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짝퉁 배달부와 GPS 추적
낙안현 산길을 내달리는 김대남의 허벅지는 터지기 직전이었다. 독이 든 만두로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마교 세작 제자를 쫓아낸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짠돌이 택배 기사 대남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진짜 공포는 따로 있었다.
‘아니, 잠깐만. 내가 청아 소저한테 준 그 300원짜리 다이소 핫팩…… 수명이 몇 시간이었지?’
대남은 자전거 안장 위에서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일반적인 일회용 핫팩의 지속 시간은 길어야 12시간이다. 청아 소저에게 핫팩을 건넨 지 벌써 11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한천동의 만년 냉독을 정화한 ‘천상의 화속성 보패’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소저의 품 안에서, 그 핫팩이 차갑고 딱딱한 철가루 덩어리로 변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시간 남짓이었다.
‘미친! 핫팩이 식어버리면 보패가 방전됐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 아니, 사기당했다고 평점 1점 테러라도 하면 내 일당이랑 신용도가 날아가는데!’
평점 하락과 감봉은 대남에게 있어 무림맹주의 선전포고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었다. 어떻게든 배송 업무를 빨리 끝내고 청운문 내문으로 올라가 ‘보패의 기운을 재충전해야 한다’는 핑계로 새 핫팩을 쥐여주어야 했다. 대남은 이가 갈리는 조바심 속에서 자전거 번개호의 페달을 밟아 낙안현 마을 시장통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시장 초입에 들어선 대남의 눈앞에 해괴한 광경이 펼쳐졌다. 저잣거리 한복판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했고, 저 멀리 만두가게 주인 왕씨가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아이구, 내 팔자야! 그 귀한 비단 상자를 어찌한단 말이냐! 내 이제 청운문 장로님들 얼굴을 어찌 본단 말이냐!”
대남은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으며 왕씨의 만두가게 앞으로 다가갔다. 누렁이도 꼬리를 내린 채 왕씨의 주변을 맴돌며 낑낑거렸다.
“왕 사장님! 무슨 일입니까? 왜 시장 한복판에서 곡소리를 내고 계세요?”
대남이 헬멧을 고쳐 쓰며 묻자, 왕씨가 대남의 주황색 유니폼을 보자마자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부짖었다.
“김 소장! 자네가 온 줄 알았네! 방금 전에 자네랑 똑같은 주황색 옷을 입은 배달원이 와서, 청운문 내문으로 보낼 고가의 비단 상자를 자네의 대리인이라며 수령해 갔네! 내 의심치 않고 물건을 넘겨주었는데, 알고 보니 자네는 산길에 있었다니……! 그놈은 짝퉁이었어! 사기꾼이란 말이네!”
“뭐라고요? 내 유니폼을 입은 짝퉁 배달부요?”
대남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세차게 흔들렸다. 머리끝까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어떤 미친 새끼가 내 독점 브랜드를 사칭해? 안 그래도 핫팩 수명 때문에 피가 마르는데, 감히 내 팔도익스프레스의 신용도를 깎아먹으려고 작정을 했어?’
대남은 당장 저잣거리의 목격자들을 붙잡고 다급하게 물었다.
“아저씨들! 그 주황색 옷 입은 도둑놈 어느 방향으로 갔습니까? 똑똑히 보신 분 없어요?”
그러자 주변 무사들과 상인들이 저마다 손가락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내 똑똑히 보았네! 그 주황색 옷을 입은 자가 신형보법을 전개하더니, 동쪽 골목의 지붕 위를 날아갔네!”
“무슨 소리인가! 내가 보기엔 서쪽 대로를 향해 축지법을 쓰며 땅을 기어갔네!”
“아니야, 북문 너머 숲길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니까!”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증언들은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엇갈렸다. 무림인들의 뇌는 모든 빠른 움직임을 경신공이나 보법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지극히 주관적이고 허황된 진술뿐이었다. 대남은 머리를 짚었다.
‘이래서 판타지 세계관의 목격자 진술은 믿을 게 못 돼. 다들 눈에 필터가 껴서 지 좋을 대로만 보고 있잖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핫팩의 수명은 줄어들고 있었고, 짝퉁 배달부가 물건을 들고 낙안현을 벗어나면 팔도익스프레스의 브랜드 가치는 나락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대남은 깊은 심호흡을 하며 자전거 거치대에 고정된 스마트폰을 켜 들었다.
[배터리 잔량: 40%]
“결국 기계를 믿을 수밖에 없군. 다행히 왕 사장님이 물건을 접수할 때 내 앱에 정식 등록을 해두었지.”
대남은 팔도익스프레스 전용 배달 어플의 ‘실시간 배송 추적’ 탭을 활성화했다.
