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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장의 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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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산 정상에 자리 잡은 대연무장은 거대한 흑석으로 이루어진 절벽들의 감옥이었다. 사방을 둘러싼 칼날 같은 기암괴석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올라 있었고, 그 사이로 매서운 북풍이 울부짖으며 불어왔다. 연무장 바닥을 가득 채운 검은 돌판들은 수백 년 동안 흘려진 마교 무사들의 피가 스며들어 기괴한 자색 광택을 발하고 있었다.


단상 높은 곳, 자색 도포를 걸친 둘째 장로 독고염이 오만한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칠흑 같은 철갑을 입고 수라가면을 쓴 수라전주 배무현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배무현의 수라가면 틈새로 흘러나오는 예리한 안광은 연무장 중앙, 목제 휠체어에 앉아 있는 무진의 손끝을 집요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비무의 심판을 맡은 그 역시 장로회의 핵심 고수로서, 소교주의 무공이 정말로 소멸했는지 아니면 기만술을 부리고 있는지 캐내기 위해 매의 눈을 뜨고 있었다.


연무장 가장자리에는 소교주의 직속 호위무사 위강이 서 있었다. 그의 우직한 손은 이미 등에 메고 있는 묵풍검의 검자루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겉으로는 차가운 얼음 같았지만, 그의 관자놀이에는 미세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휠체어에 묶인 채 일류 고수의 살수를 받아내야 하는 무진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진아. 다리가 마비된 채로 연무장에 서다니, 가문의 수치가 따로 없구나.”


무진의 앞을 가로막은 방계 공자 설하태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자뢰검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스으으릉—!


검신이 드러나는 순간, 기괴한 쇳소리와 함께 자색 번개 불꽃이 검면을 타고 지지직거리며 피어올랐다. 일류 극의에 도달한 설하태의 뇌풍강기가 자뢰검의 영기(靈氣)와 공명하며 사방으로 서늘한 뇌격의 기운을 뿌렸다. 그가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검 끝에서 뿜어진 자색 전류가 검은 돌판을 스치며 타들어 가는 매캐한 냄새를 풍겼다.


한철가면 뒤에 숨겨진 무진의 눈동자가 조용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정안 경계였다. 안구 주변의 기혈로 내력을 집중시키자, 시야가 핏빛으로 충혈되며 설하태의 전신 기혈 흐름과 어깨 근육의 미세한 수축이 느린 화면처럼 분할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어깨가 이 분 아래로 내려앉는 찰나.


‘온다.’


“죽어라, 폐인 놈아!”


설하태가 포효하며 자뢰검을 대각선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뇌풍검법의 첫 초식, ‘뇌풍참(雷風斬)’이었다. 눈부신 자색 번개 기류가 거대한 반월형의 검강을 형성하며 무진의 휠체어를 향해 폭풍처럼 쇄도했다.


무진은 단전의 내력을 개방해 반격할 수 없었다. 단전이 멀쩡하다는 사실이 들통나는 순간, 정체 폭로와 함께 즉사당할 터였다. 그는 왼손으로 흑단목 휠체어의 왼쪽 바퀴를 움켜쥐고 강하게 뒤로 회전시켰다. 동시에 상체를 오른쪽으로 급격히 비틀었다.


쿠우웅—!


자색 검강이 무진이 방금 전까지 있던 자리를 강타하며 돌판을 산산조각 내어 비산시켰다. 파편들이 비바람처럼 날렸고, 무진의 뺨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끝에 자릿한 전류의 통증이 느껴졌다. 휠체어 바퀴가 급격한 회전의 마찰력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쥐새끼처럼 잘도 피하는구나!”


설하태는 자신의 공격이 휠체어에 앉은 cripple에게 막히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의 눈에 살기가 가득 찼다. 설하태는 백보무포의 신법을 밟으며 순식간에 무진의 측면으로 파고들었고, 자뢰검을 가볍게 털어 수십 발의 뇌격 쾌검을 폭풍처럼 퍼부었다.


파파팟—!


