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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 전령과 배달 사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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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기운은……! 천 년 전 검선이 쓰던 전설의 방어구와 명검이 아닌가! 대체 어떤 신의 손이 이 보구들을 복원해 낸 것이란 말이냐!”


심무결이 대장간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그의 안광은 복원된 [고대 신의 녹슨 흉갑]이 뿜어내는 은은한 은빛 광채에 완전히 홀려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백도진의 심정은 그야말로 시커멓게 타들어 가다 못해 가루가 되어 날아갈 지경이었다. 머리카락은 방금 맞은 천벌의 벼락 때문에 사방으로 뻗친 폭탄머리였고, 얼굴은 검댕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대지진 때 다친 오른발 엄지발가락은 욱신거리며 지독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망했다. 진짜로, 완벽하게 망했어.’


도진은 떨리는 손으로 품속의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를 슬그머니 확인했다.


[알림: 고대 신물의 각성 및 명검 주조 성공으로 자산 가치 평가액이 3,000,000 영석으로 폭등 정산 대기 중.]


300만 영석이라니. 작년까지만 해도 10만 영석만 날리면 끝나는 줄 알았던 천벌의 한도액이 이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아 우주적인 규모의 벼락을 예약하고 있었다. 이대로 정산이 완료되는 순간, 내년 연말에는 청풍성 전체를 증발시킬 크기의 벼락이 자신의 머리통을 깨부술 터였다.


도진은 이를 악물고 결단을 내렸다. 저 눈앞의 미친 검객에게 이 보구들을 통째로 넘겨버려 ‘합법적 자산 강탈’ 혹은 ‘도난 분실’ 처리를 해야 했다!


“자, 자네! 심무결이라고 했나? 마음에 들면 그냥 가져가게! 이 갑옷이랑 검, 전부 공짜로 줄 테니까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주게!”


도진이 울부짖으며 흉갑을 심무결의 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제발 훔쳐 가든 뺏어가든 해서 내 자산을 깎아달라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위잉—!


그 순간, 도진의 뇌리 속에 차가운 시스템 경고음이 울렸다.


[경고: ‘타인 무상 기부 금지 조항’에 위배됩니다. 아무런 대가 없는 무상 양도는 탕진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즉시 계약 위반으로 천벌(벼락)이 시전자에게 낙하합니다.]


‘악! 빌어먹을 천도 놈들!’


도진은 기겁하며 흉갑을 쥐었던 손을 번개처럼 뒤로 거두어들였다. 벼락을 맞고 숯검둥이가 되는 것보다는 일단 살아야 했다.


도진이 흉갑을 다시 품으로 급히 회수하며 온몸을 사르르 떨자, 심무결의 눈동자가 깊은 경외심으로 흔들렸다.


‘아아…… 역시 그렇군. 이 위대한 은둔 대가께서는 내 검심(劍心)을 시험하신 것이다. 대가도 없이 전설의 신물을 받으려 했던 내 얕은 탐욕을 부끄럽게 만드시고, 스스로 자격이 없음을 깨닫게 하려 하심이로구나!’


심무결은 도진의 사자머리 비주얼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청색 스파크를 은거 고수의 기개로 오해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대인의 깊은 가르침에 머리를 숙입니다. 제 검심이 부족하여 이 보구를 감당할 자격이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언젠가 대인께 당당히 인정받는 날, 다시 이 검을 청하러 오겠습니다!”


“아니, 제발 그냥 좀 가져가라고! 내 말 좀 들어!”


도진이 소리를 질렀지만, 심무결은 이미 가슴 벅찬 표정으로 대장간 문을 열고 밤안개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 뒤였다. 대장간 구석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비서실장 냉소희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장부에 무언가를 비장하게 적어 내려갔다.


