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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장로의 독이 든 만두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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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현의 아침은 언제나처럼 푸르스름한 안개와 함께 시작되었다. 팔도익스프레스 임시소 앞마당을 쓸던 김대남은 길게 기지개를 켜며 빗자루에 몸을 기대었다. 어젯밤 창고를 습격했던 칠성채 산적 오십 명이 관청 포졸들에게 굴비 엮이듯 묶여 끌려가던 처절한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 덕분에 최포교에게서 현상금 은자 삼십 냥을 받아내기로 약속받았으니, 대남의 주머니 사정은 차원이동 이후 가장 풍족한 상태였다.


“흐흐, 은자 삼십 냥이라. 이걸로 철수 아저씨한테 자전거 체인이랑 기어 기어비나 더 짱짱하게 교체해 달라고 해야지.”


대남은 흐뭇하게 웃으며 자전거 번개호의 핸들바에 장착된 배달 전용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배터리 잔량은 40%. 어젯밤 자가발전기를 미친 듯이 돌린 덕분에 어느 정도 숨통은 트였지만, 여전히 아껴 써야 하는 수치였다. 그때, 대남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앗, 잠깐만. 내가 청아 소저한테 준 그 300원짜리 다이소 핫팩…… 수명이 몇 시간이었지?”


대남은 다급하게 기억을 더듬었다. 일반적인 일회용 핫팩의 지속 시간은 길어야 12시간. 청아 소저에게 핫팩을 건넨 지 벌써 11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한천동의 만년 냉독을 정화한 ‘천상의 화속성 보패’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청아 소저의 품 안에서, 그 핫팩이 차갑고 딱딱한 철가루 덩어리로 변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시간 남짓이었다.


“미친! 핫팩이 식어버리면 ‘보패가 방전됐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 아니, 사기당했다고 평점 1점 테러라도 하면 내 일당이랑 신용도가 날아가는데!”


대남은 식은땀을 흘렸다. 어떻게든 배송 업무를 빨리 끝내고 청운문 내문으로 올라가 ‘보패의 기운을 재충전해야 한다’는 핑계로 새 핫팩을 쥐여주어야 했다. 마음이 급해진 대남이 자전거 안장에 올라타려던 바로 그 순간, 스마트폰 화면이 요란하게 진동하며 새로운 배달 의뢰 알림이 떴다.


*띠링! 신규 배달 의뢰가 접수되었습니다.*

[출발지: 왕씨네 만두가게]

[도착지: 청운산맥 적운곡, 세 번째 소나무 아래 ‘독고 선생’ 앞]

[배송 물품: 갓 찐 만두 한 상자]

[배송 수수료: 은자 다섯 냥 (선불 완료)]


“은자 다섯 냥?! 만두 한 상자 배달하는데 수수료가 다섯 냥이라고?”


대남의 눈이 쟁반만 하게 커졌다. 평소 낙안현 내부 배달 수수료가 동전 몇 닢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지독할 정도로 파격적인 고액 의뢰였다. 대남은 횡재했다는 생각에 콧노래를 부르며 즉시 자전거 페달을 밟아 왕씨네 만두가게로 향했다.


하지만 대남은 알지 못했다. 이 달콤한 고액 의뢰의 배후에는, 자신을 무림에서 영원히 매장해 버리려는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


같은 시각, 청운문 내문의 깊숙한 밀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청운문의 우방장로이자 마교의 세작인 송진 장로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음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흑풍상단의 상단주 팽무적이 초조한 표정으로 주판알을 튕기며 앉아 있었다.


“송 장로, 정말 이 방법으로 그 주황색 괴물을 제거할 수 있겠소? 어젯밤 칠성채 산적 오십 명도 그놈의 천뢰음공 한 방에 단체로 기절해 관청으로 끌려갔다고 하더이다. 보통 놈이 아니오.”


팽무적의 말에 송진 장로는 코방귀를 꼈다.


“흥, 무식한 산적 놈들이니 그런 해괴한 소리 장벽에 놀라 자멸한 것이지. 내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자라 할지라도 인간인 이상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법. 내가 준비한 것은 마교에서 극비리에 하사받은 ‘만독단약(萬毒丹药)’이네. 무색무취하여 화경의 고수라도 입에 대는 순간 오장육부가 녹아내리지.”


송진은 소매 안에서 검은 빛이 도는 작은 약병을 꺼내 보였다.


“왕씨네 만두가게에서 갓 찐 만두에 이 독액을 주입해 두었네. 그리고 내 심복을 평범한 나무꾼으로 변장시켜 가짜 주소와 가짜 이름으로 배달을 의뢰했지. 그 주황색 괴물이 배달 도중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만두를 하나라도 집어먹는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할 것이고, 설령 먹지 않고 배달하려 한들 목적지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소니 산속을 헤매다 제풀에 지쳐 독이 든 만두를 먹게 될 걸세.”


