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지와 무너지지 않는 기적
쿠르릉, 쿠구구구구!
대지가 낮게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백도진의 발바닥을 타고 기분 나쁜 진동이 밀려왔다. 청풍성 서쪽 외곽, 기괴하게 기울어진 객잔 ‘신기루각’의 공사 현장 한가운데에 맨발로 서 있던 도진은 등등한 기세로 머리 위에 몰려드는 보라색 먹구름을 올려다보았다.
파지직, 파직!
천벌의 마력이 대기 중의 전하를 자극하는지, 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사자 갈기처럼 사방으로 뻗치며 푸른 정전기 스파크를 튀겼다. 온몸이 찌릿거리는 이 불길한 감각은 도진에게 아주 익숙한 생존의 신호였다. 연말까지 95만 영석을 다 쓰지 못하면 머리통에 내리꽂힐 벼락의 카운트다운.
“도련님! 드디어 완공했습니다! 제 평생의 역작, 신기루각입니다!”
안전모를 삐딱하게 쓴 건축가 가풍수가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설계도를 품에 안고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광신도에 가까운 환희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도진은 가풍수의 손끝이 가리키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완벽했다.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완벽한 쓰레기 건물이었다.
지반이 가장 약한 싱크홀 예정지에 세워진 신기루각은 동쪽으로 무려 15도나 기울어져 있었다. 기둥들은 가풍수의 ‘역주공법’에 따라 아래쪽이 얇고 위쪽이 두꺼운, 상식을 완전히 초월한 형태로 거꾸로 박혀 있었다. 게다가 자재는 도진이 억지를 부려 강제한 오동나무와 얇은 합판뿐이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건물 전체가 ‘삐걱, 삐그덕’ 하며 마치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래! 바로 이거야!’
도진은 속으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 건물은 무조건 무너진다. 완공식을 치르기도 전에 폭삭 주저앉을 것이 분명했다. 건물이 무너지면 인근 상점들에 지불해야 할 막대한 물적 배상금, 그리고 부실 공사로 인해 청풍성 관아에 납부해야 할 천문학적인 벌금이 발생한다. 성주 이태평이 하사한 ‘특별 상업 고문 패’조차도 타인에게 입힌 직접적인 인명 및 재산 피해 배상금 청구까지 막아줄 수는 없었다.
“가 선생, 정말 고생 많았네. 자네는 진정한 예술가야.”
도진이 가풍수의 거친 손을 꽉 잡으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도, 도련님……! 제 부실 설계를 이토록 믿어주시고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시다니, 도련님이야말로 제 영혼을 알아봐 주신 유일한 성자이십니다!”
가풍수는 다시 한번 대성통곡을 하며 도진의 맨발 아래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의 머리 위로 자발적 야근의 오라가 한층 더 뜨겁게 타올랐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비서실장 냉소희는 푸른 안경을 치켜올리며 장부를 정리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사색과 경외심이 교차하고 있었다.
‘오동나무로 지어 바람에도 흔들리는 기괴한 객잔이라……. 도련님께서는 일부러 이 건물이 당장 무너질 것처럼 위장하여, 남궁세가와 경쟁 상단들이 이 구역의 가치를 저평가하게 만드셨다. 그리고 적들이 안심하고 방심하는 순간, 이 삐딱한 신기루각을 거점으로 청풍성 서쪽의 온천 물류망을 단숨에 장악하시려는 고도의 성동격서 전술……! 정말 소름 돋는 혜안이시다.’
냉소희의 머릿속에서 도진은 이미 대륙의 판도를 뒤흔드는 천재 금융 지략가로 완성되어 있었다.
“도련님, 완공을 기념하여 신기루각 1층 대강당에서 가벼운 축하연을 준비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축하연? 좋지! 아주 좋아!”
도진은 기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완공된 건물 안에서 술판을 벌이다가 건물이 무너지면, 자신이 직접 피해자가 되어 보험금 청구를 취소하고 상단 자산을 합법적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명분까지 생기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그러나 도진이 신기루각의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대지의 울림이 심상치 않게 변하기 시작했다.
우르르릉! 쿠구구구구!
“어? 어라?”
인부들이 들고 있던 목재 자재들이 바닥으로 구르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단순한 미동이 아니었다. 발밑의 흙바닥이 마치 성난 파도처럼 출렁이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청풍성 역사상 단 한 번도 기록된 적 없는 대지진의 서막이었다.
“지, 지진이다! 대지진이다!”
“모두 대피해라! 건물이 무너진다!”
공사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인부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멀리 청풍성 중심가에서 우뚝 솟아 있던 석조 건물들이 ‘콰르릉!’ 하는 파괴음과 함께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붕괴하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 대가문 남궁세가의 청풍분타 기와지붕마저 처참하게 갈라지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도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심장이 터질 듯한 희열이 전신을 감쌌다.
‘왔다! 마침내 대지진이 왔어! 이 타이밍에 지진이라니, 하늘이 나를 파산시키려고 작정을 하셨구나!’
