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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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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님. 쥐새끼를 잡으러 이 험한 곳까지 직접 왕림하셨사옵니까?"


장로 사패(長老 司覇)의 목소리는 밤바람을 타고 스산하게 흩어졌다. 바닥으로 툭 떨어진 지옥마 백강의 목은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듯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붉은 피가 검은 흙바닥을 적시며 기분 나쁜 비린내를 사방에 풍겼다.


임소승은 사패의 잔혹한 기세에 짓눌려 검자루를 쥔 손을 바르르 떨었다. 마교의 형벌과 감찰을 관장하는 혈조각(血彫閣)의 각주이자, 일류 고수인 사패가 내뿜는 살기는 이류 무사에 불과한 소승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주위의 밤안개마저 사패의 붉은 장포 자락 주위에서 얼어붙는 듯했다.


하지만 연하진은 은빛 천마 철가면 뒤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창백한 안색과 두려움으로 가쁜 숨결은 차가운 금속성 광택 뒤에 완벽히 숨겨져 있었다. 하진은 휠체어 바퀴를 가볍게 매만지며 머릿속 가상의 서고, ‘기억의 궁전’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장로 사패. 대장로 독고용의 사주를 받아 움직이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천마의 진짜 무공 상태를 직접 확인해 교단 내부의 패권을 쥐려는 독자적인 야심을 품고 있는 자.’


하진은 후두 근육을 극도로 수축시키며 목에 밀착된 얇은 은판을 진동시켰다. 성음공 트릭을 통해 사방의 폐광 암벽이 동시에 울리는 장엄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사패. 네놈이 본좌의 명도 없이 멋대로 쥐새끼의 목을 베었구나."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사패의 안광이 가볍게 흔들렸다. 그러나 사패는 노련한 감찰 고수였다. 그는 천천히 하진의 휠체어 옆으로 다가오며 코끝을 킁킁거렸다. 그의 뱀처럼 가늘어진 눈동자가 하진의 가슴팍과 목덜미의 미세한 움직임을 집요하게 훑어 내렸다.


"교주님의 성음은 여전히 천지를 흔드십니다. 하나…… 이상하군요. 어찌 기혈의 흐름이 이토록 가늘고 거칠으십니까? 마치 내력이 한 푼도 없는 서생의 숨결처럼 말입니다."


사패의 질문은 날카로운 비수와 같았다. 그는 하진의 보행 속도와 미세한 호흡 주기를 분석하여 무공 부재라는 정체를 밝혀내려 하고 있었다. 사패가 슬그머니 손가락을 튕기며 하진의 손목으로 손을 뻗어왔다. 맥을 짚어 기혈의 흐름을 직접 관찰하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맥을 잡히는 순간, 구음절맥의 폐인이라는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날 터였다. 하진은 등 뒤로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소매 속으로 왼손을 움직였다. 그의 오른손은 이전의 사술 반동으로 마비되어 있었기에, 오직 왼손 하나에 전 가문의 목숨을 걸어야 했다.


하진은 소매 안쪽에 숨겨둔 갈홍의 은침 세 개를 왼손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가슴팍 깊은 곳, 거궐혈(巨闕穴), 신문혈(神門穴), 극천혈(極泉穴) 세 곳에 은침을 깊숙이 자침했다. 사혈 동조 침술(死血 同調 針術)의 격발이었다.


"윽……!"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하진은 어금니를 깨물어 삼켰다. 전신의 경맥이 억지로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 대가로, 뒤틀려 막혀 있던 구음절맥의 한기가 일시적으로 흩어지며 전신에 붉은 생기와 강력한 기세가 폭발하듯 차올랐다. 하진의 눈동자에 서늘한 안광이 번뜩였다.


탁.


하진은 휠체어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사패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크게 팽창했다. 휠체어에 묶여 있다던 천마가 제 발로 대지를 딛고 일어선 것이다. 하진은 사패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뒤틀린 다리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무릎이 꺾이려 했다.


그러나 하진은 왼손에 쥔 은빛 철선 ‘천기선’의 내부 지지 장치를 미세하게 휠체어 손잡이에 기대어 지탱하며, 흐트러짐 없는 완벽하고 웅장한 보행을 연출했다. 자갈을 밟는 가죽 장화의 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규칙적이었고, 그의 호흡 역시 초일류 고수의 깊은 주기를 완벽하게 모사하고 있었다.


