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쇄심
콰아아앙!
고문실의 퀴퀴한 공기를 찢고 날아든 백 근 무게의 묵철 철퇴, 백골퇴(白骨槌)가 대지를 강타했다. 부서진 돌가루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무진의 맨얼굴을 사정없이 긁고 지나갔다. 가면을 벗어던진 소년의 얼굴에는 가시 침에 찢겼던 붉은 상흔들이 야수의 문양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철골굴의 비천한 노비 놈이 소교주 행세를 하더니, 제 분수도 모르고 사지로 기어들어 왔구나.”
백골 가면 너머로 철사황(鐵沙皇)의 비릿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가 거대한 철퇴를 가볍게 한 손으로 회수하자, 쇠사슬이 묵직한 마찰음을 내며 그의 두꺼운 팔뚝을 감싸 안았다. 일류 초입(一流 初入)의 강건한 외가 근골을 지닌 사내다운 위압감이었다.
무진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여동생 무희(무희)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무희의 손목에 찍힌 백골문의 낙인(白骨門의 烙印)에서 흘러내린 피가 돌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여동생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무진의 고막을 때릴 때마다, 그의 단전 내부에서 비약으로 억지로 끌어올린 일류의 진기가 미친 듯이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적사독(赤蛇毒)이 침투한 무진의 왼쪽 팔뚝은 이미 시커멓게 부어올라 손끝의 감각이 죽어가고 있었고, 왼쪽 발목 관절 역시 축골술(縮骨術)의 부작용으로 인해 뼈마디가 어긋나 뼛속을 송곳으로 지지는 듯한 통증을 내뿜고 있었다. 오직 오른손 하나로 오십 근에 달하는 녹슨 무명 대도(錄슨 無名 大刀)를 통제해야만 했다.
“네놈의 그 흉측한 대도로 내 철퇴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철사황이 포효하며 백골퇴를 허공으로 크게 회전시켰다. 웅웅거리는 묵직한 파열음이 지하 감옥의 벽면을 뒤흔들었다. 이윽고 철사황의 두꺼운 어깨 근육이 수축하며, 철퇴가 무진의 가슴을 향해 포탄처럼 투사되었다.
무진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발목의 균열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오른손으로 대도 자루를 움켜쥔 채 철퇴의 측면을 비스듬히 받아쳐 냈다.
깡—!
뇌리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일류 초입의 패도적인 외가 근력이 실린 중량감은 무진의 상상을 초월했다. 무진의 발끝이 돌바닥을 쓸며 뒤로 서너 걸음이나 밀려났다.
“크윽……!”
오른손 손바닥 가죽이 마찰력을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찢겨 나가며 선혈이 대도 손잡이를 타고 울컥 흘러내렸다. 손목 인대가 파열될 듯한 극통이 어깨를 타고 뇌리로 치솟았다.
“하하하! 겨우 한 합도 버티지 못하는구나! 죽어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철사황이 신형을 날렸다. 그의 왼손이 백골마공(白骨魔功)의 음산한 백색 진기를 머금은 채 무진의 왼쪽 어깨를 향해 번개처럼 짓쳐 들었다. 백골쇄심장(白骨碎心掌)이었다.
무진은 마비되어 가던 왼팔을 들어 올리려 했으나, 독성으로 인해 반응이 반 박자 늦었다.
콰직—!
“아아악……!”
뼈가 어긋나고 으스러지는 비명 같은 마찰음이 고문실 내부에 울려 퍼졌다. 철사황의 손바닥이 무진의 왼쪽 어깨 관절을 정확히 직격했다. 무진의 왼쪽 어깨뼈가 비정상적인 각도로 튀어나오며 아래로 덜렁거렸다. 완벽한 탈골이었다.
“오라…… 버니…….”
바닥에 누워 있던 무희가 핏발 선 눈으로 무진을 바라보며 절규하듯 신음했다.
무진은 고통으로 인해 눈앞이 하얗게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안광은 오히려 야수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이대로 쓰러지면 무희는 물론이고 자신을 믿고 천마각을 지키고 있는 소천(소천)과 위강(위강)까지 모두 파멸한다.
‘아직…… 비약의 시간이 남아 있다.’
무진은 뒤편의 흑철 돌기둥을 향해 몸을 급격히 회전시켰다. 그리고 덜렁거리는 왼쪽 어깨 관절을 돌기둥의 모서리에 강하게 부딪쳤다.
콰드득!
골절 복구술(骨折 復舊術)이었다. 뼈와 뼈가 강제로 마찰하며 제자리로 맞춰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전신을 찢는 듯한 쇼크성 극통이 밀려왔다. 무진은 입술을 깨물어 비명을 삼켰다. 그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긋났던 어깨뼈가 기적적으로 제자리를 찾자, 무진은 우측 안구 주변의 기혈을 터뜨리듯 자극했다.
‘정안 시전(靜眼 示展).’
시야가 순식간에 핏빛으로 충혈되며, 맹렬하게 철퇴를 회수하려 드는 철사황의 움직임이 극도로 느린 화면처럼 쪼개져 보이기 시작했다.
철사황은 무진이 스스로 뼈를 맞추고 다시 일어서는 기괴한 모습에 경악하여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백 근 무게의 철퇴는 강력하지만, 한 번 휘두른 뒤 회수할 때 시전자의 오른쪽 겨드랑이 밑과 손목 부근에 반드시 영 점 오 초의 신체적 균형 정지가 발생한다.
무진의 정안이 그 치명적인 사각지대를 포착했다.
무진은 만상도골공(萬象盜骨功)의 충격 흡수(衝擊 吸收) 기술로 흘려보내 체내에 가두어두었던 철사황의 철퇴 반발력을 전신 관절의 회전력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오른손의 찢어진 손바닥으로 무명 대도의 손잡이를 터질 듯이 움켜쥐었다.
스릉—!
과거 철골굴에서 강태성에게 눈으로 훔쳐 배웠던 피비린내 나는 살기의 도법, 수라참도법(修羅斬刀法)의 쾌검 초식이 녹슨 대도 끝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붉은색 음기 진기가 대도의 무딘 날을 감싸며 기괴한 참격의 궤적을 그렸다. 철사황은 급히 철퇴 자루를 들어 올려 방어하려 했으나, 무진의 공격 속도는 이미 그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무진의 녹슨 대도가 철사황의 묵철 철퇴 자루를 타고 미끄러져 들어가 그의 두꺼운 손목 뼈마디를 향해 궤적을 꺾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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