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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땅을 황금값에 사는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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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라? 도련님, 제 화로가 갑자기 너무 기뻐서 그런지…… 폭발 출력을 제어하지 못하겠는데요?”


연설화의 해맑은 목소리가 낡은 오두막의 그을린 공기를 찢었다. 그녀의 품에 안긴 청동 화로는 이미 정상적인 형태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시퍼런 보라색 마력이 화로의 미세한 균열 틈새로 뿜어져 나오며, 마치 터지기 직전의 복어처럼 무시무시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도련님, 위험합니다! 제 뒤로 피하십시오!”


냉소희가 푸른 안경을 치켜올리며 도진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단전에서 축기기 초입의 서늘한 영기가 뿜어져 나와 임시 방어 결계를 형성하려 했다. 하지만 연쇄 폭발의 기운은 축기기의 결계 따위는 가볍게 찢어발길 정도로 흉포했다.


‘망했다! 고용하자마자 내가 먼저 폭사하게 생겼잖아!’


백도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직 9만 5천 영석이나 남았는데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도진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연설화의 손을 잡고 소리쳤다.


“그거 당장 버려! 아니, 나한테 넘겨!”


도진이 무의식적으로 연설화의 손을 잡고 화로 표면에 손을 대는 순간이었다. 도진의 단전 깊은 곳에서 기이한 인력(引力)이 꿈틀거렸다. 천벌 계약의 부작용으로 각인되었던 체내의 뇌전 기운이, 화로에서 폭주하던 보라색 마력 에너지를 자신과 동류의 전하로 인식한 것이었다.


찌르르르—! 콰과광!


웅장한 폭음 대신, 기이한 고주파의 방전 소음이 오두막을 가득 채웠다. 화로에서 터져 나오려던 흉포한 마력 폭풍이 도진의 손끝을 타고 그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억!”


도진은 온몸의 뼈마디가 찌릿거리는 기묘한 감각에 비명을 질렀다. 아프다기보다는 극심한 정전기 무더기에 갇힌 듯한 느낌이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다시 한번 하늘을 향해 고슴도치처럼 꼿꼿이 솟구쳤고, 옷소매 끝에서 푸른색 스파크가 타닥타닥 튀었다.


스우우우.


이윽고 폭발 직전이던 청동 화로가 거짓말처럼 차분해지며 푸르스름한 연기 한 줄기만을 내뿜었다. 오두막은 멀쩡했다. 연설화도, 냉소희도 멍하니 도진을 바라보았다.


“……막아내셨습니까?”


냉소희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그녀는 도진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정전기 오라를 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수련을 전혀 하지 않은 범인인 줄 알았는데, 폭주하는 연금술 화로의 마력을 육체로 직접 흡수해 소멸시키다니! 도련님의 내공은 대체 어느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것인가? 본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폐물 서자 행세를 하셨던 것이 틀림없다!’


냉소희의 오해는 이제 확신을 넘어 경외심으로 승화되고 있었다. 반면 도진은 그저 온몸이 가려워 미칠 지경이었다. 엉덩이와 등줄기가 찌릿거려 제자리에서 탭댄스를 추듯 발을 구르던 도진이 간신히 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살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도련님! 제 실패작 화로를 몸소 정화해 주시다니, 역시 제 천재성을 알아봐 주신 유일한 주군이십니다!”


연설화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도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도진은 그녀를 밀쳐내고 싶었지만, 온몸에 남은 정전기 때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그을린 오두막 마당 너머로 화려한 황금빛 마차가 멈춰 서는 소리가 들렸다. 마차 문이 열리며, 비단 옷을 겹겹이 껴입어 몸집이 집채만 한 사내가 내렸다. 청풍성 최대의 상단인 청풍상회(청풍상회)의 단주, 독고전이었다.


“허허허! 이거 백기상단의 귀하신 도련님께서 유배 첫날부터 아주 화끈한 불장난을 하고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만, 몰골이 아주 볼만하십니다 그려.”


독고전은 손가락마다 낀 거대한 영석 반지를 번쩍이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에는 도진을 향한 노골적인 탐욕과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이미 본가의 첩자들을 통해 도진이 10만 영석을 들고 유배를 왔으며, 오자마자 연설화라는 미친 낙제생에게 5,000 영석을 낭비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본가에서 버림받은 멍청한 서자 놈이 돈 주머니를 차고 왔으니, 내가 털어가지 않으면 다른 놈이 털어가겠지. 오늘 아주 껍데기까지 벗겨주마.’


독고전은 품에서 정교하게 그려진 양가죽 지도 한 장을 꺼내 도진의 눈앞에 펼쳤다.


“도련님, 타향살이가 고달프실 텐데, 이 청풍성에서 대박을 터뜨려 본가로 화려하게 복귀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여기 천하의 명당이자 고대의 기운이 잠든 신비한 토지 문서가 있습니다.”


그가 가리킨 곳은 청풍성 외곽의 황무지였다.


“이곳이 바로 ‘청풍성 만년 쓰레기 매립지’입니다! 겉보기에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곳 같지만, 풍수학적으로는 음기가 모여 극양의 영맥을 감추고 있는 ‘와룡득수(臥龍得水)’의 명당이지요. 제 가문이 대대로 숨겨둔 보물 땅이나 다름없으나, 백기상단과의 우호 관계를 위해 특별히 도련님께 양도하고자 합니다.”


독고전의 감언이설이 이어졌다. 곁에 서 있던 냉소희가 지도를 슬쩍 보더니 즉각 싸늘한 표정으로 가로막았다.


