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털린 질투의 이등제자
“아이고, 허벅지야. 진짜 대륙 놈들은 아스팔트 깔 줄을 모르나? 도로 포장 상태가 이게 뭐냐고, 이게!”
낙안현 외곽의 낡은 마구간 자취방. 김대남은 이가 갈리는 허벅지 근육통을 느끼며 자전거 번개호의 페달에서 발을 내려놓았다. 방금 전 백가촌 상단에 만두 백 개를 식기 전에 배달하고 돌아온 참이었다. 그의 손바닥에는 왕씨 형님에게 받은 피 같은 구리 동전 몇 닢이 짤랑거리고 있었다. 아주 소소한 푼돈이었지만, 무림에 떨어져 제 손으로 번 첫 상업 배달 수익이었다.
대남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배터리는 자가발전 노가다 덕분에 겨우 25%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언제 꺼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다. 게다가 화면 구석에는 여전히 ‘평점 5.0 만점’이라는 문구와 함께 박 점장의 가상 독촉 메시지가 흐릿하게 떠 있었다.
“일당 삭감은 절대 안 돼. 이번 달 방세랑 원래 세계로 돌아갈 차비를 모으려면 단 1점의 평점도 깎여선 안 된단 말이다.”
대남은 한숨을 쉬며 자전거 번개호를 마당 한가운데에 세웠다. 어제 삼멸결계를 돌파하고 지붕을 뚫으며 굴렀던 탓인지, 앞바퀴 체인과 크랭크 부근에 검은 기름때와 흙먼지가 잔뜩 껴 있었다. 체인이 뻑뻑해지면 가속도가 안 붙고, 가속도가 안 붙으면 배송 지연으로 이어진다. 배송 지연은 곧 감봉이다.
“안 되겠어. 미리미리 닦아놔야지.”
대남은 작업용 빨간색 3M 미끄럼 방지 장갑을 양손에 꽉 끼었다. 그리고 공구 가방에서 체인 핀 제거기와 스패너를 꺼내 들었다. 대남이 자랑하는 ‘자전거 자가 정비술’이 빛을 발할 시간이었다. 그의 손놀림은 신속했다. ‘3초 타이어 탈착권’의 손재주를 응용하여, 체인의 연결 핀을 순식간에 밀어내어 분리했다. 먼지와 시커먼 그리스가 잔뜩 묻은 무겁고 묵직한 쇠 체인이 대남의 장갑 낀 손에 뱀처럼 툭 떨어졌다.
그때였다. 마구간 입구의 낡은 판자문 사이로 은은하고 차가운 기운과 함께 향기로운 꽃내음이 스며들었다.
대남이 고개를 들자,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녀가 서 있었다. 하얀 도포에 붉은 띠를 매고, 얼음처럼 차가운 미모를 뽐내는 청운문 대사매, 청아 소저였다. 그녀의 품에는 비단으로 정성스럽게 싸인 작은 상자가 안겨 있었다.
“대종사님…….”
청아가 수줍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차가운 얼음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소리 같았지만, 뺨은 미세하게 붉어져 있었다. 대남은 반사적으로 ‘고객 감동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굽혔다.
“아, 청아 고객님! 어서 오십시오! 팔도익스프레스 낙안현 제1보관소입니다. 오늘은 어떤 물건을 배달해 드릴까요?”
청아는 대남의 시커먼 기름때 묻은 손과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깊은 전율을 느꼈다.
*‘오오…… 천하제일의 공간 이동 무공을 지니신 대종사께서, 세속의 명예와 권세를 모두 버리고 오직 이 하찮은 배달이라는 행위를 구도의 방편으로 삼으셨구나. 저 손에 묻은 시커먼 기름때야말로 속세의 먼지를 스스로 뒤집어쓰신 위대한 성자의 흔적이다!’*
청아는 가슴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끼며 비단 상자를 내밀었다.
“청운산 뒤편에 은거하시는 사숙조님께 이 귀한 영초를 전달해야 합니다. 험난한 절벽 길이라 일반 전령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대종사님의 신비로운 축지법(자전거 주행)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 무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절벽 길이요? 문제없습니다! 추가 수수료만 조금 더 주시면 식기 전에, 아니 얼지 않게 신선 배송해 드립니다!”
