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도자기 속의 무림 비전
“도련님! 제발 고정하십시오! 제발!”
머슴이 땀을 뻘뻘 흘리며 탕진각의 회랑을 따라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은 빗자루처럼 사방으로 뻗친 사자머리에,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로 복도를 질주하는 백도진이었다. 도진의 오른손에는 방금 최한량에게서 강제로 넘겨받은 도박장 권리증이 정전기 때문에 찌릿거리며 손바닥에 철썩 달라붙어 있었다.
“비켜라! 소소가 도자기를 깨뜨렸다고? 그 수만 영석짜리 귀신 들린 도자기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도진의 목소리는 광기 어린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남들이 들으면 전재산을 날려 먹은 상주가 분노에 차서 날뛰는 소리로 들렸겠지만, 도진의 속사정은 정반대였다.
‘드디어! 드디어 합법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도진은 심장박동이 터질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방금 전 최한량의 도박장에서 임전패를 상대로 원치 않는 대박을 터뜨려 자산이 무려 250만 영석을 돌파하는 대재앙을 맞이한 참이었다. 머리 위에 대기 중인 천벌의 벼락 강도가 50배로 강화되었다는 장부의 경고를 보고 심장마비가 올 뻔했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하녀 소소가 청소 중에 도자기를 깨뜨렸다!
이것은 고의적 자산 파괴 금지법에 걸리지 않는, 완벽하고 합법적인 ‘타인의 과실로 인한 재산 소실’이었다. 수만 영석이 허공으로 날아갔으니 장부의 자산 수치도 그만큼 줄어들 터였다.
“사부님! 발가락 부상도 완치되지 않으셨는데 이토록 급히 달리시다니……! 역시 하녀의 실수마저 자비로 감싸 안으려는 그 급박한 성심, 이 소소(당소소)가 다시 한번 배웁니다!”
그 뒤를 따르던 당소소가 감동 어린 눈빛으로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 내렸다. 도진은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당 소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오! 내 소중한 도자기가 깨졌단 말이오! 하하하!”
도진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웃음을 억누르며 탕진각 안채 침실의 문을 거칠게 밀어젖혔.
쾅!
침실 바닥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구미호에게 사기당해 수만 영석을 주고 샀던 ‘귀신 들린 가짜 유물 도자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뒹굴고 있었다. 도자기 내부에서 봉인되어 있던 음산한 푸른색 안개(음기 영물)가 뿜어져 나와 방 안을 오싹하게 만들고 있었다.
“흐아아앙! 대인! 죽여주십시오! 제가 손이 미끄러져서…… 대인의 소중한 보물을 깨뜨렸습니다!”
양갈래 머리를 흔들며 먼지털이를 품에 안은 하녀 소소가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오열하고 있었다. 그녀의 뺨은 눈물과 먼지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보통의 상단 가문이었다면 당장 관아로 끌고 가 곤장을 때리거나 평생 노비로 팔아넘겨도 할 말이 없는 대사고였다. 도진은 흐르는 침을 삼키며 표정을 엄숙하게 굳혔다. 속으로는 이미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고 있었지만, 대외적인 연출이 중요했다.
“소소야. 고개를 들거라.”
도진이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신에서 미세하게 흐르는 청색 정전기가 그의 옷자락을 타고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방 안의 음산한 푸른 안개를 순식간에 정화해 버렸다. 차가웠던 침실에 은은하고 따뜻한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소소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들었다. 무시무시한 처벌이 내릴 것이라 확신한 그녀의 눈동자에 공포가 서려 있었다.
도진은 천천히 다가가 소소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맨발가락에 감긴 붕대가 살짝 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인자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친 곳은 없느냐?”
“예…… 예?”
“내 너에게 묻지 않았느냐. 도자기가 깨지면서 파편에 몸을 다치지는 않았냔 말이다.”
소소는 멍하니 도진을 바라보았다. 도진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자기는 한낱 흙으로 빚은 그릇에 불과하다. 영석만 주면 언제든 다시 살 수 있는 부질없는 물건이지. 하지만 내 상단에서 일하는 너의 몸은 그 어떤 보물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깨진 도자기 따위보다 네가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구나.”
‘그렇고말고! 도자기가 깨져서 내 돈이 합법적으로 날아갔는데 다칠 게 뭐가 있냐! 소소야, 너는 내 구세주다! 평생 도자기만 깨뜨려 다오!’
도진은 속으로 환희의 비명을 지르며, 품속에서 5,000 하급 영석이 든 묵직한 가죽 주머니를 꺼내 소소의 손에 쥐여주었다.
“대, 대인…… 이것은 무엇입니까?”
