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이라 오해한 산적들의 눈물겨운 자수
금강두의 흔들리는 도끼날 끝에서 흘러내린 식은땀 한 방울이, 마침내 도진의 맨발가락 바로 앞 흙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백도진은 그 축축한 흔적을 내려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감싸고 있는 허연 붕대가 흙먼지에 더러워지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하나, 품속에서 750만 영석이라는 정신 나간 액수를 가리키며 붉은 빛을 번쩍이고 있는 저주의 장부뿐이었다.
연말까지 이 돈을 다 쓰지 못하면 머리에 벼락을 맞아 흔적도 없이 증발한다. 그런데 눈앞의 이 험악한 산적 두목은 왜 도끼만 쥔 채 부르르 떨고만 있는가?
“왜…… 왜 망설이십니까, 금 대인?”
도진은 세상에서 가장 애절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전신에서 과부하된 푸른색 정전기 스파크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밤안개를 찢었다. 사방으로 뻗친 그의 사자머리가 전하를 머금고 웅장하게 일렁였다.
“자! 어서 가져가십시오! 이 화려한 황금 마차도, 철제 궤짝에 가득 찬 하급 청풍영석 20만 매도, 그리고 대륙의 무림인들이 목숨을 건다는 무림맹주의 비전 서신까지! 몽땅 대인의 것입니다! 어서 제 멱살을 잡고 협박하며 뺏어가란 말입니다!”
도진은 진심이었다. 제발 이 돈자루들을 통째로 ‘강탈’당해야만 천도 시스템이 이를 합법적인 재해 손실로 인정해 줄 터였다. 하지만 도진이 영석 한 움큼을 쥐고 금강두의 코앞으로 들이밀며 손을 덥석 잡으려 한 순간,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파지직!
도진의 손끝에 맺혀 있던 뇌전 정전기가 금강두의 거친 손등을 직격했다. 찰나의 순간, 눈이 멀 것 같은 청색 스파크가 두 사람의 손 사이에서 폭발하듯 튀었다.
“윽……!”
금강두는 단막의 신음을 지르며 급히 손을 뒤로 빼냈다. 그의 오른팔 전체가 마치 강력한 마비 독에 중독된 것처럼 찌릿거리며 감각을 잃었다. 야만불괴체로 단련된 그의 강철 같은 육체조차도, 천벌의 기운을 머금은 도진의 정전기 앞에서는 무력하게 마비되었다.
금강두의 외눈이 공포로 크게 흔들렸다.
‘이, 이 느낌은……! 단순한 내공의 방출이 아니다! 경맥을 강제로 마비시키고 영혼의 흐름을 묶어버리는 극양의 뇌신공 낙인……!’
그는 도진의 해맑은 미소 뒤에 숨겨진 무시무시한 음모를 완벽하게 오해했다.
‘과연 그렇군! 저 사자머리 애송이는 겉으로는 돈을 주는 척하면서, 실은 우리 손에 뇌전의 추적 낙인을 찍으려 한 것이다! 저 황금 마차와 20만 영석은 미끼에 불과해! 우리가 저 상자를 만지는 순간, 저 푸른 스파크가 우리 몸에 각인되어 황실 포졸들과 남궁세가의 추격대에게 실시간으로 위치를 폭로하는 추적 결계 마법이 작동하는 거다!’
금강두는 식은땀을 폭포수처럼 흘리며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80명의 산적 패거리들 역시 두목의 공포 어린 반응을 보고 무기를 쥔 손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두, 두목! 저놈의 몸에서 나오는 파란 불꽃이 심상치 않습니다! 진짜 황실의 비밀 특사인가 봅니다!”
“우리를 일망타진하려는 함정이다! 저 영석을 만졌다간 뼈도 못 추리고 참수당할 거야!”
산적들의 웅성거림을 들은 도진은 미칠 지경이었다.
“아닙니다! 함정이 아니에요! 이건 그냥 제 체질 때문에 나오는 정전기일 뿐입니다! 자, 보십시오! 영석은 진짜 맑고 순수한 청풍영석입니다! 제발 그냥 가져가세요! 마차 고삐를 쥐어드릴 테니 흑호산채로 도망치란 말입니다!”
