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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구합니다 (단, 가장 멍청한 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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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상단 청풍지부의 낡은 폐창고 안. 도진은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선 채로 제자리에서 부르르 떨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찌릿거리는 정전기가 온몸의 피부를 자극하고 있었다.


‘연말 자정까지 90일. 남은 돈은 10만 하급 영석.’


하루에 최소한 1,111 영석 이상을 ‘합법적’인 상업 거래나 고용 보상으로 날려야만 머리통이 깨지는 천벌을 피할 수 있다. 그냥 길바닥에 던지거나 아무 대가 없이 기부하는 꼼수를 부렸다간 즉사급 경고 벼락이 떨어진다는 예외 조항을 떠올린 도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돈을 날려야 산다니. 그것도 아주 합법적이고 멍청한 방법으로만…….”


도진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고 있을 때, 폐창고의 삐걱거리는 나무 문이 천천히 열렸다. 먼지 안개 사이로 차갑고 이성적인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련님, 본가에서 파견된 비서실장 냉소희입니다. 오늘부로 청풍지부의 모든 행정과 인사를 보좌하게 되었습니다.”


푸른 비단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머리를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깔끔하게 올린 초엘리트 미녀 비서, 냉소희였다. 그녀는 품에 안고 있던 두꺼운 가죽 서류철을 도진의 앞에 내려놓았다. 서류철 안에는 청풍성 일대에서 명성을 떨치는 젊은 천재 수도자들과 엘리트 상인들의 이력서가 가득했다.


“가주님과 설부인께서 도련님의 청풍성 유배를 결정하셨으나, 본가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인재는 갖추어야 합니다. 여기 청풍성 최고의 천재들의 이력서입니다. 상단의 매출을 즉시 30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자들로만 엄선했습니다.”


냉소희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상단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도진의 사정은 달랐다. 도진이 서류를 받아든 순간, 그의 안구에 미세한 붉은 광채가 감돌았다. 천벌 계약의 부작용으로 발현된 패시브 능력, [망조 감별 안목]이 강제로 발동한 것이었다.


스르륵.


도진의 시야에 이력서 위로 붉은색 홀로그램 글씨들이 둥둥 떠올랐다.


[이름: 남궁지망 - 성공 확률 98% (고용 시 청풍지부 매출 폭증 예상)]

[이름: 제갈똑똑 - 성공 확률 95% (철저한 회계 관리로 지부 예산 200% 절감 예상)]


도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력서들을 바닥에 팽개쳤다.


“치워라! 이 사악하고 끔찍한 이력서들을 당장 내 눈앞에서 치우란 말이다!”


냉소희의 푸른 안경 너머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도련님? 이들은 남궁세가와 제갈세가의 방계 중에서도 가장 총명한 인재들입니다. 이들을 거부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유? 이놈들은 너무 똑똑해! 일을 너무 잘한다고! 내 상단에 필요한 인재는 이런 영악한 천재들이 아니다!”


도진은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그의 속마음은 처절했다. 저런 천재들을 고용했다간 10만 영석이 순식간에 30만, 50만 영석으로 불어날 것이 뻔했다. 자산이 늘어나면 천벌의 벼락 굵기도 기하급수적으로 굵어진다. 그것은 곧 확실한 죽음을 의미했다.


냉소희는 도진의 광기 어린 외침을 들으며 속으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 역시 가주님의 서자이신 도진 도련님이다. 겉으로는 낭비벽 심한 한량처럼 행동하시지만, 실제로는 본가에서 보낸 스파이들을 완벽하게 경계하고 계시는구나. 천재 엘리트들을 고용하면 본가와 설부인의 감시가 즉시 철저해질 터. 일부러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무능한 자를 고용해 본가를 안심시키고, 배후에서 고도의 기술을 은밀히 개발하려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술이 틀림없다!’


냉소희의 머릿속에서 도진은 순식간에 본가의 음모에 맞서는 고독하고 치밀한 천재 지략가로 둔갑해 있었다. 그녀는 감탄 어린 눈빛으로 안경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렇다면, 도련님께서 원하시는 인재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도진은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가장 멍청한 자! 전 직장에서 사고를 치고 쫓겨난 자! 손만 대면 상단의 예산을 공중분해 시켜줄 위대하고 무능한 파괴의 아이콘을 가져와라! 그것이 내 상단의 첫 번째 채용 기준이다!”


냉소희는 침착하게 서류철 가장 깊숙한 곳에서 먼지가 쌓인 꼬질꼬질한 이력서 한 장을 꺼냈다.


“……그런 기상천외한 조건이라면, 딱 한 명 존재합니다. 청풍성 연금술 협회에서 영구 제명당한 낙제 연금술사, 연설화입니다.”


도진의 [망조 감별 안목]이 즉시 발동했다.


[이름: 연설화 - 실패 확률 99.9% (고용 시 상단 창고 및 설비 대폭발로 인한 100% 손실 예상)]


도진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실패 확률 99.9%! 심지어 상단 설비를 대폭발시켜 100% 손실을 안겨줄 완벽한 파괴의 신이었다.


“그녀다! 내가 찾던 대륙 최고의 인재가 바로 여기 있었구나! 당장 그녀의 공방으로 간다!”


도진은 맨발에 먼지를 묻힌 채 창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냉소희는 그의 비장한 뒷모습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대폭발을 유도해 본가의 눈을 완벽히 속이시려는구나. 참으로 무서운 분이다…….’