“정신적 충격에 대한 특별 위로금이다. 큰 사고를 겪어 심신이 미약해졌을 터이니, 이 돈으로 맛있는 것을 먹고 며칠 푹 쉬도록 하거라. 상단의 과실로 인한 작업 중 부상이니 상단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방 안의 모든 이들이 얼어붙었다. 사고를 쳐서 수만 영석짜리 보물을 깨뜨린 하녀에게 벌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따뜻한 위로와 함께 거액의 특별 보너스를 내리는 주군이라니.
“아아…… 사부님!”
뒤에서 지켜보던 당소소는 감동이 극에 달해 가슴을 쥐어짜며 수첩에 미친 듯이 붓을 굴렸다.
[무소유의 도박학 제5장: 물질의 파괴 속에서 피어나는 인류애. 사부님은 깨진 도자기라는 물질적 손실을 통해 하녀의 영혼을 구원하셨다. 이것이 진정한 무소유의 자비다.]
소소 역시 눈물을 펑펑 쏟으며 도진의 발치에 엎드렸다.
“대인!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평생 뼈를 묻어 충성하겠습니다!”
도진은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품속의 붉은 장부를 슬쩍 확인했다. 자산 수치가 미세하게 줄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대로 소소에게 돈을 뿌려 탕진하는 명분을 완벽하게 다진 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도련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푸른 비단 안경을 쓴 비서실장 냉소희가 단정한 걸음걸이로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도자기 파편들을 매서운 눈빛으로 관찰하더니, 무릎을 꿇고 가장 두껍게 깨진 도자기 바닥 조각을 집어 들었다.
“소희야, 왜 그러느냐? 파편은 대충 치우고 소소에게 휴가를 주어라.”
도진이 탕진의 여유를 즐기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냉소희의 표정은 극도로 진지했다.
“도련님, 이 도자기는 구미호가 사기 쳐서 판 가짜 유물 도자기가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 바닥 파편의 단면을 보십시오. 진흙을 구워 만든 외벽 사이에 미세한 틈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제작 불량이 아닙니다.”
냉소희는 품에서 가느다란 은침을 꺼내 깨진 도자기 바닥의 이중 단면 틈새를 정교하게 찔러 넣었다.
틱.
기이한 파열음과 함께, 도자기 바닥 조각이 위아래로 분리되며 내부의 숨겨진 비밀 공간이 드러났다. 그 안에서 은은한 황금빛 서기가 뿜어져 나오며 방 안의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켰다.
도진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어? 저기서 왜 빛이 나냐? 사기꾼 구미호가 판 싸구려 도자기잖아. 왜 저기서 금빛이 도는 건데?’
냉소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분리된 도자기 틈새에서 얇게 접힌 황금빛 가죽 서신(황금빛 가죽 서신)을 꺼내 올렸다. 천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고대 용의 가죽으로 제작된 서신이었다. 서신의 표면에는 붉은색 결계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냉소희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 이것은……!”
“소희야, 그게 뭐냐? 그냥 낡은 가죽 조각이잖아. 당장 쓰레기통에 버려라.”
도진이 다급하게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끝까지 솟구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냉소희는 도진의 손길을 피해 서신 표면의 인장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
“아닙니다! 이 인장은 고대 무림 맹주이자 전설의 검선이 사용하던 ‘무림맹주 직인’입니다! 천 년 전 천마 대전 당시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진짜 무림맹주의 비전 서신(무림맹주 비전 서신)입니다!”
“뭐, 뭐라고?! 무림맹주 비전 서신?!”
옆에 있던 당소소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녀는 서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하고 맑은 검선(劍仙)의 영기를 감지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도 안 돼! 이 도자기는 구미호가 시장에서 굴러다니던 쓰레기를 적당히 꾸며서 판 가짜 유물이었을 텐데…… 어떻게 그 내부에 이런 신화적인 기연이 숨겨져 있단 말인가요!”
도진은 뇌정지가 왔다. 온몸의 털이 정전기 때문에 다시 한번 쭈뼛 서기 시작했다.
‘구미호…… 이 멍청한 사기꾼 년이 진짜 보물을 가짜 도자기에 넣어 나한테 팔았다고?! 사기를 치려면 똑바로 쳐야지, 왜 이런 핵폭탄을 숨겨서 판 거야!’
도진은 절망감에 휩싸여 소리쳤다.
“그거 가짜야! 구미호가 정교하게 위조한 사기 문서가 분명하다! 위험한 저주가 걸려 있을지도 모르니 당장 불태워 버려야 한다!”
도진은 냉소희의 손에서 황금빛 가죽 서신을 거칠게 낚아챘다. 그리고 침실 구석에서 타오르고 있던 벽난로의 붉은 불꽃 속으로 서신을 사정없이 던져 넣었다.
“태워라! 흔적도 없이 사라져라, 이 사악한 가짜 문서야!”
화르륵!