이 스마트폰 GPS의 작동 원리는 과학을 초월해 있었다. 차원 이동 당시 시공간의 균열 에너지가 스마트폰의 GPS 안테나에 고착되면서, 무림 세계의 영적 에너지 왜곡이나 특정 기운을 일종의 ‘통신 장애 구역’이자 ‘신호 발신지’로 인식하는 기묘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대남이 직접 바코드를 찍거나 앱에 정식으로 등록한 수하물은, 그 고유의 물리적 질량과 영기 흐름이 스마트폰 GPS 맵 위에 붉은색 실시간 좌표로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띠링! 미완료 수하물 실시간 위치 추적 중…….*
화면 상의 낙안현 정밀 지도 위에, 시장통 구석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는 선명한 빨간색 점 하나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점의 이동 궤적을 따라 붉은색 최단 경로 가이드 선이 실시간으로 그려졌다.
“잡았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대남의 눈에 지독한 짠돌이의 살기가 서렸다. 도주 속도는 시속 약 20km. 일반적인 경신공을 구사하는 이류 무사의 속도였다. 대남은 즉시 자전거 번개호의 안장에 올라타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카르르릉!*
철수가 영석 합금으로 짱짱하게 보강해 준 체인이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며 돌아갔다. 대남은 기어를 고단으로 변속하며 내리막길의 가속도를 얻기 위해 몸을 최대한 숙였다.
“따릉! 따릉! 따르릉!”
대남은 시장통 사람들을 헤치며 붉은 선이 가리키는 남쪽 골목을 향해 폭풍 질주를 시작했다. 누렁이도 대남의 분노를 감지했는지 우렁차게 짖으며 자전거 옆을 나란히 달렸다.
한참을 질주하던 대남은 골목 모퉁이에서 순찰 중이던 최포교와 열 명의 포졸 무리를 발견했다. 최포교는 어젯밤 대남의 청운패 권위에 머리를 박고 싹싹 빌었던 부패 관리였으나, 이제는 완벽하게 세뇌되어 대남의 눈치만 살피는 전속 경비원으로 전향한 상태였다.
“최포교 아저씨! 딱 맞춰 잘 만났네!”
대남이 자전거를 멈추지 않고 소리치자, 최포교가 깜짝 놀라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폴더 인사를 올렸다.
“아이고! 대종사님! 이 누추한 곳에는 어찌 이리 급하게 행차하십니까!”
“인사 생략하고 내 말 똑똑히 들어요! 지금 주황색 유니폼을 훔쳐 입고 상단의 물건을 가로챈 짝퉁 배달부 새끼가 도망치고 있습니다! 국가 지정 전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관청의 치안을 비웃는 대역죄인입니다!”
“무, 무엇이라?! 감히 대종사님의 명성을 사칭한 도둑놈이 있단 말입니까!”
최포교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대남을 건드렸다가 현령의 목이 날아갈 뻔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대남은 스마트폰 화면을 힐끗 보며 좌표를 불러주었다.
“그놈 지금 남쪽 폐가 구역으로 도망치고 있어요! 최포교 아저씨는 부하들을 이끌고 남문 입구와 서쪽 골목 합류 지점을 완전히 봉쇄하세요! 내가 뒤에서 그놈 아지트까지 압박할 테니까, 퇴로를 끊으란 말입니다!”
“존, 존명! 대종사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원 검을 뽑아라! 남문과 서쪽 합류점을 철통같이 봉쇄하라!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최포교가 관도를 치켜들며 사자후를 토하자, 포졸들이 일제히 쇠사슬을 절렁거리며 남쪽 골목으로 내달렸다. 관청의 무력이 대남의 손가락 끝 하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장관이었다.
대남은 다시 페달을 밟았다. 스마트폰의 붉은 선은 낙안현 외곽의 버려진 폐가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도망 속도가 느려진 걸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군. 감히 내 밥그릇을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보여주지.’
대남은 자전거 뒷바퀴의 기어를 수동으로 조절하며 가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
낙안현 남쪽 끝자락, 거미줄과 먼지가 가득한 버려진 폐가 창고 내부.
대남의 주황색 유니폼을 어설프게 흉내 낸 삼베옷을 입은 사기꾼 배달부 장씨가 왕씨에게서 훔친 고가의 비단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흑풍상단주 팽무적에게 고용된 사설 무사 세 명이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흐흐흐, 정말 식은 죽 먹기였군. 그 주황색 괴물 놈이 대종사니 뭐니 하더니, 겨우 이런 허술한 주황색 옷때문에 시장 상인들이 아무런 의심도 없이 보물을 넘겨주다니 말이오.”
장씨가 훔친 비단 상자의 잠금장치를 만지며 낄낄거렸다.
“이 비단은 청운문 장로들에게 바칠 최고급 영석 비단이라, 장터에 내다 팔기만 해도 은자 오십 냥은 가볍게 챙길 수 있을 걸세. 팽 상단주께서 아주 좋아하시겠어. 팔도익스프레스의 신용도가 땅에 떨어졌으니, 이제 낙안현 물류는 다시 우리 흑풍상단의 독점이다!”
