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파쇄보, 철사방 연무장 저지전
도끼날이 단두대의 밧줄을 끊어내던 그 찰나의 순간, 대기를 가르는 것은 바람의 비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천근의 무쇠틀에 갇힌 거인이 토해내는 웅장한 대지의 포효였다.
콰아아앙—!
범무강의 발끝이 연무장의 단단한 흙바닥을 내딛는 순간, 지면이 움푹 패이며 사방으로 흙먼지가 비산했다. 하체의 다리 자물쇠는 아직 풀리지 않았으나, 밤새 관절 틈새를 적셔둔 돈피 마찰유가 삐걱거리는 기어 사이에서 뜨거운 마찰열을 내뿜으며 가동력을 강제로 쥐어짜 내고 있었다. 시큼하고 비린 돼지 비계 타는 냄새가 쇠독 가득한 투구 내부를 진동했다.
단두대의 거대한 강철 칼날이 삼돌의 목덜미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 거리는 불과 석 자. 범무강의 무거운 철장화가 폭풍처럼 질주한다 해도 물리적으로 가닿을 수 없는 찰나의 시간이었다.
무강의 투구 틈새 너머로 황금빛 안광이 번뜩였다. 뼛속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금강골(金剛骨)의 공명이 그의 전신 근육 세포에 잠들어 있던 순수 완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내공의 도움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오직 뼈의 밀도와 근육의 수축력만으로 이룩한 초인적인 힘, 천근력(千斤力)이 그의 오른팔에 집중되었다.
“으으읍!”
무강이 오른손에 쥐고 있던 삼백 근 무게의 묵직한 흑철 삽을 단두대를 향해 강하게 투척했다.
쿠우웅—!
허공을 찢고 날아간 흑철 삽은 단순한 투척 무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천근의 질량 가속도가 실린 무쇠 포탄이나 다름없었다. 검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삽날이 단두대의 거대한 목조 기둥 정중앙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콰드드득! 콰앙!
귀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단두대의 두꺼운 목조 기둥이 통째로 으스러지며 산산조각 났다. 버팀목을 잃은 단두대가 옆으로 크게 기울어지며 붕괴했고, 낙하하던 강철 칼날은 궤적을 잃고 삼돌의 어깨 너머 허공을 비껴가 바닥에 처박혔다. 쇠사슬에 묶여 있던 삼돌은 무너지는 단상 잔해와 함께 옆으로 굴러떨어졌으나, 칼날의 절명 화는 극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
“이, 이 무슨 괴력인가……!”
단상 위에서 처형을 지휘하던 제갈무경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삼백 근의 무쇠 삽을 던져 단두대의 거대 기둥을 통째로 박살 내는 힘은, 그가 평생 강호에서 보아온 그 어떤 초일류 고수의 진기 장풍보다도 비현실적이고 압도적이었다.
“삼돌이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라!”
무강의 무겁고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연무장을 메웠다. 그 신호와 함께,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팽대혁과 노예 연합의 광부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연무장 내부로 난입해 무너진 잔해 속에서 삼돌을 짊어지고 신속하게 퇴각하기 시작했다.
“막아라! 저놈을 당장 쳐죽여라!”
제갈무경이 광포하게 울부짖으며 단상 아래로 손짓했다. 그의 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부방주 조백과 혈투대장 염귀가 일제히 칼날을 번뜩이며 범무강을 향해 쇄도했다.
“쇠송장 놈이 무기를 던지고 스스로 사지로 들어왔구나!”
조백이 가시 돋친 쇠채찍을 허공에 휘두르며 자창의 궤적을 그렸다. 채찍 끝에 실린 사혈공의 음독한 진기가 바람을 타고 뱀처럼 꿈틀거리며 무강의 무릎 관절 자물쇠 틈새를 정밀하게 노려왔다. 동시에 혈투대장 염귀가 붉은 핏빛이 감도는 거대한 귀두도를 비스듬히 치켜들고 무강의 목덜미를 향해 혈귀도법의 참격을 내리쳤.
휘이이익! 팟!
