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맥박
천마각의 침전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들이닥친 자들의 기세는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장로회에서 파견한 다섯 명의 의원단. 그들의 선두에 선 자는 백발이 성성하고 마른 체구에 늘 쌉싸름한 약초 냄새를 풍기는 사내, 마교의 배척당한 의원 설약경(薛藥景)이었다. 그의 예리한 안광이 흑단목 휠체어에 앉아 있는 무진의 한철가면을 꿰뚫을 듯이 응시했다.
“소교주님, 장로회의 엄중한 군령에 따라 건강 상태와 단전의 기혈을 검진하겠습니다.”
설약경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의 뒤편에는 둘째 장로 독고염의 밀정 노릇을 하는 곽 집사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고 있었고, 호위무사 위강은 검자루를 쥔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방 안의 모든 공기가 오직 무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았다.
무진은 이들이 들이닥치기 직전, 소매 속에 숨겨두었던 북부의 극약 빙백초(氷魄草)를 혀 밑에 밀어 넣고 삼킨 상태였다.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린 빙백초의 지독한 음기가 단전 주변을 급격히 얼려버리기 시작했다. 단전 내부에 도사리고 있던 이류(二流) 경지의 진기가 차가운 얼음벽 속에 갇혀 숨죽이는 느낌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온몸의 뼈마디가 얼어붙는 듯한 지독한 한기가 척추를 타고 치솟았지만, 무진은 한철가면 뒤에서 이 악물고 고통을 삼켰다.
“감히 장로회의 이름으로 내 처소를 침범해? 독고염 그 늙은이가 드디어 미친 모양이군.”
무진은 성대의 근육을 극도로 조여 진짜 소교주 설하진의 오만하고 신경질적인 변성술(變聲術) 목소리를 내뱉었다. 목구멍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듯한 갈라짐이 느껴졌으나, 그는 휠체어 손잡이를 왼손으로 강하게 내리치며 기선을 제압하려 했다.
“소교주님, 무공이 완전히 소멸하셨다면 가문의 대업을 이을 수 없는 법. 검진을 거부하시는 것은 반역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설약경의 뒤에 서 있던 다른 의원이 고압적인 태도로 은침 통을 열며 나섰다. 그 의원은 독고염이 심어둔 자가 분명했다. 그가 무진의 단전에 강제로 양강(陽剛) 진기를 주입해 무공의 유무를 폭로하려 들려는 찰나였다.
‘안 된다. 빙백초의 극음한기와 저 자의 양강 진기가 단전에서 정면으로 충돌하면, 내 경맥은 그 자리에서 폭발해 즉사한다.’
무진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때 설약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동료 의원을 제지했다.
“물러서라. 소교주의 맥상은 이미 병약하기 그지없다. 그런 상태에서 함부로 양강 진기를 주입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심맥이 터져 죽을 것이다. 네놈은 소교주를 시해하려는 것이냐?”
설약경의 매서운 질책에 독고염의 세작 의원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무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였다.
설약경이 천천히 다가와 무진의 왼쪽 손목 요골 혈도(撓骨 穴道)에 두 손가락을 얹었다. 그의 손가락 끝을 타고 부드러우면서도 집요한 목(木) 속성의 진기가 무진의 손목 경맥을 타고 침투하기 시작했다.
무진은 즉각 맥상위장술(脈象僞裝術)을 가동했다. 심장 인근의 기혈을 거꾸로 돌리는 역천 경계(逆天 境界)의 신체 통제를 시작하자, 심장 박동이 서서히 느려지며 분당 서른 번 이하로 뚝뚝 떨어졌다. 전신의 온기가 사라지고 시체처럼 차가운 한기만이 맥박을 타고 흘렀다. 설약경의 탐색 진기가 무진의 단전 부근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는 오직 빙백초가 만들어낸 단단한 얼음 장벽과 깨진 단전의 잔해 같은 불규칙한 맥동만이 감지될 뿐이었다.
“흐음.”
설약경의 눈매가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는 품속에서 세 자루의 은침을 꺼내 들었다.
“맥상이 너무 흐릿하여 정확한 검진을 위해 가슴의 기혈을 역류시키겠습니다.”
설약경은 망설임 없이 은침 세 자루를 무진의 가슴 중앙 단중혈과 주변 경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은침을 타고 흘러든 자극이 빙백초의 한기를 뒤흔들며 단전 내부의 진짜 내력을 강제로 끌어올리려 했다. 단전이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무진의 전신을 덮쳤다. 손가락 끝의 감각이 완벽하게 사라지고, 심장이 멈출 것 같은 압박감에 눈앞이 붉게 충혈되었다.
하지만 무진은 정안(靜眼)을 극도로 가동해 설약경의 진기 흐름을 관찰했다. 설약경의 진기는 부드러운 목(木) 속성이었다. 무진은 자신의 단전 내력을 수(水) 속성으로 미세하게 변화시켜, 설약경의 침술 자극을 부드럽게 흘려보내며 빙백초의 얼음 장벽 뒤로 철저히 숨겼다.
설약경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철가면의 좁은 눈 틈새를 응시했다. 은침을 더 깊숙이 밀어 넣을 때마다 무진의 온몸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가면에 가려진 표정은 단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단전이 완전히 파괴되어 진기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공이 소멸한 폐인의 맥상입니다.”
설약경의 선언에 곽 집사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검진이 완벽하게 기만극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의원들이 서찰에 검진 결과를 기록하며 퇴장할 준비를 했다. 전신 경맥의 3할이 얼어붙는 대가를 치렀지만, 무진은 마침내 정체 폭로의 절대적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의원들이 문가로 향할 때, 설약경은 은침을 거두는 척하며 무진의 휠체어 옆으로 몸을 바짝 밀착했다. 그의 손가락 끝이 무진의 귀밑, 한철가면의 가시 침이 박혀 피가 배어 나오는 상처 부위를 매만졌다. 그리고 기이하게 충혈된 눈동자로 무진을 내려다보며, 오직 무진의 귓가에만 들릴 정도의 나직한 목소리로 뜻밖의 경고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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