무사 하나가 술잔을 들이키며 맞장구를 쳤다.
“장 형의 은형보법(은형보법)은 역시 일품이오. 흔적을 완벽히 지우고 도망쳤으니, 그 괴물 놈이 아무리 축지법을 쓴들 우리 아지트를 알아낼 방도는 절대 없지.”
그들이 승리를 확신하며 축배를 들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궁-!!!*
창고의 낡은 목조 철문이 벼락 맞은 것처럼 굉음을 내며 안쪽으로 사정없이 부서져 나갔다. 먼지 구덩이 사이로 뿜어져 나온 것은 무시무시한 속도의 주황색 실루엣이었다.
“어, 어어?!”
장씨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먼지를 뚫고 나타난 것은, 주황색 헬멧을 쓰고 빨간색 3M 장갑을 낀 채 삼륜 자전거 번개호를 탄 김대남이었다. 대남은 자전거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에서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는 ‘원심력 드리프트’를 시전하며 창고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끼이이이익-!*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긁었고, 자전거 뒷바퀴가 장씨가 앉아 있던 탁자를 들이받아 산산조각을 냈다. 탁자 위에 있던 비단 상자가 허공으로 떠오르자, 대남은 자전거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빨간 장갑을 낀 손을 뻗어 상자를 낚아챘다.
“배달 표준 매뉴얼 제4조! 오배송 및 도난 물품은 현장에서 즉시 회수한다! 이 짝퉁 도둑놈 새끼들아!”
대남이 상자를 품에 안고 소리치자, 사설 무사들이 무기를 뽑아 들며 소리쳤다.
“이, 이놈이 어떻게 기척도 없이 여기까지 추적해 온 거냐! 장 형의 은형보법이 깨졌단 말이냐!”
“은형보법이고 나발이고, 니들 머리 위에 위성이 떠 있는 한 내 손바닥 안이야!”
사실 위성이 아니라 시공간 에너지가 깃든 스마트폰 GPS의 작동 원리 덕분이었지만, 무사들에게는 대남이 하늘의 인과율을 감지해 자신들의 위치를 알아낸 신통력으로 들릴 뿐이었다.
무사들이 대남을 향해 칼을 휘두르려 돌진하자, 창고 무너진 문틈 너머로 철제 쇠사슬들이 뱀처럼 날아와 그들의 손목과 발목을 꽁꽁 묶어버렸다.
*철커덩! 철컹!*
“포졸들은 뭐 하느냐! 감히 대종사님의 물건을 훔친 역적 놈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포박하라!”
최포교가 이끄는 수십 명의 포졸들이 창고 안으로 들이닥치며 무사들과 장씨를 바닥에 가차 없이 메쳐 눌렀다. 몽둥이질이 사정없이 쏟아지자, 장씨와 무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납작 엎드렸다.
“아이고! 살려주십시오! 대종사님! 관청 나리들! 저희는 그저 흑풍상단의 팽무적 상단주가 시켜서 주황색 옷을 입고 물건을 훔쳤을 뿐입니다!”
장씨가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비굴하게 울부짖었다.
최포교는 대남의 눈치를 살피며 싹싹 빌었다.
“대종사님! 이 사기꾼 놈들이 팽무적의 사주를 받았음을 자백했사옵니다! 당장 흑풍상단으로 들이닥쳐 팽무적의 모든 재산을 압류하고 상단의 자금을 동결 조치하겠나이다!”
“좋아요. 아주 신속하고 정확한 처리 마음에 듭니다.”
대남은 품에 안은 비단 상자를 쓰다듬으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상자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이로써 팔도익스프레스의 신용도와 평점 5점 만점은 완벽하게 지켜졌다.
하지만 대남이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한 순간, 그의 가슴이 다시 한번 덜컥 내려앉았다.
[배터리 잔량: 25%]
실시간 GPS 추적 기능을 가동하느라 배터리가 순식간에 15%나 소모되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급격한 가속과 드리프트의 충격으로 인해 자전거 번개호의 체인 장력이 크게 늘어나 짤랑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 기어 변속 체인이 맛이 가려고 하네. 빨리 철수 아저씨 대장간에 가서 체인 조여달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청아 소저 핫팩 수명이…… 진짜 몇 십 분 안 남았어!’
대남은 마음이 급해져 자전거에 다시 올라탔다.
그가 자물쇠를 챙겨 대장간 골목길로 자전거를 몰아가기 시작할 무렵, 철수의 대장간 주변 어두운 그늘 속에서 기이한 쇠톱과 특제 절단기를 만지작거리며 자전거 번개호를 뚫어지게 노려보는 외눈의 왜소한 사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천당가의 방계 기계 공학자이자 약탈자인 당철의 탐욕스러운 안광이 대남의 뒷모습을 향해 좁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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