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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성의 실질적 지배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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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상단 청풍지부의 낡은 대청마루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황실 금융감독원의 수석 감사관 황세락은 코끝에 돋보기안경을 걸친 채, 이장부가 작성한 가죽 장부의 첫 페이지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굳게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미간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등 뒤에 늘어선 청풍 세무청 소속 포졸들은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었고, 대청마루 구석에 엎드린 회계사 이장부는 주판을 쥔 손을 덜덜 떨며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 한 사람, 맨발로 차가운 나무 바닥을 딛고 서 있는 백도진만이 속으로 터져 나오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더 꼼꼼히 보라고, 황세락! 내 회계사라는 놈이 사칙연산조차 제대로 못 해서 장부가 온통 오차투성이에 적자투성이다! 황실의 세법을 정면으로 우롱한 이 엉터리 장부를 보면, 아무리 자비로운 판관이라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즉시 가압류와 몰수령을 내리겠지!’


도진은 심장 부근에서 미세하게 찌릿거리는 천벌의 인장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하룻밤 사이에 쓰레기 매립지가 대륙 최고의 영석 광산과 온천으로 변해 자산이 100만 영석으로 폭증한 지금, 이 감사관의 손에 전 재산을 강탈당하는 것만이 그가 살아남을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제발 감옥에 가두고 내 돈을 다 빼앗아가 다오! 도진은 마음속으로 애절하게 기도를 올렸다.


스사삭, 스사삭.


황세락의 손가락이 장부의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그의 날카로운 안광 너머로 장부의 글씨들이 비치기 시작한 순간, 황세락의 미간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이것은?”


황세락의 입에서 아주 낮고 무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도진은 그 신음을 듣고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왔다! 드디어 적자 조작과 탈세 혐의를 포착한 거군!’


그러나 황세락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풍은 도진의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몰아치고 있었다. 황세락은 평생 황실의 수많은 거상과 세도가들의 이중 장부를 털어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이장부가 엉망으로 적어 내려간 숫자의 나열들이 기가 막힌 형태로 재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칙연산의 오류가 아니다……! 장부의 세입과 세출 수치가 소수점 아래까지 뒤틀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황실이 지난달에 은밀히 개정한 최신 세법 규정의 맹점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비껴가고 있구나! 일부러 계산을 틀리게 함으로써 황실 세무청의 자동 추적 마법 진법을 무력화하고, 합법적인 면세 혜택을 극대화하는 고도의 변칙 회계 기술……!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이장부식 세법 우회 회계학이란 말인가!’


황세락의 손끝이 가볍게 떨렸다. 장부의 표면에서는 미세하게 붉은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냉소희가 감사를 대비해 작성해 둔 ‘삼중 구휼 위장 장부’의 마력이었다. 황세락이 안경을 고쳐 쓰며 장부 깊숙한 곳의 삼중 구조를 해독해 내자, 그의 안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엄청난 적자 지출들의 내역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청풍성의 만년 쓰레기 매립지를 시세의 수십 배에 달하는 10만 영석에 매입한 사건. 겉보기에는 어리석은 호구의 돈 낭비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독기와 오물로 고통받던 변방의 민초들을 구제하기 위해 땅값을 일부러 높여 지불한 은밀한 구휼이었다! 무능하다며 쫓겨난 폭발 연금술사 연설화에게 무제한 연구비를 지원한 것 역시, 그녀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동시에 청풍성의 고질적인 수질과 난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 투자였어!’


황세락의 눈가에 맺힌 안광이 급격히 흔들렸다. 그는 장부를 넘기면 넘길 수록, 도진의 모든 뻘짓 투자가 실은 자신을 낮추고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철저히 기획된 ‘위장 적자’였다는 사실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자신을 탐욕스러운 세탁범으로 위장하면서까지, 세상의 오해를 기꺼이 짊어지고 묵묵히 선행을 베푸는 사내. 가문의 권력 다툼 속에서 자신의 명성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무능한 서자’이자 ‘탕진 한량’이라는 가면을 쓴 성자.


“공…… 도진 공……”


황세락의 목소리가 젖어 들기 시작했다.


도진은 황세락의 목소리 톤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감지하고 흠칫 놀랐다. 분노에 가득 차 철퇴를 내려야 할 감사관의 얼굴에, 왜 뜬금없이 뜨거운 감동과 회한의 서린 눈물이 고이고 있는 것인가?


“감사관님? 왜 그러십니까? 제 장부가 너무 엉망이라 화가 나신 겁니까? 괜찮으니 당장 가압류를 집행하시고 저를 감옥으로……”


“도진 공! 내 어찌 이리도 어리석었단 말인가!”


툭.


황세락의 손에서 황제 하사의 권위를 상징하는 법구인 ‘황실 감사인’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이 황세락의 날카로운 뺨을 적셨다. 그는 돋보기안경을 벗어 던지더니, 도진의 눈앞에서 무릎을 탁 꿇고 대청마루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아니, 감사관님?! 왜 무릎을 꿇으십니까!”


