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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이 그린 위대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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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련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 손목을 자르십시오!”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낡은 폐창고 아지트 내부. 김맹충이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사정없이 울부짖었다. 그의 두꺼운 안경이 콧등에서 아슬아슬하게 흔들렸고, 온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가 열심히 작성하던 양가죽 지도 위에는 참혹한 참상이 벌어져 있었다. 김맹충이 지맥 탐사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그의 고장 난 나침반이 멋대로 요동치는 바람에 묵직한 벼루를 통째로 쳐서 뒤집어버린 것이다.


탁! 스르륵, 투둑.


검붉은 먹물이 양가죽 지도 위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먹물은 지도의 중심부를 가로질러 청풍성 외곽의 가장 험준하고 황폐한 골짜기인 ‘검은 골짜기’ 일대를 완벽하게 뒤덮어버렸다. 지맥의 흐름을 표시하던 미세한 붉은 선들이 흔적도 없이 검은 어둠 속으로 잠겨버린 순간이었다.


“아이고, 이제 우리는 끝장입니다! 지도가 아주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김맹충이 눈물 콧물을 쏟으며 자책하는 사이, 검댕투성이 맨발의 백도진은 멍하니 그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야에 기이한 붉은색 홀로그램 글씨들이 둥둥 떠올랐다. 패시브 능력인 [망조 감별 안목]이 강제로 발동한 것이었다.


[구역: 청풍성 외곽 검은 골짜기 황무지]

[토지 가치: 0 영석 (개발 불가능한 맹지, 세금만 부과되는 절대적 적자 구역)]

[성공 확률: 0.001%]


도진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의 심장이 기쁨과 희열로 세차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개발 불가능한 맹지! 토지 가치 0원! 성공 확률 소수점 세 자리!’


이것은 하늘이 내린 기회였다. 남들은 평생 피해 다닐 최악의 쓰레기 땅이, 연말까지 돈을 다 쓰지 않으면 벼락을 맞아 죽는 도진에게는 그 어떤 보물보다 가치 있는 ‘돈 분쇄기’로 보였다. 먹물이 쏟아져 지형이 완전히 왜곡된 덕분에, 법적으로도 가치가 완전히 말소된 버려진 땅이었다.


도진은 사르르 떨리는 손으로 김맹충의 손을 꽉 잡았다. 그의 눈에는 진한 감동의 눈물이 고여 있었다.


“김 선생…… 자네는 정말 천재로군.”


“예, 예엣?”


김맹충이 눈물을 멈추고 멍하니 도진을 바라보았다. 도진은 먹물이 흥건한 지도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며 찬탄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네. 지맥의 겉껍데기에 가려진 진짜 ‘쓸모없음’을 직관적으로 묘사한 세기의 명작이야! 먹물이 흘러내린 이 완벽한 궤적을 보게. 평생 아무것도 지을 수 없고, 오직 적자만 낼 수 있는 완벽한 흉지의 경계선이 그려지지 않았는가! 이 얼마나 예술적인 지도인가!”


“도, 도련님…… 제 실수를 예술로 승화시켜 주시는 겁니까?”


김맹충의 눈에 다시 한번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그는 도진의 넓은 도량과 깊은 학문적 안목에 완전히 압도되어 평생의 충성을 맹세했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비서실장 냉소희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아아…… 과연 도련님이시다. 김맹충이 실수를 가장해 쏟아버린 먹물의 궤적에서, 남궁세가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완벽한 은밀 지대를 단숨에 포착해 내시다니! 먹물로 지도를 가려 본가의 첩자들에게 역정보를 흘리는 동시에, 진짜 요충지를 독점하려는 고도의 성동격서 전술이 틀림없어!’


냉소희의 오해는 이제 거의 종교적인 숭배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녀는 즉시 품에서 깃털 펜을 꺼내 들며 비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련님, 이 먹물 구역을 즉시 매입할까요? 현재 예산으로 충분히 전량 매입이 가능합니다.”


“당연하지! 당장 관청으로 가서 이 먹물 한가운데 땅을 우리 상단의 이름으로 전량 매입하게. 헐값이라도 좋으니 한 푼도 남김없이 대금을 일시불로 치러버려!”


도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쓸모없는 땅에 남은 영석을 묶어버리면, 연말 천벌의 붉은 장부 수치는 안전하게 0에 도달할 것이었다.


***


같은 시각, 청풍성 관청인 성주부 내부의 토지 거래소.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혁은 은밀히 파견한 첩자들로부터 급보를 받고 재판정 뒤편의 밀실에서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었다. 그의 푸른색 무복 소매 끝이 긴장감으로 미세하게 떨렸다.


