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 구덩이, 가스 지옥의 숨결
굳게 닫힌 쇠창살 너머로 마태강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어둠을 찢어발겼다.
"흐흐흐, 쥐새끼처럼 도망칠 구멍을 파고 있었다니 가소롭구나. 범무강, 네놈이 아무리 북방의 대장군이었다 한들 내공이 봉인되고 천근의 철틀에 갇힌 이상 이곳에서는 한 마리 가여운 짐승일 뿐이다!"
마태강의 채찍이 공기를 가르며 쇠창살을 요란하게 두드렸다. 철사방의 무장 간수 수십 명이 횃불을 치켜든 채 범무강과 노예들의 퇴로를 옥죄었다. 그들의 손에는 시퍼렇게 날이 선 쇠창과 팽팽하게 당겨진 석궁이 들려 있었다. 9번 갱도의 축축한 벽면이 불빛을 받아 검붉은 핏빛으로 일렁였다.
무강은 묵묵히 흑철 삽을 짚은 채 쇠창살 너머의 마태강을 응시했다. 투구의 좁은 틈새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는 얼어붙은 호수처럼 고요했으나, 그 심연 속에서는 배신자 왕충을 향한 차가운 분노가 소리 없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과거 가문을 파멸로 몰고 갔던 방계 배신자 범태호의 비열한 안광이 머릿속에서 교차했다. 또다시 배신에 의해 사지에 갇히게 된 현실이 그의 강철 같은 의지를 거칠게 자극했다.
그때, 쇠창살 너머의 무장 간수들 사이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 살려주십시오! 간수장님! 약조가 다르지 않습니까!"
무장 간수들에게 뒷덜미를 잡힌 채 질질 끌려온 자는 다름 아닌 왕충이었다. 그의 품속에서는 마태강에게 밀고의 대가로 받았던 염철전 주머니가 볼품없이 짤랑거렸다. 왕충의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고, 굽실거리는 허리는 낙엽처럼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마태강은 비열하게 웃으며 왕충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약조? 흐흐흐, 비천한 노예 놈의 혓바닥을 믿을 만큼 내가 어리석어 보이더냐? 한 번 제 주인을 문 사냥개는 언제고 다시 이빨을 드러내는 법. 제갈 분타주님의 지령이시다. 9번 갱도의 모든 흔적을 지워라. 밀고자 역시 예외는 없다!"
"아, 아닙니다! 저는 충성을 다했습니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왕충이 울부짖으며 마태강의 장화를 붙잡으려 했으나, 무장 간수들은 가차 없이 그를 쇠창살 안쪽, 범무강과 노예들이 갇힌 9번 갱도 최하층의 나락으로 밀쳐버렸다.
쿵-!
왕충의 몸이 거친 바닥을 뒹굴며 무강의 무거운 철갑 발치에 멈추어 섰다. 품에서 쏟아진 염철전들이 바닥의 검은 흙 먼지 속에 볼품없이 흩어졌다. 왕충은 고개를 들어 무강의 투구를 바라보았으나, 그 좁은 틈새로 흘러나오는 것은 오직 숨이 막힐 듯한 침묵뿐이었다. 노예 동료였던 삼돌과 철우 역시 그를 향해 침을 뱉으며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스스로의 탐욕이 불러온 비참한 토사구팽의 결말이었다.
"범무강, 그리고 9번 갱도의 쥐새끼들아! 너희들의 종착지는 저 아래다!"
마태강의 외침과 함께, 간수들이 쇠창으로 노예들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그들이 밀려난 곳은 9번 갱도 가장 깊은 구석, 한 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다는 시체 투기장인 '망자 구덩이'의 입구였다. 사방이 깎아지른 듯한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바닥 보이지 않는 깊은 수직 동굴의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썩은 냄새가 갱도의 공기를 무겁게 오염시켰.
무강은 아직 양팔의 관절이 단단히 잠겨 있어 정면의 쇠창살을 무력으로 뜯어낼 수 없음을 냉정하게 계산했다. 무모하게 힘을 쓰다간 동료 노예 30명이 가혹한 석궁 세례에 먼저 목숨을 잃을 터였다. 그는 묵묵히 몸을 돌려 삼돌과 철우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내려간다."
그의 무겁고 쇳소리 섞인 한마디에, 겁에 질려 있던 노예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망자 구덩이의 가파른 암벽 계단 아래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왕충 역시 살기 위해 비틀거리며 그들의 뒤를 쫓아 기어내려 갔다.
노예들이 모두 구덩이 바닥에 내려서자, 머리 위의 유일한 출구인 두꺼운 흑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쾅-! 철컥!
어둠이 그들을 완벽하게 집어삼켰다. 축축한 바닥에서는 죽은 죄수들의 시체가 썩어 흘러내린 썩은 물이 발목을 적셨고, 웅덩이마다 기괴한 기포가 보글거리며 피어올랐다.
그때, 철문 너머에서 기괴하고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 제갈 분타주님의 명령대로 이곳을 완벽한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초록색 가죽옷을 입고 손가락 끝이 독으로 검게 물든 사파의 독공 고수, 사독(사독)이었다. 그의 지휘 아래 간수들이 흑철문의 이음새를 화염 달군 쇳물로 땜질하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유황 타는 매캐한 냄새가 철문 틈새를 타고 들어왔다. 출구를 완벽하게 용접하여 밀폐된 가스실로 만들려는 비열한 책략이었다.
"형님! 문이, 문이 완전히 막히고 있습니다!"
