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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대의 불꽃, 의기로 일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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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우웅—!”


지하 갱도의 차가운 암벽을 타고 울려 퍼지는 나팔 소리는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음산했다. 그것은 철사광산 전체에 비상 사태를 선포하는 철사방의 총동원령이자, 피비린내 나는 처형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였다.


바닥에는 단목황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고, 그가 쓰러지며 남긴 부러진 암검 파편들이 어둠 속에서 은은한 푸른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범무강은 뼛속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극심한 열기를 호흡으로 다스렸다. 금강골(金剛骨)의 각성 여파로 전신을 조여오는 발열 몸살은 쇠틀의 압박보다 더 뜨겁게 그의 내장을 태우는 듯했다. 하지만 투구의 좁은 틈새 너머로 이글거리는 그의 안광은 한없이 차갑고 고요했다.


무강은 오른손으로 삼백 근 무게의 묵직한 흑철 삽(黑鐵 鏺)을 고쳐 잡았다. 자성 바위벽에서 뜯어낸 삽날의 거친 표면이 그의 묵직한 살기를 담아내듯 검은 광채를 뿜어냈다.


“장군님! 안 됩니다! 가시면 죽습니다!”


흑철 동혈의 좁은 입구를 뚫고 팽대혁이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그의 전신을 감싼 혼원강기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대혁의 뒤로는 철우와 노예 연합의 광부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모여들고 있었다.


“제갈무경 그 뱀 같은 놈이 광산 중앙 연무장에 단두대를 세웠습니다. 삼돌 형씨를 미끼로 삼아 형님을 끌어내어 죽이려는 뻔한 덫입니다! 사방에 무림맹의 궁수들과 쇠사슬 함정이 깔려 있습니다. 지금 몸 상태로 가시는 건 스스로 호랑이 아가리로 들어가는 격입니다!”


팽대혁이 무강의 거대한 철갑 어깨를 붙잡으려 다급히 손을 뻗었다. 그러나 무강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천근의 현철갑 무게와 금강골의 지지력이 결합한 그의 신형은 대지에 뿌리내린 거대한 고목과 같았다.


“삼돌이는 나를 위해 보초를 섰다.”


무강의 목소리는 쇠붙이가 쓸리는 듯 낮고 무거웠다. 단 한 마디였으나, 그 안에는 꺾이지 않는 대장군의 의기가 담겨 있었다.


“밤마다 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간수들의 눈을 피해 목숨을 걸고 문을 지켰다. 그 우직한 민초가 나 때문에 단두대에 올랐는데, 내가 어찌 쥐새끼처럼 동굴 속에 숨어 목숨을 연명하겠느냐.”


“하지만 형님! 저들은 일류 고수들입니다! 내공이 묶인 형님이 아무리 완력이 강한들,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기문진법을 맨몸으로 버틸 수는 없습니다!”


대혁이 울분을 토하듯 소리쳤다. 광부들 역시 무릎을 꿇으며 눈물로 만류했다. 장군이 죽으면 그들의 유일한 구원의 등불이 꺼지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무강은 투구 속에서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돈피 마찰유의 비린 탄 냄새가 차가운 동굴 공기와 섞여 코끝을 스쳤다. 그는 어깨에 멘 흑철 삽을 단단히 쥐었다.


“장군은 군사를 사지에 버려두지 않고, 협객은 자신을 믿어준 벗과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내 비록 내공을 잃고 쇠틀에 갇힌 죄수이나, 군인의 혼마저 잃지는 않았다.”


쿵.


무강이 무거운 철장화로 대지를 디뎠다. 흑철 동혈 바닥이 크게 울리며 바위 파편들이 튀었다. 더 이상의 만류는 무의미했다. 대혁은 무강의 단호한 안광을 마주하고는 입술을 깨물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에 뜨거운 열망과 경외심이 교차했다.


“……지키겠습니다. 형님의 등 뒤는 우리 노예 연합이 목숨을 걸고 지킬 것입니다.”


무강은 대답 대신 묵묵히 걸음을 옮겼. 쿵. 쿵. 쿵. 그의 발걸음이 지하 갱도의 어둠을 뚫고 지상으로 향할 때마다, 광산 전체가 거대한 고동을 치듯 웅장하게 울렸다. 갱도 곳곳에 숨어 있던 노예 광부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와, 흑철 삽을 어깨에 메고 묵묵히 걸어가는 검은 거인의 뒷모습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그들의 가슴속에 억눌려 있던 분노와 투지가 붉은 불꽃이 되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상으로 나오자, 매서운 북풍과 함께 미세한 철사 가루가 섞인 황토 바람이 무강의 투구를 때렸다. 저 멀리 광산 중앙에 위치한 철사방 연무장(鐵砂방 演武場)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무장 중앙에는 거대한 목조 단상과 높이 솟은 단두대가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단두대 아래에는 9번 갱도의 십장 삼돌이 쇠사슬에 묶인 채 무릎 꿇려 있었고, 그의 목덜미 위로 무겁고 예리한 강철 칼날이 밧줄에 매달려 일렁이고 있었다. 삼돌의 얼굴은 피와 흙으로 엉망이었으나, 그는 연무장 입구로 걸어 나오는 거대한 검은 형체를 보고 목이 터져라 외쳤.


