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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라, 내 돈의 불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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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다……! 드디어 완벽한 무소유다!”


그을린 연금공방 마당 한가운데서, 백도진은 자신의 새까만 맨발가락을 내려다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청풍성 최대의 사기꾼 상인 독고전에게 가치 ‘0’원짜리 쓰레기 매립지를 10만 영석에 강매당한 직후였다.


남들은 평생 모아도 만져보지 못할 거금을 유배 첫날 만에 전부 날려버렸다. 하지만 도진에게 그것은 재앙이 아닌 구원 청신호였다. 품속에 감춰둔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를 슬쩍 꺼내 보니, 늘 피처럼 붉게 번쩍이던 숫자가 기적처럼 [보유 자산: 0 영석]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심장을 짓누르던 뇌전의 인장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제 연말 자정에 머리통이 깨질 걱정 없이, 이 낙후된 변방에서 한량처럼 늘어져 낮잠이나 자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도진이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흙바닥에 드러누우려던 찰나, 등 뒤에서 서늘하고도 단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방금 본가로부터 긴급 전음구가 도착했습니다.”


비서실장 냉소희였다. 그녀는 푸른 안경테를 치켜올리며, 믿을 수 없을 만큼 깊은 경외심이 담긴 눈빛으로 도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본가에서? 나를 내쫓은 영감이 왜?”


도진이 불길한 예감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냉소희는 품에서 황금빛 영기가 서린 서신을 꺼내 들며 낭독하기 시작했다.


“가주님이신 백기환 단주님께서 보내신 격려문입니다. ‘도진이 청풍성에 도착하자마자 독고전의 마수를 꿰뚫어 보고, 겉으로는 사기당해 주는 척하면서 청풍성의 핵심 요지인 쓰레기 매립지 소유권을 단숨에 강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연 내 아들답다. 적들을 방심시키기 위해 스스로 호구를 자처하는 그 대범한 성동격서의 지략에 감탄하여, 가문의 이름으로 특별 포상금 5만 하급 영석을 즉시 네 상단 계좌로 송금하노라.’ ……이상입니다.”


“……뭐?”


도진의 턱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징—!


동시에 도진의 품속에서 차갑게 식어 있던 붉은 장부가 미친 듯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장부 표면의 먼지가 털려 나가며, 새로운 붉은 글씨가 도진의 망막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보유 자산: 50,000 하급 영석]

[천벌 마감 시한: 연말 자정 (남은 일수: 89일)]

[경고: 자산이 다시 감지되었습니다. 기한 내에 탕진하지 않을 시 벼락의 굵기가 2배로 증가합니다.]


“악!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지랄이야!”


도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벼락 인장이 다시 심장 부근에서 찌릿거리며 정전기를 일으켰다. 겨우 달성한 자산 0원이 반나절 만에 본가의 강제 기부(?)로 인해 무산되었다. 이제 89일 안에 또다시 5만 영석을 합법적으로 날려야 했다. 그냥 버리거나 기부하면 뇌신공의 날벼락이 머리통을 깰 터였다.


‘돈을 써야 한다. 아주 합법적이고, 아주 멍청하며, 절대 회수할 수 없는 쓰레기 같은 구멍에다가!’


도진의 피눈물 나는 시선이 마당 한구석에서 꼬질꼬질한 몰골로 화로를 만지고 있는 연설화에게 닿았다.


연설화는 청풍성 연금술 협회에서 만드는 화로마다 폭발을 일으켜 영구 제명당한 무능의 아이콘이었다. 도진이 오자마자 그녀를 수석 연구원으로 임명하며 5,000 영석의 연구비를 던져주었을 때만 해도, 그녀가 상단을 시원하게 말아먹어 줄 것이라 확신했다.


“어, 어라? 도련님! 마침 잘 오셨어요!”


연설화가 검댕이 묻은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품에는 시퍼런 보라색 마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불량 연금술 폭발 화로]가 안겨 있었다. 화로의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안정했다.


