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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에서 펼쳐진 고상한 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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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 오른발 엄지발가락의 기혈 흐름이 심상치 않사옵니다. 극양의 뇌전 기운이 발끝으로 쏠려 붕대 틈새로 푸른 정전기가 쉴 새 없이 타닥거리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발가락이 먼저 각성하여 무림의 전설적인 ‘뇌신족(雷神足)’이 될지도 모릅니다!”


청풍성 저잣거리의 흙먼지 날리는 길 한가운데. 사천당가의 독공 천재이자 이제는 스스로 백도진의 개인 건강 비서를 자처하는 당소소가 헐레벌떡 수첩을 펼쳐 들며 외쳤다. 그녀의 눈빛에는 사부의 몸 상태에 대한 종교적인 걱정과 경외심이 가득 차 있었다.


정작 그 소리를 듣는 백도진은 죽을 맛이었다. 신발을 잃어버려 먼지투성이가 된 맨발로 터덜터덜 걷는 그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은 803만 영석이라는 정신 나간 자산 규모가 내뿜는 전자기장 때문에 사자 갈기처럼 사방으로 쭈뼛 서 있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찌릿찌릿한 정전기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심장 부근에 새겨진 천벌 인장은 연말 마감 시한이 다가올 때마다 경고하듯 뜨겁게 박동했다.


‘803만 영석이라니…… 천도 이 망할 놈들아! 연말에 떨어질 벼락은 청풍성 전체를 날려버릴 수준이겠구나! 어떻게든 오늘 밤 안에 수십만 영석이라도 합법적으로 날려야 산다!’


도진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모용진의 공매도 공격을 역이용해 파산하려던 계획이 역으로 숏스퀴즈 초대박을 터뜨리며 그의 금고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비즈니스적 투자는 우주의 억지 행운 때문에 무조건 대박이 난다는 것을 깨달은 도진이 선택한 마지막 카드는 바로 ‘합법적인 사치와 유흥 소비’였다.


돈을 그냥 길바닥에 버리는 것은 ‘고의적 자산 파괴 금지법’에 걸려 벼락을 맞고, 남에게 그냥 주는 것은 ‘타인 무상 기부 금지 조항’에 걸린다. 하지만 기루에서 술을 마시고 기생들에게 거액의 팁을 뿌리는 유흥 소비는 천도 시스템조차 제재할 수 없는 합법적인 ‘서비스 이용 대가’였다.


도진의 목적지는 명확했다. 청풍성에서 가장 사치스럽고 화려하기로 소문난 기루 객잔, 바로 장가주루(장가주루)였다.


“어이쿠! 청풍성의 구세주이자 상신(商神)이신 백 공자님 아니십니까!”


장가주루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붉은 얼굴에 거대한 배를 내민 주막 주인 장만득이 행주를 어깨에 걸친 채 버선발로 뛰어나왔. 그의 뒤로 화려한 등불과 비단 장식들이 번쩍였고, 향기로운 술 냄새가 코를 찔렀.


도진은 대답 대신 품속에서 묵직한 공간 주머니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쿵 소리가 나게 올려놓았다. 주머니 틈새로 하급 청풍영석의 푸른 서기가 새어 나왔다.


“장 사장. 오늘 밤 이 장가주루를 내가 통째로 대절하겠네. 지금 이 시간부로 다른 손님은 단 한 명도 받지 말고, 기존에 있던 손님들도 모두 정중히 내보내게.”


장만득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예? 공자님, 아무리 공자님이시라 해도 오늘 밤에는 풍뢰무역지대에서 온 거상들과 남궁세가의 귀빈들 예약이 꽉 차 있습니다만…….”


“이 주머니 안에 하급 청풍영석 4만 매가 들어있네. 대절 비와 기존 손님들의 보상금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모자란다면 탕진각에서 더 실어오겠네.”


4만 영석.


일반 평민 가구 수십 가구가 평생을 먹고고 남을 거금이 단 한 번의 대절 비로 제시되자, 장만득의 턱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백기철은 침을 꿀꺽 삼켰고, 당소소는 수첩에 비장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적어 내렸다.


도진은 장만득의 망설이는 눈빛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하하! 통했다! 역시 바가지를 자청하는 사치 소비야말로 돈을 날리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4만 영석이 단 한순간에 증발했다!’


“아, 알겠습니다! 당장 모든 방을 비우고 공자님만을 위한 최고의 연회를 준비하겠습니다!”


장만득은 황급히 영석 주머니를 품에 안고 포졸들을 시켜 손님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거상들이 투덜거리며 나갔지만, 도진의 무시무시한 명성과 특별 상업 고문 패의 위세 앞에서는 아무도 감히 대거리하지 못했다.


잠시 후, 웅장하고 고요해진 장가주루의 최고급 VIP 특실.


도진은 푹신한 비단 방석 위에 비스듬히 누웠다. 맨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방 안의 화려한 장식들을 둘러보던 그의 눈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이윽고 방문이 조용히 열리며, 청풍성 최고의 예인이자 도도하기로 소문난 가희 소화선(소화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붉은색 화려한 비단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은한 꽃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품에는 영험한 옥으로 만들어져 스스로 은은한 영기를 뿜어내는 전설의 옥가야금(옥가야금)이 안겨 있었다.


소화선은 도도한 눈빛으로 누워 있는 도진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평생 돈으로 자신을 사려 했던 수많은 속물 거상들과 한량들을 혐오해 왔다. 아무리 최근 청풍성을 구원한 영웅이라 불리는 백도진이라 할지언정, 기루를 통째로 빌려 사치를 부리는 모습은 전형적인 졸부의 행태로 보였다.