두 사람은 청풍성 외곽의 으스스한 골짜기에 위치한 ‘연설화의 연금공방’에 도착했다. 공방은 이름만 공방일 뿐, 사방이 까맣게 그을려 뼈대만 남은 낡은 오두막이었다. 지붕에는 거대한 폭발 구멍이 뚫려 있었고, 매캐한 황화염 냄새가 진동했다.


“콜록, 콜록! 아, 진짜…… 이번에는 배합 비율이 완벽했는데 왜 또 터진 거야?”


오두막 잔해 속에서 얼굴에 검댕을 잔뜩 묻힌 채 커다란 고글을 머리에 얹은 소녀가 기어 나왔다. 연설화였다. 그녀의 품에는 칠이 벗겨지고 금이 간 ‘불량 청동 화로’가 소중하게 안겨 있었다.


연설화는 화려한 비단 옷을 입은 도진과 차가운 안경을 쓴 냉소희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며 화로를 뒤로 숨겼다.


“저, 저기…… 혹시 연금술 협회에서 보낸 배상금 청구원들인가요? 저 진짜 돈 없어요! 공방도 이미 다 타버렸고, 가진 건 이 고장 난 화로밖에 없단 말이에요!”


그녀는 또다시 고발당해 감옥에 갈까 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진은 그녀의 처참한 몰골과 불타버린 공방을 보며 진심 어린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아아, 신이시여. 이토록 완벽한 예산 분쇄기를 제게 보내주시다니!’


도진은 한 걸음에 다가가 연설화의 그을린 두 손을 꽉 잡았다.


“연설화 양! 내가 그대를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수석 연금술 연구원으로 특별 채용하겠소!”


“네, 네에? 수석 연구원이요? 저를요?”


연설화가 바보 같은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냉소희가 즉시 곁에서 제지하고 나섰다.


“도련님, 결사반대입니다! 이 자는 연금술 협회에서 화로를 세 번이나 터뜨려 주변 상가에 막대한 피해를 준 위험인물입니다. 고용 계약을 맺었다간 상단 전체가 날아갈 수 있습니다!”


“시끄럽다! 상단 전체가 날아가는 게…… 아니, 상단의 안전보다 인재의 잠재력을 믿어주는 것이 내 철학이다!”


도진은 품에서 미리 준비해 온 고용 계약서를 꺼내 연설화의 눈앞에 펼쳤다.


“연봉은 하급 영석 5,000매! 그리고 연구비와 재료비는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지원하겠소! 이것이 나의 계약 조건이오!”


“오, 오천 영석이요?! 무제한 연구비요?!”


연설화의 눈이 이만하게 커졌다. 연금술 협회에서 한 달에 영석 10개도 받지 못해 굶어 죽어가던 그녀에게 5,000 영석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화 속의 액수였다.


냉소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련님! 신입 연구원에게 기존 업계 평균의 10배가 넘는 연봉을 주는 것은 명백한 재정 낭비입니다! 가주님께서 아시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질 것입니다!”


“가주님이 무슨 상관이냐! 이 청풍지부의 지부장은 나 백도진이다! 내 안목을 믿어라!”


도진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계약서에 붉은 지장을 쾅 찍어버렸다. 그 순간, 도진의 품속에 있던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숫자가 갱신되었다.


[보유 자산: 95,000 영석]

[재정 신분: 영석 탕진 초보 (D-Rank) 달성!]


순식간에 5,000 영석이 합법적인 고용 선금으로 차감된 것이었다. 동시에 도진의 머리 위를 짓누르던 정전기 기운이 씻은 듯이 사라지며 쭈뼛 서 있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완벽한 안도감이 도진의 전신을 감쌌다.


‘살았다……! 드디어 합법적으로 돈을 날릴 완벽한 구멍을 뚫었어!’


연설화는 눈앞의 계약서를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검댕 묻은 얼굴 위로 투명한 눈물 자국이 길게 그려졌다.


“도련님…… 대륙의 그 누구도 저를 믿어주지 않고 괴물이라며 침을 뱉었는데, 도련님만은 제 폭발 연금술의 가치를 알아봐 주시는군요. 이 연설화, 도련님을 위해 이 목숨과 화로를 바쳐 반드시 대륙을 뒤흔들 최고의 발명품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그녀는 도진의 두 손을 꼭 잡으며 평생의 충성을 맹세했다. 도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제발 부탁이니까 내 상단 창고를 아주 가루로 만들어 주려무나!’


두 사람의 완벽한 동상이몽이 완성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냉소희 역시 안경 너머로 그 광경을 보며 깊은 전율을 느꼈다.


‘……아아, 저 눈물겨운 충성심의 유도라니. 도련님은 단순히 무능한 자를 고용한 것이 아니다. 버림받은 광인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아, 본가의 눈을 피한 절대적인 비밀 결사대를 조직하신 것이다. 나 역시 이 위대한 계획을 철저히 보좌하겠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연설화가 감동에 겨워 도진의 손을 꼭 쥔 채 품에 안고 있던 ‘불량 청동 화로’를 살짝 흔들었다.


화로 내부에서 찌르르르— 하는 기이한 마력 마찰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 어라?”


연설화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도련님, 제 화로가 도련님의 따뜻한 영기에 너무 크게 반응해서 그런지…… 갑자기 폭발 제어 장치가 고장 난 것 같아요.”


화로 표면의 미세한 균열 사이로 불길한 보라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화로 자체가 터지기 일보 직전의 복어처럼 무시무시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귀가 찢어질 듯한 고주파의 마력 굉음이 그을린 오두막 전체를 뒤흔들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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