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관을 울려버린 적자 장부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아침은 도진의 처절한 비명으로 시작되었다.
“안 돼! 100만 영석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소희야, 이거 꿈이지? 제발 꿈이라고 말해줘!”
도진은 침대 위에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온몸에 가득 찬 뇌전 정전기 때문에 그의 사자 갈기 같은 머리카락 끝에서 푸른색 스파크가 타닥타닥 튀어 올랐다.
하룻밤 사이에 쓰레기 매립지가 대륙 최고의 영석 광산이자 온천지대로 각성하면서, 그의 개인 자산은 공식적으로 100만 영석을 돌파했다. 그 대가로 품속에 있는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에는 연말에 떨어질 천벌 벼락의 강도가 10배로 강화되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붉은 피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도련님! 진정하십시오. 아직 기뻐하시기에는 이릅니다.”
냉소희가 단정한 비서 복장을 한 채 차가운 안경을 치켜올리며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 그녀의 얼굴에는 주군에 대한 깊은 경외심과 흥분이 가득 차 있었다.
“기뻐하긴 누가 기뻐해! 나 지금 죽기 일보 직전이라고!”
도진이 침대 시트를 움켜쥐고 오열했다. 하지만 소희는 그 오열마저도 ‘부를 초탈한 대가의 고고한 슬픔’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품에서 황금빛 공문을 꺼내 들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의 천재적인 영맥 발견으로 청풍성이 들썩이자, 결국 수도에서 움직였습니다. 황실 금융감독원 소속의 악명 높은 수석 감사관, 황세락이 관아 포졸들을 대동하고 방금 상단 정문을 통과했습니다.”
“황세락……? 감사관?”
도진의 눈동자가 순간 번쩍였다. 감사관이라니. 세무 감사를 하러 온 관리란 말인가?
“예. 도련님의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과 하룻밤 새 터진 거대 자산을 빌미로, 반란군 적성당의 비자금 세탁 혐의를 씌워 상단을 폐쇄하고 자산을 몰수하려는 음모가 틀림없습니다. 독고전 상단주가 배후에서 손을 쓴 모양입니다.”
소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도진의 안색을 살폈다. 보통의 상인이라면 황실 감사관의 등장에 사색이 되어 뇌물을 준비하거나 도망칠 궁리를 했을 터였다.
하지만 백도진은 달랐다.
“……압수수색? 자산 몰수?”
도진의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절망으로 가득했던 그의 안색에 순식간에 장미빛 생기가 돌았다.
‘압수수색! 국고 환수! 전재산 몰수! 오오, 하늘이시여! 천도가 나를 버리지 않으셨구나! 황실 감사관이 내 돈을 다 뺏어가 주면, 나는 합법적으로 자산 0원이 되어 천벌을 피할 수 있다!’
도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맨발로 바닥을 딛고 외쳤다.
“소희야! 당장 문을 열어라! 귀하신 황실의 감사관님을 어찌 마당에 세워둘 수 있단 말이냐! 당장 모셔라!”
“도련님…… 역시 적들의 기습 감사마저 정면으로 돌파하시려는군요. 그 대범함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소희는 도진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기 어린 기쁨을 ‘적들을 파멸시키려는 천재 지략가의 살기’로 오해하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
잠시 후,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낡은 대청마루.
황실 관복을 꼿꼿하게 차려입고 차가운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안광을 뿜어내는 사내, 황세락이 거만하게 서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무장한 청풍 세무청 소속 포졸 수십 명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황제 하사 법구인 ‘황실 감사인’이 붉은 빛을 내며 들려 있었다.
“백기상단의 서자 백도진은 듣거라! 너의 비정상적인 자금 폭증과 비자금 세탁 혐의를 포착했다. 황실의 명에 따라 이 시간부로 상단의 모든 금고를 가압류하고 철저한 정밀 감사를 집행하겠다!”