사방에서 자색 번개 불꽃이 튀며 무진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무진은 휠체어 바퀴를 쉴 새 없이 굴리며 신형을 비틀었으나, 사방을 메우는 쾌검의 궤적을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날카로운 검풍과 벼락 기운이 휠체어의 가죽 시트를 찢어발겼고, 무진의 검은 장포 소매가 타들어 가며 살가죽에 붉은 화상 흔적을 남겼다.


‘버텨야 한다.’


무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쾌검의 충격이 자신의 몸에 직접 닿는 찰나의 순간, 철골굴 제3채굴장에서 낙석을 맞으며 단련했던 ‘충격 흡수’ 기술을 시전했다. 검 끝에서 전해지는 파괴적인 진동과 타격을 어깨와 골반, 척추 마디마디의 비정상적인 유연함으로 받아내어 휠체어의 철제 지지대와 바닥으로 소리 없이 흘려보냈다.


빠드득, 빠득!


무진의 관절이 기괴한 마찰음을 내며 뒤틀렸고,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낸 흑단목 휠체어의 목재 프레임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전신에 에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무진은 가면 안쪽으로 비명을 삼켰다. 그의 눈은 오직 단상 위의 배무현을 향해 있었다. 배무현의 예리한 안광은 여전히 무진의 손가락 끝에 머물러 있었다. 휠체어 손잡이에 내장된 당가 독침을 격발하려는 미세한 아귀힘의 변화를 포착하려는 순간이었다.


‘손을 쓰면 끝장이다. 저 괴물은 내 손가락 움직임 하나만으로 암기 가동을 간파할 것이다.’


무진은 독침 발사 장치를 사용하려던 유혹을 억누르고 손을 가죽 담요 밑으로 숨겼.


“이것이 네놈의 한계다! 이제 그 흉측한 가면과 함께 목을 내놓아라!”


설하태가 승리를 확신하며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그의 자뢰검 끝에 일류 극의의 모든 뇌풍강기가 응축되며 눈부신 보랏빛 태양 같은 광채를 발했다. 설하태는 공중에서 검을 거꾸로 쥐고, 무진의 목덜미를 향해 수직으로 강하게 내리찍었다. 피할 곳이 없는 완벽한 포위망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무진은 왼손을 휠체어 손잡이가 아닌, 왼쪽 팔걸이 아래의 보이지 않는 비밀 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곳에 장착된 압축식 스프링 버튼을 어깨뼈의 반동을 이용해 강하게 눌렀.


철컥— 콰아앙!


휠체어 등받이 내부에서 흑철로 제련된 삼단계의 묵철 방패가 부채꼴 모양으로 폭발하듯 튀어나와 무진의 머리 위를 가로막았다.


콰지직! 지지직!


설하태의 자뢰검 끝이 스프링 압축식 묵철 방패의 정중앙에 정확히 부딪혔다. 연무장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금속성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거대한 자색 전류의 파편들이 폭풍처럼 쓸려 나갔다. 흑석 돌바닥들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주저앉았다.


“뭐라 단단한 고철 방패를 숨겨두었었군!”


설하태는 자신의 필살 일격이 기괴한 철판때기에 막히자 눈이 뒤집힐 정도로 격노했다.


하지만 무진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방패를 통해 전달된 파괴적인 뇌풍강기의 충격과 지독한 전류의 여파가 묵철을 타고 그의 왼팔과 어깨 관절로 고스란히 흘러들었다. 전신 경맥이 불에 타는 듯 저릿해졌고, 오른쪽 어깨 관절에는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지독한 타박상의 고통이 밀려왔다. 가면 틈새로 검붉은 피가 울컥 배어 나왔다.


“하지만 그 기만적인 방패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설하태가 공중에서 신형을 회전시키며 검을 거꾸로 쥐었다. 그의 눈동자가 서출이라는 약점과 실패에 대한 공포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전신의 모든 뇌풍강기를 자뢰검 끝에 집중시키며, 무진의 휠체어를 지탱하고 있는 유일한 약점인 바퀴 축의 회전 기어를 향해 검 끝을 겨누었다. 바퀴 축이 부서지는 순간, 소교주는 돌바닥 위를 기어 다니는 비참한 개처럼 주저앉을 터였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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