팽무적의 눈에 탐욕스러운 살기가 서렸다.


“과연 장로님의 지략은 무시무시하구려. 그놈이 죽기만 하면 낙안현의 물류 상권은 다시 우리 흑풍상단의 손에 들어오게 될 터. 일이 성사되면 약속대로 청운문 내부의 밀수 통로 지분 30%를 넘겨드리겠소.”


두 악당은 서로를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들의 눈에는 이미 자전거를 타다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대남의 환영이 보이는 듯했다.


***


“왕 사장님! 만두 상자 받으러 왔습니다!”


대남이 활기차게 만두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왕씨가 땀을 닦으며 정성스럽게 포장된 대나무 찬합 상자를 건넸다.


“어 오게나, 김 소장! 방금 어떤 나무꾼 녀석이 와서 은자 다섯 냥을 턱 내밀며 청운산맥 깊은 곳으로 배달을 부탁하더군. 만두가 식기 전에 가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던데, 조심히 다녀오게나.”


“걱정 마십시오! 팔도익스프레스의 모토가 뭡니까? 친절, 신속, 정확 아닙니다! 갓 찐 상태 그대로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대남은 대나무 찬합을 주황색 방수 배달 가방에 넣고 지퍼를 꽉 잠갔다. 마당 구석에서 소시지 껍질을 핥고 있던 믹스견 누렁이가 대남의 움직임을 보고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자전거 옆으로 다가왔다.


“오, 누렁이 너도 같이 갈래? 좋아,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드라이브나 가자.”


대남은 주머니에서 천하장사 소시지 한 토막을 꺼내 누렁이에게 던져주었다. 누렁이는 소시지를 날름 받아먹고는 기분 좋은 듯 컹컹 짖으며 자전거 번개호의 옆바퀴를 졸졸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자전거 번개호는 철수가 영석 합금으로 바퀴살을 짱짱하게 보강해 준 덕분에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도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나아갔다. 대남은 기어를 1단으로 낮추고 허벅지에 힘을 주며 페달을 밟았다. 청운산맥의 가파른 산길이 평지처럼 평평하게 느껴지는 기적의 ‘무한 기어 변속 페달링’이 작렬했다.


한참을 신나게 산길을 오르던 대남은, 스마트폰 화면을 힐끗 바라보았다. GPS 네비게이션 어플의 지도 화면을 확인하던 대남의 미간이 서서히 찌푸려졌다.


“어? 이거 주소가 왜 이래?”


스마트폰 화면 속, 배달 목적지를 가리키는 빨간색 핀이 도로가 완전히 끊어진 절벽 한가운데에서 기묘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 하단에 붉은색 경고창이 요란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위이잉! 배달 표준 매뉴얼 경고!*

[오배송 및 사기 배송 위험 감지]

- 목적지 좌표가 가공의 지형(절벽 공중)으로 확인됩니다.

- 수령인 ‘독고 선생’은 낙안현 및 청운문 거주자 명부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인물입니다.

- 배달 표준 매뉴얼 제4조: ‘주소지 불분명, 수령인 신원 불일치, 혹은 출처가 의심스러운 식품 배달의 경우, 배송 사고 및 신용도(평점)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즉시 배송을 반려하고 물품을 안전 지대로 회수 및 폐기 처분해야 함.’


대남의 자본주의적 뇌세포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내렸다.


“유령 주소에 유령 수령인이라고? 이거 완전 배달 사기잖아! 만약 내가 이거 들고 절벽 끝까지 갔다가 수령인이 없어서 ‘배송 미완료’ 뜨면 내 평점은 어떻게 되는 거야? 게다가 수수료는 선불로 받았는데 반품 처리 안 하면 플랫폼 규정 위반으로 일당 감봉이라고!”


대남에게 있어 평점 하락과 감봉은 마교의 습격보다 백 배는 더 끔찍한 재앙이었다. 그는 즉시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으며 멈춰 섰다. 옆에서 달리던 누렁이도 가던 길을 멈추고 대남을 올려다보았다.


“매뉴얼 제4조에 따르면 이런 수상한 음식물은 오배송 위험 물품으로 분류해서 즉시 회수하고 현장에서 폐기 확인을 해야 해. 주소도 안 맞는 곳에서 시간 낭비할 순 없지.”