도진은 경악하여 맨발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옆에 서 있던 냉소희는 안경 너머로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는 듯 깊은 자부심이 서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진 공의 그 깊고 숭고한 무소유의 정신을 몰라보고, 내 감히 황실의 얄팍한 잣대로 공을 세탁범이라 의심했소! 이 장부 속에 담긴 백성들을 향한 눈물겨운 구휼과,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에 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오! 세상에 이토록 위대하고 청렴한 성자가 존재하다니!”


“예? 아니, 잠시만요! 저 성자 아닙니다! 저 진짜 사기꾼이고, 돈 다 날리려고 엉터리 장부 쓴 겁니다! 진짜로 제 전 재산을 다 압수해 가셔야 합니다!”


도진이 억울함에 비명을 지르며 황세락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제발 내 돈을 다 뺏어가라고 애원하는 몸짓이었다.


그러나 황세락은 도진의 처절한 거부마저도 ‘자신의 선행이 밝혀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극도의 겸손함’으로 오해했다. 황세락은 고개를 들어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도진을 우러러보았다.


“끝까지 자신을 낮추시는구려! 이 황세락, 오늘부로 감사관의 직을 내려놓고 공의 도덕적 방패가 될 것을 천지에 맹세하겠소! 대륙의 어떤 부패한 권력도 공의 그 맑은 의기를 더럽히지 못할 것이오!”


[딩! 황실 감사관 황세락이 계약자의 ‘무소유 정신’에 완벽히 감화되었습니다.]

[감사관의 충성도가 MAX에 도달하여, 황실의 가압류 및 몰수 위협이 영구 해제됩니다.]

[세무 감사 결과: 완벽한 청렴 상단으로 공인 완료. 면세 특권 획득.]


도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품속의 붉은 장부가 눈치 없이 번쩍이며 자산의 안전을 보장하는 메시지를 띄우고 있었다.


‘망했다. 진짜로 망했어…….’


도진이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으려던 그 순간, 상단 마당 너머로 요란한 나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관아의 가마가 들이닥쳤다.


“성주님 행차시다!”


청풍성의 성주 이태평이 관복 소매를 펄럭이며 대청마루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은은한 황금빛 서기가 뿜어져 나오는 옥으로 조각된 마패가 들려 있었다.


“도진 공! 내 온천 광산의 기적적인 정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소! 쓰레기 더미를 무릉도원으로 만드시고, 이제는 황실의 감사마저 청렴함으로 돌파하시다니! 참으로 청풍성의 구세주이십니다!”


이태평 성주는 도진의 손을 꽉 잡으며, 들고 있던 마패를 도진의 손아귀에 억지로 쥐여주었다.


“이것은 청풍성주가 하사하는 ‘특별 상업 고문 패’요! 이 패를 지닌 이상, 청풍성 내의 모든 상업 규제와 세금은 공을 비껴갈 것이며, 관아의 모든 포졸들이 공의 상단을 철통같이 경호할 것이오!”


도진의 손에 쥐어진 차가운 옥패는, 그에게 가차 없이 ‘청풍성의 실질적 지배자’라는 황금 족쇄를 채우는 인장이나 다름없었다. 주변에 모여든 상인들과 주민들이 일제히 대청마루 아래로 모여들어 만세를 외치기 시작했다.


“백도진 만세! 청풍성의 성자 만세!”


온 도시가 도진의 위대한 성공을 찬양하는 화려한 광경 속에서, 오직 도진 혼자만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환호하는 군중들의 틈새 너머로, 도진의 시선에 기괴하게 펄럭이는 누더기 도포가 들어왔.


구멍 난 도포를 걸치고 흰 수염을 휘날리며 허허 웃고 있는 늙은 사기꾼 도사, 허풍선이 군중 속에서 도진을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건네고 있었다.


도진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탕진 천벌의 장부’가 갑자기 화상을 입은 듯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도진의 시야에 붉은 장부의 숫자가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보유 자산: 1,000,000 하급 영석 (청풍성 실질적 지배자 등극으로 인한 가치 정산)]

[천벌 기준 한도액 상향 조정: 1,000,000 영석]

[경고: 다음 마감 시한까지 100만 영석을 모두 쓰지 못할 시, 심장을 관통할 천벌의 벼락 강도가 10배로 강화됩니다.]


“……허풍선, 저 영감탱이가 진짜!”


도진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오려던 찰나, 허풍선이 도진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환청 같은 목소리가 경맥을 타고 울렸다.


‘자산이 늘었으니 다음 달 벼락은 10배 굵기로 떨어진다네, 도련님. 준비는 잘 되어가시나?’


그 소름 끼치는 음성이 끝남과 동시에, 맑게 갠 청풍성의 하늘 위로 순식간에 불길한 보라색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청풍성 상공을 뒤덮은 거대한 먹구름 속에서 청색 번개가 번쩍이며 대지를 흔들었다. 도진의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쭈뼛 서며 푸른 스파크가 타닥타닥 튀어 올랐다. 진짜 천벌의 카운트다운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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