황세락의 목소리는 철을 긁는 듯 차갑고 단호했다. 그는 도진이 당황하며 무릎을 꿇고 뇌물을 건네거나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할 것이라 확신했다. 축기기 중기의 위압감이 대청마루를 짓눌렀다.
그러나 도진은 맨발로 대청마루를 가볍게 딛고 내려오며,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오! 감사관님! 멀리 수도에서 이 낙후된 변방까지 오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여기 금고 열쇠입니다!”
찰랑!
도진은 품속에서 묵직한 구리 열쇠 꾸러미를 꺼내 황세락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다. 황세락은 물론이고, 뒤에 서 있던 세무 포졸들까지 순간적으로 뇌정지가 온 듯 얼어붙었다.
“……이게 무슨 수작이냐?”
황세락이 미간을 찌푸리며 열쇠를 내려다보았다.
“수작이라니요! 황실의 공권력에 적극 협조하는 애국 상인의 순수한 마음입니다! 제발 저 안의 100만 영석을 한 푼도 남김없이 전액 국고로 환수해 주십시오! 아니, 제게 반란군 세탁 혐의가 있다면 당장 저를 지하 감옥에 가두고 가산 몰수령을 내려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도진은 진심을 다해 황세락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눈빛에는 거짓이나 기만이 없는, 완벽한 ‘진실함’이 가득 차 있었다. 제발 내 돈을 다 가져가서 나를 살려달라는 처절한 영혼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황세락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 자식…… 왜 이렇게 당당하지? 보통 비자금을 세탁한 자들은 금고를 숨기거나 장부를 불태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제 발로 열쇠를 넘기며 전액 몰수를 요구하다니? 이것은 분명 나를 방심하게 만들고, 역으로 황실 감사원을 무고죄로 걸고넘어지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황세락은 잡힌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읊조렸다.
“흥, 얄팍한 기만전술로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으냐. 이중 장부는 어디 있느냐? 진짜 자금 흐름이 적힌 장부를 내놓지 않으면 즉시 체포하겠다!”
“장부요? 아! 장부라면 당연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장부! 당장 장부 가져와!”
도진이 기쁘게 소리치자, 대청마루 뒤편에서 두꺼운 안경을 코끝에 걸친 소심한 안색의 노인, 이장부가 벌벌 떨며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낡고 먼지 쌓인 가죽 장부와 알이 제멋대로 튕기는 고장 난 황동 주판이 들려 있었다.
“도, 도련님…… 감사관님께서 보시기에는 제 장부가 너무…… 너무 부족하여 벌금을 맞을까 두렵사옵니다……”
이장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벌금? 당연히 벌금을 맞아야지! 이장부, 네 사칙연산 오류투성이 장부라면 황실 감사관의 날카로운 눈을 피해 갈 수 없다! 벌금 폭탄에 가산세 300% 추가다!’
도진은 이장부의 장부를 빼앗아 황세락의 가슴팍에 안겨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저희 상단의 모든 적자 내역과 엉망진창인 회계가 담긴 진짜 장부입니다! 사칙연산 오류는 기본이고, 세금 계산도 완전히 엉망입니다! 부디 철저히 검사하셔서 제게 어마어마한 가산세 폭탄을 내려주십시오! 더불어 저는 세금 300% 추가 자진 납부를 선언합니다!”
황세락은 도진의 거침없는 자폭 선언에 심장이 가볍게 쿵쾅거렸다. 세금 300% 자진 납부라니? 대륙 역사상 이런 미친 상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황세락은 침을 꿀꺽 삼키며, 소매 끝에서 돋보기안경을 꺼내 코끝에 걸쳤다. 그의 눈가에 깃든 날카로운 안광이 장부의 첫 페이지를 향했다.
“내 너의 그 해괴한 음모를 이 장부 속에서 반드시 밝혀내고야 말겠다.”
황세락이 장부를 한 장씩 넘기기 시작하자, 대청마루에는 무거운 침묵과 함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장부의 첫 줄을 읽어 내려가던 황세락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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