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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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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의 거친 손가락이 무진의 가슴팍 옷자락을 찢어발기며 단전의 기혈을 짓눌렀다.


지독한 살기가 깃든 손끝이 얇은 살가죽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일류 초입의 무공을 지닌 백무의 내력이 무진의 하단전 주변을 헤집으며 기의 흐름을 탐색했다. 찰나의 순간, 무진의 머릿속에 수많은 경맥의 지도가 바둑판처럼 펼쳐졌다.


‘지금 단전에 머물고 있는 백무의 내력을 들키면 끝장이다.’


무진은 이 악물고 만상도골공(萬象盜骨功)의 역천 기혈 순환을 가동했다. 단전에 임시로 가두어두었던 백무의 음산한 진기를 전신의 관절과 사지말단의 사각지대 경맥으로 강제로 흩뜨려 분산시켰다. 뼈마디가 뒤틀리는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무진은 가면 뒤로 새어 나오는 신음을 철저히 삼켰다.


백무의 손가락 끝에 닿은 무진의 단전은, 그저 얼음처럼 차갑고 텅 빈, 아무런 내공도 존재하지 않는 비천한 노비의 껍데기일 뿐이었다.


“퉤! 역시나 아무것도 없는 버러지 놈이군.”


백무는 손가락을 떼며 더럽다는 듯 무진의 가슴팍을 군화 발로 사정없이 걷어찼다. 이미 미세 골절이 가 있던 무진의 갈비뼈가 비명을 질렀다. 무진은 바닥을 구르며 붉은 선혈을 울컥 토해냈다. 철저히 약하고 무능한 노비의 모습을 가장한 처절한 연기였다.


“소교주의 대역이라는 과분한 자리를 얻었다고 해서 네놈이 진짜 용이라도 된 줄 알았더냐? 사흘 안에 백 근의 흑철을 캐내지 못하면, 이 채굴장이 네놈의 무덤이 될 것이다.”


백무는 침을 뱉고는 철골 채찍을 거칠게 챙겨 감방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철문이 무겁게 닫히는 소리와 함께 횃불의 희미한 불빛마저 사라지자, 감방 안은 다시 완전한 암흑과 정적 속에 잠겼다.


“오라버니…… 아니, 쇠돌이 형!”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어린 노비 소천이 기어와 무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무진은 거친 호흡을 내쉬며 뒤틀린 관절을 바로잡으려 했다. 그러나 진짜 재난은 백무가 떠난 직후에 시작되었다.


지하 채굴장의 지독한 습기와 사방에 자욱한 흑철 먼지, 그리고 무진이 흘린 핏물이 한철가면(寒鐵假面)의 미세한 이음새와 기계 장치 내부로 스며든 것이 화근이었다.


태엽과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야 할 가면 귀밑 부분의 흑철 홈 내부에서 기분 나쁜 마찰음이 일어났다.


지직, 지지직!


가면 내부의 미세한 고정 핀들이 녹과 철가루에 엉겨 붙으며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안면 뼈대를 단단히 고정하고 있던 가시 침들이 제멋대로 팽창하며 무진의 뺨과 관자놀이, 턱뼈의 살가죽을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으, 윽……!”


가면 내부에서 짓눌린 살점 사이로 검붉은 피가 울컥 솟구쳐 올랐다.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팽창한 철가면이 무진의 안면 근육과 기도를 무섭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코와 입을 덮은 철판의 숨구멍마저 굳어버린 핏가루와 흑철 먼지로 꽉 막혀버렸다.


산소가 통하지 않았다. 숨을 들이쉬려 할 때마다 차가운 쇠벽이 목구멍을 가로막는 듯한 극심한 질식감이 밀려왔다.


“형! 왜 그래요? 가면에서 피가……!”


소천이 경악하며 무진의 얼굴을 붙잡았으나, 무진은 이미 대답할 여력조차 없었다. 허파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눈앞이 붉은 안개에 휩싸인 듯 흐려졌다. 정안(靜眼)의 시야마저 핏빛으로 물들며 사물의 윤곽이 일그러졌다.


무진은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려 한철가면의 귀밑 홈을 쥐어뜯었다. 손톱이 부러지고 손가락 끝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탁무선이 주조한 차가운 무쇠 가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뼈를 줄이는 축골술을 시전해 얼굴 뼈를 압축하려 했으나, 안면 경혈을 관통한 가시 침들이 기형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어 뼈마디를 움직일 때마다 뇌리가 깨질 듯한 극통만 더해질 뿐이었다.


이대로 가면 소교주의 대역 시험은커녕, 이 어두운 감방 구석에서 소리 소문 없이 질식사할 판이었다.