거구의 광부 철우가 분노로 포효하며 무거운 흑철 삽을 치켜들었다. 그는 천생 괴력을 실어 철문을 향해 돌격했다.
쾅-! 쾅-!
철우가 삽날로 철문을 무식하게 내리쳤으나, 고열로 용접된 두꺼운 흑철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동으로 인해 철우의 두 팔이 부르르 떨렸고, 비좁은 공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산소만 빠르게 소모될 뿐이었다.
"철우, 멈춰라. 숨을 아껴야 한다."
무강이 철갑을 두른 묵직한 손을 철우의 어깨에 얹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나 단호했다.
그 순간, 구덩이 구석에 장착된 기계식 환기구 파이프에서 불길한 바람 소리가 울렸다. 푸쉬이익- 하는 기괴한 소음과 함께, 무색무취의 치명적인 질식성 가스인 '장기 가스(장기 가스)'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하 깊은 갱도 암반층에 갇혀 있던 고대 독 가스를 사독이 가마솥 장치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것이었다.
"헉...! 컥...! 숨이... 숨이 안 쉬어집니다!"
가스가 퍼지기 시작하자마자, 체력이 약한 노예들이 목을 움켜쥐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극심한 고통에 노예들은 피를 토하며 흙바닥을 굴렀다. 밀고자 왕충 역시 얼굴이 점차 녹색으로 변해가며 각혈을 시작했다.
"장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왕충이 무강의 발목 사슬을 붙잡으며 애원했으나, 무강은 차가운 침묵으로 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배신의 대가는 오직 죽음뿐이라는 듯, 무강의 안광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노예들 사이에서 누더기를 걸치고 숨어 있던 한 여인이 신형을 날렵하게 움직였다. 사천당가의 방계 의녀, 당소소(당소소)였다. 그녀는 요염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품속에서 은밀하게 약병을 꺼내 들었다.
"이건 단순한 광산 가스가 아니에요. 사독 그 변태 같은 놈이 당가의 독물 제조법을 모방해 만든 마비성 혼합 가스예요! 이대로 두면 3분 이내에 모두 뇌의 산소가 끊겨 즉사해요!"
당소소는 약병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액체를 꺼내 쓰러진 삼돌과 철우의 입가에 부어 넣었다. 갈홍이 지하 9번 갱도의 유독한 암혈수를 이용해 조제해 두었던 '암혈수 해독액(암혈수 해독액)'이었다. 약액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쓰러졌던 삼돌이 격하게 각혈을 하며 간신히 호흡을 되찾았다.
"장군님! 이 약을 드셔야 합니다!"
당소소가 남은 해독액을 무강에게 건넸으나, 무강은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노예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나는 버틸 수 있다."
무강은 가슴의 족쇄 압박으로 인해 폐포가 조여드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스승 장장군에게 배웠던 비전 호흡법인 '폐쇄 호흡(폐식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도가 장생식의 구결을 토대로 기도를 완전히 폐쇄하고, 전신의 미세한 모공을 열어 극소량의 산소로 연명하는 한계 호흡 기술이었다.
두둥- 두둥- 두둥-
무강의 심장 박동 소리가 고요한 어둠 속에서 극도로 늦춰졌다. 1분에 단 다섯 번. 전신의 혈류 속도가 느려지며 체온이 급격히 내려갔고, 독 가스의 흡입이 원천 차단되었다. 그러나 내공이 완전히 봉인된 구중 경맥 봉인 상태에서 순수 육체의 힘만으로 폐식을 유지하는 것은 뼈가 갈려 나가는 듯한 끔찍한 압박감을 동반했다. 현철갑의 흉부 플레이트가 그의 갈비뼈를 짓누르며 쇠독의 열기를 전신으로 뿜어냈다.
'참아야 한다. 가문의 원혼들이 아직 눈을 감지 못했다.'
무강은 뼛속 깊이 사무치는 통증을 고통 면역으로 차단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구덩이 안의 독 가스는 점차 짙어져 바닥에 무겁게 깔렸다. 해독액을 마신 노예들조차 산소 부족으로 인해 점차 의식을 잃고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당소소 역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벽면에 기대어 입술을 깨물었다. 용접된 철문 밖에서는 사독이 독액 분사기를 손에 쥔 채 비열하게 웃으며 최후의 확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극독의 가스가 무강의 두꺼운 현철갑 틈새를 뚫고 들어가 그의 거친 피부에 닿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일반인이라면 피부가 부식되고 신경이 마비되어 즉사했을 고농도의 독기. 그러나 무강의 몸에 흐르는 범씨 대장군 가문의 천생골격(천생골격)이 외부의 극단적인 위협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일반인보다 세 배 이상 굵고 조밀한 그의 뼈대가 뼛속 깊은 곳의 정기를 강제로 각성시킨 것이었다.
웅웅웅-
무강의 가슴뼈와 척추가 공명하듯 웅장한 진동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의 전신 피부 아래에 뻗어 있는 혈관들이 은은한 황금빛으로 꿈틀거리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백혈구가 폭발적으로 증식하며 체내로 침투하려던 사독의 독 가스 성분을 가차 없이 집어삼키고 중화해 나갔다. 만독불침(萬毒不침)의 신화적인 경지가, 이 지옥 같은 가스실의 한계 상황 속에서 마침내 그 찬란한 첫 전조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무강의 눈동자가 투구의 좁은 틈새 너머로 황금빛 안광을 뿜어내며 어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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