도진이 억울함에 피눈물을 흘리며 황금 마차의 고삐를 금강두를 향해 억지로 밀어붙였다. 그가 다가올 때마다 사방으로 청색 정전기가 휘몰아쳤다.
금강두는 이제 한계에 달한 공포를 느꼈다.
‘저 악마 같은 놈을 보라! 억지로 고삐를 쥐여주며 우리에게 죄목을 씌우려 하고 있어! 강제로 약탈을 당해준 뒤, 황실의 명분을 세워 청룡산 산적단 전체를 소탕하려는 무서운 음모다! 저 강철구라는 노장 무인이 참마도를 버리고 순순히 항복한 것도, 우리를 안심시켜 덫에 걸려들게 하려는 연극이었던 거야!’
금강두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 도망치더라도 저 뇌전의 추적 낙인을 피할 수 없다면, 남은 길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대가문의 보복과 황실의 무시무시한 공권력 앞에서 산적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구멍.
“상, 상자를 짊어져라!”
금강두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진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웅장해졌다.
‘오오! 드디어 가져가는구나! 역시 산적의 본분을 잊지 않았어!’
“그렇습니다! 어서 짊어지십시오! 다 대인들의 것입니다!”
도진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금강두의 다음 명령은 도진의 영혼을 완벽하게 산산조각 내버렸다.
“이 상자들을 그대로 짊어지고…… 청풍 관아(Cheongpung Magistrate Office)로 달린다! 자수하여 광명을 찾는다!”
“……예?”
도진의 미소가 굳어버렸다. 그의 귀가 잘못되었나 싶었다.
“자수……라니요? 대인, 산적이 왜 관아로 가십니까?”
“입 닥쳐라, 이 무서운 뇌신공의 지략가 놈아!”
금강두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우리가 네놈의 덫에 걸려 약탈범으로 몰려 참수당할 줄 알았더냐! 우리는 이 20만 영석을 훔치지 않았다! 네놈이 강제로 떠넘기려 한 증거물을 그대로 관아에 반환하고, 황실 특별 사면법에 따라 자수하여 모범 시민이 되겠다! 얘들아! 상자를 짊어지고 뛰어라! 관아로 가야 살 수 있다!”
“와아아아! 자수하자! 자수해서 살자!”
80명의 근육질 산적들이 울부짖으며 황금 마차 내부의 철제 궤짝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들은 영석 상자를 등에 짊어진 채, 도진을 피해 청풍 관아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산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야! 이 도둑놈들아! 왜 자수를 해! 훔쳐 가란 말이야! 도둑놈의 의리는 어디 간 거냐고!”
도진은 붕대가 감긴 엄지발가락의 통증도 잊은 채 맨발로 흙바닥을 박차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
“가져가! 제발 그냥 가져가서 술 사 먹어! 관아로 왜 가는데! 야!”
도진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협곡에 메아리쳤다. 하지만 공포에 질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80명의 산적들을, 맨발에 발가락 부상까지 입은 도진이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조수석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당소소는 감격에 겨워 부르르 떨며 수첩에 붓을 굴렸다.
[사부님의 무혈 평화 정복 전술의 극의를 보다. 무력 한 번 쓰지 않고, 오직 기개와 영석의 서기만으로 흉악한 산적 80명을 스스로 자수하게 만드시다. 이 얼마나 숭고하고도 무서운 무소유의 자비인가.]
강철구 역시 땅에 버려두었던 참마도를 주워 들며 깊은 한숨과 함께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과연 도련님이십니다…… 산적단을 통째로 개과천선시키시다니. 무림 역사상 전무후무한 업적입니다.”
“업적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쟤네 좀 잡아봐! 내 돈이 관아로 가고 있단 말이다!”
도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하지만 산적들의 붉은 먼지 구름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진 뒤였다.
***
같은 시각, 청풍성의 최고 행정 기관인 청풍 관아.
성의 성주 이태평은 관복을 대충 걸친 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세무 관료 신방관과 함께 영지의 재정 적자에 대해 한가롭게 한탄하고 있었다.