“장군님! 오시면 안 됩니다! 저놈들이 덫을 놓았습니다! 어서 도망치십시오!”


단상 위, 화려한 무림맹 장로 도포를 걸친 제갈무경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무강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옆에는 부방주 조백과 혈투대원들이 살기등등하게 무기를 쥐고 대기하고 있었다.


“결국 제 발로 기어 나왔구나, 범무강. 동료의 목숨 앞에서는 대장군의 긍지도 한낱 사치에 불과했나 보군.”


제갈무경이 손을 슬쩍 올렸다. 그의 신호에 맞춰 연무장 사방의 목조 망루와 흙벽 뒤에서 수십 명의 철사방 정예 궁수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며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 화살 끝에는 붉게 타오르는 불꽃이 서려 있었다.


“네놈을 위해 준비한 처형장이다. 이곳에서 쇠송장이 되어 영원히 묻히거라! 쏴라!”


제갈무경의 명령과 함께, 수십 발의 불화살이 폭우처럼 허공을 가르며 무강을 향해 쇄도했다.


쉬이이이익—!


하늘을 붉게 물들인 불화살의 장막이 무강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경공을 펼쳐 피하거나 검기로 막아냈겠지만, 무강은 사지 잠금의 제약으로 인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무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는 대신 귀를 기울였다. 화살들이 바람을 찢는 파공음과 투구 틈새로 보이는 화살촉의 붉은 궤적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암기 궤적 예측술을 전개했다.


무강은 상체를 미세하게 비틀며 전진했다.


깡! 까가강! 콰직!


무시무시한 금속 마찰음과 함께, 대부분의 불화살들이 현철갑의 가장 두껍고 단단한 어깨 견갑과 투구 이마 보호대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고통 면역(痛覺 遮斷) 능력이 가동되어 내부에 가해지는 충격 통증은 차단되었으나, 화살의 열기로 인해 갑옷 내부의 가죽 내의가 그을리며 피부가 쓸리는 화상 상흔이 누적되었다. 탄 기름 냄새와 그을린 가죽 냄새가 투구 내부를 메웠지만 무강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쿵, 쿵, 땅을 울리며 그는 오직 처형대를 향해 직진했다.


“막아라! 저 괴물 놈의 진격을 멈추어라!”


조백이 격노하여 소리치자, 연무장 바닥에서 쇠방패를 겹쳐 든 20명의 철사방 정예 중갑 방패병들이 일제히 뛰어나와 촘촘한 방패벽을 구축했다. 쇠방패들이 맞물려 단단한 강철 장벽을 형성하며 무강의 앞길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무강은 흑철 삽을 어깨에 고쳐 잡으며 상체를 앞으로 크게 기울였다. 천근 현철갑의 거대한 질량을 전방으로 쓰러뜨리는 중력 낙하 보법(중력 낙하 보법)이었다. 쓰러지는 무게중심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그의 거구가 거대한 무쇠 탄환처럼 폭풍 같은 기세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군부의 비전인 진형 와해 구결(陣形 瓦解 口訣)이 그의 하체 근육 세포 하나하나에 완력으로 주입되었다.


“으으읍!”


무강이 대지를 강하게 디디며 전신의 무게를 실어 방패벽의 정중앙을 향해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콰아아아앙—!


연무장 전체가 뒤흔들리는 거대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단단하게 짜여 있던 20명의 쇠방패 장벽이 무강의 압도적인 질량과 돌격 관성 앞에서는 한낱 종이 조각에 불과했다. 쇠방패들이 쩍쩍 갈라지며 찌그러졌고, 방패를 들고 있던 무사들은 가슴뼈가 바스러지는 비명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날아가 먼지 구덩이 속으로 처참하게 처박혔. 단 한 격에 적의 철저한 밀집 방어선이 완벽하게 와해된 것이다.


먼지 폭풍을 뚫고 무강이 단두대 바로 앞까지 진입하자, 제갈무경의 얼굴이 난생처음 보는 경악과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러나 이내 그의 비열한 입꼬리가 광포하게 비틀렸다.


“무식한 완력뿐인 놈! 하지만 단두대의 칼날보다 빠를 수는 없다! 삼돌이의 목을 잘라라!”


제갈무경이 단두대 옆의 사수에게 광포하게 손짓을 내렸다. 사수의 손에 들린 도끼가 단두대의 밧줄을 향해 낙하했다.


탁—!


밧줄이 잘려 나가며, 높이 매달려 있던 거대하고 웅장한 강철 칼날이 무서운 속도로 삼돌의 목덜미를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장군님—!”


삼돌의 비명 소리와 함께 칼날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 범무강의 투구 틈새 너머 황금빛 안광이 피비린내 나는 살기로 이글거리며 전신의 뼈들이 거대한 공명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무강이 대지를 흔들며 흑철 삽을 치켜들고 폭풍처럼 질주하기 시작하는데...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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