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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세가 천재의 원형 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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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랑, 짤랑, 짤랑.”


낙안현 저잣거리의 흙먼지 날리는 대로변 위로 불길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황색 배달원 유니폼을 입고 플라스틱 헬멧을 쓴 김대남은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내내 신경질적으로 뒷바퀴 쪽을 힐끗거렸다. 고속 드리프트의 여파로 자전거 번개호의 체인 장력이 완전히 늘어난 탓이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체인이 체인링에서 이탈해 헛돌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진동이 그의 발바닥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 진짜 미치겠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정비 불량이 터지냐!’


대남은 자전거 핸들바 거치대에 고정된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했다.


[배터리 잔량: 25%]

[경고: 청아 소저의 ‘태양의 돌(일회용 핫팩)’ 수명 종료 30분 전!]


화면 상단에서 붉은색 경고창이 사정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청운문 최고의 미소녀이자 대사매인 청아 소저가 만년 냉독을 정화하는 천계의 보패로 철석같이 믿고 있는 다이소표 300원짜리 일회용 핫팩. 그 핫팩의 화학적 산화 반응이 끝나 차갑고 딱딱한 철가루 덩어리로 변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만약 소저가 품고 있는 보패가 완전히 식어버린다면, 대남의 압도적인 고객 만족도와 평점 5점 만점 신화는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터였다.


‘평점 1점 테러라니, 그건 내 목숨줄이 날아가는 것과 같다! 당장 철수 아저씨 대장간으로 가서 체인을 짱짱하게 조이고, 청운문 내문으로 폭풍 질주해서 새 핫팩으로 교체해 주어야 해!’


대남은 지독한 감봉의 공포와 평점 사수의 집념으로 눈을 부릅뜨고 페달을 밟았다. 늘어난 체인이 짤랑거리며 비명을 질렀지만, 대남의 무공 없는 범인의 허벅지 근육은 이미 생계형 광기로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런데 대장간으로 향하는 시장통 코너 부근에 이르렀을 때, 대남의 자전거 앞길을 가로막는 기묘한 장벽이 나타났다. 수십 명의 낙안현 주민들과 무사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구경거리의 한가운데. 그곳에 화려한 비단 도포를 입고 안경을 쓴 왜소한 사내가 바닥에 완전히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 사내의 이름은 제갈명. 중원 최고의 지략가 가문이라 불리는 제갈세가의 차세대 지략 수석이자, 기문둔갑과 진법 수식의 천재로 칭송받는 인물이었다.


“이, 이것은…… 인간의 필치로 그려진 것이 아니다. 우주의 인과율이 대지 위에 직접 새겨 넣은 무형의 결계 궤적이야!”


제갈명은 돋보기를 손에 쥔 채, 바닥에 남겨진 검은색 곡선 자국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미친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가 온몸에 흙먼지를 묻혀가며 관찰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대남이 어제 짝퉁 배달부를 추적하기 위해 자전거 번개호로 시장통 코너를 급격하게 꺾으며 남겨놓은 ‘원심력 드리프트 이론’의 타이어 마찰 자국이었다.


제갈명의 눈에는 이 타이어 자국이 지극히 성스럽고 삼엄한 고대의 비전 진법으로 보였다.


“보아라! 이 곡선의 곡률은 청운산맥의 지맥 흐름을 정확히 9대 1의 비율로 분할하고 있다. 게다가 이 검은 흔적의 깊이와 마찰의 강도는 대지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기의 혈자리를 정확히 눌러 억제하고 있단 말이다! 어떤 고수가…… 대체 어떤 초월자가 이 낙안현 한복판에 기문둔갑의 진안을 우회하는 완벽한 방어 결계를 단 한 번의 궤적으로 새겨 놓았단 말인가!”


제갈명은 흥분으로 안경을 들썩이며 품속에서 서책과 주판을 꺼내 들었다. 그는 제갈세가의 비전 심법인 ‘제갈가 태극정심공’을 가동하며 뇌 세포를 극한으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바닥에 새겨진 타이어 자국의 마찰 계수와 자전거 바퀴살의 회전수, 그리고 대남이 주행 시 가했던 하중의 상관관계를 진법의 호흡으로 대입하려 시도한 것이었다.


“타이어 폭 1.95인치…… 아니, 이 무형의 법보가 대지를 압착한 너비는 정확히 삼치 이푼. 그리고 이 곡선이 꺾인 각도는 태극의 음양 분할선과 일치한다. 그렇다면 이 흔적을 남기기 위해 회전한 기어의 이빨 개수는…… 앞니 서른두 개, 뒷니 열여섯 개! 음양의 비율이 정확히 2대 1의 조화를 이루고 있구나!”


제갈명은 주판을 초고속으로 두드리며 수식을 계산해 나갔다. 이빨 개수 32대 16이라는 기하학적 정수론을 진법의 순환 호흡으로 환산하려 하자, 그의 뇌리에 엄청난 지적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무공의 이치와는 전혀 무관한, 현대 삼천리 자전거의 순수한 기계적 물리 법칙과 마찰 공식을 억지로 무협식 기공 이론에 끼워 맞추려 하니 머릿속 경맥이 꼬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크윽…… 머리가,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이 회전의 마찰력 속에 담긴 내공의 흐름을 어찌 계산해야 한단 말이냐! 한 호흡에 기어가 맞물리는 정수론적 마찰의 궤적이 왜 자꾸 기문둔갑의 방어 진법을 찢고 지나가는가!”


