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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 상실 요리사와 지옥의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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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의…… 신?”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개인 집무실. 백도진은 다친 오른발 엄지발가락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머리카락은 어제 맞은 천벌의 정전기 때문에 여전히 사자 갈기처럼 사방으로 뻗쳐 있었고, 맨발가락 끝은 욱신거렸지만 그런 신체적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의 품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에 찍힌 숫자가 그의 영혼을 사정없이 짓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유 자산: 1,105,000 하급 청풍영석]

[천벌 마감 시한: 연말 자정 (남은 일수: 79일)]


백만 영석 돌파. 그것도 모자라 일십오만 영석이 추가로 얹혀 있었다. 사기꾼 전령 박달려가 안개 숲의 고대 결계를 무식하게 깨부수고 수도까지 반나절 만에 통하는 지름길 무역로를 개통해 버린 탓이었다.


철혈표국의 용무진을 비롯한 청풍성의 모든 무인들이 자신을 ‘물류의 지배자’, ‘성자’라 부르며 마당에 엎드려 절을 하던 광경이 떠올라 도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러다간 연말이 되기도 전에 머리가 깨져 죽는다. 벼락의 굵기가 10배는 강해졌다고 했는데…….’


도진은 마른세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맨발로 차가운 대청마루를 디디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더 이상 물류나 부동산 같은 ‘성공 확률이 높은’ 사업에 손을 대서는 안 되었다. 우주의 억지 행운이 자신을 강제로 성공의 지옥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뿐이었다.


합법적으로 돈을 물 쓰듯 낭비하면서도, 고객들의 분노를 유발해 소송 폭탄을 맞고, 관아의 위생 검사 철퇴를 받아 문을 닫을 수 있는 최악의 사업.


‘요식업이다.’


도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요식업은 맛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망하는 가장 정직한 지옥이었다. 게다가 손님들이 식중독이라도 걸려 단체 소송을 제기한다면? 관아에서 수십만 영석의 벌금 폭탄을 때려준다면? 합법적으로 자산을 공중분해 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획이었다.


도진은 즉시 종을 울려 비서실장 냉소희를 불렀다.


“도련님, 부르셨습니까.”


냉소희가 단정한 비서 복장을 정돈하며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도진을 향한 종교적인 경외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도까지 반나절 만에 통하는 무역로를 개척한 천재 주군을 보좌한다는 자부심이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소희야. 당장 청풍성에서 가장 요리를 못 하는 사람을 찾아와라.”


“예……? 요리를 못 하는 사람 말씀이십니까?”


소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도진은 비장한 목소리로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그렇다! 단순히 맛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손만 대면 음식을 쓰레기 맛으로 만들어서 온 손님들을 기절시키고, 가게를 파산으로 이끌 수 있는 파괴적인 미각 상실자를 원한다. 연봉은 원하는 대로 줄 테니 당장 수소문해라!”


소희는 도진의 핏발 선 눈동자를 보며 다시 한번 고도의 지략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 역시 도련님이시다. 물류 독점으로 청풍성의 패권을 쥐자마자, 인근의 거대 기루이자 정보의 메카인 [장가주루]를 견제하려는 것이구나. 일부러 기괴한 식당을 개업해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장가주루의 고객들을 혼란에 빠뜨려 청풍성의 상권을 완전히 재편하려는 성동격서의 전술이 틀림없어!’


소희는 깊은 감동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의 깊은 뜻을 알겠습니다. 마침 청풍성 남쪽 시장 골목에, 소금과 설탕조차 구별하지 못해 만드는 음식마다 손님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게 만든 요리사가 한 명 있습니다. 이름은 마마손이라 하옵니다.”


“마마손?! 이름부터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당장 데려와라!”


도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잠시 후, 집무실 안으로 뚱뚱한 체격에 거대한 요리칼을 허리춤에 찬 중년 여성, 마마손이 들어섰. 그녀는 몇 년 전 열병을 앓은 후 미각을 완전히 상실하여, 청풍성의 모든 주막에서 쫓겨난 비운의 요리사였다. 자신을 불러준 도진의 앞에 서자, 그녀는 잔뜩 위축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백, 백 대인…… 저 같은 미각 상실자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요. 저는 소금 대신 한빙초 가루를 넣는 무능한 년입니다만…….”


