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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고 찌그러진 대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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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내 발가락! 내 전재산!”


청풍성 서쪽 외곽, 자욱한 먼지 구름 사이로 백도진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지진으로 무너진 청풍성의 석조 건물 잔해들 사이에서, 오직 도진이 지은 삐딱한 객잔 ‘신기루각’만이 은은한 황금빛 오라를 풍기며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 경이로운 광경을 보며 수천 명의 피난민들과 이태평 성주는 도진을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그 ‘구세주’라는 사내는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움켜쥔 채 흙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부실 공사를 위장해 건물을 무너뜨리려 기둥을 냅다 걷어찼다가 발가락만 으스러진 것이다. 게다가 맨발이었다. 타버린 비단 신발 대신 맨발로 재를 밟은 탓에 발바닥은 시커멓게 그을렸고, 머리카락은 천벌의 정전기 과부하로 인해 사자 갈기처럼 솟구쳐 있었다.


“도진 공! 백성들을 걱정하느라 몸소 발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현장을 누비시다니! 참으로 눈물겨운 애민정신이십니다!”


이태평 성주가 도진의 손을 꽉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니라고…… 아아악! 내 손 놓으시오, 성주 영감!”


도진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빼려 했으나, 성주는 그의 거부를 ‘성자의 겸손함’으로 치부하며 더욱 세차게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도진의 품속에서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가 미친 듯이 진동하며 망막 위에 붉은 글씨를 사정없이 띄웠.


[보유 자산: 950,000 하급 영석 -> 신기루각 가치 폭등으로 9,500,000 하급 영석으로 강제 정산 대기 중.]

[경고: 자산 규모가 천벌 임계점을 돌파하기 직전입니다. 연말까지 탕진하지 않을 시, 심장을 관통할 벼락의 굵기가 10배로 강화됩니다.]


‘10배?! 100만 영석도 미칠 지경인데, 이제는 거의 천만 영석을 날려야 한다고?!’


도진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천만 영석이면 청풍성 전체를 세 번은 사고도 남을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이대로 가다간 연말 자정이 되는 순간, 청풍성 상공에 용 모양의 보라색 날벼락이 떨어져 자신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증발시켜 버릴 터였다.


합법적으로, 아주 빠르게, 그리고 절대로 회수할 수 없는 거대한 ‘돈 분쇄기’가 필요했다.


“도련님, 일단 성주부의 호위를 받으며 처소로 이동하시지요. 오른발의 상처가 깊어 보입니다.”


비서실장 냉소희가 푸른 안경을 치켜올리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도진을 향한 종교적인 숭배로 가득 차 있었다.


“처소? 아니야! 처소로 갈 시간이 없다! 소희야, 당장 청풍성에서 가장 무능하고, 손만 대면 사업을 말아먹는 쓰레기 업자를 찾아라!”


도진이 소희의 어깨를 붙잡고 침을 튀기며 소리쳤.


“예……? 무능한 업자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만드는 족족 불량품을 생산해서 온 상단의 신용을 파탄 내고, 고객들에게 고소당해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내야 하는 그런 파괴적인 업자! 청풍성에 분명 있을 터인데?”


소희는 도진의 핏발 선 눈동자를 보며 다시 한번 고도의 지략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 과연 도련님이시다. 신기루각의 성공으로 상단의 명성이 너무 높아지자, 일부러 불량 업체를 인수하여 본가와 경쟁 상단들의 경계심을 늦추려는 것이구나. 또한, 대외적으로는 실패한 약자를 구제하는 자선가로 위장하면서, 배후에서는 청풍성의 기초 제조업 체계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삼중의 포석……! 참으로 소름 돋는 금융 전술이다.’


소희는 깊은 경외감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의 깊은 뜻을 알겠습니다. 마침 청풍성 동쪽 외곽에, 주조하는 무기마다 미세한 균열을 내어 상단들을 파산 직전으로 몰아넣은 대장장이가 하나 있습니다. 이름은 최망치라 하옵니다.”


“최망치?! 이름부터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당장 그 대장간으로 간다!”


도진은 절뚝거리는 발걸음으로 마차에 올라탔다. 오른발 엄지발가락이 욱신거렸지만, 머리 위에 떨어질 천벌의 공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청풍성 동쪽 외곽, 음산한 골짜기 초입에 위치한 [최망치의 대장간].


이곳은 대장간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낡고 찌그러진 목조 건물이었다. 지붕은 반쯤 내려앉아 있었고, 마당에는 최망치가 주조에 실패해 버려둔 [녹슨 무쇠 고철]들이 흉물스럽게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다.


도진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그의 특수 패시브인 [무능 인재 발탁술]과 [망조 감별 안목]이 동시에 강제로 발동했다.


스르륵.


도진의 시야에 대장간 마당과 안쪽에 서 있는 거구의 사내 위로 붉은색 홀로그램 글씨들이 둥둥 떠올랐.


[이름: 최망치 - 무능 지수: 99%]

[특기: 최망치식 무식한 두드림 기법 (쇠의 결을 무시하고 무식하게 때려 박아 내구도를 0%로 만듦)]

[상태: 납품한 무기들이 연이어 부러져 상단들로부터 소송 대기 중. 현재 자산 -5,000 영석.]


‘심봤다! 이건 진짜 진짜 진짜다!’


도진은 솟구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절뚝거리며 대장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대장간 내부에는 거구에 무쇠 같은 팔뚝을 지녔으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한 대장장이 최망치가 낡은 망치를 든 채 멍하니 화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로의 불꽃은 꺼지기 직전이었고, 주변에는 찌그러진 칼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누, 누구십니까……? 오늘 영업은 끝났습니다. 더 이상 갚을 돈도 없고, 부러진 칼들에 대한 배상금은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최망치가 소심하게 어깨를 움츠리며 더듬거렸다. 거대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나약한 태도였다.