“신 관료. 백기상단의 백 공자가 세금을 미리 많이 내주어 숨통은 트였다만, 여전히 동쪽 산맥의 산적 떼가 골칫거리군. 황실에 토벌군을 요청하자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그렇사옵니다, 성주님. 금강두의 패거리가 워낙 흉악하여 상인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영지의 장기적인 발전은…….”
바로 그 순간, 관아의 웅장한 목조 대문이 쾅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나듯 열렸다.
“성주님! 살려주십시오! 자수하러 왔습니다!”
우렁찬 곡소리와 함께, 얼굴에 칼자국이 가득하고 전신에 근육이 덩어리진 거구의 괴한들이 관아 마당으로 들이닥쳤. 그들의 등에는 눈부신 황금빛 서기를 뿜어내는 철제 궤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습, 습격이다! 포졸들은 어디 있느냐!”
이태평 성주가 깜짝 놀라 찻잔을 떨어뜨리며 보좌관 뒤로 숨었다. 신방관 역시 주판을 방패막이 삼아 덜덜 떨었다.
하지만 마당으로 난입한 80명의 산적들은 무기를 들기는커녕, 궤짝들을 마당 바닥에 쿵 소리가 나게 내려놓더니 일제히 바닥에 대가리를 박았다.
쿵! 쿵! 쿵!
“성주 대인! 저희는 청룡산 산적단입니다! 여기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영석 20만 매를 그대로 반환하오니, 제발 저희를 감옥에 가두어 주십시오! 그 사악한 사자머리 백도진의 손귀에서 저희를 지켜주십시오!”
산적 두목 금강두가 관아의 돌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오열했다. 그의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의 얼굴에 가득 찬 공포는 피보다 더 진했다.
“백도진……? 그 백 공자가 왜?”
이태평 성주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그자는 악마입니다! 겉으로는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20만 영석을 약탈해가라 유혹하더니, 우리가 거부하자 강제로 뇌전의 추적 낙인을 찍으려 했습니다! 제 오른팔을 보십시오! 아직도 찌릿거리며 감각이 없습니다! 저 황금 마차와 영석 상자 내부에 황실의 일망타진용 추적 결계가 심어져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금강두는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비명을 질렀다.
“저희는 그저 먹고살기 위해 통행세를 조금 뜯었을 뿐, 황실의 역모에 휘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영석을 고스란히 반환하오니, 부디 저희를 합법적인 황실 특별 사면법으로 보호해 주십시오! 제발 저 사자머리 악마의 손길이 닿지 않는 가장 깊은 감옥에 처박아 주십시오!”
“성주님…… 저희를 살려주십시오!”
80명의 험악한 산적들이 관아 마당이 떠나가라 통곡하는 기괴한 광경에, 이태평 성주와 신방관은 완벽한 뇌정지에 빠졌다.
그때, 관아 입구로 흙먼지를 뒤집어쓴 백도진이 헐떡거리며 뛰어 들어왔. 신발을 잃어버린 맨발은 흙투성이였고, 오른발가락의 붕대는 다 풀려 질질 끌리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정전기로 사방으로 뻗쳐 그야말로 지옥에서 온 사신 같은 비주얼이었다.
“야! 금강두! 이 도둑놈의 새끼야!”
도진이 마당으로 들어서며 오열하듯 비명을 질렀다.
“왜 돈을 안 가져가고 여기다 버려! 내 돈 돌려내! 너네 산적 맞냐고! 산적의 자존심도 없어?! 어서 저 상자 들고 산으로 뛰어!”
도진이 금강두의 멱살을 잡고 흔들려 하자, 금강두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이태평 성주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기어갔다.
“성주님! 보십시오! 저 악마가 또 강제로 약탈을 집행하려 합니다! 저 무시무시한 정전기 오라를 보십시오! 저희를 죽이려 합니다!”
“도련님, 진정하십시오!”