“무능이라니! 천만의 말씀!”


도진은 맨발로 대청마루를 뛰어내려 마마손의 두 손을 꽉 잡았다.


“마 요리사, 나는 자네의 그 독창적인 미각 상실을 높이 평가하네! 자네가 가진 그 파괴적인 조리법이야말로 내가 찾던 구도의 길이지! 당장 주방으로 가서 자네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기괴하고 맛없는 전골을 하나 끓여오게!”


“예, 예엣?”


마마손은 도진의 뜨거운 눈빛에 압도되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반나절 뒤, 탕진각의 임시 주방에서 마마손이 끓여낸 정체불명의 보라색 전골이 도진의 앞에 놓였다. 전골 표면에서는 정체불명의 보라색 거품이 보글보글 피어올랐고, 시큼하다 못해 코를 찌르는 지독한 악취가 진동했다.


옆에 서 있던 냉소희는 냄새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운지 코를 막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


“도련님, 이것은 음식이 아니라 독극물에 가깝습니다. 당장 위생 검사에 걸려 식당 허가가 취소될 위험이…….”


“아니! 아주 완벽해!”


도진은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국물을 한 입 크게 떠서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스우웁.


그 순간, 도진의 전신이 딱딱하게 굳었다.


맛이…… 정말로 지옥 같았다. 썩은 가죽 구두를 씹는 듯한 텁텁함과, 혀 마디마디를 마비시키는 지독한 쓴맛, 그리고 위장을 뒤틀어놓는 시큼한 산미가 뇌를 직격했다. 도진의 영혼이 육체를 이탈해 구천을 떠도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으윽…… 으허헉!”


도진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너무나 끔찍한 맛에 생리적인 눈물이 솟구친 것이었지만, 마마손과 냉소희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도련님…… 눈물을 흘리실 정도로 감동하신 것입니까?”


소희가 경악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마마손 역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가마솥을 쥐며 감격에 젖었다.


“백 대인…… 제 요리를 먹고 눈물을 흘려주신 분은 대인이 처음입니다. 다들 쓰레기라며 침을 뱉었는데, 대인은 제 요리 속에 담긴 영혼을 알아봐 주시는군요!”


“맞…… 맞네! 정말 눈물겹도록 훌륭한 파산의 맛이야! 이 음식을 팔면 일주일 안에 우리 상단은 확실하게 망할 수 있네!”


도진은 눈물을 닦으며 환하게 웃었다.


“마 요리사! 당장 계약하세! 내가 청풍성 중심가, 그것도 장가주루 바로 맞은편의 가장 목 좋은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주겠네! 임대료와 식당 인테리어 비용으로 [하급 청풍영석] 이만 매를 즉시 일시불로 결제하겠네!”


도진은 품에서 붉은 장부를 꺼내 확인했다. 식당 계약금과 인테리어 명목으로 이만 영석이 순식간에 차감되는 것을 보며, 그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합법적인 탕진의 완벽한 시작이었다.


“그리고 주방의 전권은 100% 자네에게 주겠네. 절대 소금이나 설탕을 제대로 넣지 말고, 자네 마음대로 기괴한 약초들을 가마솥에 들이붓게! 알겠는가?”


“대인의 넓으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제 목숨과 [만능 가마솥]을 바쳐 세상에 없던 독창적인 요리를 완성하겠습니다!”


마마손은 눈물을 흘리며 도진의 발아래 엎드려 충성을 맹세했다.


며칠 뒤, 청풍성 중심가에 백기상단 직영 식당인 ‘지옥객잔’이 웅장하게 문을 열었다. 도진의 지시대로 금칠을 한 황금 테이블과 화려한 비단 커튼으로 치장된 식당이었지만,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만큼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개업 첫날 황혼녘, 마마손은 도진이 창고 정리를 위해 던져준 곰팡이 핀 한빙초와 정체불명의 독초들을 가마솥에 아낌없이 투하하기 시작했다. [마마손식 기혈 순환 요리법]의 첫 공식 시연이었다.


보글보글보글—.


마마손이 보라색 거품이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정체불명의 찌개를 가마솥에 끓여 내자, 주방 가득 코를 찌르는 시큼하고 쓴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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