좌우에서 들이닥치는 정교한 일류 무인들의 협공. 무강은 아직 양팔의 자물쇠가 잠겨 있어 자유롭게 상체를 움직일 수 없는 치명적인 제약 속에 있었다. 대도를 휘두를 수도, 날렵하게 피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무강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양손 손목을 결박하고 있던 굵은 현철 족쇄 사슬을 한데 모아 꽉 쥐었다.
깡—! 까강!
무강이 사슬을 원형으로 회전시켜 사슬 옭아매기의 기교를 전개했다. 뱀처럼 날아간 쇠사슬이 염귀가 내리치던 귀두도의 도신을 정확히 휘감았다. 사슬과 칼날이 부딪히며 청명한 불꽃이 어둠을 밝혔다.
“으읍!”
염귀가 사슬을 끊어내거나 힘으로 당기려 했으나, 범무강의 천근 무게와 금강골의 지지력은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철산과 같았다. 염귀가 무리하게 사슬을 당기려던 찰나,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오른쪽 어깨 관절이 어긋나며 비명이 흘러나왔.
“끄아악!”
그러나 그 틈을 타 조백의 가시 채찍이 무강의 왼쪽 무릎 관절 자물쇠 틈새를 정확히 강타했다.
팍-!
날카로운 강철 가시들이 갑옷 이음새를 파고들어 무강의 무릎 피부를 찢어발겼다. 쇠독과 사혈공의 진기가 상처를 파고들며 뼛속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하체의 마찰유가 고열로 타들어 가며 무릎 관절 기어가 뻑뻑하게 굳어가는 위기가 찾아왔다.
‘고통 면역 (痛覺 遮斷).’
무강은 뇌리를 찌르는 고통을 정신력으로 완벽히 차단했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황금빛으로 이글거렸다. 상체의 제약과 하체의 일시적 마비 위기 속에서, 무강은 전신의 중량을 하체로 집중시켰.
수십 명의 철사방 무사들이 그를 완전히 포위하며 쇠창을 내밀어 좁혀오는 순간이었다.
무강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오른발을 번쩍 들어 올렸다. 새로 연마한 중력 보법의 극치이자, 그의 최종 도달 경지인 대지 파쇄(大地 破碎)의 힘이 발끝에 모였다.
“대지파쇄보 (大地破碎步)!”
무강이 전신의 천근 무게를 고스란히 실어 연무장 지면을 향해 오른발을 강하게 내리밟았다.
콰콰콰쾅—!
그것은 무공의 타격이 아니었다. 거대한 지진이자 천재지변의 낙하 충격이었다. 발끝이 지면에 닿는 순간, 귀를 찢는 지폭음과 함께 연무장의 단단한 돌바닥 전체가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지며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반경 십 보 이내의 대지가 함몰되며 거대한 석조 파편들이 폭풍처럼 사방으로 비산했다.
“으아아악!”
“땅이, 땅이 무너진다!”
포위망을 좁혀오던 철사방 무사들은 물론, 협공을 가하던 조백과 염귀마저 디디고 있던 지반이 통째로 붕괴하자 비명을 지르며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공중으로 솟구친 돌더미와 자욱한 흙먼지가 연무장 전체를 집어삼켰다.
그 혼란의 먼지 구덩이 속에서, 범무강은 무너진 대지의 반동력을 하체 관절에 고스란히 실었다. 다리의 각관이 해방되지 않았음에도, 그의 천생골격은 그 엄청난 반동 충격을 골격 분산 기법으로 흡수하며 도약을 위한 스프링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끼이이이익—!
갑옷 내부의 기어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함께, 범무강의 거구가 대지를 박차고 허공으로 높이 솟구쳐 올랐. 천근의 무쇠 요새가 하늘을 날듯 웅장한 궤적을 그리며, 단상 위에서 경악하고 있는 최종 보스 제갈무경의 머리 위를 가로막았다.
허공에 우뚝 선 검은 거인의 그림자가 제갈무경의 전신을 차갑게 뒤덮었다. 무강이 양다리를 웅크리며 수직 하강의 절명 초식인 천근낙의 자세를 취했다. 투구 틈새로 이글거리는 황금빛 안광이 제갈무경의 목덜미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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