도진은 서신이 불길 속에서 재가 되어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돈이 날아가야 살 수 있었다. 이 보물이 진짜로 공인되는 순간, 자신의 자산 가치가 어떻게 폭등할지 상상만 해도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
그러나 우주의 잔인한 억지 행운은 도진의 기도를 가차 없이 짓밟았다.
스으으으—!
황금빛 가죽 서신이 불꽃에 닿는 순간, 서신 표면의 무림맹주 인장이 찬란한 황금빛 방어 결계를 뿜어냈다. 벽난로의 붉은 불꽃들이 오히려 결계의 강한 척력에 밀려 사방으로 튕겨 나가더니, 순식간에 화로의 불씨가 완전히 꺼져 버렸다.
서신은 단 한 올의 그을음도 없이, 허공에 둥둥 떠서 은은한 검선의 영기를 내뿜으며 도진의 코앞으로 부드럽게 날아와 안겼다. 완벽한 진짜 신물(Divine Tool)의 증명이었다.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냉소희는 도진의 행동을 보며 입을 벌린 채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의 푸른 안경 너머로 감동을 넘어선 두려움과 소름 돋는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
‘……아! 역시 도련님이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계셨던 거야!’
냉소희는 무릎을 꿇으며 도진의 맨발을 향해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도련님…… 제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도련님께서 구미호의 사기 행각을 알면서도 터무니없는 거액을 주고 그 도자기를 사주셨던 진짜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도련님은 구미호조차 몰랐던 도자기 내부의 고대 결계를 꿰뚫어 보시고, 천 년 동안 잊혀진 무림의 대기연을 합법적으로 매입하신 것이었습니다!”
“아니야! 나 진짜 몰랐어! 그냥 사기당한 거야!”
도진이 울부짖었지만, 당소소 역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그 옆에 무릎을 꿇었다.
“사부님…… 제 눈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서신을 불 속에 던져 결계의 진위 여부를 시험하신 것이군요. 불꽃조차 범접하지 못하는 이 완벽한 진짜 신물의 위용! 사부님의 그 신화적인 선구안과 지략에, 이 소소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감히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제발 내 말 좀 믿어줘! 난 그냥 저걸 태우고 싶었을 뿐이라고!”
도진은 억울해서 피눈물을 흘리며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 하지만 그의 절규는 부하들의 귀에는 ‘자신의 천재성을 숨기려는 은둔 고수의 겸손한 기만’으로 완벽하게 왜곡되어 들릴 뿐이었다.
지이이잉—!
도진의 품속에서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가 미친 듯이 발광하며 붉은 마력을 내뿜었다. 장부 표면의 글씨들이 잔인하게 갱신되기 시작했다.
[자산 정산 업데이트]
- 가짜 유물 도자기 파손: -50,000 하급 영석
- 하녀 위로금 지출: -5,000 하급 영석
- 무림맹주 비전 서신 발굴 및 소유권 공인: +5,000,000 하급 영석 (대륙 감정 협회 최하 기준가 책정)
[최종 보유 자산: 2,585,000 -> 7,530,000 하급 영석]
[경고: 자산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증했습니다. 천벌의 벼락 강도가 100배로 강화되어 대기 중입니다. 연말까지 탕진하지 않을 시 즉사합니다.]
750만 영석.
도진은 눈동자의 초점을 잃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그라들었던 오른손 손가락이 다시 찌릿거리며 강한 정전기 스파크를 튕겨냈다. 이제는 벼락이 떨어지면 청풍성 절반이 날아갈 판이었다. 소소의 똥손이 자신을 파산으로 이끌 구원의 동아줄인 줄 알았더니, 우주급 대박 기연을 낚아 올리는 황금 낚싯바늘일 줄이야.
그때, 탕진각 마당 너머로 급박한 전령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벌컥 열리며 상단의 하급 무사가 헐떡이며 보고했다.
“대인! 큰일 났습니다! 대인께서 무림맹주의 비전 서신을 발굴하셨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청풍성 저잣거리로 퍼져 나갔습니다!”
“뭐? 소문이 벌써 났다고?”
도진이 멍하니 묻자, 전령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외쳤.
“예! 그 소식을 들은 청룡산의 포악한 산적 두목, 금강두(Geum Gang-du)와 청룡산 산적단이 눈이 뒤집혔다고 합니다! 그들이 대인의 상단 수송 화물 마차를 습격해 비전 서신과 전 재산을 강탈하겠다고 선언하며 산채의 무사들을 총동원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보고를 들은 도진의 죽어가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기괴하고 눈부신 황금빛 생기가 다시 한번 번뜩이기 시작했다.
‘……산적? 강도 떼라고? 내 전 재산과 비전 서신을 강탈하러 온다고?’
도진은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위로 치솟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전 재산을 강탈당해 자연스럽게 파산할 수 있는, 하늘이 내린 진짜 기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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