‘과연 도련님이시다. 전설의 신물을 미끼로 던져 대륙 최고의 검도 천재 심무결의 자존심을 완벽하게 꺾어놓으셨다. 이로써 심무결은 평생 도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단의 보이지 않는 무력 방패가 되겠지. 이 얼마나 무서운 인재 포섭 전술인가!’


***


다음 날 아침,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개인 집무실.


도진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해 눈가에 짙은 다크서클을 드리운 채 탕진 장부를 노려보고 있었다. 최망치의 대장간 사업마저 신물 발굴로 초대박이 나며 자산이 폭증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의 탕진 구멍을 뚫어야만 했다.


“소희야. 우리 상단이 보유한 계약 중에 가장 적자가 나기 쉽고, 배상금 청구가 가차 없이 들어오는 사업이 뭐가 있지?”


냉소희는 단정한 비서 복장을 정돈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보고했다.


“현재 청풍지부가 맡고 있는 물류 배송 계약들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성주부와 체결한 ‘동부 관아 특별 공문 및 귀중품 수송 계약’은 배송 지연이나 화물 분실 시, 물품 가액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연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독소 조항이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상단의 신용도가 높아 배달 사고가 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배상금이 10배라고?”


도진의 죽어가던 눈동자에 순간 황금빛 생기가 번쩍였다.


‘이거다! 물류 배송 사고! 배달해야 할 귀중한 화물을 영원히 실종시켜 버리면, 상단의 신용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나는 합법적으로 수십만 영석의 배상금 폭탄을 맞고 파산할 수 있다!’


도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책상을 탁 쳤다.


“당장 배달 전령을 새로 고용한다! 단, 조건이 있다. 청풍성에서 가장 길눈이 어둡고, 배달을 보내면 목적지와 정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최악의 길치를 데려와라!”


냉소희는 도진의 기상천외한 지시에 잠시 안경을 매만지며 고도의 지략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 역시 도련님이시다. 일부러 가장 무능하고 멍청한 전령을 고용해 배송 사고를 위장하려는 것이구나. 적들에게 상단의 물류망이 마비된 것처럼 보여 방심하게 만든 뒤, 배후에서 은밀한 독점 무역로를 개척하려는 성동격서의 전술이 분명해!’


“알겠습니다, 도련님. 마침 청풍성 저잣거리에서 동서남북을 구별하지 못해 배달을 보낼 때마다 반대편 성곽으로 가버려 모든 상단에서 퇴출당한 전설의 길치 전령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은 [박달려]라고 하옵니다.”


“박달려! 이름부터 완벽하군! 당장 그 자를 데려와라!”


잠시 후, 집무실로 불려 들어온 박달려는 날개 장식이 다 떨어진 낡은 가죽신을 신은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늘 배달 사고를 쳐서 쫓겨나던 처지라, 청풍성의 실질적 지배자인 백도진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몰라 겁에 질려 있었다.


도진은 그의 이력서를 훑어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배달 이력: 청풍성 남문으로 가라 하자 북쪽 산맥으로 직진하여 화물 3일 연체. 동쪽 객잔으로 가라 하자 서쪽 공동묘지에서 발견.]


[망조 감별 안목]의 홀로그램이 박달려의 머리 위로 찬란하게 빛났다.


[성공 확률: 0.1%]

[배달 사고 및 화물 실종 확률: 99.9% (고용 시 상단 신용도 즉각 파탄 및 배상금 폭탄 예약)]


‘심봤다! 이 자야말로 하늘이 내게 보내준 파산의 구세주다!’


도진은 기쁨을 감추며 엄숙한 표정으로 박달려를 바라보았다.


“박달려. 자네의 그 독창적인 보법과 방향 감각에 깊은 감명을 받았네. 오늘부로 자네를 우리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수석 전령으로 임명하겠네. 연봉은 기존 전령들의 5배일세!”


“예, 예엣?! 저를 수석 전령으로요? 하지만 저는 지도를 전혀 읽지 못하고 늘 반대로 뛰어가는 길치입니다만…….”


