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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 도련님의 어설픈 공매도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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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관아 마당 한가운데, 백도진은 차가운 돌바닥에 대자로 누운 채 실성한 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발을 잃어버린 그의 맨발은 흙먼지로 꼬질꼬질했고, 오른발 엄지발가락의 붕대는 다 풀려 뱀 허물처럼 흙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천벌의 정전기 과부하로 사자 갈기처럼 웅장하게 솟구쳐 있었으며, 그의 손에는 이태평 성주가 억지로 쥐여준 황금빛 ‘청풍성 특별 상업 고문 패’가 들려 있었다.


“내 돈…… 내 20만 영석…….”


도진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피눈물 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산적들에게 눈물로 강탈당해 자연스럽게 파산하려던 그의 눈물겨운 기획은, 금강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망상으로 인해 ‘산적단의 모범 시민 전향 및 자수’라는 기상천외한 대참사로 끝나버렸다. 환수된 영석 20만 매는 관아 포졸들의 철저한 호위 속에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금고로 안전하게 입금되었고, 도진의 자산은 다시 753만 영석이라는 즉사급 천벌 대기 수치로 회복되었다.


그때, 헐떡거리며 달려온 말단 전령이 도진의 귀에 모용상단의 후계자 모용진이 백기상단의 채권과 식당 주식에 대규모 공매도를 선언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공매도.


주가나 채권의 가치가 떨어질 것에 베팅하여, 가치가 폭락하면 그 차액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자본주의의 가장 잔인한 금융 공격 기법.


도진의 멍한 눈동자에 순식간에 눈이 멀 것 같은 기괴한 희열의 광기가 번뜩이기 시작했다.


‘공매도라고……? 내 채권 가치를 폭락시켜 주겠다고?’


도진은 바닥에서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켰다. 그의 사자머리 끝에서 청색 정전기가 타닥 소리를 내며 불꽃을 튀겼다.


‘고맙다, 모용진! 네놈이야말로 하늘이 내게 내린 진정한 구세주구나! 내 상단을 망하게 하려고 전 재산을 걸고 폭락에 배팅을 해주다니!’


도진은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관아 마당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태평 성주와 포졸들은 그가 영지의 치안을 확립한 기쁨에 겨워 달리는 줄 알고 감격 어린 만세를 외쳤다.


***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개인 집무실.


도진은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서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비서실장 냉소희를 향해 소리쳤다.


“소희야! 당장 종이를 가져와라! 채권을 발행해야겠다!”


냉소희는 푸른 비단 안경을 치켜올리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도진의 그을린 얼굴을 바라보았다.


“도련님, 방금 모용상단의 모용진이 저희 식당과 지부 채권에 대규모 공매도 공작을 개시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시장의 투기꾼들이 동조하여 채권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데, 이 타이밍에 채권을 추가로 발행하시는 것은…….”


“그러니까 발행하라는 거다! 아주 많이! 무제한으로!”


도진은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그의 속마음은 처절하기 그지없었다.


‘모용진이 폭락에 베팅했다면, 내가 채권을 시장에 무지막지하게 더 공급해서 가치를 쓰레기 조각으로 만들어주마!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면 가치는 0원이 되는 법! 모용진의 공매도가 대성공을 거두고, 우리 상단의 신용도는 파탄이 나며, 나는 합법적으로 파산할 수 있다!’


도진의 눈에 서린 광기 어린 눈물을 본 냉소희는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도진의 자멸적 행보가 다시 한번 우주급 지략으로 완벽하게 재구성되었다.


‘……아! 역시 우리 도련님이시다! 적이 공매도를 쳐서 가격을 누를 때, 오히려 채권을 대량으로 추가 발행하여 시장의 매도 물량을 인위적으로 폭발시키시는구나. 적들이 승리했다고 확신하며 더 깊은 자금을 끌어다 쓰게 만들고, 마지막 순간에 상상을 초월하는 호재를 터뜨려 공매도 세력을 단숨에 목 졸라 죽이려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숏스퀴즈 전술……! 이 얼마나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금융의 덫인가!’


냉소희는 깊은 경외감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의 깊은 혜안에 소름이 돋사옵니다. 적들이 우리 채권을 휴지 조각이라 믿고 전 재산을 던지게 유도하시는군요. 즉시 지부의 모든 인쇄기를 동원해 50만 영석 규모의 추가 채권을 시장에 살포하겠습니다.”


“그래! 아주 멍청하게, 이자율도 제로로 해서 뿌려라! 아무도 안 사게 만들어야 한다!”


도진이 환하게 웃으며 지시했다. 냉소희는 이를 ‘적들을 완벽하게 안심시키기 위한 위장 전술’로 해석하며 감탄의 미소를 지었다.


