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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을 통째로 따버린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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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도박장의 공기가 별안간 한겨울 빙판길처럼 차갑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최한량은 주사위 컵을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안대를 쓰지 않은 그의 외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도박장 내부의 촛불들이 일제히 푸르스름한 빛을 내며 흔들렸고, 입을 열 때마다 하얀 김이 서렸다.


그 한기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백도진의 품속이었다.


도진이 얼마 전 골동품 상인에게 바가지를 쓰고 구매했던 [번개를 부르는 저주 인형]이 그의 가슴팍에서 미친 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이 인형은 본래 주변의 모든 번개 기운을 강제로 끌어당기는 사악한 주술 도구였다. 그리고 지금, 그 저주의 마력이 도진의 체내에 잠재되어 있던 무지막지한 정전기와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진은 피뢰침 청동 우산으로 천벌의 벼락을 흡수하며 살아남은 특이 체질이었다. 그의 단전에는 이미 [연기경 일중 (煉氣境 一重)]의 뇌전 내공 씨앗이 완벽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온몸의 근육과 세포에는 방출되지 못한 전하가 가득 축적되어 있었다.


징웅웅웅—!


도진의 품에서 시작된 보라색 전자기장이 도박장 전체의 공기를 뒤흔들었다.


‘제발! 제발 내 10만 영석을 다 가져가란 말이다!’


도진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최한량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오른발 엄지발가락의 붕대 감긴 부위가 욱신거렸지만, 지금 그딴 통증은 안중에도 없었다. 눈앞의 사기꾼이 주사위를 굴려 자신에게 완벽한 ‘패배’를 선물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최한량의 눈에는 그 간절한 눈빛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있었다.


‘저, 저 괴물 같은 눈빛을 보아라! 내가 사기를 치는 순간, 내 손목뿐만 아니라 이 도박장 전체를 번개로 날려버리겠다는 무언의 경고가 분명하다! 사천당가의 독수까지 뒤에 세워두고 나를 압박하다니!’


최한량은 이마에서 비 오듯 땀을 흘렸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땀이 배어 나와 주사위 컵이 미끄러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도박장의 수많은 건달과 노름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주판을 거둘 수도 없었다.


“그, 그렇다면…… 굴리겠습니다!”


최한량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며 주사위 컵을 테이블 위로 사정없이 흔들었다.


달그락! 달그락!


컵 내부에서 최한량이 자랑하는 비보, [빙청 주사위]가 요란하게 회전했다. 이 주사위는 내부에 미세한 납 덩어리가 심어져 있어, 최한량이 원하는 대로 무게중심을 조절해 짝수와 홀수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사기 도구였다. 최한량은 도진이 베팅한 홀수 칸을 피해 무조건 ‘짝수’가 나오도록 주사위의 결계를 활성화했다.


그 순간이었다.


도진의 체내에 축적되어 있던 [벼락 에너지 체내 충전] 패시브가 저주 인형의 음기와 만나 임계점을 돌파했다. 도진이 긴장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테이블을 짚는 찰나, 그의 손가락 끝에서 눈부신 푸른색 정전기 스파크가 타닥! 하고 튀었다.


스파크는 테이블의 목조 결을 타고 번개 같은 속도로 흘러가, 최한량이 엎어놓은 주사위 컵을 직격했다.


파지직! 콰앙—!


“으아악!”


짧고 강력한 방전음과 함께 주사위 컵이 사방으로 나무 파편을 흩뿌리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도박장 내부가 순간적으로 눈이 멀 것 같은 푸른 섬광으로 가득 찼다.


“도련님!”


당소소가 깜짝 놀라 도진의 앞을 막아서며 소매를 휘둘렀다. 날아오던 나무 파편들이 그녀의 축기기 중기 영기에 막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최한량은 자리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그의 안대 너머 외눈이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테이블 한가운데는 검게 그을린 자국과 함께, 최한량이 자랑하던 빙청 주사위가 강력한 뇌전 에너지를 버티지 못하고 반으로 쩍 갈라져 있었다.


“주, 주사위가…… 부러졌다?”


백기철이 입을 쩍 벌리며 중얼거렸다.


도진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 부러졌다고? 그럼 무효인가? 무효면 내 10만 영석은 어떻게 되는 거지? 다시 돌려받는 건가? 안 돼! 절대 안 된다고!’


도진이 다급하게 판돈을 확인하려던 그때, 연기 속에서 판돈을 판독하던 늙은 딜러가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주사위 조각들을 가리켰다.


“이, 이것은…… 홀수입니다! 완벽한 홀수입니다!”


“무어라?”


도진의 눈이 뒤집혔다.


빙청 주사위는 정확히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한쪽 조각의 윗면은 ‘3’을 가리키고 있었고, 벼락을 맞아 기이하게 쪼개진 다른 쪽 조각의 단면은 ‘1’과 ‘5’가 교묘하게 겹쳐진 채 하늘을 향해 있었다. 도박장의 엄격한 규칙에 따르면, 주사위가 파손되었을 때는 하늘을 향한 모든 단면의 숫자를 합산하여 판정하게 되어 있었다.


3 더하기 1 더하기 5는 9.


도진이 베팅한 극단적인 홀수 칸의 숫자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대, 대박이다! 10배의 잭팟이야! 백도진 대인이 이겼다!”


주변에 있던 노름꾼들이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지르며 만세를 불렀다. 백기철은 도진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비명을 질렀다.