오동나무로 대충 엮어 만든, 심지어 15도나 기울어진 이 부실 객잔은 지진의 첫 번째 충격파만으로도 흔적도 없이 가루가 될 터였다. 도진은 파산을 확신하며, 붕괴 사고를 확실하게 위장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오동나무 기둥을 향해 힘껏 발길질을 날렸다.
“무너져라! 내 전재산과 함께 사라져라!”
퍽!
“아아아악!”
그러나 기둥이 무너지는 대신, 도진의 맨발가락 끝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기둥 사이에 정교하게 맞물려 있던 가풍수의 역주공법 결계가 도진의 발길질 충격을 완벽하게 흡수하여 대지로 흘려보낸 것이었다. 도진은 발가락을 부여잡고 마당에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발가락 타박상이었다.
그 와중에 대지의 진동은 극치에 달했다.
쿠구구구구! 콰아아아!
청풍성 안의 모든 단단한 화강암 건물들이 지진의 횡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균열을 일으키며 폭삭 주저앉았다. 단단하게 지으려 고집했던 건물들일수록 대지의 분노에 정면으로 맞서다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기적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삐걱, 삐걱, 슈우우우—
도진이 지은 삐딱한 신기루각이 대지의 흔들림에 맞춰 기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꾸로 박힌 오동나무 기둥들은 유연하게 휘어지며 지진의 수평 충격파를 부드럽게 분산시켰다. 15도 기울어진 벽체는 지동의 주파수와 정반대로 기울며 무게중심을 기가 막히게 유지했다. 지반이 약해 싱크홀이 발생할 예정이었던 터는, 오히려 지진의 파괴적인 에너지가 지하의 빈 공간으로 분산되어 소멸하는 완벽한 완충 지대가 되어 주었다.
단단한 돌 건물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먼지 폭풍 속에서, 오직 삐딱하고 가벼운 신기루각만이 마치 성난 파도 위에 떠 있는 한 척의 나룻배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며 우뚝 서 있었다.
“……말도 안 돼.”
발가락을 움켜쥔 채 바닥에 누워 있던 도진의 입에서 넋이 나간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무너지지 않았다.
먼지 구름이 걷히며 드러난 신기루각은 기둥 하나 부러지지 않은 채, 오히려 지진의 먼지를 뒤집어써 은은한 황금빛 오라를 풍기며 청풍성 서쪽 황무지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 대지진 속에서 살아남은 영지 내 유일한 건물이 된 것이다.
“이, 이것이 정녕 제가 지은 건물이란 말입니까……?”
가풍수조차 자신의 수평계를 들여다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삐뚤어진 수평계 눈금은 지진이 끝난 후 정확히 중앙을 가리키고 있었다. 부실 설계가 대지진의 파괴력을 완벽하게 상쇄하는 ‘내진 설계의 정수’로 각성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도련님! 역시 도련님이십니다!”
냉소희가 먼지 속에서 안경을 닦으며 도진의 앞으로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일부러 지반이 약한 흉지를 택하고, 가벼운 오동나무와 역주공법을 고집하신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군요! 청풍성의 지동 주기와 지맥의 비틀림을 미리 계산하시고, 지진의 충격을 완벽하게 흘려보내는 무적의 방재 요새를 지으신 것이었습니다! 이 소희, 도련님의 신적인 선구안에 온몸의 전율이 멈추지 않사옵니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도진은 땅을 치며 울부짖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밀려드는 군중들의 비명과 함성에 묻혀버렸다.
“살았다! 저 건물로 가야 해!”
“신기루각은 멀쩡하다! 저곳이 가장 안전하다!”
집을 잃고 피난길에 오른 수천 명의 청풍성 주민들이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신기루각을 향해 구름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는 관복이 찢어지고 수염에 먼지를 묻힌 청풍성의 성주, 이태평이 서 있었다. 이태평은 헐레벌떡 달려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도진의 손을 덥석 부여잡았다. 그의 너그러운 얼굴은 깊은 감동과 경외심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도진 공! 오, 위대한 도진 공!”
이태평 성주의 목소리가 청풍성 서쪽 하늘을 울렸다.
“이토록 무서운 대재앙을 미리 예견하시고,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완벽한 내진 설계를 갖춘 방재 요새를 미리 준비해 두시다니! 참으로 도진 공은 하늘이 청풍성에 내리신 구세주이십니다!”
도진은 성주의 극찬 앞에서 절망에 가득 차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파산 실패로 인한 피눈물이었으나, 성주와 주민들의 눈에는 백성들의 피해를 안타까워하는 ‘성자의 고결한 고뇌’로 완벽하게 둔갑했다. 울상 짓기 투자법의 극치였다.
[딩! 청풍성 대지진 발생 및 신기루각 내진 설계 대박 사건 공식 판정.]
[신기루각의 부동산 가치가 10배로 폭등하였습니다.]
[보유 자산: 950,000 하급 영석에서 9,500,000 하급 영석으로 강제 폭증 예정.]
도진의 품속에서 탕진 천벌의 붉은 장부가 미친 듯이 발광하며 숫자를 갱신하려 요동치기 시작했다. 도진은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무너지지 않은 기적은, 그에게 더 거대하고 끔찍한 성공의 감옥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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