“제가 도련님이 주신 연구비로 대단한 실험을 성공시켰어요! 도련님이 폐기 비용까지 얹어주며 사다 주신 [폭발성 황화염 분말]을 화로에 잔뜩 밀어 넣었거든요! 이 분말은 원래 아주 조금만 들어가도 화로를 통째로 녹여버리는 쓰레기 재료지만, 제 독창적인 [연설화식 오버로드 연금술] 공정으로 출력을 최대로 올리면……!”


“출력을 최대로 올리면 어떻게 되는데?”


도진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의 [망조 감별 안목]이 연설화의 머리 위로 번쩍였다.


[실패 확률: 100% (출력 제어 장치 완전 상실, 임계점 돌파 10초 전. 대폭발로 인한 연금공방 완전 소실 및 인근 주택가 가옥 파손 예상. 예상 배상금: 최소 15,000 영석)]


‘15,000 영석의 배상금!’


도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본가가 강제로 보낸 5만 영석 중 무려 3분의 1을 단 한 방에, 그것도 ‘실험 실패로 인한 민간인 피해 보상’이라는 지극히 합법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지출 명목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설화 양! 멈추지 마라! 네 연금술의 극의를 나에게 보여다오! 출력을 더 올려!”


도진이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옆에 서 있던 냉소희가 경악하며 도진의 소매를 붙잡았다.


“도련님, 미치셨습니까? 저 화로는 지금 폭발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당장 대피하셔야 합니다!”


“대피는 무슨 대피! 나는 내 수석 연구원의 천재성을 믿는다! 설화 양, 주저하지 말고 화로의 밸브를 끝까지 열어라!”


도진의 외침에 연설화의 눈동자가 감동의 눈물로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아아……! 대륙의 그 어떤 연금술사도 내 실패작 화로를 보며 도망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오직 도진 도련님만이 내 폭발을 ‘예술’이자 ‘극의’라 불러주시는구나! 이 목숨, 도련님을 위해 바치리라!’


연설화는 비장한 표정으로 화로 측면의 마력 제어 밸브를 거칠게 꺾어버렸다.


화아아악!


그 순간, 화로 내부에서 임계점을 돌파한 [폭발성 황화염 분말]이 보라색 불꽃을 일으키며 맹렬하게 팽창했다. 화로 표면의 청동 제어판이 쩍쩍 갈라지며 눈부신 자줏빛 광채가 공방 내부를 가득 채웠다.


“도련님—!”


냉소희가 비명을 지르며 도진을 감싸 안으려 했지만, 도진은 오히려 그녀의 손을 밀쳐내며 폭발의 중심을 향해 양팔을 벌렸다.


‘터져라! 내 돈의 불꽃이여! 내 5만 영석을 시원하게 날려버려 다오!’


콰아아아앙—!


지극히 웅장하고 파괴적인 대폭발이 연설화의 연금공방을 뒤흔들었다.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오두막의 지붕이 하늘 높이 날아가 허공에서 산산조각이 났고, 사방의 흙벽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 시커먼 연기와 보라색 불꽃이 청풍성 외곽의 하늘을 거대하게 뒤덮었다. 폭발의 여파는 공방 마당을 넘어 인근 서쪽 거리의 담벼락 수십 개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자욱한 화약 연기 속에서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쿨럭! 콜록…… 도, 도련님? 무사하십니까?”


냉소희가 머리에 내려앉은 먼지를 털어내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단정한 비서 복장은 이미 누더기가 되어 있었고, 얼굴에는 검은 그을음이 가득했다. 그녀는 급히 도진의 행방을 찾았다.


그리고 그녀는 평생 잊지 못할 기괴한 광경을 목격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새까만 연기 장막 속에서, 온몸에 그을음을 뒤집어쓴 백도진이 서 있었다. 머리카락은 폭발의 정전기 때문에 사자 갈기처럼 사방으로 뻗쳐 있었고, 맨발가락 끝은 불꽃에 데여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광기 어린 희열이 가득했다.


도진은 품속의 붉은 장부를 확인했다.