사패는 자신의 청음 기물인 ‘지청통’을 조작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의 예리한 안목으로도 이 걸음걸이와 숨결에서 단 하나의 무공 부재 흔적도 찾아낼 수 없었다.


하진은 사패의 코앞까지 걸어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그의 관찰안(Observation Eye)을 사패의 목덜미에 고정했다.


사패의 경동맥이 비정상적으로 붉게 부풀어 오르며 불규칙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보름달 전야의 차가운 밤바람이 사패의 전신을 미세하게 떨게 만들고 있었다. 하진의 머릿속 기억의 궁전에서 천마비록의 사패 지병 편이 선명하게 펼쳐졌다.


‘찾았다. 혈조심법(血彫心法)의 치명적인 모순.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단전에서 역류한 혈기가 심장을 갉아먹는 혈맥 역류 지병.’


하진은 철가면 너머로 사패의 떨리는 눈동자를 꿰뚫어 보며, 목의 은판을 서늘하게 울렸다.


"사패. 네놈이 감히 본좌의 숨결을 논하느냐? 정작 자신의 심장이 붉은 피를 토하며 서서히 썩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사패의 신형이 화석처럼 굳어졌다. "교주님, 그것이 무슨……."


"혈조심법의 십이초식.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혈기가 경맥을 타고 역류하여 거궐혈에 맺히지. 지금 네놈의 목덜미를 보아라. 경동맥이 터질 듯 요동치는 것은, 이미 혈맥의 역류가 심장까지 침범했다는 증거다.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네놈은 전신의 기맥이 파열되어 처참하게 각혈하며 죽을 것이다."


사패의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그의 가슴속에서 실제로 불길 같은 열기가 치솟으며 기혈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사패는 이 지병을 평생의 극비로 숨겨왔다. 대장로 독고용조차 알지 못하는 비밀이었다. 그런데 천마는 단 한 번의 관찰만으로 자신의 명줄을 쥐고 있는 지병의 정체와 운기 조식의 모순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어, 어찌 그것을……."


사패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전신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입가로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지병의 폭발이었다.


하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품속에서 작은 청옥 병을 꺼내 던졌다. 의선 갈홍에게서 미리 조달받은 특수 혈맥 안정 처방전으로 만든 환약이었다.


"마셔라. 본좌의 자비가 네놈의 어리석음을 구원할 것이다."


사패는 떨리는 손으로 병을 받아 약을 삼켰다. 환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마자, 기적처럼 단전을 옥죄던 타오르는 열기가 가라앉고 역류하던 혈맥이 제자리를 찾았다. 사패의 안색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는 경악과 전율 속에서 하진을 올려다보았다. 천마의 안목은 이미 인간의 경지를 초월해 신의 영역에 닿아 있는 듯했다. 사패는 자신이 감히 의심하려 했던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괴물인지 깨닫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교, 교주님……! 이 미천한 사패, 교주님의 신비로운 혜안과 자비에 머리를 조아리옵니다! 제 목숨과 혈조각 전체를 바쳐 교주님의 충직한 사냥개가 되겠나이다!"


사패의 뜨거운 눈물이 흙바닥을 적셨다. 완벽한 복종이었다.


그 순간, 가옥 뒤편의 어두운 대나무 숲 장막 사이로 바스락거리는 미세한 기척이 들렸다. 하진의 예리한 관찰안이 그곳을 향했다. 대장로 독고용이 사패의 검증 결과를 감시하기 위해 은밀히 파견한 밀정이었다. 밀정은 사패가 천마의 압도적인 위엄에 무릎을 꿇고 통곡하는 광경을 보고 극도의 공포에 질려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진은 도망치는 밀정의 기척을 느끼면서도 붙잡지 않았다. 대장로에게 '천마의 무공은 여전히 신의 경지에 달해 있다'는 공포 섞인 보고가 들어가야만, 그들의 다음 행보를 완벽히 내 손바닥 위에 둘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철가면 뒤에서, 연하진은 차갑고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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