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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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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둑! 콰드득!


그것은 인간의 몸 안에서 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파열음이었다. 무진의 척추 마디마디가 뒤틀리고, 어긋나 있던 어깨뼈와 갈비뼈가 제자리를 찾아 강제로 처박혔다. 상상을 초월하는 극통이 전신을 관통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도록 목구멍을 꽉 막아선 것은, 독고충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지독하게 차갑고 음산한 음기(陰氣)였다.


“읍……! 으으읍!”


무진은 이빨이 깨질 정도로 턱을 악물었다. 한철가면의 좁은 눈 틈새로 핏발이 벌겋게 솟구쳤다. 가면 안쪽의 가시 침들이 살을 더 깊숙이 파고들어 뺨을 타고 뜨거운 선혈이 울컥 흘러내렸다. 하지만 무진의 위에 올라탄 장님 노인, 독고충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가락은 해부학자의 칼날처럼 정밀하게 무진의 뼈와 관절 사이를 파고들며 뒤흔들었다.


“흐흐흐…… 찾았다. 백 년 만에 태어난 기이한 그릇이로구나. 뼈마디가 흐물흐물하게 휘어지는 천부적인 연골(軟骨)의 체질…… 교주 놈이 알았다면 당장 네 가죽을 벗겨 제 그릇으로 삼았을 터!”


독고충의 목구멍에서 쇠 긁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의 먼 두 눈은 허공을 향해 있었지만, 손가락만큼은 무진의 온몸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늙은 장님의 손끝을 타고 흐르는 음기가 무진의 단전(丹田)을 차갑게 얼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공이 없는 무진에게 최초로 주입되는 기이한 힘의 씨앗이었다.


“컥…… 컥!”


“우는 소리 마라, 쇠돌아. 아니, 이제는 저 사악한 설씨 가문의 가짜 소교주가 될 녀석아. 살고 싶으냐? 살아서 그 백골문에 갇힌 네 누이를 구하고 싶으냐? 그렇다면 이 늙은이의 마지막 유산을 뼈에 새겨라!”


독고충의 얼굴에 서린 광기는 이내 지독한 슬픔과 원한으로 얼룩졌다. 그의 호흡이 급격히 가빠지기 시작했다. 등 뒤의 기형적으로 굽은 뼈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는 자신의 생명력을 마지막으로 쥐어짜 무진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구결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골격을 줄이고 근육을 압축하는 법이다. 척추의 마디를 하나로 모으고, 단전의 음기를 용천혈로 흘려보내 지면의 마찰을 지워라…… 명문혈(命門穴)을 타격당하면 전신이 으스러지니 그것만을 목숨 걸고 지켜라…… 이것이 축골술 구결(縮骨術 口訣)이다.”


독고충의 음성이 무진의 뇌리에 천둥처럼 내리쳤다. 무공을 전혀 모르는 무진이었지만, 매일 밤 동료 노비들의 어긋난 뼈를 맞춰주며 익힌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 덕분에 늙은 장님이 읊조리는 구결의 의미가 뼈마디에 생생한 궤적으로 그려졌다. 뼈의 간격을 인위적으로 좁혀 체구를 완전히 왜소하게 만드는 금단의 인체 변형 기술.


“기억…… 해라. 놈들의 천뢰마공(天雷魔功)을 꺾으려면…… 뼈의 움직임을 훔쳐야…….”


턱!


독고충의 손이 무진의 가슴 위로 털썩 떨어졌다. 그의 가슴팍을 짓누르던 무거운 무게감이 사라졌다. 무진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자, 늙은 장님은 가부좌를 튼 기괴한 자세 그대로 고개를 떨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숨이 끊어진 것이다. 가문을 향한 백 년의 원한을 품은 채, 지옥 같은 철골굴 구석에서 썩은 짚더미를 덮고 노비의 신분으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전대 대장로의 마지막 최후였다.


슬퍼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터벅, 터벅, 터벅!


“이봐! 제3채굴장 구석 감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지 않았나?”


“그 벙어리 무쇠가면 쇠돌이 놈이 죽어가는 소리겠지. 강태성 교관님이 사흘 안에 백 근을 캐지 못하면 묻어버리라 하셨으니, 미리 가마니나 준비해라.”


멀리 통로 너머로 횃불의 붉은 불빛이 벽면을 타고 흔들리며 다가왔다. 강태성의 사냥개들, 하급 채찍 교관들의 거친 발걸음 소리였다. 이대로 누워 있다가는 독고충의 시체와 함께 발각되어 단전의 음기 흔적을 들키고 즉사할 터였다.


무진은 이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전신의 관절이 비명을 질렀지만, 방금 전수받은 축골술 구결의 호흡을 필사적으로 전개했다.


‘단전의 음기를 척추 마디마디에 주입한다. 관절 사이의 미세한 틈새를 좁히고, 어깨를 안으로 접는다…….’


우드득, 우두둑!


