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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뚫어버린 천년의 영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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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어어어! 잔디 훼손 컴플레인은 절대 안 돼!”


외문의 거대한 푸른 결계를 자전거 바퀴 하나로 산산조각 내버린 대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 뒤편 진흙탕 속에서 외문 제자들이 “공간을 접어 달리는 대종사다!”라며 비명을 지르든 말든, 그의 귀에는 오직 스마트폰에서 울려 퍼지는 시뻘건 경고음만이 천둥처럼 박힐 뿐이었다.


[남은 시간: 12분 45초]

[경고: 배송 지연 시 당일 일당 50% 즉시 삭감!]


일당 삭감. 그 네 글자는 이 척박한 무림 땅에 떨어진 생계형 배달원 김대남에게 있어 목이 달아나는 참수형보다 더 끔찍한 형벌이었다. 대남은 침을 꿀컥 삼키며 핸들바 중앙에 거치된 스마트폰 화면을 노려보았다. 네비게이션의 붉은색 최단 경로 선이 안개 낀 내문 전각의 뒤뜰을 가리키며 기괴하게 꺾여 있었다.


“아니, 네비 이 미친놈아! 왜 길이 아니라 남의 집 뒷마당 잔디밭으로 가라는 거야!”


대남의 눈앞에 펼쳐진 곳은 청운문 내문 제자들의 전용 연무장과 연결된, 푸르고 아름답게 가꿔진 후원 잔디밭이었다. 비바람에 젖어 촉촉하게 빛나는 잔디들은 얼핏 보기에도 문파의 정원사가 수십 년 동안 애지중지 가꿔온 예술품 같았다.


현대 아파트 단지에서 배달할 때 ‘잔디밭 진입 금지’ 표지판을 무시했다가 경비 아저씨에게 잡혀 지독한 컴플레인을 먹었던 트라우마가 대남의 뇌리를 스쳤다. 잔디 훼손으로 평점 테러라도 당하는 날에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여비는커녕 당장 오늘 저녁 굶어 죽을 판이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단 12분.


“경비 아저씨한테 조인트를 까이더라도 일단 감봉은 피하고 본다! 조상님, 김해 김씨 삼십이대손 대남이가 갑니다!”


대남은 이를 악물고 번개호의 기어를 고단으로 묵직하게 변속했다. 빗물에 젖은 잔디밭은 최악의 빙판길이나 다름없었다. 타이어가 젖은 풀잎을 밟을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의 뒷부분이 좌우로 사정없이 요동쳤다.


“어어, 미끄러진다! 미끄러져!”


대남은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안장 뒤편으로 쭉 빼며 체중을 뒷바퀴에 싣는 ‘웨이트 백’ 자세를 취했다. 고등학교 시절 배달 오토바이를 타며 몸으로 익혔던 슬라이딩 회기 기술이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잔디밭을 가로지르던 바로 그 순간, 붉은색 내비게이션 경로 선이 꺾이는 90도 코너 한가운데에 기묘하게 돌출된 둥근 바위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은 이끼가 잔뜩 낀 채 잔디밭 한가운데에 박혀 있는, 얼핏 보면 평범한 조경용 수석 같았다. 하지만 그 돌은 청운문의 역사에서 가장 삼엄하고도 허무한 비밀을 품고 있는 존재였다.


이름하여 ‘청운문 영맥 대폭발지’.


천년 전, 청운문의 개파조사가 문파의 영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지의 혈맥 위에 얹어놓은 전설의 봉인석이었다. 수많은 무림의 고수들과 진법가들이 이 영맥을 뚫어 문파의 기운을 되살리려 했으나, 강력한 영적 저주와 진법의 반동 때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물러났던 마의 구역.


물론, 현대의 평범한 배달원인 김대남이 그딴 거창한 역사적 비하인드를 알 리가 없었다.


“아니, 왜 정원 한가운데에 저딴 뚝배기 같은 돌을 박아놓은 거야!”


대남은 돌을 피해 가기 위해 급히 핸들을 꺾었다. 하지만 물기를 머금은 진흙과 잔디의 마찰 계수는 제로에 가까웠다. 번개호의 앞바퀴가 흙에 미끄러지며 자전거가 궤도를 잃고 비스듬히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제어력을 잃은 삼륜 자전거는 그대로 둥근 바위를 향해 돌진했다.


“으아악! 부딪힌다! 내 자전거 수리비이이!”


대남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뒷브레이크 레버를 움켜쥐며 페달을 아래로 강하게 내리찍었다. 자전거의 제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몸의 하중을 뒷바퀴에 집중시키는 처절한 생존 처세, 이른바 무림인들이 보기에는 천지의 기운을 발끝으로 모아 대지를 누르는 ‘영맥 압착 보법’의 극의였다.


