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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뒤흔든 현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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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빛나는 건데?!”


장가주루 최고급 VIP 특실의 고요한 밤공기를 가른 것은 백도진의 처절한 비명이었다.


도진은 비단 방석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기겁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푸른 정전기 오라가 소화선의 무릎 위에 놓인 옥가야금(옥가야금)의 현을 타고 흐르더니, 이내 가야금 전체를 눈이 멀 것 같은 청색과 황금빛 서기로 감싸 안았다. 고대의 신비로운 문양들이 나무 표면 위로 살아 움직이듯 꿈틀거리며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것은 명백한 대재앙의 전조였다. 도진의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쭈뼛 서며 사자 갈기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발가락에 감긴 낡은 붕대 사이로도 미세한 스파크가 튀었다.


“공자님……!”


소화선은 눈을 감은 채 무아지경의 예술적 영감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귀에는 도진의 비명이 비명이 아닌, 세속의 가식을 깨부수고 자신을 더 높은 경지로 이끌어주려는 현자의 사자후(獅子吼)로 들렸다.


‘아아, 물질의 굴레를 초탈하신 백 대인께서 몸소 내 안의 음기를 정화해 주시는구나! 이 따뜻하고도 강렬한 뇌전의 기운은 내 천음비공(天音秘功)의 막힌 혈을 뚫어주기 위한 현자의 자비다!’


소화선은 눈물겨운 감동 속에서 가야금의 현을 튕겼다.


딩————!


그 소리는 이전의 연주와는 차원이 달랐다. 도진의 정전기 마력과 공명한 옥가야금은 장가주루 전체를 뒤흔드는 맑고 웅장한 진동을 만들어냈다. 방 안에 가득 차 있던 으스스한 음기가 순식간에 정화되며 은은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멈춰! 제발 그만해! 엇박자로 켜란 말이다! 소음을 내란 말이야!”


도진이 붕대 감은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움켜쥐고 침상을 뒹굴며 소리쳤다. 어떻게든 이 기이한 공명을 멈추고 연주를 망쳐서 8만 영석을 순수하게 날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다가갈수록 그의 몸에서 방출되는 정전기는 더욱 강해졌고, 옥가야금의 빛은 더더욱 찬란해졌다.


당소소는 방 구석에서 이 광경을 보며 황홀한 표정으로 수첩에 붓을 놀렸다.


[사부님의 심오한 뇌전 수련법이 가희의 소리와 결합하여 기적의 정화 음파를 생성함. 사부님은 가난한 예인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의 내공을 아낌없이 방출하고 계심. 무소유의 극의.]


마침내 소화선의 마지막 손가락이 현을 떠났다. 웅장한 여음이 방 안을 채우고 사라지는 순간, 옥가야금의 황금빛 광채가 소화선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경지가 연기기 초입에서 순식간에 확고한 궤도에 올라섰다.


“대인…… 제 영혼을 구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화선이 눈물을 흘리며 도진의 맨발 아래에 머리를 조아렸다.


도진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신의 품속에서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를 꺼냈다. 다행히 장가주루 대절 비와 팁으로 총 8만 영석이 차감되어 [보유 자산: 7,950,000 영석]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일단 돈을 쓰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등줄기에는 지독한 불길함이 가시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났으니 난 이만 가보겠네. 제발 오늘 밤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도진은 절뚝거리며 맨발로 방을 뛰쳐나갔다. 소화선은 그의 멀어지는 사자머리 뒷모습을 보며 깊은 다짐을 했다.


‘대인께서는 자신의 선행을 세상에 알리지 말라 하셨다. 하지만 이토록 위대한 무소유의 가르침을 나 혼자만 간직할 수는 없다. 이 감동을 대륙의 노래로 만들어 널리 퍼뜨리리라!’


* * *


몇 주가 흘렀다.


어느덧 연말 천벌의 마감 시한이 단 3일 앞으로 다가온 청풍 저잣거리.


평소라면 영석 한 푼에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다투던 상인들과 수도자들로 가득해야 할 저잣거리가 기묘한 노래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비단 옷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황무지를 걸으시네~♪

수백만 영석을 돌같이 보며 민초의 슬픔을 닦아주시는 분~♬

뇌전의 기개로 사악함을 정화하고 온기를 주시는 현자 백도진~♩”


시장 골목의 꼬마 아이들부터 짐을 나르는 인부들까지, 모두가 한목소리로 이 기묘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바로 소화선이 도진의 기행을 찬양하기 위해 작곡한 ‘무소유의 현자송’이었다.