뒤늦게 도착한 강철구가 도진의 어깨를 붙잡아 말렸다. 당소소는 옆에서 수첩에 ‘사부님의 엄격한 참교육에 굴복한 산적들의 눈물겨운 참회’라고 바쁘게 적어 내려갔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이태평 성주의 눈동자가 서서히 경외심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도진의 기행이 기적적인 평화 정복 서사로 완벽하게 재구성되었다.
‘……아아! 이 얼마나 위대한 지략인가! 군사 한 명 움직이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청풍성의 가장 큰 우환이었던 청룡산 산적단 전체를 스스로 자수하게 만들다니! 백 공자는 일부러 자신을 미끼로 던져 저 흉악한 무리들에게 극도의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이 틀림없다! 저 맨발과 폭탄머리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밤낮으로 헌신한 훈장이로구나!’
이태평 성주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도진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백 공자! 그대의 깊은 성심과 위대한 전술에 이 이태평, 온몸의 소름이 돋소! 청풍성의 평화를 위해 스스로 독배를 들이켜고 산적들을 감화시키다니, 과연 대륙의 위대한 상신이시로다!”
“아니에요! 성주님! 오해입니다! 저는 그냥 돈을 털리고 싶었을 뿐…….”
“허허, 공자는 끝까지 겸손하시구려! 신 관료! 당장 이 영석 20만 매를 백기상단의 금고로 안전하게 환수 조치하고, 금강두와 산적단은 개과천선했으니 관아의 공식 경호대로 편입시켜 상단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도록 하라!”
“예, 성주님! 즉시 집행하겠습니다!”
신방관이 신나게 주판을 두드리며 영석 반환 영수증에 관청의 붉은 도장을 쾅 찍었다.
징—!
동시에 도진의 품속에서 차갑게 식어가던 붉은 장부가 미친 듯이 발광하며 피 같은 붉은 글씨를 써 내려갔.
[보유 자산: 7,530,000 하급 청풍영석 (반환 완료)]
[천벌 마감 시한: 연말 자정 (남은 일수: 73일)]
[알림: 강탈 손실 기획 실패. 자산이 고스란히 보존되었습니다. 천벌의 벼락 강도가 대기 상태를 유지합니다.]
“아아아악! 안 돼! 내 돈! 내 20만 영석!”
도진은 관아 마당 돌바닥에 대자로 엎어져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그의 억울한 비명소리는 관아 지붕을 뚫고 청풍성 하늘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이태평 성주는 그 처절한 오열을 ‘돈을 돌려받은 기쁨과 백성들을 구한 감격의 눈물’로 완벽하게 오해했다. 성주는 품에서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마패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백 공자! 그대의 위대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성주부의 이름으로 영지 내의 모든 행정 규제를 우회하고 절대적인 상업 권한을 부여하는 [청풍성 특별 상업 고문 패]를 하사하겠소! 또한, 관아 입구에 공자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거대한 송덕비(송덕비)를 세울 것이니, 영원히 청풍성의 영웅으로 기억되시오!”
“송덕비…… 고문 패…… 싫어…… 제발 돈을 가져가란 말이다……”
도진은 성주가 억지로 쥐여준 황금 마패를 손에 쥔 채, 영혼이 완전히 가출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가 자산을 줄이기 위해 저지른 눈물겨운 뻘짓은, 그에게 더 단단하고 화려한 ‘성공의 감옥’이자 절대 무너질 수 없는 명성이라는 족쇄가 되어 돌아왔다.
관아 마당에서 도진을 찬양하는 포졸들과 주민들의 만세 소리가 대지를 흔들며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바로 그 찰나.
관아 문밖에서 헐떡거리며 달려온 상단의 말단 전령이 도진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긴박한 전음을 올렸다.
“도, 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경쟁 상단인 모용상단의 후계자 모용진(Moyong Jin)이…… 도련님의 급성장을 시기하여 저희 상단의 주식과 신기루각 채권에 대규모 공매도(Short Selling) 공작을 선포했습니다! 지금 시장의 채권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진은 황금 마패를 쥔 채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공매도……? 가격 폭락……?’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있던 도진의 눈동자에, 순식간에 눈이 멀 것 같은 기괴한 희열의 광기가 다시 한번 번뜩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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