가슴뼈가 안으로 웅크려지고 양 어깨뼈가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안으로 접혀 들어갔다. 무진의 신장이 순간적으로 삼 척 이상 줄어들며 왜소한 어린아이의 체구로 변했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극통에 눈앞이 하얗게 흐려졌지만, 무진은 감방 구석, 썩은 나무 창살 사이의 한 뼘도 되지 않는 좁은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스르륵.


기형적으로 좁아진 몸뚱이가 흙벽과 나무 창살 사이의 좁은 틈을 뱀처럼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교관들이 감방 문을 열고 들어서기 직전, 무진은 썩은 짚더미 뒤편에 숨겨진 어둡고 축축한 지하 틈새로 신형을 감추는 데 성공했다. 그곳은 철골굴에서도 가장 깊고 음산하여 간수들조차 접근을 꺼리는 금지구역, ‘묵혼 동굴(墨魂 동굴)’로 통하는 어둠의 나락이었다.


바람이 비명처럼 울부짖는 어둠 속을 무진은 기어갔다. 축골술이 풀리며 전신의 관절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마다 골수를 찌르는 듯한 신경통이 밀려왔다.


“아…… 윽!”


차가운 동굴의 한기가 얼굴의 한철가면을 얼려왔다. 가면 내부의 가시 침이 얼어붙으며 안면 가죽이 찢겨 나가는 지독한 고통에 무진은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쉴 수 없었다. 뒤편에서 교관들의 외침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무진은 썩은 물이 흐르는 동굴 바닥을 기어 더 깊은 심연으로 기어 들어갔다.


얼마나 기어갔을까. 마침내 도달한 동굴의 막다른 골목에서, 무진은 기괴하고 웅장한 광경과 마주했다.


그곳은 거대한 해골 무덤이었다.


수십, 수백 개의 유해들이 기괴한 형태로 쌓여 비석처럼 숲을 이루고 있었다. 달빛조차 들지 않는 동굴 깊은 곳에서, 백골들은 음산한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광부 노비들의 유해가 아니었다. 얼굴에 하나같이 기괴한 철가면의 흔적이 눌어붙어 있는 자들. 바로 설씨 가문의 대역 무사로 쓰이다가, 수련에 실패하여 이곳에 가차 없이 쓰레기처럼 버려진 전대 대역 무사들의 원한 서린 무덤, ‘묵혼의 해골’이었다.


무진은 본능적으로 백골 더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이 가장 거대하고 위압적인 백골의 손가락 마디를 매만졌다.


“이것은……?”


무진의 손가락 끝에 기묘한 요철이 느껴졌다. 정안(靜眼)의 감각을 극한으로 가동해 어둠 속의 백골을 들여다보았다. 충혈된 붉은 눈동자 너머로, 백골의 손가락 마디마디와 그 뒤편 석벽에 손톱으로 피를 흘리며 처절하게 새겨놓은 글귀들이 기하학적인 선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얼굴과 이름을 빼앗긴 자들이여, 가문의 피를 훔쳐 반역하라…….’


그것은 전대의 대역 무사들이 죽어가며 가문을 향한 지독한 원한을 담아 완성한 금단의 도적 무공, ‘만상도골공(萬象盜骨功)’의 초기 구결이었다.


상대의 근육 수축과 뼈의 삐걱임, 호흡의 간격을 관찰하여 상대의 초식을 실전에서 즉각 훔쳐내고 반사하는 기괴한 모사 무공. 무진의 유연한 뼈와 정안의 재능에 마치 꼭 맞춘 옷처럼 어우러지는 무학의 정수였다.


무진은 백골들 사이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한철가면의 차가운 냉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석벽에 새겨진 역천(逆天)의 기혈 순환 경로를 따라 숨을 들이쉬기 시작했다.


지직, 지지직.


동굴 내부의 지독한 음기가 무진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갔다. 처음에는 정방향으로 운기하려 했으나 단전이 찢어질 듯한 극통이 발생했다. 무진은 주저 없이 구결의 경고대로 기혈을 역류시키는 모험을 감행했다. 뼈마디를 인위적으로 비틀며 음기를 관절 사이에 가두는 고통스러운 운기.


왼쪽 어깨 관절이 비정상적으로 어긋나며 뼈가 시리는 신경통의 씨앗이 깊게 심어지는 대가를 치렀지만, 무진의 단전에는 마침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기괴한 음기의 진기가 한 줄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만상도골공의 첫 운기가 성공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바로 그 찰나.


스스스슥…… 스슥…….


동굴 입구의 어둠 너머에서, 기괴하고 거친 쇳소리가 석벽을 긁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녹슨 무쇠 갈퀴가 바닥을 쓸어내리는 살기 어린 소리였다. 묵혼 동굴의 비밀을 지키는 기괴한 수문장, ‘철골굴 무덤지기’가 무진의 미세한 호흡 소리를 추적해 들어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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