바닥을 내뻗어 무진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내력을 실어 상대를 기절시키는 패도적인 ‘흑풍장(黑風掌)’이었다.


무진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격이 닿는 찰나, 어깨 관절을 스스로 탈골시키듯 뒤로 회전시키며 충격을 흘려보냈다. 충격 흡수(衝擊 吸收)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외관상으로는 무참히 짓밟힌 것처럼 보여야 했다.


“윽……!”


무진은 비명과 함께 연무장 돌바닥 위로 볼품없이 쓰러졌다. 입가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그는 단전 깊숙한 곳의 진짜 내력을 숨기기 위해 ‘기혈 역류’를 시전하며, 단전이 완전히 비어 있는 척 위장했다. 강태성의 주입된 진기가 텅 빈 단전을 훑고 지나가도록 방치한 것이다.


강태성이 쓰러진 무진을 내려다보며 핏빛 채찍을 가볍게 털었다.


“역시나 내력이 전혀 없는 삼류 범인 버러지 놈이군. 뼈가 쓸데없이 유연해서 충격을 흘린 것인가.”


강태성은 흥미를 잃은 듯 침을 뱉고 뒤를 돌아섰다. 하지만 그의 눈빛 깊은 곳에 서린 뱀 같은 의구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오른팔이자 잔인한 채찍 교관인 ‘백무’에게 눈빛으로 은밀한 지령을 내렸다. 오늘 밤, 저 철가면 노비의 처소를 기습해 단전의 실상을 완전히 폭로하라는 음모였다.


깊은 밤, 무진은 자신의 습하고 음산한 임시 처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낮에 강태성의 흑풍장을 몸으로 받아내고 기혈을 억지로 숨기기 위해 ‘폐기공(閉氣功)’을 과도하게 시전한 탓에 가슴이 답답하고 찌르는 듯한 내상이 찾아왔다.


‘강태성이 이대로 물러설 리가 없다. 반드시 오늘 밤 쥐새끼를 보내겠지.’


무진은 호흡을 다스리며 독고충 스승님이 전수한 ‘묵영보 구결’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새겼다.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움직여 적의 사각을 꺾는 신법. 그는 처소 바닥에 아주 미세하고 투명한 인장 실을 촘촘히 깔아 기계적인 경보 장치를 만들어 두었다.


스스스.


그때, 처소 지붕 위에서 아주 미세한 바람의 흐름이 변했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결코 눈치채지 못할 극미한 기척이었다. 하지만 무진의 정안(靜眼)은 어둠 속에서도 공기의 미세한 진동과 온도 변화를 감지해 내고 있었다.


‘왔군.’


침입자는 지붕의 기와를 소리 없이 들어내고 처소 내부로 하강했다. 강태성의 오른팔, 백무였다. 백무는 이류 초입(二流 初入)의 무공을 지닌 자로, 소리 죽이는 보법에 능했다.


툭.


백무의 발끝이 바닥에 닿는 순간, 무진이 설치해 둔 미세한 실 함정이 그의 예리한 신법 발끝에 걸려 소리 없이 끊어졌다. 경보 장치가 작동하기도 전에 백무의 탁월한 감각에 의해 무력화된 것이다. 백무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어둠 속에서 예리한 단도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무진은 이미 침상 위에 베개와 낡은 삼베옷을 채워 넣어 완벽한 가짜 신형을 만들어 둔 상태였다.


무진은 묵영신법(墨影身法)을 시전했다. 발바닥의 용천혈에 미미한 음기 진기를 집중시키며 지면과의 마찰음을 완전히 지운 채, 소리 없이 기둥 뒤의 어둠 속으로 신형을 은닉했다.


정안의 붉은 시야 속에서 백무의 움직임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백무는 왼손잡이였다. 단도를 쥔 왼손의 각도, 그리고 공격을 개시할 때 오른쪽 어깨를 미세하게 앞으로 내미는 지독한 습관. 그것은 백무의 오른쪽 사선 방향에 치명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의미했다.


무진은 숨소리조차 지우는 무영호흡법으로 기압을 조절하며, 백무의 오른쪽 사각지대로 소리 없이 기어 들어갔다. 손가락 끝에 음기 진기를 모으며 상대의 경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안마술’의 시전 타이밍을 노렸다.


백무는 침상 앞에 바짝 다가섰다. 이불 속에 누워 있는 형체가 가짜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그의 왼손이 무섭게 허공을 갈랐다.


쉬이익! 푹!


예리한 단도가 무진의 가짜 신형이 누워 있는 침상 정중앙을 사정없이 꿰뚫었다. 깃털과 썩은 짚더미가 허공으로 흩날리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


백무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크게 흔들렸다. 쇠붙이가 살점을 뚫는 감각이 아니었다. 속았음을 깨달은 찰나, 백무의 신형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백무는 극단적인 살수 본능으로 단도를 거꾸로 쥐며, 자신이 기습당할 사각지대인 기둥 뒤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검날을 회전시켜 베어 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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