대남이 자전거에서 내려 배달 가방을 열려던 바로 그 순간, 길가에 우거진 수풀 사이에서 허름한 삼베옷을 입은 나무꾼 차림의 사내가 슥 걸어 나왔다. 그의 눈빛은 나무꾼이라기엔 지나치게 날카롭고 매서웠다. 그는 바로 송진 장로의 명령을 받고 대남을 감시하며 독살을 유도하려던 내문 제자였다.


“허허, 배달원 총각! 마침 여기서 만나는구려. 내가 바로 만두를 주문한 ‘독고 선생’의 심복이라네. 만두 상자를 내게 넘겨주게나.”


나무꾼은 친근한 척 웃으며 대남의 배달 가방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대남은 차가운 눈빛으로 스마트폰 화면과 나무꾼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현대 백화점식 고객 서비스 교육으로 다져진 대남의 눈에는, 이 사내의 거동 하나하나가 완벽한 ‘블랙컨슈머’이자 ‘배달 사기꾼’의 전형적인 행태로 보였다.


“잠깐만요, 고객님.”


대남은 상냥하지만 단호한 자본주의적 미소를 지으며 나무꾼의 손을 가볍게 차단했다.


“저희 팔도익스프레스는 배달 표준 매뉴얼에 따라 철저한 수령인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습니다. 수령인 ‘독고 선생’ 본인이 맞으십니까?”


“그, 그렇다니까 그러는구려. 내가 독고 선생의 심복이니 내게 주면 전해드리겠네.”


나무꾼이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대남은 스마트폰의 서명 화면을 켜서 들이밀었다.


“그렇다면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제시해 주시거나, 혹은 등록하신 휴대전화로 전송된 4자리 인증번호를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도 안 된다면 이 액정에 본인의 기혈 지장이나 공식 서명을 해주셔야 배송 완료 처리가 가능합니다.”


“신분증? 인증번호?!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이냐! 그냥 만두 상자나 내놓거라!”


나무꾼이 짜증을 내며 억지로 가방을 빼앗으려 들었다. 대남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수령지 불일치에 이어 본인 확인 거부, 그리고 배달원에 대한 물리적 위협까지. 이것은 완벽한 배달 사기이자 평점 테러의 징조였다.


“고객님, 본인 확인을 거부하시고 물리력을 행사하시면 매뉴얼 제4조에 의거, 해당 물품은 ‘오배송 및 위해 가능 물품’으로 분류되어 즉시 반품 및 폐기 처분됩니다. 이 만두는 배달해 드릴 수 없습니다.”


대남은 단호하게 외치며 대나무 찬합을 품에 꼭 안았다.


계획이 어그러질 위기에 처하자, 나무꾼으로 변장한 마교 제자는 초조해졌다. 어떻게든 저 주황색 괴물에게 독이 든 만두를 먹여야 했다. 그는 인자한 미소를 가장하며 대나무 찬합의 뚜껑을 강제로 열고, 안쪽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큼직한 만두 하나를 꺼내 대남의 입가로 들이밀었다.


“허허, 산길을 오르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본인 확인은 천천히 하고 이 갓 찐 만두나 하나 맛보시게나. 아주 맛이 기가 막힌 만두라네!”


그는 내공을 실어 만두를 대남의 입안으로 강제로 밀어 넣으려 했다.


하지만 위생 관념이 철저한 현대의 택배 기사 대남의 눈에는, 웬 꾀죄죄한 나무꾼 놈이 시커먼 손으로 만두를 집어 자기 입에 강제로 처넣으려는 지독하게 비위생적이고 무례한 진상 짓거리로 보였다.


“아니, 이 아저씨가 미쳤나! 손은 씻고 만두를 집는 거예요?! 요즘 세상이 어느 때인데 침 묻은 손으로 강제 배식을 해!”


대남은 짜증이 폭발하여, 빨간색 3M 특제 미끄럼 방지 장갑을 낀 왼손을 번개처럼 휘둘렀다.


*탁-!*


대남은 단지 비위생적인 만두를 쳐내기 위해 손을 휘둘렀을 뿐이었지만, 3M 장갑의 완벽한 마찰력과 대남의 생계형 허벅지에서 뿜어져 나온 회전력이 절묘한 각도로 나무꾼의 손목을 강타했다.


“으윽?!”


나무꾼은 자신의 손목에 깃든 일류 고수급의 내공이 대남의 지극히 평범한 손짓 한 방에 완벽하게 흐트러지며 튕겨 나가는 것을 느끼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대남이 쳐낸 만두는 허공을 그리며 바닥의 흙더미 위로 툭 떨어졌다.


마침 대남의 자전거 옆에서 소시지를 더 달라고 보채던 누렁이가 떨어진 만두를 보고 킁킁거리며 다가갔다. 대남은 깜짝 놀라 누렁이의 덜미를 잡아당겼다.