“독고 단주,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그곳은 수백 년 동안 청풍성의 온갖 오물과 독기가 쌓여 땅값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최악의 혐오 시설입니다. 영초는커녕 잡초 한 포기 자라지 못해 세금만 갉아먹는 쓰레기 구덩이를 감히 우리 도련님께 팔아넘기려 하십니까?”


독고전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내 뻔뻔하게 주판을 두드렸다.


“허허, 냉 총관님은 상업적 안목이 부족하시군요. 쓰레기 더미 아래에 잠든 고대의 유적 가치를 모르시다니. 도련님, 어떻습니까? 이 땅을 단돈 10만 영석에 넘기겠습니다! 가문의 미래를 바꿀 기회입니다!”


독고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도진이 화를 내며 쫓아내더라도, 조금씩 가격을 깎아 결국 1만 영석이라도 받아낼 심산이었다.


하지만 도진의 반응은 두 사람의 예상을 완벽하게 벗어났다.


스르륵.


도진의 안구에 붉은 안광이 서리며 [망조 감별 안목]이 작동했다. 양가죽 지도 위로 눈부신 붉은색 홀로그램 글씨가 둥둥 떠올랐다.


[청풍성 만년 쓰레기 매립지 - 성공 확률: 0% (매입 시 100% 손실 확정, 영원히 회수 불가능한 쓰레기 땅)]


‘성공 확률 0%! 100% 손실 확정!’


도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전율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찌릿하게 타고 올라왔다. 연설화의 고용으로 5,000 영석을 날렸지만, 아직도 9만 5천 영석이나 남아있어 매일 밤 벼락을 맞을까 봐 잠을 이루지 못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 쓰레기 매립지를 사면 남은 돈을 한 방에, 그것도 아주 합법적인 부동산 투자라는 명목으로 완벽하게 공중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자산이 영(0)이 되면 천벌 계약은 해제되고, 자신은 영원한 자유를 얻는다!


도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독고전의 손을 꽉 잡았다.


“독고 단주…… 그 말이 진정 사실이오? 정말 10만 영석에 이 땅을 팔겠단 말이오?”


“어, 예? 예, 그렇습니다만…….”


독고전은 도진의 지나치게 절실한 눈빛에 순간적으로 뇌정지가 왔다. 보통 사기를 당하는 호구들은 의심을 하거나 깎아달라고 떼를 쓰기 마련인데, 이 청년은 당장이라도 절을 할 기세였다.


“도련님, 절대 안 됩니다! 이건 사기입니다!”


냉소희가 도진의 소매를 잡아끌며 만류했다. 하지만 도진은 단호하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소희야, 내 안목을 의심하지 마라. 나는 이 땅에서 청풍성의 미래를 보았다!”


도진의 목소리에는 광기에 찬 확신이 서려 있었다. 냉소희는 그 웅장한(?) 기개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었다.


‘……아! 설마 도련님은 이미 이 쓰레기 매립지 지하의 비밀을 알고 계신 것인가? 본가를 속이기 위해 일부러 사기당해 주는 척하며 거대한 영토를 선점하시려는구나!’


도진은 독고전에게 다가가 단호하게 외쳤다.


“좋소! 10만 영석에 그 땅을 사겠소! 다만, 현재 내 공식 상단 금고에는 연설화 양을 고용하느라 9만 5천 영석밖에 남지 않았소.”


독고전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려 했다. “아, 5,000 영석이 부족하시다면 계약이 곤란…….”


“하지만!”


도진은 품에서 친모 연홍선이 남긴 낡은 비단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서 은은한 옥빛을 발하는 최고급 영석 노리개를 꺼내 독고전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것은 내 어머니의 유품이자, 시세로 최소 1만 영석은 호가하는 보물이오. 이것까지 얹어줄 테니, 잔말 말고 당장 소유권 이전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시오!”


“……!!”


독고전의 주판알이 멈췄다. 그의 탐욕스러운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9만 5천 영석에 1만 영석 상당의 보물까지 얹어서 쓰레기 땅을 사겠다니. 이건 사기가 아니라, 하늘이 내린 기적의 호구였다.


“허허허! 역시 백기상단의 도련님답게 대범하십니다! 좋습니다, 당장 계약을 체결하시지요!”


독고전은 도진이 마음을 바꿀까 봐 서둘러 계약서를 꺼내 도장을 쾅 찍었다. 도진 역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로 지장을 찍었다.


화아아악!


계약이 완료되는 순간, 도진의 품속에 있던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붉은 글씨가 완전히 지워지고 새로운 숫자가 새겨졌다.


[보유 자산: 0 영석]

[축하합니다! 완벽한 파산 상태를 달성하셨습니다!]


동시에 도진의 심장을 옥죄던 뇌전의 인장이 완벽하게 사라지며, 온몸을 감싸던 정전기 기운이 완전히 소멸했다. 도진은 인생에서 가장 맑고 가벼운 숨을 내쉬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었다.


‘살았다……! 드디어 파산했어! 벼락 맞을 걱정 없이 발 뻗고 잘 수 있다!’


독고전 역시 계약서를 품에 소중히 품으며 속으로 비열하게 웃었다.


‘희대의 바보 멍청이 놈, 쓰레기 땅을 황금값에 사다니 평생 거기서 썩어라!’


서로를 완벽한 ‘호구’라 부르며 마주 보고 웃는 두 사내의 행복한 미소가, 그을린 청풍성 외곽의 하늘 아래에서 기묘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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