대남은 즉시 스마트폰 배달 앱의 접수 화면을 켰다.
“자, 고객님. 여기에 손가락으로 사인 한 번만 해주세요. 그리고 배달 완료되면 평점 5점 만점 잊지 마시고요!”
청아는 빛이 뿜어 나오는 스마트폰 액정을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것이 바로 하늘의 인과율을 조율한다는 전설의 신물 서판이구나. 대종사님과 영혼의 서약을 맺는 신성한 의식이다!’*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액정 위에 자신의 이름을 수줍게 적었다.
바로 그 순간, 마구간 밖에서 날카롭고 오만한 사자후가 폭발하듯 들려왔다.
“청아 사매! 어찌하여 이런 천한 마구간에서 사파의 괴인과 은밀히 만나고 있는 것이냐!”
판자문이 거칠게 부서지며, 깔끔한 청운문 무복을 입은 청년이 검을 쥔 채 들이닥쳤다. 날카로운 고양이 눈매에 잔뜩 질투심이 오른 사내, 청운문의 이등제자 배진태였다. 그의 뒤에는 삼류 무사 수준의 율법당 대원 서너 명이 장검을 뽑아 든 채 거들먹거리며 서 있었다.
배진태는 청아의 붉어진 얼굴과, 대남이 쥔 스마트폰을 번갈아 보며 눈이 뒤집혔다. 자신이 수년간 짝사랑해 온 대사매가, 겨우 주황색 옷을 입은 천한 배달원 놈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다니! 질투가 단전을 찢고 솟구쳤다.
“네놈이구나! 해괴한 수레를 타고 우리 문파의 결계를 어지럽히고 사매를 홀린 사파의 세작 놈이!”
배진태가 장검을 뽑아 대남의 코앞에 겨누었다.
“진태 사제! 무례하도다! 이분은 우리 문파의 은인이시자 태상장로님의 목숨을 구하신 공간 대종사님이시다! 당장 검을 거두지 못할까!”
청아가 서늘한 기운을 뿜으며 소리쳤지만, 배진태는 오히려 더 흥분했다.
“사매! 저놈은 내공이 단 한 톨도 없는 사기꾼일 뿐이오! 내 오늘 저놈의 목을 베어 그 가짜 명성을 천하에 밝히겠소! 야, 주황색 괴물 놈아! 사내대장부라면 비겁하게 사매 뒤에 숨지 말고 나와 진검 승부를 가리자! 배진태의 진검 승부 신청을 받아라!”
대남은 황당해서 입을 쩍 벌렸다.
*‘아니, 저 미친 코스프레 찌질이는 또 왜 시비야? 진검 승부? 나 칼 맞으면 죽는다고! 그리고 나 지금 바빠 죽겠는데!’*
대남은 배진태의 칼날보다, 그의 손에 쥔 자전거 체인의 핀이 어긋나 정비가 늦어질까 봐 극도로 초조해졌다. 체인 핀이 어긋나 정비가 늦어지면 다음 배달을 갈 수 없고, 배송 지연이 발생하면 박 점장에게 감봉을 당한다. 대남에게는 칼날보다 감봉이 오만 배는 더 무서운 지옥이었다.
“아저씨, 나 진짜 바쁘거든요? 칼치기 하지 말고 저리 비켜요. 체인 핀 어긋나면 아저씨가 물어낼 겁니까?”
대남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체인 핀 제거기를 돌려 체인을 완전히 분리했다. 양손으로 시커먼 그리스가 뚝뚝 떨어지는 묵직한 쇠 체인을 쥐고,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가볍게 흔들 준비를 했다.
배진태는 대남의 무심하고 귀찮아하는 표정을 보고 자존심이 완전히 짓밟혔다.
“저놈이 끝까지 나를 무시하는구나! 창천검법(蒼天劍法), 일격필살!”
배진태가 기합을 넣으며 신형을 날렸다. 그의 장검 끝에서 삼류 최정상의 날카로운 검기가 일렁이며 대남의 가슴을 향해 무섭게 쇄도했다. 검 끝이 공기를 찢으며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사제, 안 돼!”