도진은 대답 대신 탁자 위에 놓인 최망치의 실패작 칼 한 자루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가락으로 튕겼다.


팅— 툭.


놀랍게도 칼날이 도진의 가벼운 손가락 튕김 한 번에 반으로 뚝 부러지며 바닥으로 굴렀. 쇠 표면에는 미세한 균열들이 뱀 가죽처럼 징그럽게 새겨져 있었다.


“오오……!”


도진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 아름다운 유리칼을 보게! 쇠의 결을 이토록 완벽하게 무시하고 때려 부수다니, 이건 인간의 경지가 아니야! 자네가 바로 최망치 선생인가?”


“예, 예? 제 이름은 최망치입니다만…… 유리칼이라니요? 그건 그냥 제 똥손 때문에 금이 간 불량품입니다만…….”


최망치가 당황하여 머리를 긁적였다. 도진은 부러진 칼날을 소중하게 품에 안으며 외쳤다.


“불량품이라니! 이건 예술이야! 내 자네의 그 위대한 ‘무식한 두드림 기법’에 깊은 감명을 받았네. 당장 계약하세! 내가 이 대장간을 통째로 인수하고, 자네를 우리 백기상단 청풍지부의 수석 대장장이로 임명하겠네!”


“예에에에?!”


최망치의 입이 쩍 벌어졌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냉소희가 서류철을 쥔 채 다급하게 도진의 앞을 가로막았다.


“도련님! 제발 재고해 주십시오. 최망치가 주조한 무기들은 전투 중에 무조건 부러집니다. 이런 무기들을 상단의 이름으로 군부나 다른 문파에 납품했다간, 신용도가 바닥나는 것은 물론이고 거액의 계약 위반 소송과 배상금 청구로 상단 자체가 파산할 수 있습니다!”


소희의 다급한 목소리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비즈니스 분석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도진의 눈동자는 광기 어린 기쁨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파산! 소송! 배상금 폭탄! 그래, 소희야! 네 말이 정확해! 내가 바로 그걸 원한단 말이다!’


도진은 속으로 승리의 비명을 지르며, 겉으로는 지극히 엄숙하고 장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소희의 어깨를 짚으며 ‘방임형 리더십’의 극치를 선보였다.


“소희야, 상업이란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 천박한 행위가 아니다. 세상이 무능하다고 버린 이 인재의 가슴속에 품은 뜨거운 불꽃을 보아라. 설령 우리 상단이 파산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이 예술가의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추구하는 ‘무위자연식 방임 고용’의 철학이다!”


도진의 장엄한 헛소리가 대장간의 낡은 벽을 울렸다.


소희는 도진의 눈빛에 서린 광기 어린 신념을 보며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아! 도련님께서는 일부러 소송 리스크를 짊어지시려는구나. 경쟁 상단들이 소송을 걸어 상단의 자금을 압류하려 할 때, 역으로 그들의 자금 흐름을 묶어두고 사법적 허점을 찔러 청풍성의 금융 체계 자체를 흔들려는 거대한 함정 전술……! 정말 뼈를 깎는 대담함이시다!’


소희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의 그 깊고 숭고한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해 송구하옵니다. 즉시 인수 계약서를 작성하겠습니다.”


“조, 조련님……! 제 평생 저를 믿어준 사람은 도련님이 처음입니다!”


최망치는 굵은 눈물을 폭포수처럼 흘리며 도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오열했다.


“이 최망치, 목숨을 바쳐 도련님을 위해 쇠를 두드리겠습니다! 제 모든 공력을 쏟아부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아니, 도련님이 원하시는 최고의 무기를 만들겠습니다!”


“아니야, 단단하게 만들면 절대 안 돼! 무조건 평소 하던 대로 무식하게 때려서 금이 가게 만들어야 하네! 약속하게!”


도진은 최망치의 손을 잡으며 신신당부했다.


[딩! 최망치의 대장간 인수 및 전속 고용 계약 공식 판정.]

[대장간 인수비 및 희귀 광물 대량 매입 비용으로 보유 자산에서 30,000 하급 영석이 즉시 탕진되었습니다.]


장부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도진은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희열을 느꼈다. 드디어 돈이 나가기 시작했다.


“자, 망치 선생! 여기 내가 가져온 최고급 청풍영석과 희귀 광물들을 마음껏 쓰게!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오직 자네의 그 위대한 ‘균열 주조술’을 발휘하여 무기를 빚어내란 말일세!”


도진은 상자 가득 담긴 눈부신 푸른빛의 최고급 청풍영석들을 최망치의 앞에 쏟아부었다.


영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마력이 대장간의 차가운 공기를 가득 채웠다. 최망치는 떨리는 손으로 영석을 쥐었다. 그의 눈동자에 대장장이로서의 뜨거운 투지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제 영혼을 이 화로에 던지겠습니다!”


최망치는 도진이 준 최고급 청풍영석 한 움큼을 타오르는 화로 속에 통째로 집어던졌다. 순식간에 화로의 불꽃이 푸른색으로 변하며 무시무시한 고열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는 마당에 뒹굴던 [녹슨 무쇠 고철] 한 덩이를 집어 올려 달궈진 화로 위에 올렸다. 쇳덩이가 붉게 달아오르자, 최망치는 금이 간 자신의 거대한 철망치를 치켜들었다.


최망치의 무식한 힘과 도진이 제공한 최고급 영석의 마력이 낡은 대장간 내부에서 기묘한 공명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대장간 구석에 쌓여 있던 고철더미가 미세하게 떨리며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간다아아아!”


최망치가 기합 소리와 함께 망치를 내리쳤다.


쾅!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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