‘백기상단의 서자 백도진…… 결국 너도 돈의 힘을 과시하며 나를 굴복시키려는 뻔한 사내 중 하나였구나.’


소화선은 속으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옥가야금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청풍성 최고의 예인 소화선, 백 공자님을 뵈옵니다. 오늘 밤 공자님께서 저를 위해 이 화려한 루(樓)를 통째로 빌리셨다 들었습니다만, 어떤 화려한 곡으로 공자님의 귀를 즐겁게 해 드릴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르는 듯 아름다웠지만, 뼛속 깊은 도도함과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도진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도, 붉은 비단 드레스의 화려함도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하나, ‘어떻게 하면 이 도도한 가희에게 가장 합법적이고 거대한 바가지를 써서 돈을 날릴 것인가’에 대한 계산뿐이었다.


도진은 품속에서 또 다른 공간 주머니를 꺼내 소화선의 발밑으로 툭 던졌다. 영석들이 부딪히며 짤랑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이 안에 다시 4만 영석이 들어있네. 자네의 오늘 밤 연주 값이네.”


소화선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하룻밤 연주 값으로 4만 영석이라니. 이것은 모욕에 가까운 과도한 금액이었다.


“공자님, 제 음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예술이옵니다. 이토록 과한 재물로 저를 미혹하려 하신다면…….”


“미혹하려는 게 아니네.”


도진이 하품을 쩍 하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을 가로막았다.


“요구 사항은 간단하네. 오늘 밤 자네는 내 앞에서 연주를 하되, 가장 지루하고, 귀가 아프며, 졸음이 쏟아지는 최악의 거문고 독주를 해주게. 기왕이면 음정이 완전히 뒤틀리고 엇박자가 나는 그런 지옥의 소음이면 좋겠군. 아름다운 선율이나 화려한 기교 따위는 절대 연주하지 말게.”


“……예?”


소화선의 도도한 안색이 한순간에 굳어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최악의 독주? 지루한 소음?


이것은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는 모욕이거나,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는 기행임이 분명했다.


“공자님, 지금 저를 조롱하시는 것입니까?”


소화선의 목소리에 차가운 분노가 서렸다.


하지만 도진은 진심이었다. 지루한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는 척하면서 돈을 날리는 것만큼 완벽한 탕진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최악의 연주를 강요했으니 소화선이 화가 나 상단을 고소하거나 위약금을 청구해 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조롱이 아니네. 나는 지극히 진지하네. 자, 어서 연주를 시작하게. 내 귀가 아주 고통스러워지도록 말이세.”


도진은 비단 방석에 깊숙이 기대어 누우며 눈을 감았다. 그의 소매 끝에서 정전기가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몇 개의 고성능 영석들이 때굴때굴 굴러갔다. 도진은 그것들을 줍지도 않고 귀찮다는 듯 발끝으로 툭 차서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화선의 붉은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어라?’


그녀는 도진의 얼굴을 정밀하게 관찰했다.


헝클어진 사자머리, 그을린 얼굴,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에 감긴 낡은 붕대. 그리고 무엇보다, 수백만 영석을 돌보듯 굴려버리는 저 극단적인 무심함과 초탈한 눈빛.


저 눈빛은 돈을 자랑하는 졸부의 눈빛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와 명성을 손에 쥐고도,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달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지독한 허무와 고독의 안광이었다.


‘아……!’


소화선의 머릿속에 번개 같은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


‘이분은 지금 나를 시험하고 계시는구나! 세상의 수많은 상인들이 내 외모와 기교에 현혹되어 침을 흘릴 때, 이 무소유의 현자께서는 귀를 어지럽히는 화려한 가식(가식)을 걷어내고 소리의 본질을 보여달라 요구하시는 것이다! 아름다운 선율에 갇혀 있던 내 얕은 예술적 한계를 부수기 위해 일부러 지루함과 소음을 청하신 것이 틀림없어!’


소화선의 도도했던 눈빛이 순식간에 경외심과 뜨거운 학구열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진의 기행 뒤에 숨겨진 우주적인 예술적 깊이에 완벽하게 설득당해 버렸다.


“공자님의 깊은 뜻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소화선이 비장한 표정으로 옥가야금을 무릎 위에 올렸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현 위에 얹어지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도진은 감은 눈틈새로 그녀의 비장한 얼굴을 슬쩍 보고는 속으로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아주 좋아. 그렇게 멍청한 표정으로 최악의 소음을 들려다오. 오늘 밤 내 8만 영석은 완벽하게 공중분해 되는 거다!’


딩—!


소화선이 첫 현을 튕겼다.


그것은 도진의 요구대로 극도로 느리고 단조로운, 아무런 기교도 없는 음이었다. 그러나 그 음이 방 안을 울리는 순간, 도진의 전신에 흐르던 미세한 천벌의 정전기 뇌전 기운이 옥가야금의 영험한 서기와 공명하기 시작했다.


타닥! 파지직!


“……어?”


도진이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소화선이 깊은 예술적 깨달음의 무아지경에 빠져 눈을 감고 연주를 이어가는 순간, 그녀의 품에 안긴 옥가야금 표면의 고대 문양들이 눈부신 청색과 황금빛 서기를 내뿜으며 거대하게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방 안의 전하가 미친 듯이 팽창하며 도진의 머리카락이 다시 한번 하늘을 향해 쭈뼛 서기 시작했다.


“왜, 왜 빛나는 건데?!”


도진의 비명 섞인 경악이 장가주루의 고요한 밤공기를 웅장하게 가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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