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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방 혈투대, 붉은 장막의 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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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익—!”


비좁은 제9번 지하 갱도의 축축한 암도(巖道)가 순식간에 붉은 장막으로 뒤덮였다.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다. 사천당가의 화공술을 비열하게 모방한 사독의 독 연무이자, 혈투대장 염귀가 범무강을 압살하기 위해 준비한 치명적인 덫이었다. 매캐하고 비린 유황 냄새가 천근 현철갑의 미세한 이음새를 타고 사정없이 들이쳤다. 눈앞이 온통 붉은 핏빛 안개로 가려져 단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암흑이 찾아왔다.


“형님! 쿨럭, 쿨럭! 이 연기는 보통 독연이 아닙니다!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등을 맞대고 서 있던 하북팽가의 이단아, 팽대혁이 거칠게 기침을 토해내며 혼원강기를 끌어올렸다. 강맹한 진기가 붉은 연기를 잠시 밀어내는 듯했으나, 시야가 완벽히 차단된 어둠 속에서 사방을 포위한 정예 살수들의 기습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범무강은 투구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목덜미와 손목에 새겨진 부방주 조백의 가시 채찍 상흔이 불타는 듯 욱신거렸다. 쇠독의 발열이 경맥을 타고 전신으로 뻗어 나갔고, 교관 팽철과의 격렬한 격전으로 인해 무릎 관절의 마찰열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돈피 마찰유 특유의 비린 탄 기름 냄새가 매캐하게 타올랐고, 뼛속 신경을 긁는 끔찍한 기계적 소음이 머릿속을 울렸다. 단전의 내공은 아홉 겹의 금제 사슬에 묶여 손가락 한 마디의 진기조차 흘려보내지 못하는 철저한 고립무원.


그러나 범무강에게는 북방 국경을 누비며 백전노장 장장군에게 다진 군부의 실전 감각이 있었다.


무강은 호흡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전신의 무게를 양 발끝으로 내리눌렀다. 천근의 무거운 현철갑이 지닌 육중한 질량이 9번 갱도의 축축한 바닥과 완벽하게 밀착되었다.


‘지형 진동 감지.’


시각을 포기하자, 오히려 발바닥을 타고 흐르는 대지의 감각이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붉은 연막을 뚫고 미세하게 전해지는 암반의 뒤틀림. 좌측 삼 보, 우측 사 보, 그리고 머리 위 바위 틈새. 살수들이 돌바닥을 디딜 때마다 발생하는 미세한 파동이 무강의 두꺼운 철갑 장화를 타고 뼛속 골수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쇠사슬이 쓸리는 소리, 심장 박동의 미세한 진동마저 그의 감각망에 포착되었다.


스으읍.


살수 한 명이 붉은 장막 속에서 소리 없이 귀두도를 펼쳐 무강의 목덜미를 노리고 쇄도했다. 참격의 파공음이 귀를 찢기 직전, 무강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상체를 앞으로 슬쩍 기울이며 관성을 가동했다.


‘중력 낙하 보법(중력 낙하 보법).’


무거운 몸뚱이가 앞으로 쓰러지는 찰나의 무게중심 이동. 무강은 단 한 걸음 만에 적의 참격 궤적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깡—!


살수의 귀두도가 무강의 견갑 표면을 강타하며 튕겨 나갔다. 무강의 동피철골 외공과 현철갑의 무식한 두께는 일류 살수의 검기를 가볍게 튕겨냈다. 검기가 갑옷을 관통하지 못하고 표면에서 소멸한 것이다. 무강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목을 강하게 꺾었다.


“잡았다.”


쇳소리 섞인 과묵한 목소리가 연막을 뚫었다. 무강이 완력을 주입해 손목에 감겨 있던 굵은 현철 사슬을 던졌다.


‘사슬 옭아매기!’


뱀처럼 날아간 무쇠 사슬이 살수의 목덜미를 칭칭 감았다. 무강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슬을 제 몸 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천근력의 압도적인 완력 앞에서는 일류 살수의 신법도 한낱 종이인형에 불과했다.