“야! 누렁이 안 돼! 땅에 떨어진 거 먹으면 배탈 나! 흙 묻은 거 먹지 마!”


그때였다. 숲속 우거진 수풀 사이에서 커다랗고 꾀죄죄한 들쥐 한 마리가 만두 냄새를 맡고 날렵하게 튀어나왔다. 들쥐는 대남과 나무꾼의 눈치를 볼 새도 없이, 흙더미 위에 떨어진 만두 조각을 덥석 물고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 2초 뒤.


*찌이익-!*


짧은 비명과 함께 들쥐의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들쥐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더니, 이내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들쥐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네 발을 허공을 향해 꼿꼿이 치켜든 채 그대로 옆으로 픽 쓰러져 즉사했다.


만두에 묻어 있던 마교의 비전 극독, 만독단약의 독기가 들쥐의 심장을 단숨에 멈춰버린 것이었다.


마당에 흐르던 모든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나무꾼으로 변장한 마교 제자는 사색이 되어 즉사한 들쥐와 대남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이, 이럴 수가……! 저 자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건가?!’


제자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오해의 톱니바퀴가 광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내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었지만, 이미 내가 독이 든 만두를 배달 의뢰한 순간부터 천안통(天眼通)을 통해 송진 장로님과 팽무적의 음모를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게 틀림없어! 주소지가 가짜임을 핑계 삼아 배달을 멈추고, 본인 확인이라는 기괴한 설법으로 나를 심문하더니, 내가 만두를 권하자 아주 자연스러운 손짓 한 방에 내 내공을 무력화하고 짐승을 이용해 독물의 실체를 만천하에 증명해 보였다……! 과연 천년 결계를 부순 축지법의 대종사로다!’


제자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대남의 눈빛은 이미 자신을 꿰뚫어 보는 신선의 안광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대남의 머릿속은 전혀 다른 종류의 분노와 황당함으로 끓어넘치고 있었다.


“야…….”


대남이 읊조리듯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지독한 저음이었고, 양손의 NBR 코팅 빨간 장갑이 부르르 떨렸다.


“너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야?”


“히, 히익……!”


“이 미친 진상 사기꾼 자식아! 쥐약 묻은 만두를 나한테 배달시키고, 심지어 그걸 나한테 강제로 먹이려고 했다고?! 만약 내가 이거 배달 완료 처리했다가 수령인이 먹고 죽었으면, 내 배달 평점은 어떻게 되는 건데?! 배달원 신용도 영구 박탈에 민형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당해서 평생 빨간 줄 그어질 뻔했잖아! 내 일당! 내 평점 5점! 내 커리어를 네놈들이 단체로 쌈 싸 먹으려고 작정을 했어?!”


대남은 억울함과 분노로 눈이 뒤집혔다. 하루 일당 10냥을 벌기 위해 차원을 넘어 자전거 페달을 밟는 소시민에게, 독살 음모는 단순한 살인 미수가 아니라 자신의 생계 체계 자체를 파괴하려는 극악무도한 테러 행위였다.


“너 이거 주문한 놈 누구야! 당장 대! 흑풍상단 팽무적 그 영감탱이지?! 아니면 청운문 내부의 어떤 꼰대 장로 새끼야?! 당장 불어!”


대남이 자전거 핸들을 움켜쥐고 한 걸음 다가서자, 마교 제자는 대남의 몸 주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무형의 살기와 인과율의 압박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대종사님! 저는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제자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삼베옷자락을 휘날리며 숲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일류 고수의 경신공을 전개하여 나뭇잎을 밟고 날아가듯 도망치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야! 거기 안 서?! 오배송 반품 확인서에 서명하고 가란 말이야! 이 나쁜 놈아!”


대남이 숲속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사자후(를 가장한 짠돌이의 비명)를 질렀다. 누렁이 역시 대남의 기세에 동조하여 숲을 향해 우렁차게 짖어댔다.


*컹! 컹! 컹-!!!*


산골짜기에 대남의 억울한 비명 소리가 메아리치는 가운데, 도망치던 제자는 대남이 미래를 예지하고 독공을 간파했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송진 장로에게 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청운문을 향해 달렸다.


대남은 씩씩거리며 즉사한 들쥐를 흘겨보았다. 그리고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 배달 앱의 반품 버튼을 거칠게 눌렀다.


“퉤! 재수 없으려니까 별 미친 블랙컨슈머를 다 만나네. 왕 사장님한테 가서 배달 사기 당했다고 따져야겠다.”


대남은 자전거 번개호에 올라타며, 다음에는 절대로 1%의 오배송 리스크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낙안현 마을을 향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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