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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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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호의 거대한 신형이 대지를 울리며 쇄도했다. 그가 어깨에 멘 파성퇴는 흑월곡의 고목을 통째로 깎아 만든 괴물 같은 병기였다. 쇳조각이 박힌 나무 둥치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뇌신당의 낡은 먼지가 폭풍처럼 휘날렸다. 수천 개의 횃불이 자아내는 피빛 화염이 어두운 신전 내부를 일렁이며 기괴한 그림자들을 만들어냈다.


"가짜 천마 놈! 그 휠체어와 함께 가루로 만들어 주마!"


맹호가 포효했다. 그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며 일류 고수 특유의 광포한 내력이 파성퇴 끝에 실렸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연하진의 안광은 철가면의 좁은 틈새 너머로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겉으로는 심연처럼 깊은 태연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의 체내는 이미 파멸의 임계점에 달해 있었다. 의선 갈홍이 조제해 준 구음단(九陰丹)의 약효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뒤틀린 경맥에서 흘러나온 선천적인 냉기가 심장을 얼려버릴 듯 날뛰고 있었다. 마비된 오른손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지금 움직이지 못하면 즉사한다.’


하진은 뇌리 속 ‘기억의 궁전’을 급격히 회전시켰다. 뇌신당의 구조, 천장의 높이, 구리 도선의 배치, 그리고 지하 깊은 곳에 묻힌 대규모 화약고의 위치가 입체적인 도면으로 펼쳐졌다. 모든 계산은 끝났다. 오직 그의 육체가 이 찰나의 기만을 버텨내느냐에 모든 것이 걸려 있었다.


스슥.


하진은 소매 속에 숨겨두었던 세 개의 은침을 왼손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가슴팍 깊은 곳, 심장 주변의 세 사혈을 향해 은침을 가차 없이 찔러 넣었다.


사혈 극대화 자해 침술(死血 極大化 自害 針術).


“윽……!”


철가면 뒤로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심장이 불타는 듯한, 동시에 온몸의 뼈가 잘게 부서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자해 침술은 단전의 기를 쥐어짜는 무공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신경을 극도로 자극하고 심장의 박동을 강제로 폭발시켜, 쇠락해 가던 육체에 일시적인 생명력을 강제로 주입하는 비장한 자해의 비술이었다.


파아앗!


하진의 눈동자가 피빛으로 붉게 충혈되었다. 뒤틀렸던 척추가 기적처럼 곧게 펴졌고, 마비되었던 사지에 뜨거운 피가 돌기 시작했다.


맹호의 파성퇴가 하진의 머리 위로 낙하하려는 바로 그 절체절명의 순간.


스윽.


하진은 휠체어에서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제단 위로 도약하듯 가볍게 올라섰다. 단 한 푼의 내공도 없었으나, 자해 침술로 폭발한 육체의 반사 신경과 무게중심의 정밀한 이동만으로 일류 고수의 격타를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회피해 낸 것이다.


쾅-!


파성퇴가 하진이 앉아 있던 흑단목 휠체어를 내리쳤다. 정교한 기계 장치들이 비명횡사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맹호는 자신이 내리친 곳에 교주의 형체가 없음을 깨닫고 경악하여 고개를 들었다.


제단 위, 장엄한 흑색 장 장포를 휘날리며 우뚝 서 있는 철가면의 사내가 그곳에 있었다.


“어리석은 쥐새끼들이 기어이 하늘의 금역을 더럽히는구나.”


하진은 목에 밀착된 은판을 울려 목소리 변조 복화술을 극대화했다. 뇌신당의 반사 구조를 타고 울려 퍼지는 그의 목소리는 웅장한 사자후처럼 뇌신당 전체를 진동시켰다. 수천 명의 폭도들이 그의 기세에 압도되어 일시에 숨을 죽였다.


위천패가 참마도를 꽉 쥐며 소리쳤다.


“속지 마라! 저놈은 주화입마에 빠진 가짜다! 맹호, 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라!”


“오냐!”


맹호가 다시 파성퇴를 치켜들고 제단 위로 뛰어오르려 했다.


바로 그 순간, 하진은 하늘을 향해 천천히 오른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이 뇌신당 천장의 깨진 틈새를 가리켰다. 먹구름이 소용돌이치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하늘이었다.


‘지금이다.’


하진은 기억의 궁전으로 계산해 둔 번개의 주기를 떠올렸다. 벼락이 치기 직전, 공기 중에 가득 차는 특유의 비린내와 소름 돋는 정전기가 그의 피부를 자극했다.


하진이 하늘을 향해 천마의 수신호를 취하는 찰나, 지붕에 정교하게 설치되어 있던 구리 도선이 하늘의 거대한 낙뢰를 정면으로 유도했다.


콰르릉- 콰과과광-!


눈이 멀 것 같은 푸른 섬광이 뇌신당 지붕을 때렸다. 구리 도선을 타고 흐른 수만 볼트의 전류는 순식간에 지상으로 흘러내려, 하진이 제단 밑에 정밀하게 연결해 둔 화약고의 도화선에 닿았다.


그리고, 뇌신당 지하에 매설된 대규모 화약의 존재가 깨어났다.


쿠구구구구궁-!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거대한 폭발음이 대지를 찢어발겼다. 뇌신당의 바닥이 거대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솟구치며 갈라졌고, 붉은 화염이 지옥의 아가리처럼 입을 벌려 폭도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위천패의 비명이 폭발음에 묻혔다.


낙뢰의 푸른 빛과 지하 화약의 붉은 화염이 뒤섞이며 뇌신당 내부를 완벽한 지옥도로 만들었다. 맹호가 들고 있던 거대 통나무 파성퇴가 화염에 휩싸여 폭사했고, 그의 거구 역시 형체도 없이 불타올랐다. 수천 명의 폭도들이 비명을 지르며 갈라지는 땅속으로 추락하고 화염에 휩싸였다.


폭발이 전당을 휩쓸기 직전, 하진은 제단 뒤편으로 몸을 날렸다. 그곳에는 기계 장인 방극이 미리 설계해 둔 두꺼운 강철 차단벽이 숨겨져 있었다.


쾅-!


강철벽 뒤로 몸을 숨긴 하진은 폭발의 충격파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자해 침술의 대가로 그의 심장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극심한 마비가 찾아왔다. 입가로 검은 피가 울컥 쏟아졌고, 시야가 암전되려 했다.


‘버텨야 한다. 아직 끝이 아니다.’


하진은 어금니를 깨물어 피를 삼키며, 미리 준비해 둔 또 다른 안전 구역의 예비 휠체어로 기어가듯 몸을 옮겨 자리를 잡았다. 은빛 철가면을 고쳐 쓰고, 흩어진 머리칼을 정리했다.


이윽고 폭발의 여파가 가라앉고, 자욱한 연기와 먼지가 뇌신당 내부를 가득 메웠다.


콜록, 쿨럭……!


살아남은 소수의 폭도들이 피를 토하며 잔해 속에서 기어 나왔다. 그들의 눈에 비친 것은, 붕괴된 신전의 불길 속에서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연기 속에서 걸어 나오는—아니, 휠체어에 앉아 서늘하게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천마의 형상이었다.


하늘의 벼락을 마음대로 부리고, 대지를 폭발시켜 적들을 벌한 절대자.


살아남은 폭도들은 극도의 공포와 신앙에 가까운 전율에 휩싸였다. 그들은 무기를 버리고 하진을 향해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뇌, 뇌신의 심판이다……! 사죄하옵니다, 교주님! 살려주십시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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