저잣거리의 가장 번화한 찻집 앞마당.


청풍성 최고의 이야기꾼이자 소문의 대가인 허만평이 화려한 깃털 부채 설화선(설화선)을 부치며 침을 튀기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수백 명의 주민들과 외지에서 온 거상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몰려들어 있었다.


“자자, 귀를 기울이시라! 대륙 최고의 가희 소화선이 어째서 자신의 평생 도도함을 꺾고 백도진 공자님의 신도가 되었는지 아는가! 그날 밤, 백 공자님은 장가주루를 통째로 대절하셨지! 졸부들처럼 유흥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었어! 오직 고독하게 방황하던 한 예인의 영혼을 시험하고, 자신의 극양 뇌전 기공으로 그녀의 가야금을 정화해 주기 위함이었다 이 말이다!”


허만평이 부채를 탁 접으며 극적인 연출을 더했다.


“8만 영석을 아낌없이 바닥에 던지며 ‘가장 지루한 소리를 내라’ 하신 것은, 귀를 어지럽히는 세상의 화려한 기교를 버리고 소리의 순수한 본질을 찾으라는 현자의 준엄한 가르침이었으니! 그 깊은 뜻을 깨달은 가야금이 스스로 빛을 발하며 신물로 각성했음이라!”


“오오……!”


주민들이 감동의 탄성을 지르며 눈물을 훔쳤다. 외지에서 온 한 거상이 가슴을 치며 외쳤다.


“돈을 쓰레기처럼 버리며 천기를 구휼하는 성자가 변방 청풍성에 계셨다니! 백기상단의 서자가 아니라, 하늘이 내린 재신(財神)이 틀림없소!”


* * *


같은 시각, 백도진의 개인 저택 탕진각(탕진각)의 집무실.


“살려줘…… 제발 그만해…….”


도진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침상 구석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저잣거리에서 흘러나오는 ‘현자송’의 떼창 소리가 그의 고막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내가 언제 지맥을 정화했냐고! 난 그냥 돈을 버리려고 기루에 간 것뿐인데! 왜 내가 맨발로 다니는 게 무소유의 고결한 수행으로 둔갑하는 건데?!”


도진이 머리를 쥐어뜯자 사자 갈기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정전기 스파크가 타닥타닥 튀었다.


그때, 비서실장 냉소희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 그녀의 안경 너머 눈동자는 평소보다 세 배는 더 깊은 경외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도련님, 기쁜 소식입니다. 도련님의 ‘현자송’이 대륙 동부 전체에 대유행을 타면서, 청풍성의 온천 관광객이 지난주 대비 400% 폭증했습니다. 장가주루 맞은편의 지옥객잔 매출 또한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여, 오늘 오전부로 상단 금고에 20만 영석이 추가로 입금되었습니다.”


“뭐, 뭐라고……? 추가 입금?”


도진은 이불을 걷어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소희야, 내가 분명 지옥객잔은 음식이 쓰레기 맛이라 망할 거라고 했잖아!”


“도련님, 세간의 사람들은 그 쓰레기 맛을 ‘막힌 기혈을 뚫어주는 현자의 고통스러운 약선 요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도련님의 깊은 혜안 덕분에 우리 상단은 이제 돈을 쓸어 담는 수준을 넘어 종교적인 숭배를 받고 있습니다.”


도진은 피눈물을 흘렸다. 돈을 날리려고 기루에서 8만 영석을 썼더니, 평판이 성자로 격상되면서 온천과 식당 매출로 20만 영석이 역류해 들어왔다. 장부의 숫자는 오히려 늘어나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3일 뒤 연말 자정에 내 머리 위로 용 모양의 천벌 벼락이 떨어져 숯검둥이가 될 거다!’


극심한 생존의 위협을 느낀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여론을 당장 잠재우지 않으면 진짜 죽음뿐이었다.


“소희야. 당장 그 이야기꾼 허만평을 이리로 불러라. 비밀리에, 아무도 모르게 데려와야 한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적들의 눈을 피해 은밀한 작전을 개시하시려는군요.”