***


도진은 채권 발행을 지시한 후, 자신의 확실한 파산을 보장하기 위해 지옥객잔(Hell Restaurant)으로 향했다.


식당 주방에서는 미각 상실 요리사 마마손이 보라색 거품이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정체불명의 찌개를 거대한 가마솥에 끓여내고 있었다. 주방 가득 코를 찌르는 시큼하고 쓴 냄새가 진동했다. 마마손이 도진의 약초 창고에서 가져온 곰팡이 핀 한빙초를 가마솥에 아낌없이 투하한 결과였다.


“도련님! 어서 오십시오! 오늘도 제 예술적 영혼을 담아 기묘한 요리를 완성했습니다!”


마마손이 해맑게 웃으며 주걱을 흔들었다.


도진은 그 악취를 맡으며 코를 막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이거야! 이 쓰레기 요리가 식당의 주가를 완전히 나락으로 보내줄 마지막 열쇠다!’


도진은 즉시 식당 문앞에 거대한 자폭 공고문을 붙이라고 지시했다.


[경고: 본 식당의 요리는 소금과 설탕도 구별하지 못하는 미각 상실자가 곰팡이 핀 썩은 약초를 넣어 만든 지옥의 오물입니다. 먹는 즉시 극심한 복통과 마비를 유발할 수 있으니 절대 먹지 마십시오. 우리 식당은 곧 망할 예정입니다.]


도진은 이 공고문이 시장에 붙으면 식당 주가와 채권 가치가 완벽하게 폭망할 것이라 확신했다.


내친김에 도진은 상단의 금고 문을 활짝 열어두어 도둑들이 돈을 훔쳐 가게 하려 했다. 그러나 금고 앞으로 다가간 도진의 앞을 거구의 사내가 가로막았다.


“Lord Baek! 저희가 여기 있습니다!”


관아 공식 경호대로 편입된 전직 산적 두목 금강두와 그의 부하 80명이 철통 같은 방어 진형을 짠 채 금고 앞을 지키고 있었다. 금강두는 이마에 피를 흘리며 도진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도련님께서 저희에게 자비로운 사면의 길을 열어주셨거늘, 어찌 저희가 이 금고를 비워두겠습니까! 도련님의 전 재산은 저희 80명의 목숨을 바쳐 철저히 경비하겠습니다! 개미 한 마리도 이 금고에 접근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 비켜! 문 좀 열어두라고! 도둑들이 훔쳐 가야 한단 말이다!”


도진이 울부짖으며 금강두의 가슴을 밀쳤지만, 축기기 초입의 단단한 육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강두는 도진의 처절한 외침을 ‘자신들의 충성심을 시험하려는 성자의 채찍질’로 오해하며 더 크게 오열했다.


***


같은 시각, 청풍성 중심가의 호화로운 모용상단 집무실.


모용상단의 후계자 모용진은 황금 실로 수놓은 화려한 옷을 입고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금사 주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의 주판알이 튕길 때마다 시장의 채권 가격 변동 수치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다.


“하하하! 백도진, 네놈이 드디어 자멸의 길을 걷는구나!”


모용진은 도진이 붙인 자폭 공고문과 대량의 추가 채권 발행 소식을 듣고 비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요리가 쓰레기라고 공식 인정하는 공고를 붙이다니, 완전히 미쳤군! 게다가 폭락하는 시장에 이자율 제로의 채권을 무제한으로 발행해? 자금난에 허덕이며 마지막 발악을 하는 모양이로구나! 얘들아! 모용세가의 비자금까지 몽땅 끌어다 써라!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채권을 있는 대로 공매도 쳐라! 오늘 밤으로 저놈을 완전히 파산시키겠다!”


모용진의 지시에 따라 모용상단의 모든 자금과 투기꾼들의 돈이 백기상단의 폭락 채권에 올인되었다. 채권 가격은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앉기 시작했다.


도진은 품속의 붉은 장부에서 자산 평가액이 실시간으로 깎여 나가는 것을 보며 희열의 눈물을 흘렸다.


‘오오…… 줄어든다! 드디어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모용진, 고맙다! 네 덕분에 내가 산다!’


그러나 우주의 억지 행운과 강제 성공의 가호는 잔인했다.


재판정의 판결이 내리기 직전의 황혼 녘, 청풍 관아 앞으로 웅장한 황실 문양이 새겨진 특별 마차가 멈춰 섰다. 마차에서 내린 자들은 황실 위생청(Imperial Hygiene Bureau)의 고위 관료들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황제의 직인이 찍힌 금빛 칙서가 들려 있었다.


“황실 위생청의 칙명을 전하노라!”