“탁…… 무선…….”


무진의 목구멍에서 쇠 긁는 듯한 탁한 쇳소리가 새어 나왔다.


가면을 단조한 늙은 대장장이 탁무선. 그의 대장간에 있는 특수 한철 열쇠가 없다면 이 족쇄는 절대로 풀 수 없었다.


소천은 무진의 붉게 충혈된 눈빛과 찢어질 듯한 호흡을 보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소년의 눈에 단단한 결의가 스쳤다. 무진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백무의 채찍을 막아섰던 은인이었다.


“내가…… 내가 탁무선 영감을 데려올게요. 형, 조금만 버텨요!”


소천은 무진이 짚더미 밑에 숨겨두었던 흑철 은자(黑鐵 銀子) 몇 조각을 신속히 품속에 챙겼다. 그리고 간수들의 야간 순찰 교대 시간, 단 십 분의 공백을 노려 감방의 허술한 창살 틈새로 몸을 던졌다. 뼈가 유연한 소천의 왜소한 체구는 좁은 틈을 유령처럼 빠져나갔다.


지하 채굴장의 어둠을 뚫고, 소천은 탁무선의 대장간이 있는 외곽 구역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그 시각, 무진의 의식은 점차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허파는 산소를 갈구하며 비명을 질렀고, 심장은 터질 것처럼 고동쳤다. 가면 내부의 가시 침들이 안면 신경을 압박해 얼굴의 절반이 마비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무희를 구하기 전에는…….’


무진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독고충 스승님이 가르쳐 준 호흡법의 기초를 떠올리며 극도로 미미한 숨을 유지하려 애썼다. 1초가 1년 같던 절망의 시간 속에서, 얼마나 지났을까.


쿵!


닫혀 있던 감방의 철문이 조용히 열렸다.


희미한 횃불빛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천, 그리고 그 뒤로 더벅머리에 화상 흉터로 가득한 얼굴을 한 거구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늙은 대장장이 탁무선이었다. 그의 손에는 묵직한 망치와 기묘한 기어 장치가 달린 한철 열쇠(寒鐵 假面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이 무슨 미친 짓이냐! 감히 전대 교주님의 한철가면을 쓴 대역 놈을 내게 데려오다니!”


탁무선은 투덜거리면서도 무진의 상태를 보고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가면 내부의 고정 장치가 오작동하여 숨구멍을 막고, 가시 침이 뼈를 으스러뜨리기 직전의 참상이 장인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가면의 내부 태엽이 흑철 먼지와 핏물에 절어 완전히 굳어버렸군. 이대로 두면 안면 뼈가 함몰되어 죽는다.”


탁무선은 무진의 손목 맥박을 짚었다. 그의 예리한 안광이 미세하게 떨렸다.


“……네놈, 단전이 멀쩡하구나? 게다가 이 기이한 근골의 유연함은 뭐지? 단순한 범인 노비가 아니었어.”


무진은 숨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충혈된 정안의 눈동자로 탁무선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목구멍을 쥐어짜 나직하게 속삭였다.


“탁 영감…… 당신은 가문의 위선에…… 환멸을 느끼고 숨어 지내던…… 전대 교주님의 대장장이지. 내 정체를 밀고하든…… 살려두든 자유다. 하지만…… 나를 살려주면, 철골굴 깊은 곳의…… 한철 광석 밀수 경로를 독점하게 해주지. 그리고…… 이 가면을 단순히 푸는 걸 넘어…… 내부에 미세한 가시 침과 비밀 무기를 이식해 다오. 가면을…… 내 진짜 흉기로 개조해 달란 말이다.”


탁무선은 무진의 처절하면서도 오만한 눈빛에서 묘한 반역의 불꽃을 읽었다. 쇠독이 뼈까지 퍼져 죽어가는 와중에도 권력과 생존을 협상하는 이 기괴한 소년의 기개에, 늙은 장인의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뜨거운 풀무질의 열기가 다시 꿈틀거렸다.


“미친놈이군. 진짜 설씨 가문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야수였어.”


탁무선은 거칠게 껄껄 웃으며 허리춤에서 한철 열쇠를 꺼내 들었다.


“좋다. 네놈의 그 지독한 눈빛이 마음에 드는구나. 가짜 가면을 쓰고 진짜 가문을 무너뜨리는 꼴을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탁무선이 가면 귀밑의 미세한 비밀 홈에 특수 열쇠를 깊숙이 꽂아 넣었다.


끼이이익, 철컥!


가면 내부에서 차가운 기어와 톱니바퀴가 비명을 지르며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내부의 독성과 압축된 유독 기운이 반응하며 가면의 이음새 사이로 붉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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