“보고가 확실하느냐? 백도진이 그 길치 지리학자가 먹물을 쏟아버린 땅을 사들이려 한다고?”


“예, 소가주님! 백도진은 그 먹물 자국을 ‘예술적인 지도’라 찬양하며, 관청에 등록된 검은 골짜기 황무지를 전량 매입하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남궁혁은 탁자 위의 청풍성 지도를 내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천재적인 두뇌가 풀가동되기 시작했다.


‘먹물로 가린 지도라…… 은둔 풍수 대가인 김맹충과 백도진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답안지가 고작 먹물 사고라고? 하! 나를 바보로 아는군. 먹물로 가려진 그 구역이야말로 고대 신선들이 숨겨둔 진짜 영맥의 핵심 혈자리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위장해 지도를 훼손한 것이 틀림없어!’


남궁혁은 백도진의 ‘고도의 기만전술’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백도진이 그 땅을 독점하게 둔다면, 남궁세가는 청풍성 변방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게 될 터였다.


“가문의 비자금을 모두 움직여라! 백도진이 사려는 먹물 구역 주변의 모든 비옥한 토지와 길목을 우리가 먼저 선점한다! 그자가 핵심 혈자리를 사더라도, 주변의 물류망을 우리가 통제하면 결국 그 영맥은 남궁세가의 것이 될 것이다!”


남궁혁의 지시에 따라 남궁세가의 자금책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토지 거래소의 거대한 청동 테이블 앞.


도진이 계약서를 작성하려던 순간, 남궁세가의 대리인들이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은 도진이 눈독을 들이는 검은 골짜기 주변의 땅들에 터무니없는 웃돈을 얹으며 경쟁 입찰을 신청했다.


“이 주변의 모든 농지와 임야는 우리 남궁세가가 평당 영석 10매의 가격으로 선점하겠습니다!”


대리인의 오만한 외침에 도진은 깜짝 놀랐다. 주변의 좋은 땅들을 남궁세가가 비싸게 사가겠다니!


‘어라? 저 멍청이들이 왜 갑자기 황무지 주변의 쓸만한 땅들을 비싸게 사 가려는 거지? 자기들이 돈을 대신 써주겠다고?’


도진은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어야 했다. 남궁세가가 주변의 가치 있는 땅들을 비싸게 선점해 준다면, 자신은 오직 먹물이 묻은 진짜 쓰레기 황무지 한가운데만 헐값에 매입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적자 구조의 완성이었다.


도진은 짐짓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울상 짓기 투자법을 시전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남궁세가의 대리인들에게 양보의 제스처를 취했다.


“아아…… 대가문인 남궁세가에서 이토록 강력하게 원하시니, 소상인인 제가 어찌 감히 경쟁하겠습니까. 주변의 비옥한 땅들은 모두 남궁세가에 양보하겠습니다. 저는 오직 이 먹물이 묻은 쓸모없는 검은 골짜기 한가운데의 황무지만을 거두어가겠습니다.”


도진의 처량한 고뇌 연기에 남궁세가의 대리인들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남궁혁 역시 ‘백도진이 우리의 기습적인 자금 공세에 밀려 핵심 혈자리 주변의 방어선을 포기했다’며 쾌재를 불렀다.


도진은 기쁜 마음을 숨긴 채, 검은 골짜기 황무지 매입 계약서에 지장을 꾹 찍었다. 총 매입 대금은 20,000 하급 영석.


징—!


그 순간, 도진의 품속에 있던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가 눈부신 붉은 서기를 내뿜으며 실시간으로 수치를 갱신했다.


[보유 자산: 0 하급 영석 (20,000 영석 정상 차감 완료)]

[천벌 마감 시한: 안전 (연말 자산 청산 완료)]


머리 위로 찌릿거리며 솟구쳐 있던 도진의 머리카락이 한순간에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심장 부근을 짓누르던 벼락의 공포가 사라지며 온몸을 감싸는 완벽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해냈다…… 드디어 전재산을 완벽하게 탕진했다! 이제 천벌이고 벼락이고 나발이고 나는 자유다!’


도진이 마음속으로 승리의 비명을 지르며 해탈한 미소를 짓던 바로 그 찰나.


쿠구구구구—!


도진이 밟고 서 있던 토지 거래소의 청동 바닥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지진이 아니었다. 청풍성 외곽, 방금 도진이 매입한 검은 골짜기 지하 깊은 곳에서 고대부터 봉인되어 있던 지맥의 거대한 맥박이 요동치며 깨어나기 시작하는 불길하고도 웅장한 진동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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