“도진아! 네가 해냈어! 10만 영석이 100만 영석이 되었다고! 이 미친 행운의 사내 같으니라고!”


[징—!]


동시에 도진의 품속에서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가 피눈물을 흘리듯 붉은 마력을 내뿜으며 실시간으로 숫자를 갱신했다.


[보유 자산: 2,385,000 영석]

[경고: 보유 자산이 200만 영석을 초과했습니다. 천벌의 벼락 강도가 20배로 강화됩니다.]


도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탕진은커녕 자산이 순식간에 두 배로 늘어났다. 심장 부근의 벼락 인장이 찌릿거리며 당장이라도 머리 위로 번개를 내리꽂을 듯 무섭게 요동쳤다.


“아니야…… 이건 무효야! 주사위가 깨졌잖아! 사기 도박꾼의 도구가 부러졌으니 이 판은 무효라고! 내 돈 도로 가져가!”


도진이 울부짖으며 10만 영석 자루를 최한량의 얼굴에 던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하늘에서 웅장한 천둥소리가 웅웅거리며 도박장 지붕을 흔들었다. [타인 무상 기부 금지 조항]과 [고의적 자산 파괴 금지법]의 인과율이 작동한 것이다. 정당한 도박의 승리금을 억지로 돌려주는 행위는 천도 시스템에 의해 ‘불법 기부’로 처리되어 즉사급 벼락을 부를 터였다.


“으윽……!”


도진은 가슴을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편, 최한량은 도진의 절규를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도진이 던지려 한 영석 자루를 보며, 자신을 완전히 매장하려는 대가의 마지막 자비라 오해했다.


“백 대인!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최한량이 테이블 아래로 기어 나와 도진의 맨발 아래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의 온몸이 극심한 공포로 덜덜 떨렸다.


“제 빙청 주사위가 법구인 것을 단 한 번의 정전기 뇌전으로 꿰뚫어 보시고, 그 주파수를 정확히 타격해 파괴하시다니! 소인의 얄팍한 사기 기술이 대인의 위대한 뇌신공 앞에서는 한낱 먼지에 불과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대인의 깊은 뜻도 모르고 감히 사기를 치려 했던 이 소인을 용서해 주십시오!”


“무슨 소리야! 난 그냥 돈을 잃고 싶었을 뿐이라고! 제발 내 돈 다 가져가란 말이다!”


도진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오열했다. 진짜로 나라를 잃은 듯한 처절한 통곡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당소소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도진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아아…… 사부님의 뜻이 이토록 깊으실 줄이야. 사행성 도박으로 가득 찬 이 어두운 지하 소굴에서, 단 한 번의 뇌전 정화로 사기꾼들의 탐욕을 깨부수고 무소유의 참된 가르침을 전하시는군요. 돈을 따고도 이토록 슬퍼하시는 것은, 도박이라는 행위 자체가 지닌 허무함을 온몸으로 보여주시는 위대한 구도의 몸짓이 분명합니다!”


“당 소저, 제발 그 입 좀 다물어 줘…….”


도진은 기절하고 싶었다.


최한량은 도진의 오열을 보며 빚을 갚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사천당가의 독침이 자신의 목구멍에 박힐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품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황금빛 가죽 문서 한 장과 묵직한 열쇠 꾸러미를 꺼내 도진의 손에 강제로 쥐여주었다.


“대, 대인! 당장 100만 영석의 현금을 내드릴 능력이 소인에게는 없습니다! 대신 이 청풍 저잣거리 지하 도박장의 소유권 권리증과, 금고 속에 보관된 10만 영석의 현금 비자금을 통째로 대인께 바치겠습니다! 제발 이것으로 제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징—!]


도진의 손에 권리증이 닿는 순간, 장부의 숫자가 다시 한번 기이하게 요동치며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추가로 산정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이라니! 도박장 건물이라니! 내가 왜 사기꾼들의 아지트까지 소유해야 하는 건데!’


도진은 권리증을 찢어버리려 했으나, 머리 위에서 다시 한번 마른하늘의 날벼락 징조가 찌릿하게 그의 머리카락을 고속 충전시켰다. 사자머리가 된 도진은 결국 권리증을 억지로 품에 안고 바닥을 뒹굴며 오열했다.


“으아아앙! 싫어! 이 더러운 도박장 필요 없어! 내 10만 영석 돌려내!”


그의 눈물겨운 절규가 도박장 지하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건달들은 그의 ‘물욕 없는 고결한 인품’에 완전히 감화되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바로 그때였다.


쾅—!


도박장의 두꺼운 목조 철문이 거대한 힘에 의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안쪽으로 날아 들어왔. 매캐한 연기와 먼지 사이로, 비단 안대를 쓴 채 손가락뼈를 우드득 꺾으며 걸어 들어오는 늙은 사내가 있었다.


독고전이 백도진을 완벽하게 파멸시키기 위해 섭외한 대륙 최고의 타짜, 임전패(林戰敗)였다.


임전패는 안대 너머로 도진의 사자머리와 품속의 권리증을 매섭게 쏘아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백기상단의 애송이 놈이 겨우 하급 주사위 하나를 깨뜨려 놓고 도박왕이라도 된 양 거들먹거리는구나. 내 너의 그 얄팍한 뇌전 사기 주술을 오늘 이 자리에서 완벽하게 깨뜨려 주마! 내 도전장을 받겠느냐, 백도진?”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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