“끄아악!”


비명 소리와 함께 살수의 신형이 무강의 앞으로 끌려와 단단한 갱도 벽면에 처박혔다. 머리뼈가 바스러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살수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위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붉은 안개 너머에서 불길한 쇳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휘이이익—!


살수 세 명이 동시에 허공에서 날아오며 굵은 강철 사슬 그물을 범무강의 몸 위로 던졌다. 그물 끝에는 무거운 쇳덩이 추들이 달려 있어, 무강의 전신을 휘감으며 조여들었다. 사지 잠금 상태에서 그물에 묶인다면 아무리 천근의 힘을 지녔다 한들 기동성이 완전히 마비될 터였다.


“묶어라! 저 괴물을 꼼짝 못 하게 만들어라!”


안개 속에서 염귀의 흉포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살수들이 사슬 그물의 사방 끝을 잡아당기며 무강을 고정하려 발악했다.


무강은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무릎 관절의 톱니들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으나, 무강은 뼛속 깊이 각성하기 시작한 금강골의 지지력을 다졌다. 그의 전신 혈관이 터질 듯 솟아올랐다. 무강은 그물을 당기던 살수들의 장력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냈다. 그리고 양손을 모아 전신의 회전력을 가동했다. 족쇄 사슬을 쥔 손목을 비틀어,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그물 사슬을 역으로 휘감아 쥐었다.


우드득!


“어, 어라? 이놈의 무게가……!”


그물을 잡고 있던 살수들의 신형이 범무강의 압도적인 질량과 인력에 이끌려 앞으로 무참히 쏠렸다. 무강은 천근력의 완력으로 사슬을 움켜쥐고 그대로 회전시켰다.


콰아앙! 콰직!


사슬 그물에 묶여 있던 살수 세 명이 갱도 바위벽에 정면으로 처박히며 피를 토했다. 그들의 척추가 바스러지는 끔찍한 파열음이 연막 속을 가득 메웠다.


“비겁한 자객 놈들!”


팽대혁의 포효와 함께 혼원강기가 붉은 안개를 찢었다. 대혁이 팽철의 잔당들을 마크하는 사이, 무강의 발바닥으로 묵직하고 광포한 진동이 전해졌다.


쿵, 쿵, 쿵!


대지를 울리는 거친 발걸음. 혈투대장 염귀가 마침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거대한 귀두도에 혈살공의 비린 살기가 붉은 안개처럼 서려 있었다.


“범무강! 내 도법은 방금 전의 애송이들과는 다르다! 대가리째로 쪼개주마!”


염귀가 허공으로 도약하며 혈귀도법의 필살 참격을 내리쳤다. 붉은 검기가 암도의 천장을 긁으며 무강의 머리 위로 수직 낙하했다.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 가해지는 초일류에 준하는 이류 극성의 파괴력.


무강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투구의 이마 부분을 비틀어 내리치는 귀두도의 칼날을 향해 정면으로 들이밀었다.


‘철벽 참수방어!’


콰아아앙—!


귀두도의 날카로운 칼날이 무강의 투구 이마 돌출부를 강타했다. 전신을 뒤흔드는 폭발적인 충격파와 함께 사방으로 붉은 불꽃이 비산했다. 귀두도의 날카로운 검기가 투구 표면을 긁으며 끔찍한 이명을 유발했으나, 무강은 고통 면역으로 뇌진탕의 충격을 억누르며 단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염귀의 귀두도가 무강의 투구를 스치며 붉은 불꽃이 튀는 찰나, 무강은 손목을 낚아챘다.


쉬이익!


무강이 던진 현철 사슬이 뱀처럼 허공을 가르며 염귀의 두꺼운 귀두도 손잡이를 칭칭 감아쥐었다.


철컥! 우드득!


“뭐, 뭐라고?!”


염귀의 눈에 처음으로 경악과 공포가 서렸다. 무강의 사슬이 귀두도의 손잡이를 완벽하게 결박한 채, 천근의 완력으로 그의 무기를 통째로 빼앗으려 잡아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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