냉소희가 비장하게 고개를 숙이며 퇴장했다.


잠시 후, 탕진각의 어두운 밀실.


허만평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도진의 앞에 앉아 있었다. 눈앞의 백도진은 사자머리를 한 채 맨발로 서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전신에서 풍기는 청색 정전기 기운이 밀실의 공기를 찌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오오, 이분이 바로 대륙을 뒤흔든 무소유의 현자 백도진 공자님이시구나! 겉모습은 지극히 검소하나 풍기는 기개는 가히 뇌신(雷神)과 같도다!’


허만평이 속으로 경탄하는 사이, 도진이 테이블 위에 묵직한 영석 주머니를 쿵 소리가 나게 올려놓았다. 주머니 틈새로 하급 청풍영석의 푸른 서기가 새어 나왔다.


“허 선생. 자네에게 아주 중대한 의뢰를 하겠네.”


도진이 낮고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안에 5만 영석이 들어있네. 자네가 오늘 밤 안으로 저잣거리에 새로운 소문을 퍼뜨려 주게. 백도진은 사실 희대의 사기꾼이며, 가난한 자들의 고혈을 빠는 악덕 졸부라는 소문 말이세. 기루 대절 역시 소화선을 탐하기 위한 더러운 수작이었다고 퍼뜨리게. 내 평판을 가장 추악하게 바닥으로 떨어뜨려 달란 말일세.”


도진은 이것이 신의 한 수라고 확신했다. 자신의 평판이 쓰레기가 되면 관광객도 줄고 식당도 망할 터였다. 5만 영석을 날리면서 평판까지 망치는 완벽한 탕진 계획이었다.


그러나 허만평은 도진의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고도의 지략 분석기가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 이럴 수가! 이분은 진정 성자이시구나! 자신의 명성이 너무 높아져 대륙의 거상들과 황실의 경계를 사게 되자, 스스로를 낮추어 가문의 화를 피하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전술! 게다가 이 거금을 주며 자신을 욕해달라 하시는 것은, 명예라는 마지막 집착마저 아낌없이 버리시려는 무소유의 완성이다!’


허만평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그는 도진의 깊은 도덕적 깊이와 겸손함에 완벽하게 감화되어 버렸다.


“공자님…… 제 평생 이토록 위대하고 청렴한 대가를 본 적이 없습니다. 공자님의 깊은 뜻을 받들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겠습니다!”


허만평은 영석 주머니를 품에 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밀실을 뛰쳐나갔.


도진은 그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하, 드디어 통했구나. 내일 아침이면 내 평판은 쓰레기가 되고 상단은 파산의 길을 걷겠지!”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청풍 저잣거리에 뿌려진 허만평의 새로운 소설은 도진의 영혼을 완벽하게 박살 내버렸다.


[죄인을 자처하는 성자 백도진: 명예마저 버린 무소유의 극의!]

- 백 공자는 자신의 위대한 공적이 세상에 알려져 민초들에게 부담이 될까 걱정하여, 스스로를 악덕 상인이라 불러달라며 이야기꾼들에게 애원하셨다. 이 얼마나 눈물겨운 겸손함인가! -


“아니야!!! 난 진짜 사기꾼이라고!!!”


도진의 절규가 탕진각 지붕을 뚫고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본가의 고집사가 보낸 전령 비둘기가 집무실 창문으로 날아들었다. 가주 백기환이 보낸 공식 칙서였다.


[내 아들 도진아. 네가 가문의 브랜드 가치를 대륙 전역에 신 격으로 드높였구나. 네 깊은 효심과 천재성에 감격하여, 본가에서 긴급 지원금 20만 영석을 추가로 송금하노라.]


징————!


도진의 품속에서 장부가 붉은 빛을 내뿜으며 요란하게 울렸다.


[보유 자산: 8,150,000 영석]

[천벌 마감 시한: 남은 일수 3일]


자산이 줄기는커녕 본가의 지원금과 대박 수익이 겹치며 폭증해 있었다. 천벌의 마감 시한은 단 3일.


도진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뜯는 순간, 그의 몸에서 방출된 강력한 전자기 정전기가 탕진각 지붕의 피뢰탑 끝으로 흐르며 밤하늘의 먹구름을 향해 불길한 청색 스파크를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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