제갈명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그의 주변을 둘러싼 구경꾼들은 제갈세가의 천재가 바닥을 보며 괴로워하자 마른침을 삼켰다.


“오오! 제갈세가의 천재가 주황색 대종사님의 흔적을 해독하려다 벽에 부딪힌 모양이다!”

“과연 대종사님의 보법은 천하제일의 지략가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극의란 말인가!”


바로 그 순간, 구경꾼들의 수군거림을 찢고 청아한 자전거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따릉! 따릉! 따르릉-!*


“아저씨! 비켜요, 비켜! 거기 그렇게 엎드려 계시면 제 자전거 지나가기 아주 불편하거든요?! 대장간 가야 하니까 길 좀 터주세요!”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는 대남이 늘어난 체인을 짤랑거리며 자전거 번개호를 몰고 군중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대남의 눈에는 길바닥에 코를 박고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는 제갈명이 그저 정신 나간 도로 방해꾼으로 보일 뿐이었다.


제갈명은 따릉이 벨 소리의 맑은 음파 진동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의 시야에 붉은 석양빛을 등지고 서 있는 주황색 괴물, 김대남의 모습이 들어왔다. 대남이 낀 빨간색 3M 장갑과 번쩍이는 플라스틱 헬멧을 본 제갈명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 자가 바로 공간 이동의 대종사……! 저 짤랑거리는 체인 소리는 우주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천도의 회전음이 분명하다!’


제갈명은 대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듯이 다가가며 울부짖었다.


“김 대종사! 제발 가르침을 주십시오! 이 대지 위에 새겨진 무형의 결계 궤적, 이 기문둔갑의 진안을 완벽히 우회하는 회전의 비법을 어찌 단 한 번의 보법으로 완성하신 것입니까! 제갈세가의 모든 수식법을 동원해도 이 마찰의 이치를 해독할 수가 없나이다!”


대남은 기가 막혀 혀를 찼다.


“아니, 뭔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거 그냥 어제 짝퉁 배달부 도둑놈 쫓아가다가 타이어가 다 닳아서 급커브 돌 때 미끄러진 자국인데요? 브레이크 패드 아끼려다가 타이어 고무만 다 갈려 나갔구만, 뭘 그렇게 돋보기까지 대고 심각하게 보고 계신대?”


대남은 진심으로 타이어 마모 상태가 걱정되어 투덜거렸다. 하지만 제갈명의 뇌 필터는 이 세속적인 불평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은어로 필터링하여 받아들였다.


‘미끄러진 자국……? 브레이크 패드를 아끼려다 타이어가 갈려 나갔다?!’


제갈명의 안광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오오……! 대종사께서는 지금 세속의 욕망과 집착이라는 ‘브레이크’를 아낌없이 놓아버림으로써, 영혼의 ‘타이어’를 속세의 거친 대지 위에 직접 마찰시켜 스스로를 깎아내며 transcendence(초월)를 이룩하셨다는 뜻이구나! 억지로 멈추려 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몸을 맡겨 미끄러지듯 나아갔기에, 기문둔갑의 모든 인위적인 장벽을 가볍게 우회하여 돌파하셨다는 도가 최고의 무위자연 배송설의 극의로다!’


제갈명의 뇌 세포가 100도를 넘어 200도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순수한 물리적 마찰 공식과 자전거 기어비의 이치를 억지로 도가적 무공의 극의로 수식화하려 하자, 그의 단전 내에 축적되어 있던 맑은 기운이 사정없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크, 크아아아악! 해독 불가! 나의 수식으로는 저 무위자연의 마찰 계수를 도저히 담아낼 수가 없다!”


제갈명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정수리 부근에서 기묘한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었다. 수많은 구경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제갈명의 머리 정중앙에 있는 머리카락들이 한 움큼, 정확히 완벽한 자전거 기어 모양의 둥근 원형을 그리며 하늘로 흩날려 사라졌다.


원형 탈모(Alopecia Areata)의 강림이었다.


“이, 이것은……! 천도의 회전 조화(天道之 回轉 調和)로다! 우주의 톱니바퀴가 내 머리통마저 깎아내려 진안(陣眼)을 새겨 넣었구나!”


제갈명은 자신의 대머리가 된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광적인 희열과 절망이 뒤섞인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뇌세포의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뒤집으며 바닥으로 쓰러져 기절해 버렸다.


주변 구경꾼들은 그 광경을 보고 단체로 바닥에 엎드리며 대남을 향해 경배를 올렸다.


“오오! 대종사님의 말씀 한마디에 제갈세가의 천재가 득도하여 머리카락을 공양했다!”

“지나가기만 해도 천재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깨달음을 내리시는구나! 과연 공간 대종사님이시다!”


대남은 기절한 제갈명과 자신을 향해 절을 올리는 주민들을 보며 황당함에 턱을 빠뜨렸다.


“아니, 미친놈인가…… 지가 혼자 계산하다가 탈모 온 걸 왜 내 자전거 탓을 해? 진짜 이 동네는 정상인이 없네, 정상인이 없어!”


대남은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황급히 자전거 번개호의 페달을 밟았다. 늘어난 체인이 짤랑거리며 울리는 가운데, 대남은 서둘러 철수의 대장간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뒷산 사당의 쇠돌이가 전해준 정비의 실마리와, 당철이 어둠 속에서 노려보는 위협이 대장간 안마당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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