[공방 파손 및 인근 가옥 보상 처리 진행 중……]

[보유 자산: 35,000 하급 영석 (15,000 영석 차감 완료)]


“해냈다……! 진짜로 날아갔어! 내 1만 5천 영석이 단 1초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도진은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흙바닥 위에서 맨발로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냉소희는 그 모습을 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도진 도련님은 이 폭발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예측하고 계셨던 것이다. 본가에서 보낸 5만 영석이라는 거금은 도련님에게 오히려 독배(毒杯)이자 족쇄였을 터. 본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낙제 연금술사의 실패를 방임하여 합법적으로 자금을 소모하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 아니, 실패조차 자신의 완벽한 도구로 삼는 이 압도적인 군주의 도량……!’


냉소희의 눈동자가 경외심을 넘어 광신적인 숭배로 물들었다.


바로 그때, 무너진 가마터 잔해 속에서 연설화가 기어 나왔다. 그녀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도진의 발치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도,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 또 사고를 쳤습니다! 상단의 귀중한 연구비와 공방을 단 한 방에 날려버렸어요…… 저를 죽여주십시오!”


연설화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처벌을 기다렸다. 청풍성 연금술 협회에서도 이 정도 사고를 치면 가차 없이 곤장을 맞고 쫓겨났었다. 하물며 대기업 백기상단의 도련님이라면 자신을 감옥에 처넣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도진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다가가, 그녀의 새까만 손을 덥석 잡았다.


“설화 양!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자네는 방금 대륙 연금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위대한 실험을 해낸 것이네!”


“예, 예? 실험 실패인데요……?”


“실패라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모르는가? 나는 오늘 자네의 불꽃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네! 자네가 낙담하여 실험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내 상단의 가장 큰 손실이네!”


도진은 품에서 영석 주머니를 꺼내 연설화의 손에 강제로 쥐여주었다.


“이것은 ‘실험 실패 및 위기 극복 특별 격려금’ 3,000 영석이네! 그리고 소희야! 당장 공방 재건 비용으로 5,000 영석을 책정하고, 피해를 입은 인근 주민들에게 ‘도진 상단의 위로금’ 명목으로 7,000 영석을 즉시 현금으로 살포해라!”


[보유 자산: 20,000 하급 영석 (15,000 영석 추가 차감 완료)]


장부의 숫자가 순식간에 2만 영석으로 줄어들었다. 도진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연설화는 손에 쥐어진 3,000 영석 주머니를 바라보며 뇌정지가 왔다. 사고를 쳤는데 벌을 주기는커녕,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거액의 보너스를 주며 격려하다니.


“도, 도련님…… 저를 이토록 믿어주시다니…… 제 평생 도련님을 주군으로 모시며, 이 한 목숨 다 바쳐 더 거대한 불꽃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연설화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충성을 맹세했다. 도진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계속 그렇게 폭발을 일으켜 다오. 네가 사고를 칠 때마다 내 수명은 늘어난단다.’


모든 상황이 도진의 완벽한 탕진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새까만 폭발 연기 속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연설화가 사용한 [폭발성 황화염 분말]의 잔해가 [불량 연금술 폭발 화로]의 정제 필터를 거치며 뿜어낸 연기는, 단순한 화재 연기가 아니었다. 보라색 연기가 바람을 타고 청풍성 서쪽 거리를 서서히 덮치기 시작하자, 으스스하고 차갑던 변방의 음기가 순식간에 정화되며 은은하고 따뜻한 온기가 대지를 감쌌다.


“어? 내, 내 막혔던 가슴이 갑자기……?”


무너진 담벼락 너머에서 피해 배상을 요구하려 모여들던 주민들이 우뚝 멈춰 섰다. 연기를 들이마신 노인들이 가슴을 움켜쥐며 눈을 부릅떴다. 수십 년간 청풍성의 지독한 오물 독기 때문에 천식을 앓던 이들의 기혈이, 보라색 정화 연기를 마시자마자 거짓말처럼 뚫리며 맑은 영기가 단전으로 흘러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기, 기혈이 뚫렸다! 내 평생의 고질병이 나았어!”


“이 연기는 대체 무엇이냐? 마시기만 해도 온몸의 내공이 증진되는 기분이 든다!”


서쪽 거리의 주민들이 무너진 담벼락을 넘어 도진의 공방 마당을 향해 미친 듯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분노가 아닌, 경이로움과 광기 어린 선망이 가득 차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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