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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의 궤적을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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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굽은 그림자와 함께, 녹슨 쇠갈퀴 끝이 무진의 한철가면을 향해 짓쳐 들어왔다.


쉬이익!


공기를 찢는 파열음이 귓전을 때렸다. 묵혼 동굴의 음산한 어둠을 가르고 날아오는 쇠갈퀴에는 무덤지기의 묵직한 내력이 실려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안면 가죽이 통째로 뜯겨 나갈 일격이었다. 무진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뒤로 젖히려 했으나, 뒤편은 차가운 암벽이었다. 퇴로가 없었다.


‘독고충 스승님이 주신 힘을 믿어야 한다.’


무진은 이 악물고 단전에 갓 깃든 미약한 음기를 척추 마디마디로 밀어 올렸다. 우드득! 기괴한 마찰음과 함께 무진의 왼쪽 어깨 관절이 비정상적인 각도로 탈골되듯 꺾이며 안으로 접혀 들어갔다. 축골술(縮骨術)의 경계였다.


콰아아앙!


녹슨 쇠갈퀴 끝이 무진의 한철가면 오른쪽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며 뒤편의 석벽을 강타했다. 돌가루가 폭발하듯 사방으로 튀었다. 무진은 타격이 가면을 때리는 찰나의 순간, 뼈의 유연함을 이용해 머리 전체를 오른쪽으로 미세하게 회전시켜 물리적 타격을 흘려보내는 충격 흡수(衝擊 吸收) 기술을 발동했다. 덕분에 목뼈가 꺾이는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다.


“지독한 쥐새끼로군.”


무덤지기의 쉰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무진은 그가 다음 초식을 전개하기 전, 축골술로 압축된 왜소한 체구를 이용해 석벽 아래의 좁은 틈새로 신형을 던졌다. 뱀처럼 부드럽게 바위 틈을 빠져나온 무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3채굴장의 썩은 감방 방향으로 질주했다. 뒤편에서 쇠갈퀴가 바닥을 긁는 쇳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무진은 간신히 교관들의 아침 순찰이 시작되기 전에 썩은 짚더미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둥! 둥! 둥!


철골굴 전체를 흔드는 무거운 청동 gong 소리가 지옥의 아침을 알렸다.


“전부 기어 나와라, 이 버러지 같은 놈들아!”


철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가죽 무복을 단단히 조여 입은 잔인한 채찍 교관 백무(白武)가 들이닥쳤다. 그의 허리에는 한철 가시가 촘촘히 박힌 핏빛 가죽 채찍, ‘철골 채찍’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백무는 사나운 눈매로 감방 바닥에 엎드린 노비들을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채굴 할당량을 기록한 나무 판자에 머물렀다.


“제3채굴장의 할당량이 서른 근이나 부족하다. 어떤 놈이 태업을 부린 것이냐?”


백무의 쉰 목소리에 감방 안은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노비들은 채찍질의 공포에 질려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부르르 떨었다. 백무의 시선이 비쩍 마른 체구의 어린 노비 소천(小天)에게 닿았다. 소천은 가혹한 노역으로 손끝이 터져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고 있었다.


“네놈이구나. 이 쓸모없는 짐승 놈이 광산을 좀먹고 있었어.”


백무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철골 채찍을 높이 들어 올렸다. 채찍 마디마디의 미세한 가시 쇠날들이 달빛을 받아 핏빛으로 번뜩였다. 저 채찍에 직격당하면 소천의 연약한 뼈는 단번에 박살 날 터였다. 소천은 공포에 질려 두 눈을 감았다.


그 찰나, 무진이 소천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


철가면을 쓴 벙어리 노비가 갑자기 앞을 막아서자, 백무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이 건방진 철가면 쇠돌이 놈이 감히 간수의 앞길을 막아서? 소교주의 대역으로 발탁되었다고 하니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백무의 손목이 미세하게 회전했다. 그것은 채찍 끝에 내력을 실어 상대의 뼈를 부수기 직전의 예비 동작이었다. 무진은 가면 안쪽에서 정안(靜眼)을 극도로 활성화했다. 전신의 기혈을 안구 주변으로 집중시키자, 시야가 붉게 충혈되며 백무의 일거수일투족이 기하학적인 선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손목이 이 분 비틀릴 때, 채찍 끝의 회전 중심은 어깨에서 팔꿈치로 이동한다. 타격점은 내 왼쪽 어깨 쇄골이다.’


정안 경계(靜眼 境界)의 동체시력이 백무의 근육 수축과 채찍의 미세한 궤적을 실시간으로 읽어냈다. 백무는 일류 초입(一流 初入)의 무공을 지녔지만, 무진에게는 그의 움직임이 물속을 걷는 것처럼 느리게 포착되었다.


파아앗!


백무가 철골 채찍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한철 가시가 박힌 채찍이 공기를 가르며 붉은 도기를 내뿜었다. 무진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채찍이 닿기 직전, 왼쪽 어깨 관절을 스스로 탈골시키며 상체를 미세하게 비틀었다. 충격 흡수(衝擊 吸收)의 극의였다.


퍼억!


둔탁한 파열음이 고문실을 울렸다. 채찍이 무진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가시 쇠날이 삼베옷을 찢고 살가죽을 파고들었지만, 뼈를 부수는 파괴력은 무진이 관절을 회전시키며 흘려보낸 탓에 허공으로 흩어졌다. 무진은 고통으로 인해 갈비뼈 한 대가 미세하게 금이 가는 내상을 입었으나, 신형을 굳건히 유지했다.


“무엇이……?”


백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의 전력 매질을 맞고도 뼈 하나 부러지지 않은 채 서 있는 노비는 생전 처음이었다. 더욱 기괴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채찍 끝이 무진의 어깨에 감긴 순간, 무진의 뒤틀린 경맥을 타고 기묘한 흡입력이 발생했다. 만상도골공(萬象盜骨功)의 역천 기혈 순환이었다. 채찍을 타고 전도되던 백무의 마교 내력 흐름이 무진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이놈이 내력을 흡수하는 건가?!”


백무가 경악하며 채찍을 회수하려 쇠 링을 세차게 당겼다. 하지만 무진은 이미 정안으로 채찍의 반발력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 무진이 왼손 손가락 끝으로 채찍 끝을 가볍게 튕겼다. 백무가 채찍을 당기던 힘의 흐름이 역용되어, 오히려 백무 자신의 어깨 관절을 향해 강한 충격파로 되돌아갔다.


우드득!


백무의 오른쪽 어깨에서 기분 나쁜 뼈 비틀리는 소리가 났다. 백무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섰다. 그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무진은 입가로 흘러내리는 붉은 선혈을 굳이 닦지 않았다. 정안의 부작용으로 인해 좌측 안구의 실핏줄이 터져 시야가 붉게 물들었지만, 가면 뒤의 눈빛만큼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무진은 부러진 뼈를 참아내며, 오직 살기 어린 눈빛으로 백무를 고요히 응시했다.


백무의 안색이 기괴하게 변했다. 단순한 노비 놈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심연에서 기어 나온 야수의 눈이었다.


“이…… 괴물 같은 놈이 단전을 숨기고 있었구나!”


수치심과 공포가 섞인 광증에 휩싸인 백무가 쓰러진 무진을 향해 군화 발을 날리며, 그의 단전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거친 손을 무진의 가슴팍으로 뻗어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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