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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기 딱 좋은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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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원래 더럽고 끈적끈적한 괴물이다. 적어도 대륙 최고의 거상, 백기상단의 가주 백기환의 서자로 태어난 백도진에게는 그랬다.


가문에서는 돈 때문에 형제들이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눴고, 계모인 설부인은 도진을 눈엣가시로 여겨 독침을 보낼 궁리만 했다. 돈 때문에 매일같이 벌어지는 vipers의 굴 같은 암투에 신물이 난 도진은 늘 무소유의 삶을 갈망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바람(?)대로 가문에서 완벽하게 버림받았다.


“이것으로 너와 가문의 인연은 끝이다. 변방 청풍성으로 가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친부 백기환이 던져준 것은 낡은 마차 한 대와 은퇴 자금 명목의 10만 영석, 그리고 가문에서의 퇴출 선언이었다. 보통의 서자라면 복수심에 이를 갈며 힘을 길렀겠지만, 도진은 진심으로 기뻐서 춤을 출 지경이었다.


‘아싸! 드디어 이 징글징글한 돈구덩이에서 벗어나는구나! 평생 빈둥거리며 무소유의 한량으로 살아야지!’


도진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유배지인 청풍성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 그러나 하늘은 그가 평화로운 무소유의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사건은 청풍성으로 향하는 황량한 고갯길, 안개가 자욱한 숲속에서 일어났다.


“허허허, 젊은이. 관상이 참으로 돈에 깔려 죽기 딱 좋은 관상이로세.”


갑자기 마차 앞을 가로막은 것은 구멍 난 도포를 걸치고 흰 수염을 휘날리는 정체불명의 늙은 사기꾼 도사, 허풍선이었다. 도진이 귀찮은 기색으로 마차를 우회하려던 찰나, 허풍선이 바람처럼 다가와 도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지직! 찌릿!


“악! 이게 무슨 짓거리야!”


도진이 이마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그의 이마에는 붉은색 번개 문양의 인장이 새겨져 기이한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동시에 도진의 품속으로 붉은 가죽으로 감싸인 낡은 장부 한 권이 강제로 날아와 꽂혔다.


“축하하네, 젊은이. 자네는 방금 천도(Heavenly Dao)가 설계한 ‘탕진 천벌의 절대 계약’에 묶였다네.”


허풍선이 능글맞게 웃으며 먼지털이를 휘둘렀다. 도진은 황당함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계약? 천벌? 이 영감이 노망이 났나. 난 계약서에 서명한 적도 없어! 당장 이 이마의 낙서 지우지 못해?”


도진이 허풍선의 멱살을 잡으려 도망치듯 앞으로 뛰어 나갔다. 그 순간, 하늘에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 떨어졌다.


콰르릉! 쾅!


“으아아악!”


번개는 정확히 도진의 코앞을 강타했다. 폭발의 충격으로 도진이 신던 고급 비단 신발이 흔적도 없이 타버렸고, 그의 맨발가락 끝에서 모락모락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도진은 자리에 주저앉아 덜덜 떨었다. 진짜 벼락이었다. 조금만 더 앞으로 갔어도 머리가 깨졌을 터였다.


“허허, 말했지 않은가. 계약은 이미 성립되었네.”


허풍선이 도진의 품에 꽂힌 붉은 장부를 가리켰다. 도진은 사르르 떨리는 손으로 장부를 펼쳤다. 장부의 첫 페이지에는 붉은 글씨가 실시간으로 써 내려가고 있었다.


[계약자: 백도진]

[보유 자산: 100,000 하급 영석]

[천벌 마감 시한: 연말 자정 (남은 일수: 90일)]

[규칙: 기한 내에 자산을 정확히 ‘0’으로 만들지 않으면, 천벌의 벼락이 심장을 관통하여 즉사함. 타인에게 이 계약을 누설하는 즉시 심장이 터져 사망함.]