청아가 비명을 지르며 빙한기운 장풍을 펼치려 했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하지만 대남은 배진태가 돌진하든 말든, 오직 체인의 흙먼지를 빨리 털어내고 정비를 끝내야 한다는 생계형 집념에만 몰두해 있었다.
“에이, 먼지가 왜 이렇게 안 털려! 훠이!”
대남은 3M 미끄럼 방지 장갑의 완벽한 그립력을 바탕으로, 손목 스냅을 강하게 꺾으며 쇠 체인을 허공을 향해 ‘탁!’ 하고 세차게 털어내었다.
그 순간, 기막힌 물리 법칙의 나비효과가 발생했다.
대남이 털어낸 묵직한 쇠 체인이 공중에서 원심력을 얻어 고속 회전하며 포물선을 그렸다. 마침 대남의 가슴을 찌르기 위해 돌진하던 배진태의 검날이, 고속 회전하는 쇠 체인의 틈새에 기가 막힌 각도로 맞물려 들어갔다.
*채쟁-!*
날카로운 쇠마찰음과 함께, 배진태의 장검이 체인의 무식한 물리적 회전력에 말려 들어가며 강제로 궤도가 비틀어졌다. 검이 허공으로 튕겨 나가는 순간, 회전력을 멈추지 않은 쇠 체인의 끝부분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배진태의 왼쪽 뺨을 그대로 후려쳤다.
*빡-!!!*
“커헉-!!!”
지독한 쇳소리와 함께 배진태의 고개가 90도로 꺾였다. 그의 입안에서 하얀 이빨 세 개가 피분수와 함께 허공으로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우와아악!”
배진태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처박혔고, 가속도를 이기지 못해 흙바닥을 대여섯 바퀴 구른 끝에 마구간 구석의 말똥 더미에 처참하게 처박혔다.
마구간 내부가 순간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배진태의 부하들과 청아는 턱이 빠질 듯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내공을 전혀 쓰지 않고, 오직 낡은 철사슬 하나를 휘둘러 일류의 창천검법을 완벽하게 disarm하고 타격하다니!’*
청아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저것은 무형의 기운을 실어 궤적을 비트는 연검술(軟劍術)의 극의……! 대종사께서는 진태 사제의 목숨을 해하지 않기 위해, 검을 쓰지 않고 오직 자전거 부품만으로 자비를 베풀어 제압하신 것이다!’*
배진태는 말똥 범벅이 된 채 뺨을 움켜쥐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 이빨이…… 내 이빨이이이! 사파의 괴물 놈이 요술을 부렸다!”
대남은 체인에 묻은 흙이 배진태의 얼굴에 튄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아니, 그러니까 작업 중에는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요. 체인에 또 먼지 묻었잖아! 이거 어쩔 거야!”
대남이 짜증 섞인 얼굴로 다가서자, 배진태와 부하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사, 살려주시오! 대종사여!”
그들은 기절초풍하여 부서진 문짝을 뚫고 낙안현 시장통 대로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쳤다.
청아는 대남의 무심하고도 깊은 자비심(?)에 감격하여 얼굴을 붉힌 채 비단 상자를 내려놓았다.
“대종사님의 깊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사제들을 해하지 않고 훈계만 하시는 모습에 다시 한번 감동했습니다. 이 물건을 부디 무사히 배달해 주십시오.”
“예, 예…… 평점 5점 꼭 부탁드려요, 고객님.”
대남은 영문도 모른 채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배진태가 비참하게 쫓겨난 저잣거리 모퉁이 너머, 검은 비단 옷을 입은 사내가 그 광경을 은밀히 지켜보고 있었다. 낙안현의 물류 독점권을 쥐고 상인들을 착취하던 흑풍상단주 팽무적(팽무적)의 밀정이었다.
그는 품에서 서찰을 꺼내 급히 글을 적기 시작했다.
[보고: 낙안현에 공간 이동을 다루는 괴물뿐만 아니라, 철사슬로 검법을 무력화하는 무시무시한 연검술의 대종사가 나타났음. 우리의 상권 독점이 위태로움.]
낙안현을 지배하던 거대 상단, 흑풍상단의 어두운 그림자가 대남의 팔도익스프레스를 향해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