위생청 관료가 지옥객잔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칙서를 펼쳤다. 마침 식당 안에는 주가 폭락을 감시하던 모용진과, 파산을 확인하러 온 백도진, 그리고 수많은 상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최근 청풍성 서쪽 거리를 중심으로 기적적인 기혈 순환과 평생의 고질병인 천식이 완치되었다는 보고가 황실에 빗발쳤다! 이에 위생청이 지옥객잔의 ‘마마손식 기혈 순환 요리’를 정밀 분석한 결과……!”


관료의 목소리가 주방 가득 울려 퍼졌다.


“이 요리는 비록 맛은 마귀의 손길처럼 기괴하고 지독하나, 지하 영맥의 기운을 받고 변이된 희귀 약초 ‘곰팡이 핀 한빙초’의 약성을 만능 가마솥이 100% 보존하여 정제해 낸 기적의 영약임이 밝혀졌다! 마시기만 해도 수도자들의 막힌 기혈을 즉각 뚫어주고 영력을 증폭시키는 가공할 만한 효능을 지녔도다!”


관료가 도진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며 칙서를 건넸다.


“이에 황실 위생청은 지옥객잔의 요리를 ‘대륙 최고의 기혈 정화 약선 요리’로 공식 공인하며, 황실의 공식 약선 납품처로 지정하노라!”


순간, 식당 내부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침묵이 흘렀다.


도진의 미소가 완벽하게 굳어버렸다. 그의 뇌리가 웅웅거리며 뇌전 정전기가 사방으로 뻗쳤다.


“……예? 약선…… 요리요? 이게 영약이라고요?”


“그렇소, 백 공자! 공자는 스스로의 요리를 ‘쓰레기’라 낮추어 부르며 독점을 피하려 했으나, 황실의 눈은 속일 수 없소! 이토록 위대한 영약을 백성들에게 헐값에 제공하려 했던 공자의 자비심에 온 황실이 감동했소이다!”


“아니야! 진짜 쓰레기 맛이라니까요! 먹으면 배가 아파요!”


도진이 절규하며 관료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지만, 관료는 그의 절규를 ‘공을 사양하는 위대한 성자의 겸손’으로 받아들이며 인자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시장이 폭발했다.


“황실 공식 공인 약선 요리라고?!”


“수도자들의 기혈을 뚫어주는 영약의 채권이 이 가격이란 말인가!”


시장의 모든 상인들과 무림인들이 미친 듯이 백기상단의 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대륙 전역에서 매수 주문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채권 가격은 바닥에서 수직으로 솟구치며 하늘을 뚫고 우주까지 상승하기 시작했다.


공매도를 쳤던 모용진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 이럴 리가 없다! 가격이 왜 치솟는 거냐! 멈춰라! 제발 멈춰라!”


모용진이 금사 주판을 미친 듯이 두드렸지만, 폭등하는 채권 가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공매도 세력은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기하급수적인 손실을 보게 된다. 가격이 무제한으로 치솟자, 모용진이 담보로 걸어두었던 모용상단의 모든 자금과 부동산이 단 1초 만에 강제로 청산(Liquidation)되어 버렸다.


숏스퀴즈(Short Squeeze).


폭등하는 가격을 버티지 못한 공매도 세력이 채권을 강제로 되사들이면서 가격 폭등이 폭등을 낳는 재앙적인 금융 파도.


“끄아아악!”


모용진은 입에서 선혈을 뿜으며 주판을 쥔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모용상단 청풍지부의 모든 재산이 한순간에 공중분해 되었고, 그 청산 배당금 50만 영석이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금고로 강제 이체되었다.


징—!


도진의 품속에서 장부가 미친 듯이 떨리며 붉은 글씨를 새로 써 내려갔.


[보유 자산: 8,030,000 하급 청풍영석 (공매도 청산 배당금 50만 영석 강제 유입 완료)]

[천벌 마감 시한: 연말 자정 (남은 일수: 72일)]

[알림: 숏스퀴즈 대박 성공. 자산이 폭증하였습니다. 천벌의 즉사급 벼락이 머리 위에 상시 대기합니다.]


도진은 800만 영석이라는 정신 나간 숫자를 바라보며,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친 채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모용진 이 나쁜 자식아! 왜 공매도를 쳐서 나를 더 부자로 만드냐고! 내 파산 계획 돌려내!”


도진의 처절한 곡소리가 청풍성의 저녁하늘을 웅장하게 울렸다. 하지만 대중은 그 눈물을 ‘경쟁 상단의 몰락을 애도하는 위대한 성자의 자비로운 눈물’로 오해하며 경배의 찬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성공의 지옥은, 도진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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