도진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10만 영석. 가문에서 퇴출당하며 받은 그 귀찮은 은퇴 자금이 고스란히 장부에 적혀 있었다. 그것도 붉은 글씨로 번쩍이면서.


“돈을 다 쓰지 않으면 벼락을 맞아 죽는다고? 미친 소리! 정 그렇다면 그냥 길바닥에 다 버리면 되잖아!”


도진은 품에서 영석 한 움큼을 꺼내 길가 풀숲으로 힘껏 던졌다. 파산하는 것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웠다. 그냥 버리면 그만이었다.


지직! 콰광!


“아아악!”


이번에는 가느다란 푸른색 번개가 도진의 오른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옷소매가 타들어가며 온몸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쭈뼛 솟구쳤다. 도진은 정전기로 찌릿거리는 어깨를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다.


“허허, 바보 같은 놈. 장부의 예외 조항을 읽지 않았구나.”


허풍선이 혀를 차며 장부의 뒷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타인 무상 기부 금지 조항’과 ‘고의적 자산 파괴 금지법’이 적혀 있었다.


[예외 조항: 아무런 대가 없이 남에게 돈을 기부하거나, 고의로 자산을 파괴(버리기, 강물에 던지기 등)하는 행위는 탕진으로 인정되지 않음. 오직 합법적인 상업 거래, 사업 투자, 고용 보상, 정당한 소비의 형태만 인정됨. 꼼수 적발 시 경고 벼락이 발동하며 시한이 단축됨.]


“이런 개망나니 같은 계약이 다 있어! 내 돈 내가 버리겠다는데 왜 벼락을 때려!”


도진이 억울해서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쳤지만, 허풍선은 이미 안개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 뒤였다. 허공에는 그의 능글맞은 목소리만 메아리쳤다.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게나, 젊은 거상. 올해 안에 10만 영석을 다 쓰지 못하면, 자네 머리 위에 떨어질 번개는 지금보다 백 배는 더 굵을 테니까. 허허허!”


도진은 타버린 맨발을 이끌고 청풍성에 겨우 도착했다. 성곽 입구는 낡고 삭막했으며, 먼지가 풀풀 날리는 전형적인 변방의 낙후된 도시였다.


도진이 도착한 ‘백기상단 청풍지부’는 상단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낡고 거미줄이 가득한 폐창고 건물이었다. 지붕은 반쯤 내려앉아 비가 오면 장부가 젖기 딱 좋아 보였다. 도진은 흙먼지가 쌓인 부러진 나무 상자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품에서 다시 붉은 장부를 꺼냈다. 붉은 글씨는 여전히 잔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보유 자산: 100,000 영석]

[남은 시간: 90일]


하루에 최소한 1,111 영석 이상을 ‘합법적’으로 날려야만 살 수 있다. 그냥 버릴 수도 없고, 기부할 수도 없다. 오직 망할 사업에 투자하거나, 쓸모없는 물건을 비싸게 사거나, 무능한 자들을 고용해 돈을 낭비해야만 한다.


“하필이면 돈을 잃어야 살 수 있다니…… 세상에 나보다 억울한 놈이 또 있을까.”


도진이 한숨을 크게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로 그 순간, 찌릿거리는 정전기 기운과 함께 그의 머리카락 몇 올이 하늘로 꼿꼿이 서기 시작했다.


지직, 지지직.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지만, 도진의 머리 위에서만 미세한 푸른 스파크가 튀며 붉은 장부의 숫자가 불길하게 요동쳤다. 예비 천벌의 신호였다. 도진은 소름이 쫙 끼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으아아악! 진짜 떨어진다! 당장 돈을 써야 해! 가장 멍청하고 망할 구멍을 찾아야 한다고!”


도진의 비명소리가 낡은 폐창고의 먼지를 털어내며 청풍성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벼락 맞기 딱 좋은 날씨 속에서, 희대의 탕진 생존 레이스가 마침내 막을 올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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