박달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에서 냉소희가 단호하게 가로막았다.


“도련님, 재고해 주십시오. 박달려를 고용하는 것은 상단의 물류 신용도를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관아의 귀중품 배송 계약이 당장 내일 시작되는데, 이 자에게 화물을 맡겼다간 배상금 폭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시끄럽다, 소희야!”


도진은 속으로 ‘제발 배상금 폭탄을 맞게 해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외면적으로는 초탈한 현자의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바로 도진만의 [무위자연식 방임 고용] 기법이었다.


“지도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족쇄일 뿐이네. 진정한 전령이란 지도의 선에 얽매이지 않고, 대지의 기운과 바람의 흐름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달려야 하는 법. 박달려, 자네는 그 무위(無爲)의 경지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유일한 인재일세. 자네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무작정 달리게!”


도진의 그럴듯한 궤변에 박달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평생을 ‘멍청한 길치’, ‘쓸모없는 식충이’라 비난받으며 살아온 그였다. 오직 도진만이 자신의 길치 속성을 ‘무위자연의 경지’로 포장해 주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도, 도련님……! 평생 저를 사람 취급해 준 곳은 없었습니다. 오직 도련님만이 제 본질을 알아봐 주셨습니다!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도련님을 위해 달리겠습니다!”


박달려가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맹세했다. 도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열심히 반대 방향으로 달려다오! 영원히 길을 잃어버려라!’


도진은 확실한 배달 사고와 자금 탕진을 위해 품에서 영석 자루를 꺼냈다.


“이것은 내 지부장 권한으로 내리는 특별 지원일세. 수석 전령에게 낡은 신발은 어울리지 않지.”


도진은 상단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바람의 정령석이 박혀 있어 착용자의 속도를 두 배로 높여주는 10,000 영석 상당의 [신행 가죽신]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또한, 비상시 공간을 왜곡해 무작정 도망치게 만드는 5,000 영석 상당의 고성능 전송 부적 수십 장을 그의 품에 잔뜩 쥐여주었다.


총 15,000 영석의 합법적 탕진 완료! 장부의 숫자가 깎여 나가는 소리가 도진의 귀에는 천상의 음율처럼 감미롭게 들렸다.


‘신행 가죽신에 전송 부적까지 쥐여주었으니, 한 번 길을 잃으면 청풍성을 넘어 대륙 끝까지 날아가 버리겠지! 완벽한 배달 사고다!’


이윽고 관아에서 수송을 의뢰한 최고급 영석 원석 상자가 대장간 마차에서 지부 마당으로 입고되었다. 도진은 직접 상자를 박달려의 등에 짊어지게 했다.


“목적지는 남쪽 성곽의 세무청 창고일세. 알겠나? 남쪽이네.”


“예! 도련님! 무위의 마음으로, 바람이 이끄는 대로 달리겠습니다!”


박달려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가 신행 가죽신의 마력을 활성화하자, 그의 발끝에서 미세한 청색 바람의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박달려식 무작정 질주 보법]의 기운이 마당을 가득 채웠다.


도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남쪽으로 가라고 했으니, 이 전설의 길치는 필연적으로 서쪽이나 동쪽으로 꺾어 장기 실종 상태에 빠질 터였다.


“출발하게!”


도진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박달려가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


슈우우우웅—!


가죽신에 깃든 바람의 기운과 고성능 부적의 마력이 공명하며, 박달려의 신형은 한 줄기 푸른 바람의 궤적만을 남긴 채 마당을 가로질렀다. 가공할 만한 광속이었다.


그런데 그 엄청난 질주의 방향이 기묘했다.


박달려는 출발하자마자 남쪽 관문을 향해 꺾기는커녕, 정확히 180도 반대 방향인 북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 눈부신 속도 그대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청풍성 주민들조차 들어가기를 기피하는 금지된 산맥, 험준한 안개 숲의 결계를 향해 광속으로 직진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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