*콰아아아아앙!*


대남의 몸무게와 배달 가방의 무게, 그리고 영석 합금으로 강화된 번개호의 묵직한 철제 프레임 하중이 자전거 뒷바퀴라는 단 하나의 접점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 바퀴는 드리프트의 엄청난 원심력과 함께 둥근 바위의 측면 지렛대 지점을 정확하게 내리찍었다.


천년 동안 그 어떤 화경 고수의 강기로도 부술 수 없었다던 봉인의 비밀은 실로 허무했다. 그것은 대단한 주술적 저주가 아니라, 단지 동그란 바위가 영맥의 좁은 구멍 위에 ‘딱 들어맞는 크기’로 꽉 끼어 있었을 뿐이었다. 마치 코르크 마개로 단단히 막아둔 와인병처럼 말이다.


그 병목 같은 구조에 대남의 자전거가 가한 수백 킬로그램의 물리적 수직 하중과 회전 마찰력이 가해지자, 완벽한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발동했다.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둥근 바위가 *팅!*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옆으로 사정없이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그 마개가 열린 순간.


*쿠구구구구구궁-!*


대지 깊은 곳에서부터 청운산맥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꽉 막혀 있던 천년의 순수한 영기가 엄청난 고압 가스처럼 대지의 구멍을 뚫고 하늘을 향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우웅-!*


눈부신 청색의 영기 기둥이 대남의 자전거 뒷바퀴 바로 아래에서 솟구쳐 올랐다. 폭풍 같은 기류가 대남의 주황색 유니폼을 세차게 흔들었고, 자물쇠와 체인들이 짤랑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대남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열풍과 백색 광선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엄마야! 가스 배관이 터졌다! 청운문 이 미친놈들, 정원에 가스관을 묻어놓은 거야?!”


대남은 튜브가 파열되어 타이어가 터질까 봐 사시나무 떨듯 떨며, 가스 폭발(?)에 휘말려 죽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았다. 그의 다리는 이미 인간의 회전 속도를 초월해 보이지 않는 잔상을 남기고 있었다.


같은 시각, 영맥 대폭발지 바로 옆에 위치한 고요한 전각, 태상장로의 연공실.


하얀 수염을 가슴팍까지 늘어뜨린 채 가부좌를 틀고 있던 청운문의 태상장로, 백운선사(백운선사)는 갑작스러운 천지개벽의 진동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백 년 동안 화경(化境)의 마지막 벽을 깨부수지 못해 기혈이 막힌 채 고질병을 앓고 있던 상태였다. 단전의 기운이 굳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던 그의 몸속으로, 방금 대지에서 폭발한 순수한 천년의 영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막혔던 영맥이 뚫리며 온 산맥의 영기가 그의 단전과 동조한 것이다.


*콰르르릉-!*


백운선사의 몸 주변으로 은은한 백색 광채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의 막혔던 경맥들이 고압의 물호스로 청소하듯 시원하게 뚫려 나갔다. 굳어 있던 얼굴의 주름이 펴지고, 흐렸던 안광이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맑게 빛나기 시작했다. 백 년 동안 그를 괴롭히던 체증이 단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천년 동안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조종영맥의 봉인이 풀린 것이란 말이냐!”


백운선사는 떨리는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몸 안에서 무한히 순환하는 지치지 않는 화경의 극의, 반로환동의 기적이 그의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연공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저 멀리 청색 영기 폭풍이 대지를 뚫고 솟구치는 한가운데, 주황색 옷을 입은 기인이 철마를 탄 채 유유히 폭풍을 뚫고 광속으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백운선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천지의 흐름을 완벽히 읽고, 단 한 발의 보법으로 대지의 혈맥을 정화하다니……! 저 자야말로 하늘이 내린 은거 대종사(大宗師)임이 분명하구나!”


하지만 감격에 젖은 백운선사의 외침도 잠시, 청색 영기 기둥이 청운산맥의 하늘을 찌르며 구름을 갈기갈기 찢어발기자 청운문 전체에 귀를 찢는 비상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댕! 댕! 댕! 댕!*


내문 깊은 곳에서 검은 철갑 도포를 입은 살기등등한 사내가 장검을 뽑아 들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청운문의 완고하고 무자비한 집행장로, 독고성(독고성)이었다.


“누가 감히 청운문의 영맥을 오폭시키고 성역을 더럽혔단 말이냐! 사파의 대마두가 침입했다! 율법당 전원, 비상 경계령을 선포하고 침입자를 즉시 처단하라!”


독고성의 사자후가 청운산맥 전체를 뒤흔드는 가운데, 대남은 자전거를 탄 채 “아악! 내 타이어 펑크 안 났겠지?!”라며 울부짖으며 내문 안쪽으로 더욱 맹렬히 질주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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